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61화 (362/1,419)

〈 361화 〉 362.요랑, 파업을 선언하다.

부웅

한 청년이 무척이나 거대한 대검을 빠르게 휘두르고 있었다.

덩치에 맞지 않은 거대한 크기의 검이었지만 남자는 마치 단검을 휘두르듯 자유자재로 대검을 휘두르며 위용을 뽐내었다.

부웅

다시금 허공에 대검이 날아들었다.

검에 실린 내력이 상당했던 것인지

공기가 갈라지며 귀가 따가울 정도의 파공성이 퍼져나갔다.

.

.

.

.

.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하아....하아...하아..하아."

어느새 검무를 멈춘 남자는 격하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아마 무아지경에 빠져들어 호흡하는 것조차 잊은 것이리라

이내 남자의 입가에는 얕은 미소가 지어졌다.

짝 짝 짝

그때 뒤편에서 손뼉을 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놀란 남자는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중년미부의 모습을 말이다.

"당주님!"

남자는 재빨리 부복하여 예를 갖추었다.

자신의 최고 상사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바로 집법당주 팽가련이었다.

"검이 예사롭지 않군요. 혹여 성취가 있던 것입니까?"

"....근래 작은 깨달음이 있던 것 뿐입니다."

팽가련의 말을 들은 남자는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동경하는 여인이 치겨세워주니 부끄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훌륭합니다. 과연 천무맹 최고의 기재답군요."

"자꾸 금칠을 해주니 어떤 반응을 해야할지 난감합니다."

남자는 연신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금칠이라뇨? 천룡검 강명이라 하면 천무맹에 모르는 이가 없지 않나요?"

"아..아닙니다. 전부 허명일 뿐이지요."

"강대주, 예전부터 말하지만 그대는 겸손이 과합니다. 그런 겸손은 다른 이에게 박탈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시..시정하겠습니다."

강명은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팽가련은 그런 강명의 모습을 무척이나 고혹적인 미소를 지은 채 바라보았다.

이 재능 넘치는 젊은 협사가 무척이나 귀여워보였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렇고 저번에 제가 한 말은 생각해보셨나요?"

"그...아무래도 저는 후계 경쟁에 끼는 것은 거부감이 듭니다."

강명은 실로 곤란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기껏 제안을 해준 팽가련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재고할 생각은 없나요?"

"특정한 누군가의 편에 서는 것은 거리감이 듭니다."

"강 대주, 잘생각해보세요. 그대도 청운의 꿈을 안고 천무맹에 들어온게 아닌가요?"

팽가련은 설득하듯 그에게 말하였다.

강명은 천무맹에서도 손꼽히는 기재였다.

그런 그를 쉽사리 포기할 수는 없었다.

"죄송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그저 흐르는대로 사는 편이 맞는 것 같습니다."

강명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재차 거절을 하였다.

후계 쟁탈전에 끼어든다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었다.

특히 강명처럼 힘써줄 사문도 연줄도 없는 이에게는 더더욱 말이다.

질끈

강명의 거절을 들은 팽가련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래선 안되었다.

이미 다른 후계들은 중원에 명성을 떨치고 있는 기재들을 하나둘씩 영입한 상태였다.

자신 또한 그들 못지 않은 인재의 공급이 필요하였다.

눈앞에 있는 강명처럼 말이다.

놓칠 수 없었다.

만약 그마저 놓친다면 후계위가 더욱더 멀어지게 되리라

팽가련의 눈이 표독스럽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강대주."

팽가련은 무척이나 농익은 음색으로 강명을 불렀다.

"말씀하십시오."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차라도 한 잔하면서 담소를 나누는게 어떤가요?"

팽가련은 풍만하고 육덕진 몸을 배배 꼬며 말을 이었다.

"크험..무슨 말을 하셔도 저는 말을 바꿀 의향이 없습니다."

그녀의 농익은 몸짓에 민망함이 든 강명은 헛기침을 뱉어내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저는 그저 강대주와 차를 나누고 싶은 것 뿐이니까요."

팽가련은 매혹적인 눈빛으로 강명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그리고 팽가련의 매혹적인 모습에 넋이 나간 강명은 그저 멍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자..어서요."

팽가련은 강명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아.알겠습니다."

강명은 부끄러운듯 대답하고 그녀가 이끄는대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그의 얼굴은 무척이나 상기 되어 있었다.

팽가련은 그런 강명을 보며 슬쩍 미소를 짓고는 그대로 자신의 집무실로 데려갔다.

아주 은밀하고 방음이 잘되는 자신의 집무실로 말이다.

.

.

.

.

.

그로부터 며칠뒤 놀라운 소식이 세인들의 귀에 전해졌다.

중립을 지키겠다고 선언한 천룡검 강명이 입장을 바꾸고 삼공녀인 이기연의 밑으로 들어가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다.

그 소식을 들은 그의 지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대쪽같은 성품을 지닌 그가 고집을 꺾고 후계싸움에 끼어들었으니 말이다.

그 소식들은 다른 후계들은 긴장하였고 기재 영입에 더욱더 기를 쓰기 시작하였다.

후계 위를 차지하기 위하여 말이다.

*************

"육부인, 삼진상단 영초 거래서 시세 차익을 알아봐주실 수 있겠습니까?"

한 남자가 서류 한장을 들이밀며 말을 이었다.

"일각 있다와."

앞에서 자판을 빠르게 두들기던 여인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육부인, 유화상단에서 이번 병장기 출고가에 세율까지 포함된거지 궁금하다며 서신을 전해왔습니다."

또 다른 이가 여인에게 다가와 서신 한통을 펼쳐 읽었다.

"당연히 미포함이지! 그 가격을 날로 먹겠다는 건 대체 무슨 심보야!"

그 말을 들은 여인은 신경질을 내며 말을 이었다.

말같지 않은 소리를 계속 듣고 있으니 짜증이 치밀었기 때문이었다.

"육부인.!"

"육부인!"

"육부인!"

그 후에도 수많은 이들이 그녀를 부르며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하였다.

"다들 책상 위에 올려두고 나가!"

짜증이 솟구친 여인은 있는대로 인상을 찌푸리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그녀에게 서류를 전달하던 이들은 일제히 책상위에 서류를 올려두고 재빨리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폭발하기 직전이라는 것을 눈치챈 탓이었다.

사람들이 나가자 여인은 짜증섞인 시선으로 책상 위에 서류더미를 바라보았다.

"젠장"

여인은 서류더미를 보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끝도없이 몰려드는 물량공세에 그녀 또한 지친 탓이었다.

"안해!"

그녀는 선언하듯 고함을 내질렀다.

분명 자신이 심심해하기는 했지만 이건 아니었다.

회계에 관련된 거의 모든 업무를 자신에게 일임하고 있지 않은가?

어불성설한 말이었다.

또각 또각

그때 바깥쪽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익

이내 문이 열리고 고급진 비단옷을 입은 귀부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무슨 일있으신가요? 요랑님."

"금적화!"

요랑은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인 금적화를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모두 저 여자 때문이었다.

저 여자의 꾐에 넘어가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시달리지 않았을테니까 말이다.

"네, 말씀하세요."

"파업 선언이야. 이제 일 안해."

요랑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채 입을 열었다.

"에이, 또 왜그러세요. 천축에서 건너 온 당과라도 드릴까요?"

"그런걸로 날 매수하려고 하지마! 이제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어!"

요랑은 재차 도리질치며 입을 열었다.

회계와 세무 관련된 일을 하며 세상을 배우게 된 요랑이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일을 하던 어느날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이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노동 착취를 말이다.

사흘에 한 번정도 숙면을 취한 후 오로지 일에만 집중하는 그녀였다.

모든 회계업무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말이다.

이런 고급재원을 고작 당과 몇개로 부려먹고 있는 것이었다.

머리가 굵어질대로 굵어진 요랑은 생각하였다.

만약 자신이 급여를 돈으로 환산받았다면 그딴 당과 따위는 수천개도 우스울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자연히 반발심이 들었다.

정에 기대어 자신을 착취하는 악덕한 금적화를 말이다.

"후우...이번에는 어떤게 마음에 안드셨나요?"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인력충원을 약속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나 혼자 회계업무를 총괄하고 있잖아!"

"그거야 요랑님이 재경각 각주니까 그런거 아닌가요?"

"그럼 그에 맞는 봉급을 줘!"

"매일 당과와 전병을 드리지 않나요?"

"그건 복지고! 돈을 달라는 말이야! 돈을!"

복지와 봉급의 차이정도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요랑이었다.

"아니, 신선이 되신다는 분이 어찌 재물을 탐하시나요?"

"난 노동에 걸맞는 대가를 요구하는 거야! 돈을 줘!"

요랑은 으르렁 거리며 말을 이었다.

"얼마를 원하시나요?"

"한달에 은자 삼백냥"

"말도 안되요!"

요랑의 말을 들은 금적화는 말도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은자 삼백냥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일반적인 평무사의 월봉이 은자 열네냥정도였다.

그리고 전임 재경각주의 월봉 또한 연차가 정년직전까지 차도 고작 은자 팔십냥 정도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은자 삼백냥이라니?

너무나 크나큰 금액이 아닌가?

"얼마나 말도 안되는 금액인지는 아시는 거죠?"

"조정할 의향은 있어."

요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은자 오십냥은 어떤가요?"

"은자 이백구십구냥."

요랑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일반적인 평무사의 월봉이 은자 열 네냥이에요. 그런데 은자 삼백냥라니요? 평무사 스무명을 합친것보다 많은 액수잖아요!"

"평무사 스무명보다 나 하나가 더 쓸모있잖아? 당연한 결과야."

요랑은 확신에 찬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방위 업무와 회계업무를 동일선상에 놓을 수 없어요."

"그럼 방위업무를 내가 할게. 그리고 내가 걔네 보다 백배는 강할테니까 월봉으로 천 사백냥씩 줄래?"

"그런식으로 계산 할 수 없어요!"

"왜 없어! 왜 없어!"

요랑은 금적화에게 따지고 들었다.

둘 사이에서는 꽤나 격한 말다툼이 오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럼 이렇게해요. 은자 백냥 어때요?"

"끈질겨. 은자 이백 오십냥."

요랑은 완강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요랑님, 전임 재경각주도 월봉이 은자 팔십냥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이백 오십냥이라뇨. 너무 많아요."

금적화는 쭈뼛거리며 말을 이었다.

"나는 전임 재경각주보다 일을 두배로 하잖아? 그것도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말이야. 이정도는 충분히 받아도 된다고 생각해."

요랑은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금적화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사흘에 한 번 잔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아는 사실이었다.

영물 특유의 무한한 체력덕분에 많은 수면이 필요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녀의 천재적인 두뇌는 그 어떠한 오차도 허락치 않았다.

덕분에 회계 관련된 부담은 크게 줄어든 상태였다.

"금적화, 잘 생각해. 나는 아쉬울게 없는 영물이야. 아쉬운 건 당가라고. 이백오십냥만으로 나라는 재원을 묶어둘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히 여겨야한다고."

요랑은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저..이백냥은 안될까요?"

"흐음...무척이나 불만스러운 금액인데.."

"대신 업무량을 좀 줄여드릴게요."

"얼마나?"

"삼분지 일정도?"

"좋아."

요랑은 금적화의 제안이 마음에 든듯 환하게 웃으며 답을 하였다.

"후우"

한 편 그녀에게 거액의 월봉을 제시한 금적화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천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연봉협상마저 스스로 터득할 줄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이제는 그녀를 무임금이나 다름없는 금액으로 부리는 것은 포기해야할 듯 싶었다.

쾅 쾅

그때 귓가에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누구야?"

갑작스러운 소란에 요랑은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방문을 쳐다보았다.

"육부인! 접니다. 당삼."

"무슨 일인데?"

"가주 대리님의 전언을 가지고 왔습니다."

"긴히 드릴 말이 있으니 육부인과 삼부인을 모시고 오라는 명이 있었습니다."

"지금 바쁜데?"

요랑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안그래도 해야할 일이 산더미였다.

그런데 별안간 무슨 용건으로 부른다는 말인가

용건이 있으면 본인이 오면 될 것을 말이다.

"무척 급한 일이라고 합니다."

"무슨 일인데?"

"자세한 상황은 얘기해주시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데려오라는 전언만 들었을 뿐입니다."

"후우....알았어."

그의 말을 들은 요랑은 대충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서서히 일어났다.

번거롭고 귀찮긴 하였지만 당서윤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복지에 관해선 갔다와서 마무리 짓자고."

요랑은 금적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미 끝난 거 아니였어요?"

그녀의 말을 들은 금적화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이미 관련 사안은 결정된게 아니던가?

"내가 서류 업무를 하면서 배운게 있어. 그건 모든 약속은 서면으로 남기는게 중요하다는 거야."

요랑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갔다오면 계약서부터 쓸거니까 그리 알아."

"하...하..하"

그녀의 말을 들은 금적화는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이제는 요랑이 영물인지 인간인지 헷깔릴 지경이었기 때문이었다.

말을 마친 요랑은 그대로 재경각 밖을 나섰고 금적화 또한 그녀의 뒤를 뒤따라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