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4화 〉 355.이 도둑 고양이 같은년!
"후후후후후"
이내 능소화의 음흉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지금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자신에게 크나큰 쾌락을 주었던 몽둥이가 드디어 제 크기를 되찾았기 때문이었다.
"그대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능소화는 선우를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뭐가?"
"내가 가장 사랑하게 될 몽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마 첫 경험을 했을 때 농담을 말하는듯 하였다.
"그 말이 사실이도다. 본녀는 이 몽둥이가 너무나 좋구나. 어서 빨리 넣고싶다."
말을 마친 능소화는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하였다.
"잠깐..잠깐!"
선우는 능소화의 적극적인 행동을 만류하듯 언성을 높였다.
"하아...하아...하아..왜 그러는 것이더냐?"
능소화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그에게 물었다.
"하아....하아..혹여 그대가 벗기고 싶은 것이더냐?"
"그런게 아니라......"
"그럼 무엇이더냐? 어서 빨리 말하거라. 그대가 그 어떤 것을 원하든 본녀는 들어줄 수 있다."
능소화는 뜨겁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두근 두근
그 눈빛을 마주한 선우는 심장이 미친듯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무슨 눈빛이...'
그녀는 마치 활화산 같았다.
폭발적이고 화끈하고 뜨거웠다.
마치 화상을 입을 것처럼 말이다.
"저....할 말이 있어.."
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급한게 아니라면 운우지락을 나눈 후 말하는 것이 어떤가? 본녀는 정욕이 너무 넘쳐 고통스럽다."
능소화는 진지하기 그지없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급한 일이야."
"흐으음"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불만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후우...알았다...대신 최대한 빠르게 말하길 부탁한다. 나는 그대가 말하는 동안 옷을 벗고 있겠다."
능소화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하였다.
그리고 천천히 옷매무새를 풀어헤치기 시작하였다.
"그...있잖아."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자 선우는 뜸을 들이기 시작하였다.
"내가 그 여자가 많다는 말을 했었지?"
"맞다. 상당 수의 여인들이 따른다고 들었다. 혹여 반성을 하는 것인가? 그런 것이라면 되었다. 전부 본녀를 만나기 전에 맺어뒀던 인연들이 아니던가? 혹여 본녀가 그런 것도 이해해주지 못할 만큼 속이 좁다고 여겼던 것인가?"
능소화는 아무렇지 않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내가 여인들이 몇 명이 있는지 얘기 했던가?"
"분명히 세 명이라고 하였다."
"맞아...세 명이라고 하였지..그런데 아무래도 이제는 세명이 아닌 것 같아."
"뭐라?"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화들짝 놀라며 그에게 되물었다.
"혹여 셋 중 다른 이와 헤어진 것이냐? "
"...........아니."
"근데 어찌 세 명이 아니라는 말인가?"
"...한명이 늘었어."
"................."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옷을 풀어헤치던 손길을 그대로 거두었다.
그리고 딱딱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가만히 선우를 바라보았다.
"본녀가 귀가 어두워 잘못 들은듯 하다. 다시금 말해줄 수 있겠는가?"
능소화는 딱딱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결코 웃고 있지 않았다.
"..............."
그 모습을 본 선우는 감히 입을 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기분이 좋아보이길래 은근슬쩍 말해보려고 하였는데 아무래도 소용없는 일인듯 싶었다.
그렇게 신나하던 그녀가 저리도 정색을 하니 말이다.
꿀꺽
선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의 딱딱한 태도에 긴장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세명이 아니라...네 명이라고."
"........그렇군."
그 말을 들은 능소화는 침중하기 그지 없는 표정을 지으며 선우를 바라보았다.
"원래부터 넷이었던 것인가?"
"아니, 원래는 셋이었어."
"그럼 하루사이에 셋에서 넷으로 바뀐 것인가?"
"그렇다고 할 수 있지."
"................"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침묵을 하였다.
우우우웅
그리고 이내 그녀의 몸 주위에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저것은 필시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는 증거이리라
선우는 긴장된 표정을 지은 채 그녀를 말없이 응시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후우"
이내 능소화의 입에서 커다란 한숨이 내쉬어졌다.
움찔
그 소리를 들은 선우는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고함이 터져나올 줄을 알고 잔뜩 긴장한 탓이었다.
"결국 이렇게 되었구나."
능소화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결국?"
"그렇다. 사실 본녀도 눈치채고 있었다. 본녀말고도 그대를 속으로 품고 있는 여인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뭐!?"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전혀 예기치 못한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본녀도 영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호의가 사랑하는 정인에게 향하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선명히 보이기 마련이다."
능소화는 슬픈이 가득 서려있는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슬프구나. 본녀로는 만족 못하는 것처럼 보여서 말이다."
"아니야...그런게 아니야."
선우는 고개를 도리질치며 말을 이었다.
그녀에게 불만족해서 일어난 상황이 아니었다.
어찌 보면 사고고 어찌보면 자신의 난봉꾼 기질이 발휘한 것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해를 못하는 바도 아니다. 그대는 뛰어난 영웅이니 수많은 여인들이 따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능소화는 진지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소화."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어마어마한 죄책감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자신은 이렇게 이해심 넓은 여인을 두고 어찌 그런 난봉을 부렸다는 말인가
"......미안해."
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사과를 하였다.
"사과따위는 되었다. 본녀가 말하지 않았던 것인가? 이해한다고 말이다. 그대는 하늘을 누비는 천룡이다. 그런데 어찌 내가 그대를 구속하는 사슬이 될 수 있겠는가? "
능소화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소화."
선우는 감동받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그녀가 자신을 이해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본녀는 이해할 수 있다. 더구나 본녀도 그 아이가 그리 싫지 않더구나."
".....그 아이?"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순간 무언가 거슬리는 단어를 짚어내었다.
그 아이라니?
북궁연은 능소화와 동갑이 아니던가?
그런 그녀를 그 아이라고 칭하다니?'
뿐만 아니라 두 여인은 서로 앙숙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싫지 않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 있다는 말인가?
이해가 안되었고 의문이 들었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란 말인가
"그렇다. 장난기가 심하긴 하지만 그래도 본녀의 신분을 알고도 스스럼없이 대해주는 무척이나 고마운 아이이다. 그 아이라면 본녀 또한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것 같구나."
능소화는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능소화가 착각을 해도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저기...소화야."
선우는 능소화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말하거라."
"혹시 네번 째 여인이 누구인지 알아?"
"본녀를 바보로 아는가? 설향이 아니던가?"
능소화는 확신에 찬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은근슬쩍 내비치던 그대에 대한 호감과 애정 어린 시선 그리고 그대 곁에 있을 때 끊임없이 올라가는 심박동 수까지 설향말고는 다른 이가 어디있겠는가?"
"............"
"꽤나 머리를 썼더구나. 설향과 온천을 보내어 친목도모를 유도하다니 말이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하였다. 갑작스럽게 단 둘이 온천을 가자고 하다니 말이다."
능소화는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어쨌든 본녀도 설향이라면 찬성이니라. 그만큼 싹싹한 아이도 흔치 않지 눈치도 빠르고 말이야. 아! 대신 아이를 갖는 것은 본녀가 먼저라는 사실은 잊으면 안되니라."
"..........저기."
"말하거라."
"설향이...아닌데?"
"뭐라!?"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놀란듯 되물었다.
"설향이 아니라고."
"아니 그럼 대체 누구란 말인가!"
능소화는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이 북해빙궁에 설향말고 선우에게 호감을 내비치는 이가 누가 있다는 말인가
번뜩
그때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이내 표정이 창백하기 그지없게 바뀌기 시작하였다.
"아닐 것이다....아니고 말고...선우도 눈이 있건만...어찌 그런 여자와.."
창백해진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쉴새없이 중얼거리기 시작하였다.
"선우여..어서..말해주거라...아니라고..말해달라는 말이다!"
능소화의 일말의 희망을 담은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애원하듯 말을 이었다.
"......북궁연"
하지만 선우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그녀의 일말의 희망마저 부숴버리고 말았다.
"선우여! 어찌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그대가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
선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능소화는 거칠게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화가 가득 차 있었다.
"어찌 본녀라는 정실을 놔두고! 그런 무도하기 그지없는 여인과 정을 통한다는 말인가! "
능소화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게...어떻게 하다보니까.."
"아니 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된다는 것인가! 이해할 수가 없구나! 고작 하루다! 고작 하루를 비웠을 뿐인데 어찌 이런 사단을 낸다는 말인가!"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 말대로 하루사이 사고를 친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타탁
그때 능소화가 갑자기 선우의 품에서 벗어나버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침상을 벗어나더니 곧바로 걸어나가기 시작하였다.
".....어디가?"
"그 여자한테 간다."
"뭐라고!?"
선우는 놀란듯 되물었다.
"분명 그 여우같은 여자가 순진한 그대를 꼬여낸 것이 분명하다! 걱정하지 말거라! 본녀가 단단히 매듭짓고 오겠느니라!"
말을 마친 그녀는 성큼 성큼 바깥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하였다.
"잠깐! 잠깐!"
선우는 다급히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그녀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저대로 능소화를 냅뒀다간 일이 더욱더 커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재빨리 걸음을 옮겨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소화야...진정해!"
"비켜라! 본녀는 그 여자를 만나야한다!"
선우는 재빨리 그녀의 양 어깨를 붙잡은 뒤 말을 이었다.
"너 지금 너무 흥분했어. 일단 흥분을 좀 가라앉히고..."
"비키거라!"
능소화는 선우의 손을 뿌리치고는 재빨리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마치 활화산같은 어마어마한 기운을 흩날리면서 말이다.
'조졌다!'
선우는 다시금 달려나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대로 그녀를 보냈다간 생사결이 일어날지도 몰랐다.
"진정하라니까!"
선우는 언성을 높이며 소리를 질렀다.
능소화가 필요이상으로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어서 놓거라! 본녀는 그 여자를 봐야한다!"
"봐서 어쩌려고!"
"불태워버릴 것이다!"
"그럼 안돼!"
"왜 안된다는 것이냐! 지금 본녀 앞에서 그 여자 편을 드는 것이냐?"
"그런 말이 아니잖아!"
"본녀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능소화는 분노로 인해 잔뜩 붉어진 얼굴을 한 채 고함을 내질렀다.
"그런거 아니라니까! 내가 다 처음부터 다 설명할게!"
"아니 설명은 충분하다! 그 이상은 변명이다! 본녀는 충분히 알아들었다! 요약하자면 그 여자가 죽일 년이라는 것이 아닌가?"
"무슨 요약을 그따위로 해!"
선우는 당황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대와 같이 자애롭고 멋지고 똑똑한 이가 그런 폭력적이고 흉폭한 여자와 밤을 지세울리 없지 않은가!"
능소화는 확신에 찬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선우여 걱정말거라. 본녀도 다 생각이 있느니라. 그대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어쩌려고?"
"뼛속까지 태워서 존재 자체를 없앨 예정이다. 아무도 시체를 발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안된다고!"
"말리지 말거라!"
선우는 어떻게든 능소화를 막으려고 하였고 능소화는 어떻게든 뚫고 북궁연에게 도달하려고 하였다.
선우와 능소화 사이의 실랑이가 점점 격해지기 시작하였다.
"뭐하는 거야."
그때 뒤편에서 싸늘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가 두 사람의 귓가를 자극하였다.
그 목소리를 들은 선우는 안색이 창백해지기 시작하였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선우와 반대로 능소화의 입가에는 함박 웃음이 지어졌다.
너무나 만나고 싶었던 상대가 제 발로 다가오니 반가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능소화는 선우가 멍때리고 있는 틈을 타 재빨리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흉포하기 그지없는 기운을 풍기며 말을 이었다.
"북궁연!"
"뭐."
북궁연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야기는 잘 들었다. 내가 없는 사이 재밌는 짓을 했더구나."
능소화는 활화산과도 같은 눈빛으로 북궁연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글쎄?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는데?"
그녀의 물음에 북궁연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시치미 떼지말거라! 이 도둑 고양이 같은년!"
그녀의 뻔뻔한 태도에 화가 난 능소화는 거칠게 언행을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도둑 고양이라니...누가봐도 호랑이 아니야?"
그녀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비웃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세상에 그대 같은 하찮은 호랑이는 없다!"
"그런 하찮은 호랑이한테 쥐잡듯이 처맞았던게 누구더라?"
"손속에 사정을 뒀거늘 주제를 모르는 구나!"
"나도 마찬가지야. 죽이려고 했으면 첫 수에 죽였을껄?"
"그럼 이번에는 진심으로 죽여보거라!"
화르르르르르륵
"나쁘지 않지!"
솨아아아아아아아
이내 두 여인의 몸에서 각 각 어마어마한 화기와 냉기가 치솟기 시작하였다.
빙궁 전체를 뒤덮을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선우는 그 모습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