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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48화 (349/1,419)

〈 348화 〉 349. 만취하다.

"그런데 다른 아미의 제자들은 안간다고 하더냐?"

능소화는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열심히 꼬셔보긴 했는데 다들 오늘은 그냥 쉬겠다고 하더라고요."

설향은 아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도 권유를 안해본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피로가 가득 쌓인 아미의 제자들은 휴식을 택하였고 그녀는 결국 다른 사람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흐음, 하긴 다들 피곤할만 할것이다. 워낙 많은 일이 있었으니 말이다."

능소화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헤헤헤, 같이 못가긴 하지만 언니가 같이가준다니 기뻐요."

설향은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본녀도 그리 싫지 않은 기분이다."

능소화는 살포시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궁금한게 있다."

"뭔데요?"

"혹여 그 얼음덩이에게도 이런 제안을 한 것이냐?"

"네?"

"같이 가자는 제안 말이다."

능소화는 꽤나 진중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그...그럴리가요. 언니에게 제일 처음 물어본거랍니다."

설향은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말을 이었다.

사실 북궁연에게 제일 처음 물어봤던 그녀였다.

하지만 단호히 거절을 당하였고 차선책으로 능소화를 택한 것이다.

이 사실은 숨겨야했다.

만약 이 사실이 들통났다간 자존심 강한 능소화는 자신이 대용품이라며 화를 잔뜩 내며 거절을 할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구나..흐음..그랬어."

설향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흡족스러운듯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설향이 북궁화가 아닌 자신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운듯 하였다.

"좋다! 당장 갈 채비를 하자구나."

능소화는 활기찬 얼굴로 설향에게 말하였다.

"좋아요. 여벌 옷이랑 몸을 닦을 천 정도면 충분해요."

"알겠다. 당장 준비하러 가도록 하겠다."

설향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그리고 선우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오늘만큼은 참아주길 바란다."

".....뭘?"

"....그대도 뻔히 알지 않더냐."

선우의 물음에 능소화는 부끄러운듯 몸을 배배꼬며 말을 이었다.

"아니 뭘?"

"참으로 짓궂은 자로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마음에 든다. 본녀는 언제나 아래를 내려다보는 삶을 살았으니 가끔은 위를 올려다보는 삶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선우의 물음을 들은 능소화는 뭐가 만족스러운 것인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쟤 왜 저래?'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의아한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언제나 고귀하고 고풍적이고 아름다운 그녀였지만 가끔은 이해되지 않을때가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어쨌든 본녀는 먼저 가보도록 하겠다.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도록 하거라."

말을 마친 능소화는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한시라도 빨리 온천물에 몸을 담궈 멍을 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잘됐네요."

그 때 옆에서 설향의 밝은 목소리가 들어왔다.

"뭐가?"

"오늘 한 번 시험해봐요."

"뭘?"

그녀의 영문 모를 말에 선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연 언니의 여린 속내를 들춰내는 일이요."

설향은 악동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굳이?"

"오늘이 아니면 볼 수 없을걸요? 능언니가 항상 주시할테니까요."

"그것도 그렇긴 하겠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확실히 오늘이 아니라면 북궁연의 가녀린 속내를 볼 기회가 없어지고 말 것이다.

능소화가 하루가 멀다하고 달라붙을테니 말이다.

"흐음"

선우는 고민에 빠진듯한 표정을 지었다.

재밌을 것 같긴 하지만 굳이 그래야할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책상이 울리더니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선우는 시선을 돌려 책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상당히 예쁜 빛깔을 자랑하는 술병을 말이다.

"뭐야 그건!"

"술병이요."

설향은 담담한 답하였다.

"아니 어디서 났냐고?"

"마을에서 얻었죠. 목숨을 구해준 답례라면서 삼십 년 묵은 독주를 내어주던데요?"

"그런거 막 받아도돼?"

"못 받을 이유도 없지 않나요?"

"너는 불문의 제자잖아. 제물을 탐하면 안되는 거 아니야?"

"에이, 주는 성의를 어떻게 거절해요. 그리고 저는 속가제자라서 이런거 받아먹어도 괜찮답니다."

설향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피식

선우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참 보면볼수록 재밌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특별히 내어드릴게요. 그러니 한 번 연 언니하고 대작해보세요."

설향은 인심썼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까지 배려를 해준다고?"

"저는 오라버니도 좋고 연언니도 좋거든요. 다같이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설향은 선우를 바라보며 속내를 내비췄다.

"오라버니는 아직도 연언니를 불편해하는 것 같으니까 말이죠."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침묵을 하였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북궁연하고는 불편까지는 아니더라도 딱히 이렇다할 친분은 없는 사이였다.

물론 일방적인 호의를 받고는 있지만 말이다.

이번 기회에 친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도 같았다.

앞으로 거래할 거래처이기도 하였으니까 말이다.

"아, 그리고 능 언니한테는 비밀로 해주셔야해요. 제가 자리를 만들려고 꾀어냈다는 것을 알면 절 죽일거예요."

"에이, 설마 그럴려고."

"오라버니, 전 진심이예요."

설향은 진지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알았어."

그 표정을 본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이 사실을 알게된다면 능소화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리고 이 술 되게 독하다니까 중간 중간에 취기를 날려보내셔야해요."

설향은 당부하듯 선우에게 말하였다.

"취하려고 먹는 거 아니야?"

"에이, 취했다가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면 어떻게 해요."

설향은 말도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에이, 무슨 일이라도 있을라고?"

"오라버니, 남녀사이에는 친구도 없을 뿐더러 영원히 안전한 관계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답니다. 모두 잠재적인 연인 사이인거지요."

설향은 선우를 바라보며 나름 진중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참나, 말만 들어보면 연애를 한 수십번은 해본 사람같네."

설향의 말을 들은 선우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평생을 아미 산문에서 벗어나본적도 없는 설향이 남녀사를 논하니 웃겼기 때문이었다.

"전 진심이에요! 절대 절대 취하시면 안돼요!"

"알았어 알았어. 취기는 중간에 날려보낼게."

선우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설향은 그런 선우를 미심쩍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대충 대답하는 선우에 대한 불신이 든 것이리라

하지만 이내 수긍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별일이라도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

"아야야"

북궁연은 팔에 난 손톱자국에 금창약을 바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피부가죽을 화끈하게 만드는 따가움에 고통을 토로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온몸에 나있는 상처에 약을 덕지덕지 바른 북궁연은 그대로 침상에 드러누웠다.

"망할 년."

북궁연은 천장을 바라보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생각만해도 짜증이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매끈하고 고운 피부 곳곳에 상처가 났다.

그것도 그런 모자란 년한테 말이다.

어찌 짜증이 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벌떡

이내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당장 뺨이라도 후려치지 않는다면 이 화가 풀리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저벅 저벅

그녀는 걸음을 옮겼다.

능소화를 찾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똑 똑

그때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그 소리에 의아함이 든 북궁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야밤에 누가 자신의 방을 방문한다는 말인가?

'설향인가?'

혹여 설향이 아닐까라는 예측을 하며 그녀는 입을 열었다.

"누구냐."

"접니다. 빙궁주."

그리고 그녀의 물음에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들은 북궁연은 화들짝 놀랐다.

갑자기 저 남자가 왜 튀어나온다는 말인가

그녀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왜 온거지? 사과? 결투? 교미?혼인? 북해 부흥? 아이는 셋?'

그리고 온갖 상념들이 휘몰아 치기 시작하였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때 바깥에서 다시금 선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잠시만!"

선우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잠시 유예기간을 번뒤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능소화와 싸웠던 분이 풀리지 않아 여기저기 날뛰었던 흔적이 역력하였다.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과거의 나!'

그녀는 스스로 벌였던 과거를 탓하고는 재빨리 방을 치우기 시작하였다.

필요없는 것은 얼려버리고 전부 깨부숴 알갱이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구석퉁이에 얌전히 모은 뒤 옷장으로 그곳을 가렸다.

그러자 이내 황량하지만 꽤나 깔끔한 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다음 동경을 살펴 재빨리 얼굴을 매만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능소화와 드잡이질을 한탓에 여기저기 흉진 자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같은 년'

북궁연은 속으로 능소화에 대한 욕지거리를 지껄인 후 대충 머리만 단정하게 만들기 시작하였다.

이제와서 상처를 가리기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들어와!"

대충 정리를 마친 북궁연은 바깥을 바라보며 외쳤다.

끼익

그러자 문이 열리면서 멋들어지게 생긴 선우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북궁연의 기준에서 말이다.

"왜...왔어?"

선우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북궁연은 쑥스럽다는듯이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빙궁주와 친목 도모 좀 할겸 왔습니다."

선우는 왼손에 술병과 오른손에 육포 몇덩이를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여기 앉아."

술병을 한참보던 북궁연은 의자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문을 닫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털썩

그리고 자리에 앉아 술병과 육포를 올려놓았다.

북궁연은 그 모습을 멍한 표정을 지은 채 바라보았다.

설마하니 선우가 야밤에 술을 먹자며 찾아올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앉으세요."

선우는 북궁연이 멀뚱이 서있자 손을 뻗어 자리를 권하였다.

그 말을 들은 북궁연은 말없이 자리에 착석하였다.

"..............."

".............."

그리고 그녀가 앉자 왠지 모를 침묵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 잔 하실래요?"

이내 선우가 술병을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잔이 없잖아."

"아, 잔을 깜빡했네요. 얼른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술을 먹자는 놈이 어찌 잔을 빼먹는단 말인가

선우는 머리를 긁적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였다.

잔을 가지러 갈 심산이었다.

"괜찮아. 앉아."

그때 귓가에 북궁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하지만 잔이?"

"그냥 마시면 되잖아?"

벌컥 벌컥

이내 북궁연은 선우의 술병을 빼앗아들더니 술을 삼키기 시작하였다.

'와아, 상여자.'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속으로 감탄을 하였다.

설마하니 저렇게 호쾌할 줄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의문이 들었다.

어찌 이렇게 호쾌하고 날카로운 여자가 여리디 여린 내면을 가지고 있다는 말인가

'과장이겠지.'

그리고 생각하였다.

설향이 과장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내 선우는 그녀의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훌쩍......훌쩍.......훌쩍."

갑자기 눈앞에 있던 북궁연이 울음을 터트렸기 때문이었다.

'뭐야 이거?'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당황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갑자기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저.....빙궁주?"

"훌쩍,....훌쩍...그렇게 부르지마...훌쩍."

북궁연은 눈물을 내보이며 말을 이었다.

"네?"

"훌쩍....훌쩍...빙궁주....훌쩍..라고...부르지마..훌쩍."

북궁연은 눈물샘이 고장난듯 쉴새없이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훌쩍....왜.....훌쩍...그.....불덩이는.....소화라고...다정히..불러주고...나는 빙궁주라고 부르는 거야?"

북궁연은 서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그게.."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지금 눈물을 보인 이유가 고작 그것이란 말인가?

이름으로 안불러줘서?

"나도.....훌쩍....이름으로...훌쩍...불러줘...연아라고..다정히..불러달란 말이야!"

북궁연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무척이나 서운하다는듯이 말이다.

"아니...아무리 그래도 빙궁주를 어떻게.."

선우는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도리 도리

"싫어! 싫다고! 나는 이름으로 불리고 싶어! 연아라고 다정히 불러줘!"

북궁연은 고개를 재빨리 좌우로 돌리며 거절을 표하였다.

마치 어린아이가 떼를 쓰듯이 말이다.

"아니..그....북궁소저..:"

"싫어! 연아!"

선우는 나름의 타협안을 제시하였지만 곧바로 기각을 당하였다.

아무래도 쇠고집인 것은 술에 취해도 마찬가지인듯 하였다.

"........연,..연아."

'더 다정하게 해줘!"

".........연아."

선우는 나름 간드러진 목소리로 그녀를 다정히 불러주었다.

"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

그러자 북궁연은 언제 울었냐는듯이 활짝 웃기 시작하였다.

"앞으로 그렇게 불러야해. 알았지?"

환한 미소를 지은 북궁연은 선우에게 다짐을 받듯 물었다.

".....알았습니다. "

"반말!"

"네?"

"반말로 말해줘!"

"........알았어."

"헤헤헤헤헤 선우 너무 좋아."

선우가 말을 편히 하자 북궁연은 기분 좋은듯 다시금 웃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괴리감에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하였다.

대체 눈앞에 있는 여자는 누구란 말인가

눈앞에서 헤프게 웃고 있는 여자가 정말 자신이 알던 북궁연이 맞다는 말인가

의심이 들었다.

의심이 들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알던 북궁연은 거칠고 차갑고 흉포한 그런 여자였다.

이렇게 떼를 쓰듯 울어제끼는 여자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선우는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한 채 북궁연을 바라보았다.

"선우야~"

그때 귓가에 북궁연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동안 그녀의 입에서 단 한 번도 들어본적 없는 그런 종류의 목소리였다.

"내가 너 좋아했던 거 알아?"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선우에게 물었다.

"...글..쎄?"

"근데 이제는 안좋아해!"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아쉽네?"

"이제는 사랑해!"

북궁연은 몽롱한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입을 턱하니 벌렸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사랑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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