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5화 〉 356.본녀는 정부인이다!
쩌저저저적
북궁연의 주위에서 휘몰아치는 설풍이 빙궁을 얼리기 시작하였다.
화르르르륵
그리고 능소화의 주위에서 뿜어져나오는 불길이 얼었던 빙궁을 다시 녹이기 시작하였다.
콰콰쾅
그와 동시에 두 여인의 손바닥이 맞부딪쳤다.
그러자 이내 굉음이 터져나오더니 두 여인이 뒤로 밀려나게 되었다.
서로 엇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전부터 꼴같잖게 구는게 마음에 안들었어."
북궁연은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본녀도 마찬가지다! 그대의 야만스러운 부분이 심히 거슬렸다."
"그럼 처음부터 들이받지 그랬어?"
"흥, 본녀도 수준이 같아질 수는 없지 않겠는가?"
능소화는 코웃음을 치며 말을 받았다.
"그럼 왜 이제와서 이러는 걸까?"
"그대가 본녀의 것을 탐하지 않았더냐!"
"너의 것이라?"
북궁연은 모르겠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선우말이다!"
"재밌는 말을 하네."
북궁연은 비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분명히 선우가 물건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이제는 물건 취급을 하네?"
"..........."
"네 말 그대로 돌려줄게. 선우는 물건이 아니야. 네것은 더더욱 아니지."
"본녀는 정부인이다!"
"그래서 결혼을 했던가?"
"...할 것이다!"
"지금은 안했다는 거잖아? 그런데 무슨 권리로 그를 구속하려고 하지?"
"이이익! 그대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논리가 부족하니까 힘을 앞세우네? 이래서 멍청한 애들은 안돼."
"본녀는 멍청하지 않다!"
"나한테는 너무나 멍청한데?"
화르르르륵
북궁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대한 불덩이가 날아들었다.
쿠우우웅
그러자 바닥에서 빙벽이 세워지더니 그대로 불덩이를 막아버렸다.
화아아아아아
솨아아아아아
이내 불과 얼음이 맞부딪히며 이곳저곳이 파괴되기 시작하였다.
"허어"
선우는 헛웃음을 내뱉고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은 채 그 파괴적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이 무슨 짓을 벌인 것인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좀더 조심스러워야했다.
좀더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줘야했다.
북궁연을 받아들일만한 마음의 준비를 말이다.
콰콰콰쾅
굉음이 다시금 터져나왔다.
대리석으로 되어있는 빙궁 바닥에 슬금 슬금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분명 수없이 몰아치는 냉기와 화기를 견디지 못한 것이리라
"용서못한다! 본녀는 네년을 용서 못한다!"
"누가 용서해달래? 나도 네년의 용서따위는 필요없어!"
이내 두 사람의 감정이 극에 달할 정도로 격해지기 시작하였다.
"죽어라!"
"너나 죽어!"
그리고 두사람의 몸에서는 지금까지하고는 비교조차하기 힘들정도로 어마어마한 기운들이 몰아치기 시작하였다.
콰아아아아아아
능소화는 어마어마한 열기가 응축되어 있는 거대한 구체를 북궁연을 향해 날려버렸다.
마치 작은 태양이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이 일정도의 열기가 피부에 전해져왔다.
솨아아아아아아
북궁연은 어마어마한 냉기가 응축되어 있는 손바닥을 그때 쭉 뻗었다.
그러자 혹한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냉기가 그대로 능소화를 향해 쏟아져내렸다.
북해빙궁의 비전절기인 빙백신장氷白神掌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콰콰콰콰쾅
두 거대한 힘이 부딪히며 굉음이 터져나왔고 빙궁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너무나 강한 충돌로 인해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듯 하였다.
'말려야한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생각하였다.
어떻게든 이 싸움을 말려야한다고 말이다.
이러다간 빙궁이 완전히 부숴져버릴 것이다.
우우우우웅
선우는 음양조화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였다.
그러자 음양조화기가 온몸에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이내 일렁이던 음양조화기가 그대로 몸에 스며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양조화기가 온몸을 끊임없이 순환하기 시작하였다.
'좋아, 이제 건곤대나이를 더한다.'
선우는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함과 동시에 건곤대나이 신공의 구결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지끈 지끈
그러자 머릿속에 상당한 무리가 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굴하지 않았다.
저 초월자들의 싸움을 말리기 위해선 적어도 두 가지 공능을 섞을 필요가 있었다.
흉마나 강패같은 이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여인들이었으니 말이다.
우우우우웅
이내 선우는 감각이 극대화되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크윽...됐어.'
물론 부작용으로 머리가 미칠듯이 아파왔지만 상관없었다.
두 사람의 싸움만 말릴 수 있다면 말이다.
선우는 재빨리 신형을 날렸다.
그리고 건곤대나이를 이용하여 그녀들이 쏘아보낸 기운들의 흐름을 제어하기 시작하였다.
건곤대나이 특성상 작은 내력으로도 커다란 힘을 충분히 마음껏 비틀 수 있었다.
하지만 현경에 다다른 그녀들의 전심전력을 비트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무리가 왔다.
'.........이게 현경이구나.'
선우는 감탄하였다.
현경에 다다른 이들의 위대한 힘을 말이다.
'비튼다!'
건곤대나이를 운용한 선우는 그대로 냉기와 열기의 흐름을 잡아내었다.
그리고 내력을 이용하여 비틀기 시작하였다.
동시에 비틀어야했다.
만약 한쪽만 비틀 경우 다른 쪽이 크게 다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으득
이빨을 으득하고 씹었다.
음양조화신공과 건곤대나이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였다.
"비틀어져라!"
비튼 방향은 위쪽이었다.
그리고 이내 두 여인의 전심전력이 그대로 위쪽으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솨아아아아아아아
그 모습을 본 두 여인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찌 자신들의 공격이 그대로 방향을 바꾼다는 말인가
그녀들은 시선을 돌려 뒤편을 바라보았다.
그곳을 보니 식은땀을 가득 흘리고 있는 선우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 당장 힘을 거두지 않으면 두 사람 모두 평생 안볼거야!"
선우는 그녀들의 이목이 끌리자 그대로 선언하듯 고함을 내질렀다.
그는 핏발 선 눈으로 진지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은 그의 말에 신빙성을 더해주었다.
"하지만 이여자가!"
"그치만 이 계집이!"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와 북궁연은 반발하듯 언성을 높였다.
"난 분명 말했어. 난 두 번 말 안해."
선우는 그런 그녀들을 차가운 시선으로 노려보며 다시금 경고하듯 말을 이었다.
강경하게 나가야했다.
이대로 저 초월자들이 원하는대로 냅뒀다간 사단이 나도 크게 날 것이 분명하였다.
"..............."
".............."
한 없이 진지한 선우의 태도 때문일까
두 여인은 말없이 흩뿌렸던 기운들을 거두기 시작하였다.
"따라와."
선우는 차갑기 그지 없는 표정을 지은 채 그대로 몸을 돌렸다.
두 여인은 서로를 죽일듯한 시선으로 노려보며 천천히 선우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
"앉아."
방으로 돌아온 선우는 북궁연과 능소화에게 자리를 권하였다.
그 말을 들은 북궁연과 능소화는 한참을 주뼛거리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서."
털썩
그 진지한 눈빛에 주눅이 든 것일까
북궁연과 능소화는 그대로 자리에 앉아버렸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만족스럽다는듯이 고개를 살짝 주억거렸다.
"일단 사과를 하고 싶어."
선우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소화 너에게 상담도 없이 다른 여인을 멋대로 받아들인 것은 내 잘못이야. 네가 충분히 화날만했다고 생각해."
선우는 앞으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였다.
"미안해."
"...........아니다..이건 전부 저 여자가..."
선우의 사과를 받은 능소화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아니, 이건 내 의지야. 북궁연을 품고 그녀를 받아들인 건 내 의지였어. 그녀는 잘못한게 없어."
선우는 제대로 된 사실을 말하였다.
그녀의 유혹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결국 선택한 것은 자신이었다.
그걸 북궁연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 된 일이었다.
".............."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어떤 말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그녀가 북궁연에게 성난 황소처럼 달려들었던 이유는 합리화를 위해서였다.
선우가 절대 자신을 놔두고 바람피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지키기 위한 합리화 말이다.
그런데 선우 입에서 그걸 부정하니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동시에 어마어마한 배신감이 들기 시작하였다.
자신이라는 정인을 놔두고 어찌 저런 흉악한 여인과 잠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인가
자신이 그녀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몸소 봤으면서 말이다.
능소화는 원망어린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미안해."
그녀의 원망어린 시선을 본 선우는 다시금 사과하였다.
무슨 말을 해도 변명밖에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변명할 생각은 없어. 그저 용서를 빌 뿐이야."
선우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말을 이었다.
"............그대는 나쁘다."
능소화는 물기어린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미 수많은 여인들을 데리고 있으면서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말인가?"
"............"
"본녀도 중간에 끼어든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실로 난봉꾼 기질이 있는 자로다."
능소화는 눈물을 몇 방울 흘리며 말을 이었다.
"본녀도 이해할 수 있다. 어찌 남자가 하는 일에 아녀자가 함부로 나선다는 말인가 일세 영웅인 그대에게 수많은 여인들이 꼬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영웅호색이라는 말도 있지 않더냐? 자신의 우수한 씨앗을 세상에 널리 퍼트리고 싶은 것은 남자의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능소화는 이내 담담하게 표정을 굳히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내 능소화는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저 여자는 안된다."
능소화는 단언하듯 말을 이었다.
"어찌 그대의 짝으로 저런 흉악하고 무도한 여자를 맞이한다는 말인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어차피 하룻밤의 풋정이 아니던가? 그저 추억으로 남기거라."
"야, 죽을래?"
능소화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싸늘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뭐라!?"
"누구 마음대로 사람을 추억으로 남기라마라야? 추억이 될거면 너 혼자 돼."
"뭐라! 본녀는 선우에게 순결을 바쳤다! 모든 것을 바쳤단 말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저 하룻밤의 실수이다!"
"실수는 너겠지!"
"뭐라!?"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도 몇 번이고 했다고."
북궁연은 성난 기세로 말을 이었다.
"넌 몇 번이나 했지?"
"..........그게 무슨 말이더냐?"
그녀의 노골적인 질문에 능소화는 당황한듯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선우에게 얼마나 많은 정을 받았냐고?"
"..........한 번이다."
능소화는 부끄러운듯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뭐라고?"
그 말을 들은 북궁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에게 되물었다.
"고작 한 번 정을 받아놓고 본부인 행세를 했던거야?"
북궁연은 한껏 비웃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시간이 없었을 뿐이다! 북해로 가면 더 해주기로 약속을 하였다!"
"흥, 너와 할 때 기분 좋았다면 그렇게 도망치듯 그만두지는 않았겠지."
"뭐라!"
능소화는 발끈하듯 언성을 높였다.
"나와 할때 선우는 정말 행복해 하더라고. 그러니까 오늘 점심때까지 관계를 맺은게 아니겠어?"
북궁연은 차갑기 그지 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한 번하고 그만둔 너랑은 달리 말이야."
"웃기지말거라! 분명 본녀가 말하지 않았더냐!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고 말이다! "
"여의치 않았어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면 더욱더 했겠지."
"아니다!"
"아니긴!"
능소화와 북궁연은 다시금 언성을 높이며 말을 이었다.
유혈사태를 겨우겨우 피하긴 했지만 말싸움까지 진정시키진 못한듯 하였다.
"그만"
선우는 작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만 싸워."
선우는 진지하기 그지 없는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소화"
선우는 능소화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쉽게도 나는 북궁연을 포기할 생각은 없어. 내게 모든 것을 바친 여자를 어떻게 함부로 내칠 수 있겠어? 그런 것 나는 못해. 못들은 걸로 할게."
"...........하지만!"
"네 심정도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이건 내 신념이야. 난 필요에 의해서 내 사람을 버리는 일은 할 수 없어."
"............."
그 말을 들은 능소화는 고개를 푹 숙였다.
선우의 생각이 확고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북궁연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선우가 자신의 편을 들어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북궁연."
선우는 진지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북궁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응?"
"소화를 도발하지마."
"도발이라니?"
북궁연은 모르겠다는듯이 시치미를 떼며 말을 이었다.
"네가 자꾸 소화의 속을 긁는 거 모를 것 같아?"
선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북궁연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너와 마찬가지로 그녀 또한 내가 사랑하는 여자야. 내 여자를 괴롭히지마."
"..............."
선우의 차가운 말을 들은 북궁연은 입을 꾹 다물었다.
설마하니 이렇게 직접적인 경고를 들을 줄은 예기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대답은?"
선우는 엄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알았어."
선우의 얼굴을 마주한 북궁연은 마지못해 고개를 주억거렸다.
"너희 둘다 내가 사랑하는 여인들이야. 난 그런 너희들이 사이좋게까지는 힘들어도 서로 죽자살자 달려들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두 여인이 말이 없자 선우는 진중한 표정을 지은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건 정말 마지막 경고야. 말싸움정도야 어쩔 수 없다지만 서로 기운을 흩뿌리며 달려드는 것은 용서치 않을 거야. 만약 이런 일이 또 발생한다면 두 사람 모두 안볼테니까 그리 알아둬. 알았어?"
"................"
"................"
선우의 말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두 여인 중 누구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었다.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서로에게 달려들지 않을 확신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