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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63화 (364/1,419)

〈 363화 〉 364. 지원요청이 들어오다-2

"무이자로 빌려줄만한데가 있으면 좋을텐데....."

당서윤이 침중한 표정을 짓자 걱정이 된 요랑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친구인 당서윤이 힘들어하는 걸 보고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돌려 금적화를 바라보았다.

흠칫

그녀의 갑작스러운 시선을 받은 금적화는 몸을 흠칫하고 떨었다.

"금적화."

"말,말씀하세요."

"요새 만금전장은 어때?"

"...그냥저냥..지내고 있는듯해요."

"잘되고 있다는 거네?"

요랑은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무...무리예요."

"나 아직 아무 말도 안했는데?"

"무이자로 백만냥을 융통해달라고 할 거잖아요!"

"아니야, 이자는 낼거야."

요랑은 고개를 도리질치며 말을 이었다.

"물론 조금만 낼거지만."

"안돼요!"

"안되긴 왜 안되?"

"아무리 외척이라지만 돈관계는 철저히 해야죠. 백만냥이나 되는 돈을 한꺼번에 빌려주게 되면 만금전장은 어마어마한 손해를 입을 거라고요."

"괜찮아, 그간 당가 이름 팔아서 사업 벌린게 많잖아? 그걸로 충당하라해."

요랑은 슬며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그게 무슨!"

"거짓은 아니잖아?"

요랑은 무척이나 악동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우우....아버지가 받아들이실지는.."

"할수 밖에 없을걸? 앞으로도 당가 이름 팔아서 사업을 하려면 말이야."

요랑은 확신에 찬듯한 눈빛으로 금적화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생각하였다.

만금전장주라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이자율은 얼마나 생각하고 계시죠?"

"연 삼할 정도 생각하고."

"흐으음"

그녀의 말을 들은 금적화는 고민인듯한 표정을 지었다.

연 삼할이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무려 삼십만냥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석달 안에 갚을 시 무이자."

"그냥 공짜로 빌리겠다는 말이잖아요!"

이어지는 요랑의 말에 금적화는 발끈하듯 언성을 높였다.

이 무슨 도둑놈 심보란 말인가

현재 당가 재정 상태로 볼 때 백만냥 정도는 두달 정도면 충분히 갚을 만한 여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세 달간 무이자라니

그냥 공짜로 빌리겠다는 말과 다름없지 않겠는가

"만금전장주는 그동안 해처먹은게 많잖아!"

"아니 요랑님은 그런 말을 어디서 배우신 거예요!"

"선우가 가르쳐줬어!"

"나쁜 말이에요! 쓰지말아요!"

요랑과 금적화 사이에 고래고래 언성이 오갔다.

"그만."

그때 당서윤이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두 여인은 언성을 지르던 입을 그대로 꾹 다물었다.

그녀의 심상치 않은 기세를 느낀 탓이었다.

"두 분이 싸우지 않았으면 합니다."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만금전장이라면 분명 좋은 해결책이 될거야!"

당서윤의 말을 들은 요랑은 금적화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분명 좋은 조건으로 돈을 빌릴 수는 있겠지만 만금전장을 협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찌 도리를 저버리고 정파라고 부르짖을 수 있겠습니까?"

"......협박이 아닌데.."

그녀의 말을 들은 요랑은 궁시렁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생각하였다.

선우였다면 분명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만금전장을 뜯어먹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일단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매서 돈을 최대한 마련하도록 하죠. 그리고 남은 돈을 만금전장에서 빌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정상적으로 책정된 이율로 말이죠."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배려에 감사합니다. 아가씨."

그녀의 말을 들은 금적화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감사를 표하였다.

마음같아선 그녀 또한 만금전장에서 무이자로 돈을 빌려오고 싶었다.

자신이 적을 두고 있는 곳은 엄연히 당가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일을 그렇게 극단적으로 처리하게 된다면 분명 만금전장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그리고 딸린 식솔 또한 그 타격을 피해가지 못할 것이다.

출가외인이라고는 하나 혈족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을 원치 않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당서윤의 배려는 고맙기 그지 없었다.

"아버지께 말해서 최대한 편의를 봐달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삼부인."

금적화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고개를 슬쩍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생각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둘 사이에 훈훈한 미소가 번졌다.

"그런데 아가씨."

그녀의 귓가에 당대부인의 품격있는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네, 말씀하시지요."

"두 번째 요구 사항은 무엇인가요?"

그녀은 의문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녀는 의문이 들었다.

이미 백만냥이라는 어마어마한 거금을 요구한 당진설이 대체 어떤 요구를 더 했을지 말이다.

"사실 이게 가장 문제입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표정을 굳히며 말을 이었다.

"언니가 고수를 요구했습니다."

"고수라고요?"

그녀의 말을 들은 당대부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금 되물었다.

"올해 천무맹에서 후계자 쟁탈전이 열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쟁탈전의 내용은 얼마나 강한 기재를 휘하에 두고 있냐가 관건이라고 하더군요. "

"이미 그녀는 수많은 고수들을 휘하에 두고 있지 않나요? 그런데 어째서 당가에...?"

"삼십세 이하에서 가장 강한 후기지수를 원하니까요."

"가장...강한 후기지수요?"

그녀의 말을 들은 당대부인은 머리를 슬며시 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놀란듯 눈을 부릅떴다.

"설마...선우를.."

"맞아요. 언니가 선우를 요구했습니다."

당서윤은 서신을 펄럭이며 말을 이었다.

"아니, 대체 선우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당대부인은 이해가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대체 당진설이 선우에 대해 어떻게 알고 그를 부른다는 말인가

"독왕의 제자에 관한 소문을 들은 듯 합니다."

"뭐라고요?"

"저번에 용봉지회의 후기지수들을 망신 주지 않았나요? 그 때 소문이 퍼진 것 같아요."

"아"

그녀의 말을 들은 당대부인은 생각난듯 탄식을 내뱉었다.

당시 선우의 대한 명성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간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선우는 북해에 있잖아요."

당대부인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의 의중을 물을 수 없지 않나요?"

"그래서 고민인 겁니다. 거절하기 힘든 상황에서 결정권자가 없으니 말이죠."

"사실대로 말하면 되지 않을까요?"

"어떻게요?"

"선우가 지금 북해에 가있다고요."

"소용없을거예요. 이건 언니가 당가주에게 보낸 서신이니까요."

당서윤은 담담한어조로 말을 이었다.

"선우의 의중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죠."

"..........."

그녀의 말을 들은 당대부인은 침묵을 하였다.

확실히 난감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가문의 대소사에서 개인의 의견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최고 결정권자인 가주의 명이라면 그대로 행해야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선우가 당가에 있던 말던 상황은 중요치 않았다.

어차피 결정하는 것은 가주였으니까 말이다.

"문제는 가주와 선우가 동일인물이라는 거죠."

하지만 문제는 당가주와 장선우가 동일인물이라는 것이었다.

결정권자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백만냥을 지원하는 것은 당서윤 선에서 충분히 결재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선우는 아니었다.

그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가주가 자리를 비웠다는 핑계는 안되겠죠?"

"그것도 며칠이 한계일거예요."

당서윤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받았다.

상식적으로 신혼여행도 끝난 시점에서 당가주가 자리를 비울 핑계따위는 없었다.

"그럼 어떡하죠? 선우가 돌아오려면 몇달은 남았을텐데 "

당대부인은 발을 동동 구르며 당서윤에게 물었다.

".........."

그녀의 물음에도 불구하고 당서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냥 하는게 어떠신가요?"

그때 금적화가 슬쩍 입을 열었다.

"그냥 하다뇨?"

"지금은 북해에 있으니까 돌아오는 대로 보내준다고 말하는거죠."

금적화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삼부인, 선우 없이 그런 결정을 내릴 수는 없어요."

당서윤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거절을 하였다.

만약 그의 거취와 관련된 일이었다.

어찌 마음대로 일처리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달리 선택지가 없지 않나요? 저희는 지금 천무맹의 비호와 당진설의 호의가 필요한 상황이잖아요."

"그건...맞지만.."

"제 생각엔 일단 당진설 아가씨의 요청을 수락을 하고 시간을 버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흐음"

"잘생각하셔야 되요. 아가씨 혹여 거절이라도 했다가 당진설 아가씨가 당가를 방문하는 날엔 가주가 없다는 사실이 발각될지도 몰라요."

금적화는 무척이나 진지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시간을 벌어야해요. 선우님이 돌아올 때까지 말이에요."

"돌아오고 나선 어떡하죠?"

"그땐 다른 핑계를 대면 될거예요. 갑자기 병이 났다던가 몸이 다쳤다던가 이런 핑계를 말이예요."

"그런 핑계가 통할까요?"

"안통해도 상관없어요. 선우님이 돌아오기만 하면 천무맹의 비호 따윈 필요없을텐데 무슨 걱정인가요."

그녀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고심에 잠겼다.

확실히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그렇게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당서윤은 이내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현재로선 선우가 돌아올 때까지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요랑님은 최대한 융통할 수 있는 돈을 마련해주세요."

"알았어."

요랑은 조그만 턱을 위아래로 흔들며 답을 하였다.

"그리고 삼부인께서는 부족한 금액을 만금전장에서 빌릴 수 있도록 만금전장주께 말씀을 드려주세요."

"알겠어요."

"그리고 당대부인께서는국경에서 제일 가까운 만금전장 지부에 서신 한통만 보내주시겠어요? 상황을 간략하게나마 알 수 있도록 말이에요."

"알겠습니다."

당대부인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하였다.

그녀의 명을 들은 여인들은 순식간에 집무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당서윤은 그런 여인들의 뒷모습을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한 없이 깊어지기 시작하였다.

*********

후릅

무척이나 날카롭게 생긴 중년의 미부, 당진설이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

그녀는 무척이나 우아하였다.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기품이 절로 묻어나올 정도로 말이다.

"흐음"

그녀는 차향을 맡으며 행복하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똑 똑

그때 방문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냐?"

그녀는 방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당문에서 서신이 왔습니다. 부인"

"그래? 들어오거라."

끼이이익

이내 문이 열리고 서신을 들고있는 시비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들어오자 당진설은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시비는 그녀의 손 위에 천천히 서신을 올려두었다.

"들어가보거라."

그녀에게 서신을 받아든 당진설은 그대로 축객령을 내렸다.

꾸벅

그러자 시비는 곧바로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그대로 나가버렸다.

"흐응..흥...흐응"

당진설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곧바로 서신을 펼쳐들었다.

그리고 시선을 천천히 내리며 내용을 읽어가기 시작하였다.

기분좋게 서신을 읽어가던 그녀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상당히 거슬리는 문구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북해로 파견이 나가 있어서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고?"

거슬리는 문구를 본 당진설은 고민에 빠졌다.

무척이나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후계 경쟁이 시작하기 앞서 오라비의 제자인 장선우를 초대하여 장차 천무맹을 이어받을 자식과 친목도모를 하게할 요량이었다.

훗날 무림을 이끌어갈 동량들이었기에 미리 친해져도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설마하니 이런 난관에 봉착할 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북해라니

가는 것만 두달은 족히 걸리는 것을 뭣하러 갔다는 말인가

질끈

당진설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일이 생각처럼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지.'

이내 당진설은 체념한듯 표정을 풀었다.

중원에 없는 인간을 어찌 당장 대령하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당장 달려온다해도 족히 두달을 걸릴 거리를 말이다.

지금 당장은 장선우가 참전한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였다.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 말이다.

"후후후후후"

당진설은 만족스럽다는듯한 미소를 흘렸다.

현재 장선우는 무림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신성이었다.

수십명의 용봉들을 순식간에 제압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이가 아니던가

그런 이를 영입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분명 수많은 이들이 자신의 세력에 붙을 것이다.

이번 후계 경쟁에서 누가 유리한지 뼈저리게 알게 될테니까 말이다.

당진설은 머릿속으로 천천히 미래를 그리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아이가 천무맹을 호령하고 사천당가가 중원을 지배하는 행복하기 그지없는 미래를 말이다.

이내 당진설의 눈이 몽롱하게 풀리기 시작하였다.

'아이야, 어서 중원으로 돌아오거라. '

그녀는 저 멀리 북해에 있을 선우가 하루빨리 돌아오길 빌고 또 빌었다.

후계자 위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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