〈 364화 〉 365.양심에 찔리다.
"흐극...흑..흑..상공."
하얀 백의를 입은 절세의 미녀가 구슬프게 눈물을 흘렸다.
".....옥령."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애타는 마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흐흑....너무..해요.."
"너무하다니....뭐가?"
선우는 의아한듯 되물었다.
"더이상..흐극..여인을..늘리지 않는다고 약속해놓으시고..흑흑...여인을 늘리셨잖아요.."
옥령은 슬픈 눈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게...어떻게 된거냐면.."
선우는 옥령을 바라보며 변명하듯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그녀를 달래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흑흑..듣기싫어요...또 변명만 늘여놓을거잖아요."
옥령은 구슬피 울며 말을 이었다.
"제가...첫번째라고...약속을 했으면서,..흑..흑.흑"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침묵을 하였다.
어떤 말을 내뱉어야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그녀와 약속을 까맣게 잊은 채 여인들을 늘리고 멋대로 정실의 자리까지 넘긴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고 어떤 말을 하든 변명밖에 되지 않을테니 말이다.
"저는...당신을..흐극..믿었는데..흐흑...당신만 믿고 이렇게...기다렸는데.."
옥령은 쉴새없이 눈물을 흘리며 선우에게 원망어린 말을 내뱉었다.
"옥령...미안해...미안해..옥령."
선우는 옥령을 바라보며 쉴새없이 사과를 이어갔다.
그녀의 울분이 누그러들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됐어요. 저는 이제 선우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어요."
하염없이 울고있던 옥령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백화봉으로 돌아갈 거예요."
옥령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옥령! 가지마 ! 옥령!"
선우는 떠나려는 그녀를 잡기위해 다급히 발을 떼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발이 떼어지지 않았다.
마치 땅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말이다.
이내 옥령의 신형이 점점 멀어지더니 그대로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옥령!"
선우는 떠나는 옥령을 바라보며 큰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래도 신형을 감췄다.
"흑...흑..옥령.."
선우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그 눈물 속에는 후회가 가득 담겨있었다.
"옥령!!!!!'
선우의 절규가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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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령!"
눈을 번쩍 뜬 선우는 옥령을 부르짖으며 그대로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리고 재빨리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이내 선우의 시야에는 양옆에 북궁연과 능소화가 곤히 잠들어있는 모습이 보였다.
"후우"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옥령이 떠나간 것이 꿈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옥령이 날 떠날리 없지.."
선우는 일말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되뇌이듯 말을 내뱉었다.
"..........."
하지만 가슴속에 남아있는 불안감이 영 해소가 되지 않았다.
께름칙하고 뭔가 울렁거림마저 느껴졌다.
선우는 시선을 옆으로 슬쩍 돌렸다.
그러자 곤히 잠들어있는 능소화의 모습이 보였다.
이내 께름칙함이 더욱더 배가되는 것이 느껴졌다.
선우는 생각하였다.
마냥 꿈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라고 말이다.
비록 꿈이긴 했지만 자신이 저지른 짓은 엄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북해로 잠깐 간 사이 두명이나 되는 여인들을 정인으로 맞이하는 것도 모자라 정실부인 자리까지 넘겨버렸다.
첫번째로 공인된 옥령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꿀꺽
선우는 생각하였다.
능소화와 옥령이 만나기 전에 두 사람의 관계를 확실히 정립해야한다고 말이다.
옥령이 최소한의 배신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선우는 불안한 눈빛으로 능소화를 바라보았다.
****************
"다시 한번 말해보거라!"
능소화는 얼굴을 붉히며 언성을 높였다.
한눈에 봐도 그녀가 무척이나 흥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나쁜쪽으로 말이다.
"그...그러니까.."
능소화의 격하기 짝이 없는 반응에 선우는 말을 더듬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대한 미안함이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귓구녕 막혔어? 너 짤린거야. 정실부인 자리에서 말이야."
그때 옆에 있던 북궁연이 비웃는듯한 미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그대에게 물은 것이 아니다!"
능소화는 옆에서 신경을 긁는 북궁연을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난 또 궁금해할까봐."
북궁연은 재밌다는 표정을 지은 채 이죽거리며 말을 받았다.
"입 다물어!"
능소화는 이죽거리는 북궁연을 바라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안그래도 화가 머리 끝까지 나있는데 저 얄미운 계집이 이죽거리니 터질 것만 같았다.
"선우! 그대의 입으로 듣고 싶다! 똑같이 말해보거라!"
".......그러니까..내가 저번에 말했지? 너 말고 책임져야할 여자들이 있다고..."
"말하였다! 도합 세 명이라고 본녀가 분명 이해해준다고 말했을텐데?"
"그 아무래도 정실 부인 자리에 대해 다시금 재고해야할 것 같아서.."
"본녀는 황족이다! 황족인 본녀가 있는데 어찌 정실 부인 자리를 재고할 수 있다는 말인가!"
능소화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약속을 했거든...정실의 자리를."
"파기하거라!"
"무리야, 이미 북해로 떠나오기 전에 약속한 사안이야."
"그래서 지금 본녀에게 정실의 자리를 주지 못하겠다는 말인가!"
능소화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 형식상으로는 줄 수 있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녀를 정실 취급해줬으면 해.."
선우는 자신없다는듯 말을 이었다.
"말도 안된다! 어찌 본녀를 제외한 또다른 정실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다!"
"그래도 해야돼."
선우는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녀는 나를 제일 처음 맞이해준 은인이자 연인이니까 말이야."
"이해할 수 없다!"
능소화는 잔뜩 화난 얼굴로 언성을 높였다.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말만 듣고보면 지위만 가지고 실권을 내놓으라는 말이 아닌가
어찌 그런 무도한 말을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는 말인가
"미안해..처음부터 확실히 했어야했는데...그때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만.."
그녀의 격한 반응을 본 선우는 변명하듯 말을 이었다.
"잠깐! 그렇다면 본녀와의 관계는 그저 하룻밤 쾌락을 위한 충동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인가!?"
"아니! 그런 말이 아니잖아!"
"말이 그렇지 않느냐! 되었다! 그대의 마음은 전부 알았다!"
능소화는 울먹이는듯 그렁그렁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설움이 북받쳐온듯 싶었다.
'하아'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반발이 심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완강할 줄은 상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도저히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잘됐네."
그때 옆에 있던 북궁연이 끼어들듯 말을 내뱉었다.
"뭐라!?"
그녀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도끼눈을 뜨며 북궁연을 노려보았다.
"잘됐다고. 이제부터 선우가 북해에 있는 동안 온전히 내차지가 될테니까 말이야."
북궁연은 만족스럽다는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야기가 어떻게 그렇게 된다는 말이더냐!"
능소화는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선우에 대한 애정이 식은거 아니였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하는 짓보면 당장에라도 헤어질 것 같던데?"
"그런 뜻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극단적으로 말하는데? 별것도 아닌일 가지고 말이야."
"별것도 아닌 일이 아니다! 공식적으로 선우의 첫번째 여자가 된다는 뜻이 아니더냐!"
"내가 보기엔 별것 아닌 일이 맞아. 뭣하러 첫번째에 집착 하는거지? 그냥 선우의 사랑을 받는 여자인걸로 만족하면 되잖아?"
북궁연은 슬쩍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대는 모른다!"
"아니, 충분히 알아. 네가 당과를 빼앗기기 싫은 어린 아이처럼 유치한 떼쓰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북궁연은 날카롭게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떼가 아니다! "
"떼가 맞아. 공식적으로 정실이라는 지위마저 약속했는데 실권을 주지 않았다면서 화를 내고 있잖아? 이게 떼가 아니면 뭐야?"
".............."
"네가 얼마나 어린애 같은 줄 알아? 그런 것까지 유치한 권력욕을 발휘해야 하겠어?"
"..........."
북궁연의 뼈있는 말을 들은 능소화는 입을 꾹 다물었다.
"나는 말이야. 누가 정실이든 말든 하등 상관없어. 오로지 선우의 사랑만 있으면 되니까 말이야. 근데 넌 아닌가보네. 굳이 누군가 위에 군림해야만 속이 편한가보네."
"..........그런 것이 아니다."
"거짓말, 얼굴에 쓰여져있는데? 아마 선우도 너에게 엄청나게 실망했을껄? 아니 경멸할지도 몰라. 너의 탐욕적이고 고압적이면서 유치한 면모를 봤으니까 말이야."
북궁연은 비아냥거리는듯한 말투로 그녀를 조롱하기 시작하였다.
속이 뒤집어질정도로 날카롭게 말이다.
"가만 보면 참 양심이 없는 것 같아. 분명 합류를 한 것은 가장 나중이었을텐데. 정실 자리를 요구를 한 것을 보니까 말이야. "
".........."
으득
그녀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북궁연의 조롱기 섞인 비아냥이 가슴속 깊은 곳까지 단번에 파고들었기 떄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화가나는 것은 그녀의 말을 반박할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반박할 수가 없었다.
곱씹어볼 수록 자신의 이기적인 면모가 부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내 능소화는 눈물이 그렁그렁거리기 시작하였다.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이런 혐오스러운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렀다는 말인가
그리고 생각이 들었다.
북궁연의 말대로 선우가 자신을 미워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아니 분명 속으로 자신을 혐오할 것이다.
스스로조차 혐오스러운데 선우의 눈에는 얼마나 혐오스럽겠는가
"흐극...선우.."
능소화는 물기로 잔뜩 젖어있는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흑...흐윽..그대는...본녀를...경멸하는가?"
능소화는 터져나오는 눈물을 꾹 참으며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아니야.. 소화야."
선우는 고개를 도리질치며 말을 이었다.
"그대는....본녀가..흐윽..탐욕스러워 보이는가?"
"아니야..소화야."
선우는 슬픈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능소화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어찌 보면 사건의 원흉은 자신이건만 그녀가 울고 있었다.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에 빠져서 말이다.
선우는 양팔을 벌린 후 천천히 그녀에게 다다갔다.
꼬옥
그리고 그녀를 꼬옥 껴안아주었다.
"흐으윽 흑..흑..흑.....미안하다...본녀가...욕심을 부렸다."
선우가 안아주자 능소화는 울음을 터트리며 사과를 하였다.
"본녀가...흑..흐극..이기적이었다.."
토닥 토닥
선우는 그런 능소화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그녀를 진정시키기 시작하였다.
"흐아아아아앙!...나는...선우만..있으면..되는데..선우의 사랑을 받는게 가장 중요한데..."
선우의 부드러운 쓰다듬에 죄책감이 더더욱 몰려든 것인지
그녀는 더욱더 애절하게 사과하기 시작하였다.
"정실의 자리따윈 없어도 된다....본녀는..그대만...그대만 있으면 된다."
능소화는 선우의 품에 더욱더 꼬옥 안기며 말을 이었다.
선우는 그런 능소화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미안하다...선우...다시는..억지..부리고..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겠다."
능소화는 선우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 채 말을 이었다.
"제발 본녀를 미워하지 말아다오."
그녀는 애원하듯 말을 이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여자를 어떻게 미워하겠어?"
선우는 그런 능소화를 더욱더 꽉 껴안으며 말을 이었다.
능소화는 그런 선우의 대답에 만족하였는지 그의 품 안에 더욱더 파고들었다.
선우는 그런 그녀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원인만 따지자면 전적인 원인은 자신에게 있었다.
성욕에 눈이 멀어 그녀에게 제대로된 상황설명도 없이 일방적인 약속을 하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능소화가 되려 사과를 하며 잘못을 비니 어마어마한 죄책감이 몰려들었다.
'대체 어쩌다가 상황이 이렇게 된거지?'
선우는 갑자기 반전된 상황에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찡긋
앞을 보니 자신을 보고 한쪽 눈을 찡긋거리고 있는 북궁연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입을 턱하니 벌렸다.
이 모든 것이 북궁연이 만들어낸 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신과 비교하여 일부러 능소화를 자극하고 그녀의 잘못을 부각시킨 것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그녀가 죄책감으로 반성까지하게 만들었다.
'허어'
선우는 속으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큰판을 짤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선우가 입을 턱 벌리고 있자 북궁연이 입을 뻐끔거리기 시작하였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듯 하였다.
선우는 그녀의 입모양을 그대로 따라하며 뜻을 유추해보았다.
'빚..진...건...자..지..로..갚..아..주..세..요?'
화아악
그녀의 노골적인 말을 전달받은 선우는 얼굴을 붉혔다.
설마하니 저렇게 짓궂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고..마..워...꼭..갚..을..게."
하지만 이내 선우는 입을 뻐끔거리며 뜻을 전달하였다.
빚을 졌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한 까닭이었다.
선우의 뜻을 전달받은 북궁연은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좀더 임신할 기회가 늘어난듯 하였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