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62화 (363/1,419)

〈 362화 〉 363. 지원요청이 들어오다-1

당서윤은 손에 들고 있는 서신을 바라보았다.

무척이나 곤란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눈싸움을 벌였을까

"후우"

이내 서신을 책상 위에 내려놓은 당서윤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체념의 빛이 서려있었다.

쿵 쿵

그때 갑자기 집무실의 문이 두들겨지는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서윤아, 나 왔어~ "

그와 동시에 무척이나 애교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어서오세요. 요랑님."

당서윤은 안으로 들어온 요랑을 바라보며 짤막이 인사를 하였다.

"서윤아! 그거 알아? 나 월봉 받는다?"

집무실 안으로 들어온 요랑은 당서윤에게 자랑하듯이 말을 이었다.

"월봉이요?"

그녀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놀란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응! 금적화랑 결판을 지었어!"

"지금까지 안받으셨어요?"

"그렇다니까! 완전 무임금으로 부려먹혔어!"

"허어"

당서윤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설마하니 사흘에 한 번씩 잠을 잘 정도로 일에만 매달렸던 요랑이었다.

그런데 그런 요랑이 월봉조차 받지 않았을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삼부인."

당서윤은 요랑의 뒤에 따라온 금적화를 찌릿하고 노려보았다.

".....그..그게 여섯 달정도는 수습기간이라고..돈을 제하는게 원칙이라..."

그 눈빛을 마주한 금적화는 변명하듯 말을 이었다.

"삼부인."

당서윤은 재차 그녀의 이름을 불러 변명을 차단하였다.

".......네에."

"그간 일한 월봉까지 같이 지급하세요. 당가에 무임노동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금적화는 고개를 푹 숙이며 답을 하였다.

"하하하하하하...서윤이가 최고야!"

당서윤의 말을 들은 요랑은 해맑게 웃으며 그녀에게 달라붙었다.

자신의 편을 들어주니 기분이 날아갈듯 좋았기 때문이었다.

"근데 왜 부른거야?"

당서윤에게 달라붙은 요랑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급히 나눌이야기가 있어요."

"그게 뭔데?"

"당대부인께서 마저오면 얘기하도록 해요."

"당대부인도 오는거야?"

그녀의 말을 들은 요랑은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요근래 당대부인의 얼굴을 마주치지 못한 요랑이었다.

자신의 회계업무로 바뻤고 당대부인의 경우 이예설의 감시로 바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그 따뜻한 품안이 그리웠기 때문이었다.

"히히히, 빨리 왔으면 좋겠다."

요랑은 활기찬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당서윤은 그런 요랑을 살짝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월봉 협상을 할 정도로 똑똑해졌으면서도 아이 같은 순수한 면을 잃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쿵 쿵

그때 다시금 방문이 두들겨지는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들어오세요."

끼이이이익

"실례할게요."

이내 문이 열리고 무척이나 기품있는 중년의 미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서와요. 당대부인."

"와~ 당대부인."

"오랜만에 뵈어요 당대부인."

그녀가 등장하자 집무실에 있던 여인들이 각 각 인사를 나눴다.

"후후후, 모두 오랜만에 뵙네요."

그녀들의 인사에 당대부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집무실 앞쪽에 있는 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이예설은 어떻게 됐나요?"

"옥령님한테 부탁했답니다."

당대부인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옥령님이라면 믿을 만하죠."

그녀의 답을 들은 당서윤은 안심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그녀라면 이예설정도쯤은 손쉽게 제압하고 있으리라

"서윤아, 그럼 이제 왜 모였는지 말해줄 수 있어?"

요랑은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네, 이제 사람도 다모였으니까요."

요랑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살짝 고개를 주억거렸다.

"여러분들을 모이라고 한건 한 가지 의논드릴 일이 생겨서에요."

당서윤은 이내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책상에 있는 서신을 천천히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언니로부터 지원 요청이 들어왔어요."

"언니라면...?"

"네, 맞습니다. 현 천무맹주의 삼부인인 당진설."

당서윤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허어."

"그런.."

그녀의 말을 들은 당대부인과 금적화는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당진설의 요청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까닭이었다.

출가외인이지만 당진설은 당가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인물이었다.

천무맹내에서 그녀의 입지가 커질 수록 당가의 영향력 또한 커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당가는 매년 새해가 되면 품위 유지 비용이라는 명목으로 그녀에게 막대한 금액을 지원해주었다.

입지를 더욱더 공고히 하라는 차원에서 말이다.

그런데 별안간 지원요청이라니 표정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품위 유지 비용을 넘어설 만큼의 막대한 금액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뻔하였으니 말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 요청인가요?"

금적화는 의문이 담긴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언니가 요청한 바는 두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돈입니다."

당서윤은 검지와 중지를 쭉 편후 말을 이었다.

"얼마나 되는 금액을 요청하셨나요?"

".......백 만냥입니다."

당서윤은 머뭇거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네에!?"

그리고 그말을 들은 금적화는 말도 안된다는 듯이 언성을 높였다.

당서윤의 입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금액이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제..제가 잘못 들은건 아니죠?"

금적화는 떨리는 심정을 진정시키며 그녀에게 다시금 물었다.

".......아쉽게도"

당서윤은 안타까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말도 안되요!"

금적화는 반발하고 나섰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백만냥이라니

그런 비상식적인 금액을 어떻게 마련하라는 말인가

"그걸 설마 수락하실 생각은 아니시겠죠?"

금적화는 눈을 번뜩이며 그녀에게 물었다.

"저도 거절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당서윤은 말끝을 흐리기 시작하였다.

도저히 거절할만한 명분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간 당진설을 등에 업고 상당한 이득을 취한 당가였다.

그렇기에 그녀의 요구라면 어느정도 선에서는 들어주는 것이 맞았다.

혈족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외인이 되어버린 그녀에게 가족의 정을 들이밀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거절하셔야해요. 대체 당장 백만냥이 어디서 난다는 말씀인가요!"

"아무래도.....소문을 들은듯 합니다."

당서윤은 착잡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무슨 소문이요?"

"금철방으로부터 백만냥을 받아냈다는 소문말입니다."

"그건 장 대협이 목숨을 걸고 얻어낸 거잖아! 그걸 왜 달라고 하는 거죠!"

"큰 돈이 들어오니 그게 여윳자금으로 보인 것 같습니다."

당서윤은 난감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때 들어온 백만냥은 이미 다 써버렸잖아요?"

"언니는 그런 사정은 모르는듯합니다."

"그럼 거절하셔야죠."

"저희가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지금 저희는 천무맹의 비호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 비호에는 분명 언니의 입김이 들어가 있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거절했다가 만약 비호가 철회라도 되면 무척 난감해질 것입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금적화는 입을 꾹 다물었다.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 떄문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지금 당가는 천무맹의 원조를 받고 있었다.

천무맹 최고의 무력부대라고 불리우는 청룡당이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전력들이 수색대로 빠져나간 현 상황에서는 천무맹의 비호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지원 요청을 거절하고 그녀와 척을 지게 된다면 무척이나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고 말 것이다.

자칫하면 비호가 철회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한 번 비호 선언을 했는데...그걸 철회 하시겠어요?"

"그건 삼부인께서 언니에 대해 잘 모르셔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언니는 당가의 표본과도 같은 인간이라 원수는 열배로 갚는 여인입니다. 만약 이번 지원 요청을 거절한다면 어떻게든 불이익을 주려고 할겁니다. 혈족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죠."

당서윤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금적화는 입을 꾹 다물었다.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요랑님"

당서윤은 요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얼마나 여윳자금이 있는지 물어볼 심산이었다.

재경각에서 회계업무를 맡고 있는 그녀라면 단번에 대답해 줄 것이리라

"응!"

요랑은 활기차게 답하였다.

"혹여 지금 세가에 여윳자금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여윳자금이라면 혹시 마음대로 써도 다른 사업에 누가 안되는 금액 말하는거야?"

"네, 맞습니다."

"삼십만냥!"

요랑은 당차게 답하였다.

"정말 그것밖에 안되는 건가요?"

그녀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거무죽죽한 표정을 지은 채 다시금 되물었다.

여윳자금이 고작 삼십만냥이라니 적어도 너무 적었다.

"응! 이번 달은 지출이 많았거든!"

"대체 어떤 지출을 했길래. 그것밖에 안남은 건가요? 꽤나 큰 흑자를 벌어들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일단 부서진 세가 내 건물들을 보수했어. 그리고 완전히 불타버린 녀석들은 아예 철거하고 다시 지었어. 그리고 목재의 경우 저 멀리 북해 근처에서 자라는 철목이라는 튼튼한 나무를 썼고 바위는 저 운남에 있는 채석장에서 직접 공수해왔어. 엄청 튼튼하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이번에 무사들의 역량을 키운다면서 영약을 엄청 사들였고...또...또.."

그녀의 물음에 요랑은 거침없이 지출 내역을 빠짐없이 말하기 시작하였다.

한 번 기억한 것은 절대 잊지 않는 기억력을 가진 그녀였다.

이번달 지출 내역 정도는 줄줄 꿰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쓰니까 삼십만냥 정도 남게 되었어."

말을 마친 요랑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당서윤을 바라보았다.

마치 칭찬해달라는 것처럼 말이다.

"..............."

어마어마한 지출 내역을 들은 당서윤은 할 말을 잃었다.

설마하니 저렇게까지 상세하게 말해줄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듣다보니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말한 내용 전부가 자신이 지시한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고마워요. 요랑님"

멍하니 있던 당서윤은 이내 요랑에게 감사를 표하였다.

저렇게 수많은 업무를 무임금이나 다름없는 비용으로 처리한 요랑에 대한 감사함이 올라왔기때문이었다.

"헤헤헤, 뭘."

그녀의 감사에 요랑은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혔다.

칭찬이라는 것은 언제나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랑님 혹시 돈을 좀더 융통할 방도는 없나요?"

"얼마나?"

"최대한 뽑아낼수 있을 정도로 뽑아낸다는 가정하에요."

"힘들 것 같은데? 이미 결재한 사안은 철회가 불가능해."

요랑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업체를 처리하지 않는 이상 말이야."

"사...사업체요?"

"응, 백만냥이라는 거금을 만들어내려면 적어도 소규모 사업체 두 세개는 날릴 각오해야할 껄?"

"............"

그녀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당진설에게 보낼 지원금 때문에 사업체를 정리하는게 과연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떄문이었다.

"아, 물론 전장에서 빌리는 방법도 있어."

그녀가 말이 없자 요랑은 생각난듯 다른 방법을 제시하였다.

"백만냥이나 되는 거금을 한꺼번에 빌려줄 곳이 있을까요?"

"있기야 할거야. 하지만 이자가 만만치 않을걸? 백만냥이라는 거액이 한번에 빠지면 전장에서 돈을 굴리지 못하니까. 제대로 뽑아내려고 들거야."

요랑은 나름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돈관련 이야기만 나오면 누구보다 진지해지는 그녀였다.

"요랑님 생각은 어떤가요? 사업체를 빼내는게 나을까요? 아니면 전장에서 빌리고 이자를 내는게 나을까요?"

"그냥 안주면 안돼?"

요랑은 전혀 다른 선택지를 제시하였다.

애초에 안주면 모든게 해결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럴 수는 없어요.지금 상황에선 언니와 척을 질 수 없어요. 저희는 천무맹의 비호가 필요해요."

요랑의 물음에 당서윤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런거 없어도 나랑 옥령이가 있잖아?"

요랑은 뭐가 문제냐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요랑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청룡대가 아무리 강해봤자 자신과 옥령에 비하면 세발의 피에 불과한 전력이었다.

옥령의 경우 화경이라고 불리우는 지고한 경지에 다다른 고수였고 자신 또한 화경 못지 않은 무력을 지니고 있는 영물 중에 영물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런 빈약한 녀석들에게 기댄다는 말인가

"두 사람 모두 공식선상에서는 모습을 드러내면 안되잖아요."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게다가 천무맹의 비호는 방위 뿐만 아니라 사업에도 엄청난 이득을 주고 있어요. 만약 그들의 비호가 없었다면 어마어마한 견제를 받았을테니까요."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천무맹의 비호는 방위뿐만 아니라 사업적인 측면에도 어마어마한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천무맹은 무림 최고의 세력이었다.

그런 천무맹이 비호하고 있는 당가를 건든다는 것은 곧 무림 최고의 세력을 건든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대체 어떤 이들이 그들을 함부로 대할 수 있겠는가

덕분에 당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표물이나 호위업은 무척이나 호황을 이루고 있는 추세였다.

"......흐음"

그녀의 말을 들은 요랑은 고민된다는듯이 침음성을 내뱉었다.

인간사는 생각보다 피로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