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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49화 (350/1,419)

〈 349화 〉 350. 여린 속내를 드러내다.

"나 선우 사랑해. 헤헤헤."

북궁연은 몽롱한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당혹스러운 심정이 들었다.

호감을 품고 있다는 것은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긴 했지만 이런 돌직구라니?

너무 갑작스러웠다.

".......선우는 내가 싫어?"

선우가 말이 없자 북궁연은 울상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눈가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있었다.

"아니,그게....싫다기보단...갑작스러워서.."

그녀의 울먹임을 본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조울증이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급속도로 빠른 감정변화였다.

당혹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훌쩍...역시..훌쩍...너도..내가 싫은거구나?"

선우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흑..흑..흑..흑 아무도 나를 좋아해주지 않아...흑"

이내 북궁연은 서럽게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너를 좋아하는데?"

그녀의 울음소리에 놀란 선우는 다급히 그녀를 달래기 시작하였다.

"흐윽...흐극...정말?"

"정말이고 말고!"

선우는 확신에 찬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누가?"

북궁연은 모르겠다는듯이 물어봤다.

"............"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와 친분이 없다보니 누구와 친한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었다.

"흐아아아아앙! 역시 거짓말이었어!"

선우가 답이 없자 북궁연은 다시금 울음을 터트렸다.

"있어! 있다니까! 설향! 설향이 널 좋아한다고 했어!"

"훌쩍...설향이?"

"응응, 분명 네가 좋다고 말했어."

"헤헤헤헤헤"

선우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다시금 기분이 좋아졌는지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후우'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적당히 달랜듯 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너는?"

"응?"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북궁연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그녀의 물음을 들은 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생각해보았다.

자신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좋다 싫다라고 나눈다면 좋아한다고 할 수 있지만 이게 남녀 간의 애정사라기보단 은혜를 베풀어준 것이 대한 고마움의 감정이 더욱 컸다.

그녀가 무척 아름다운 것은 사실이나 이렇다할 친분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고마운 사람이야."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도리도리

그 말을 들은 북궁연은 고개를 도리질치기 시작하였다.

"그런거 말고 좋아? 아니면 싫어?"

"........좋아"

"헤헤헤헤헤헤헤"

선우의 대답에 만족한 것일까

북궁연은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헤픈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선우는 그 모습을 멍한 표정을 지은 채 바라보았다.

언제나 느낀 것이지만 아름다운 여인이 웃는 것은 적응이 되질 않았다.

볼 때마다 새롭고 볼 때마다 설레었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두근 두근

선우는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것을 느꼈다.

분명 그녀의 귀여운 미소에 직격당한 것이리라

그녀를 오랫동안 본 것은 아니지만 보는 내내 차갑고 거칠고 흉포함을 간직하고 있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귀엽게 미소를 짓고 있으니 도저히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귀여웠다.

귀여워도 너무나 귀여웠다.

"선우! 술먹자 술!"

웃음을 흘리던 북궁연은 별안간 술병을 들어올리더니 말을 이었다.

"그...나는 안먹는게 좋을 것 같은데..."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조심스레 거절을 하였다.

이미 북궁연의 주사로 인해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까지 취해버린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안돼!"

하지만 북궁연은 그런 선우의 생각따위는 알바가 아니였는지

언성을 높이며 거부를 하였다.

"술은 같이 먹어야지!"

"내가 술이 약해서...."

선우는 말끝을 흐리며 말을 이었다.

"괜찮아!"

북궁연은 상관없다는듯이 술병을 건네었다.

'내가 안괜찮다고!'

선우는 속으로 비명성을 내질렀다.

지금 북궁연은 술에 만취하여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하고 쇠고집만 남은 상태였다.

그녀는 그저 권할 뿐

절대 손을 거두지 않았다.

'하아'

선우는 속으로 한숨을 내쉰 후 그녀가 내민 술병을 받아들었다.

재차 거절해봤자 북궁연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벌컥 벌컥

그리고 그대로 들어올려 마시기 시작하였다.

'크으윽!'

술을 몇 모금 들이킨 선우는 목이 타는듯한 고통에 인상을 찌푸렸다.

독주라고 듣긴 했지만 독해도 너무 독했기 때문이었다.

'이거 농도만 더 짙으면 독이라 해도 믿겠는데?'

술을 마시며 선우는 생각하였다.

이 정도 농도면 북궁연이 충분히 취할만한다고 말이다.

'주독은 날려버려야지.'

몇 모금 들이킨 선우는 술병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주독을 날리기 위해 내력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취기가 올라오기 전에 전부 날려버릴 심산이었다.

터업

하지만 이내 손목에서 느껴지는 우악스러운 손길에 선우는 내력운용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왜!?"

선우는 깜짝 놀란 얼굴로 자신의 손목을 잡은 북궁연을 바라보았다.

"안돼."

북궁연은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뭐가?"

북궁연의 말을 들은 선우는 시치미를 떼며 입을 열었다.

"술은 취하려고 먹는거야."

북궁연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운용하던 내력을 서서히 거둬들였다.

그녀의 표정이 너무 단호하여 주독을 감히 날릴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얘 취한 척 하는거 아니야?'

그리고 선우는 의심이 들기 시작하였다.

혹여 이 여자가 취한 척하는 것은 아닐까하고 말이다.

어찌 내력을 운용하는 것을 이토록 귀신 같이 알아챈다는 말인가

"저...연아?"

위화감을 느낀 선우는 북궁연을 불렀다.

"응응 말해!"

그러자 북궁연은 언제 정색했다는듯이 활짝 웃으며 답을 하였다.

'뭐냐 너.'

"취한거 아니였어?"

"연아는 안취했어! 연아는 완전 주당이야!"

북궁연은 자신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두근

'지 이름 지가 부르기?'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심장이 폭격당한듯한 느낌을 받았다.

원래라면 사차원이라면서 무시할 법한 말투였지만 북궁연같은 절세미인이 하니 뭔가 다르게 들렸다.

그리고 북궁연이 상여자라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선우였다.

그 갭차이가 심장을 미친듯이 폭행을 하고 있었다.

"아...그래서 취기 날려보내려고 한 것도 눈치 챘구나?"

"응응! 너무 뻔히 보여서! 와샤샥 해버렸어!"

북궁연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생각하였다.

아무래도 취기를 날려보내는 것은 포기해야할 것 같다고 말이다.

덥석

그때 입안에 무언가 빠르게 찔러들어왔다.

'뭐야!?'

입 안에서 느껴지는 갑작스러운 감촉에 놀란 선우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육포를 쥐고 있는 북궁연의 하얀 손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빈 속에 먹으면 속 버려."

북궁연은 얕게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고마워."

우물 우물

고마움을 표한 선우는 그대로 육포를 씹어먹기 시작하였다.

입안 가득 짜조름한 고기향이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의외로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독주의 독함을 육포가 중화해주는 느낌이 들었으니 말이다.

*********

"후에에에엥......."

북궁연이 울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서럽게 말이다.

"왜....울어?"

선우는 취기로 인해 몽롱해진 눈으로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흐극..흑...나 슬퍼.."

"왜.....슬퍼?"

"소중한 사람들은 전부 나를 떠나가버려."

북궁연은 슬픈 눈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버지도...어머니도.....삼촌들도......모두 나를 떠났어.."

북궁연은 쉴새없이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나는....저주..받은..아이야...그러니까..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전부 불행해지는 거야....흑..흑...흑.."

".........그렇지 않아."

서글픈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선우는 고개를 도리질치며 입을 열었다.

"아니야, 난 저주 받은 아이가 분명해...나를 숨겨줬던 사람들.모두...북방군에게..잡혀 죽었어...전부..전부..나 때문이야. 나만 없었더라면..."

북궁연은 서글피 울며 속에 있던 말을 하나둘씩 내뱉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그런 그녀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분명 그녀의 잘못이 아닐 것이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예상은 할 수 있었다.

그녀가 모든 불행의 원인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가슴이 아팠다.

저 차갑고 딱딱한 겉모습 안에 어린아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연약한 내면을 꽁꽁 감추고 있있던 것이다.

더 이상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원래 북궁연은 저런 사람이었던 것이다.

장난기도 많고 밝게 웃을 줄 아는 아름다운 여인.

그런데 모진 세상의 풍파가 그런 그녀에게 차가운 가면을 씌운듯 하였다.

취기 때문에 감수성이 미친듯이 올라온 탓일까

그녀의 여린 모습을 보니 가슴이 미어질듯 아파오기 시작하였다.

어린 나이에 냉혹하기 그지 없는 세상에 던져진 후 모진 풍파를 겪으며 자라온 그녀에 대한 연민일지도 몰랐다.

선우는 생각하였다.

위로가 되고 싶다고 말이다.

저 여인의 눈물을 걷어내고 싶다고 말이다.

선우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아."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북궁연은 아쉬움에 탄식을 내뱉었다.

선우가 이대로 떠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렁 그렁

그런 생각이 들자 눈물이 더욱 더 치솟는 것을 느꼈다.

보내고 싶지 않았다.

가지 않았으면 하였다.

주르륵

"흐흑"

이내 북궁연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다시금 눈물을 주륵 흘리기 시작하였다.

선우가 떠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던 탓이었다.

포옥

그때 뒤편에서 등 전체를 감싸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따뜻했다.

그 온기가 너무 따뜻해서 쉴새없이 차오르던 슬픔마저 모든 보듬아주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내 북궁연은 알 수있었다.

선우가 떠나지 않고 자신을 보듬아줬다는 사실을 말이다.

"흐그윽...흑....흑..흑"

북궁연은 더욱더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그 눈물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위로가 되어준 선우에 대한 고마움의 눈물이었다.

그녀는 울고 또 울었다.

마음 속에 벅참이 가라앉을 때까지 말이다.

.

.

.

.

.

.

"............."

북궁연은 진정이 되었는지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천천히 몸을 떼려고 하였다.

상당히 오랫동안 안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덥석

하지만 북궁연은 그런 선우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

꼬옥

그리고 꼬옥 힘을 주기 시작하였다.

마치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이 말이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난감함을 느꼈다.

완강한 북궁연의 태도에 어찌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선우야."

그때 앞편에서 북궁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마워."

그녀는 진심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니라고 말해줘서 고마워. 위로를 해줘서 고마워....그리고 원수를 갚아줘서 고마워."

북궁연은 선우에게 쉴새 없이 고마움을 토로하였다.

그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선우를 바라보았다.

"흉마는 이십여년 동안 쫓던 불구대천의 원수였어. 그자의 머리를 터트려줘서 정말 고마워."

북궁연은 진지하기 그지 없는 얼굴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무 크나큰 은혜를 입어버렸어. 난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까?"

북궁연은 매혹적인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괜찮아."

그 눈빛에 부끄러움이 몰려온 탓일까

선우는 슬쩍 눈을 피하며 말을 이었다.

"아니, 내가 안괜찮아....하아...나는 네게 보답을 해야돼."

북궁연은 선우의 시선을 따라가며 고혹적인 목소리로 말하였다.

"하지만 너무나 큰 은혜라서 당장 갚는 것은 무리야."

"............."

"그러니까 평생 갚을게. 네 곁에서."

북궁연은 뜨거운 숨결을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얼굴이 잔뜩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지금은 취기가 올라온 상태였다.

게다가 장삼과 동화된 이후 감정이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배는 예민한 선우가 아니던가

그런 선우에게 북궁연의 고혹적인 말은 흥분을 야기시켰고 흥분은 이내 정욕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연아....그...그러니까."

선우는 가까스로 날아갈 것 같은 정신줄을 부여잡고 입을 열었다.

여기서 수락하면 수라장이 될 것이다.

상상이상의 수라장이 말이다.

거절해야한다.

어떻게든 거절해야한다.

"선우야."

그때 귓가에 북궁연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그녀의 부름에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잔뜩 상기된 얼굴과 고혹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농염하기 그지 없는 여인을 말이다.

"하아....네 솔직한 심정을 말해줘..

북궁연은 뜨거운 숨결을 내뱉으며 선우에게 물었다.

"..............."

그리고 그 뜨거운 숨결을 느낀 선우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건 반칙이 아니던가

어찌 이런 상황을 참아내라는 것인가

'안돼 안돼 안된다고!'

선우는 속으로 몇 번이고 도리질치기 시작하였다.

절대로 안된다고 말이다.

츄읍

하지만 그런 선우의 다짐도 입술에 맞닿은 부드러운 감촉에 의해 저 멀리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북궁연이 별안간 입을 맞춘 것이다.

이내 선우는 그 몰캉 몰캉한 부드러움에 그대로 매료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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