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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47화 (348/1,419)

〈 347화 〉 348. 기싸움을 벌이다-2

"오라버니, 괜찮으세요?"

능소화와 북궁연이 완전히 나가고 설향이 걱정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으..응."

선우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설마하니 말 몇마디로 성난 맷돼지같은 그녀들을 단숨에 쫓아낼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쓰윽 쓰윽

"괜찮긴요. 이렇게 식은 땀을 흘렸는데.."

설향은 선우의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소매로 닦아내며 말을 이었다.

"..소매..더러워져."

그녀의 보살핌에 낯부끄러워진 것일까

선우는 얼굴을 슬쩍 붉히며 말을 이었다.

"괜찮아요."

선우의 말을 들은 설향은 방긋 웃으며 답을 하였다.

두근 두근

그녀의 방긋거리는 얼굴을 본 선우는 괜스레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따뜻하였다.

설향은 연하인주제에 가슴을 따뜻하게 보듬아주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그..그런데 빙궁주하고는 언제 그렇게 친해진거야?"

선우는 뭔가 쑥쓰럽고 어색한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재빨리 화제를 전환하였다.

"연 언니요?"

"연 언니!?"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짐짓 놀란듯 되물었다.

아니 대체 언제 저 까칠한 빙궁주를 언니라고 부를 정도의 친분을 쌓았다는 말인가

"네, 사실 빙궁으로 온 첫날에 같이 술 한잔 했거든요. 그날 언니동생하기로 했어요."

"별안간 갑자기?"

선우는 놀란듯 되물었다.

호탕해도 정도가 있지

이 무슨 친화력이란 말인가

"소화 언니는 졸립다고 상대를 안해주고 사제들이나 사저들은 밤에는 곡주를 먹지 않겠다고 해서요. "

"허어."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어이가 너무 없었기 때문이었다.

북궁연이 누구란 말인가

북해빙궁의 궁주이면서 북해의 지배자로 불리던 그녀가 아닌가

그런데 어찌 그녀에게 술상대를 해달라며 찾아간다는 말인가

친화력이 좋은 건 알고 있긴 하였지만 설마하니 그 까칠한 빙궁주마저 말랑말랑하게 만들 줄은 상상치도 못하였다.

"생각보다 사람이 괜찮더라고요. 재밌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친해지면 나중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곧바로 친분을 쌓았답니다."

설향은 방긋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네 친화력은 정말 어마어마하구나."

선우는 감탄했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에이, 별거 아니에요. 저도 사람을 가리는 편이라 아무하고 그렇게 빠르게 친해지진 못해요."

선우의 감탄성에 설향은 부끄러운듯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아니, 빙궁주와 그렇게 친해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별거야."

"후후후후"

그 말을 들은 설향은 웃음을 흘렸다.

"왜 웃어?"

설향이 웃음을 흘리자 의문이 든 선우는 그녀에게 물었다.

"오라버니가 연언니를 너무 어려워하시는 걸 보니까 재밌어서요."

설향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차가우신 사람이 아니에요. 장난기도 있고 농담도 잘하고 무엇보다 사람이 여리답니다."

"빙궁주가 여리다고?"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말도 안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북궁연은 기본적으로 날이 잔뜩 서 있는 차가운 칼날 같은 여자였다.

살짝만 닿아도 베일 것 같은 칼날 말이다.

그런데 어찌 그런 그녀가 여리다고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겉 모습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꾸며진 게 많답니다. 여린 속내를 감추기 위해 겉을 꾸며내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지요."

그런 선우의 반응에 설향은 재밌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믿기지가 않아. 내가 아는 빙궁주는 날카롭고 차가우면서 흉포한 여인이란 말이야."

"술을 한 잔 먹여보면 전혀 달라질걸요?"

"술?"

의문이든 선우는 그녀에게 되물었다.

"네, 술이란게 참 묘한게 쓰고 맛도 없는 주제에 사람의 마음 속에 세워져있는 경계를 귀신 같이 허물어 주더라고요. 같이 술 한잔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다면 오라버니께서도 연언니의 여린 면모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설향은 방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상상이 되지 않아."

선우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답을 하였다.

그 표독스럽고 냉철한 인간이 여리기 그지 없다니 상상조차되지 않았다.

"언제고 기회가 되면 시도해봐요."

설향은 살포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선우는 그런 설향을 불신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

북해빙궁 외곽에 있는 공터

북궁연과 능소화는 설풍보다 차가운 눈빛으로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말이다.

그 침묵이 무척이나 고요하여 마치 태풍전야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감당할 수 있겠어?"

그때 북궁연이 능소화를 바라보며 첫마디를 떼었다.

"무엇을 말이더냐?"

능소화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째려보며 입을 열었다.

"너 약하잖아?"

북궁연은 도발하듯 말을 이었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젊은 나이에 기억력이 감퇴라도 된거야?"

"뭐라!"

능소화는 발끈하듯 언성을 높였다.

"이연의 팔을 자른게 누군지 기억 못하는거야?"

"흥, 본녀가 주위를 끌지 않았더라면 그대의 공격은 통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웃기고 있네. 너 같은거 없어도 충분히 팔을 잘랐어. 아니 너만 걸리적거리지 않았으면 혼자서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었다고."

"괜한 억지 부리지 말거라. 본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제발 도와달라며 본녀에게 애원하던 그대의 모습을 말이다."

"애원했다니? 이연한테 하도 처맞아서 기억이라도 상실된거야?"

"그렇게 격하게 부정한다고 있던 사실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

능소화는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궁금하네."

북궁연이 날선 눈빛으로 능소화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따위 건방진 말을 할 실력이 될지 말이야."

"적어도 그대에게 버릇을 가르쳐줄 실력은 되는 것 같구나."

능소화는 지지않겠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글쎼, 누구 버릇이 고쳐질려나?"

"당연히 그대가 아니겠는가? 다른 것은 다 이해하나 할아버지까지 들먹인 것은 그대의 잘못이 크다."

"흥, 그럼 행실을 똑바로 했어야지."

북궁연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역시나 그대는 말이 안통한다."

능소화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 몸소 느끼거라!"

화르르르륵

그리고는 그대로 거대한 화염을 온몸에서 분출하기 시작하였다.

화아아아아아악

이내 거대한 화염의 파도가 북궁연의 위로 덮쳐들기 시작하였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북궁연 또한 지지않겠다는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솨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거대한 눈보라를 일으켜 화염의 파도에 맞섰다.

"잘난 실력 좀 보자고!"

거대한 눈보라와 화염의 파도가 부딪히며 거대한 굉음이 울려퍼졌다.

이내 천재지변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아야야야!! 살살 하거라."

능소화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가만히 있어."

선우는 능소화의 엄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볼에 난 손톱 자국에 금창약을 발랐다.

"아프다!"

"그러게 누가 머리채 붙들고 싸우래?"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나름 현경의 고수이건만 그녀들은 서로의 머리채를 부여잡는 것은 물론 물어뜯기 꼬집기 할퀴기가 오가는 개싸움을 하였다.

마치 일반적인 여인들처럼 말이다.

어찌 어이가 없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력이 떨어진 것을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능소화는 억울하다는 듯이 언성을 높였다.

능소화와 북궁연의 대치는 낮부터 시작해서 해가 지도록 끝날 줄 몰랐고 어느 순간 두 사람 모두 내력이 똑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내력이 떨어진 그녀들은 오로지 육체의 힘만으로 육탄전을 벌였다.

처음에는 권각을 나누며 진지하게 싸움을 이어갔으나 그마저도 승패가 판가름나지 않자 나중에서는 개싸움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물어뜯는 것은 물론이고 꼬집고 할퀴고 깨물며 거침없이 싸움을 이어갔다.

그 결과가 이거였다.

퉁퉁 부은 얼굴과 여기저기 할퀴어진 상처 말이다.

"그래서 누가 이겼어?

"당연히 본녀가 아닌가!"

"그런 것치곤 너무 많이 얻어터졌는데?"

"얼음덩이는 더욱더 심각하다!"

"아니던데?"

선우는 살포시 웃으며 답을 하였다.

여기저기 터진 능소화에 반해 북궁연은 생각보다 상처가 적었다.

아무래도 개싸움은 궁중에서 온실의 화초처럼 무예를 익힌 능소화보다는 인생의 갖은 고난을 겪으며 야인처럼 살아온 북궁연이 더욱더 뛰어난듯 싶었다.

"우우우..그대는 짓궂다!"

능소화는 화가난듯 언성을 높이고는 그대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성이 났다는 그녀만의 표시이리라

그 모습을 본 선우는 피식 웃었다.

그녀의 귀여움이 돋보였기 때문이었다.

와락

선우는 양팔을 벌려 능소화의 등을 껴안았다.

가슴팍에는 능소화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소화야, 화풀어."

"...흥"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더욱더 힘차게 콧김을 내쉬었다.

"화 안풀거야?"

"되었다! 그렇게 북궁연이 좋으면 그녀에게 가도록 하거라!"

"진짜?"

".............."

선우가 되묻자 능소화는 입을 다물었다.

설마하니 진짜 가도되냐고 물어볼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럼 진짜 간다?"

껴안았던 팔을 슬슬 풀면서 말을 이었다.

덥석

그러자 능소화가 재빨리 선우의 풀리는 양팔을 붙잡았다.

"어찌 가란다고 진짜로 간다는 말이더냐! 이럴 때는 본녀의 화를 풀어주어야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진짜 가라는 줄 알았지."

선우는 피식 웃으며 모르는 척 말을 이었다.

"그대는 정말 바보다! 더 안아주거라!"

능소화는 자존심을 굽히며 말을 이었다.

선우는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더욱더 따뜻하게 그녀를 안아주었다.

"'흥"

그 체온이 기분 좋았던 탓을까

능소화는 콧김을 내뿜으면서도 만족한듯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선우에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타박 타박 타박

갑자기 그들의 귓가에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철컥

그와 동시에 문고리에 손을 올리는 소리마저 들려왔다.

화들짝 놀란 선우는 재빨리 능소화를 안고 있던 손을 풀어버렸다.

".....아"

그리고 능소화는 아쉬움에 탄식을 내뱉었다.

벌컥

이내 문이 열리고 쾌활한 인상을 가진 아름다운 아가씨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언니! 괜찮아요?"

설향은 능소화를 바라보며 외쳤다.

"크흠, 본녀는 괜찮다."

능소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괜찮긴요. 이렇게 여기저기 쥐어터졌는데요?"

설향은 능소화의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본녀보다는 그 얼음덩이가 더욱더 심각할 것이다."

"아니던데요? "

설향은 단호한 어조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

설향의 단호한 음색을 들은 능소화는 입을 꾹 다물었다.

무안한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이렇게 많이 긁혔대요?"

"흥, 얼음덩이가 본녀의 아름다운 외모를 질투하여 망치려고 한 것일테지!"

"우왓, 재수없어."

설향은 질색한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한다는 말이더냐!"

설향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상처받았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능 언니가 예쁘다는게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당사자한테 들으니까 한층 더 재수없네요."

"..............너무하다."

능소화는 기운 빠진듯 고개를 푹 숙이며 말하였다.

"장난이에요."

그 모습을 본 설향은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언니 목욕하러 가지 않을래요?"

"별안간 무슨 목욕이란 말이더냐?"

능소화는 의문이 든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마을 사람들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멀지 않은 곳에 온천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찌 북해에 온천이 있다는 말이더냐?"

능소화는 놀란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춥디 추운 북해가 아니던가

그런 곳에 어찌 온천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여름만 되면 설풍이 덜해서 온천수가 얼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

"그것 참 신기한 일이로다."

"그쵸? 신기하죠?"

설향은 재잘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요 같이가요."

"아쉽게도 본녀는 갈 수 없다. 선우를 간호해야한다."

"환자는 언니인데요?"

설향은 모르겠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그...마음이 다친 것이리라."

"언니가 있으면 더욱더 아플 것 같은데요?"

"어쨌든 안간다!"

설향의 거듭된 부탁에도 불구하고 능소화는 재차 거절을 하였다.

하루라도 빨리 선우와 아이를 만들고 싶은 그녀였다.

고작 온천따위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

"언니, 온천수가 그렇게 피부에 좋대요."

"본녀는 원래 피부가 좋다."

능소화는 아랑곳하지 않고 답하였다.

"지금은 피멍이 됐잖아요?"

"..............."

그 말을 들은 능소화는 슬쩍 시선을 아래로 내린 후 슬쩍 옷을 들춰보았다.

들춰진 옷 안에는 여기저기 얼룩덜룩한 색을 가지고 있는 매끈한 복근이 보였다.

"온천이 멍 빼는데 그렇게 효과가 좋다고 하더라고요."

설향은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진짜더냐?"

"그럼요. 혈액순환이 워낙 잘돼서 금방금방 빠진대요. 뿐만 아니라 어깨결림, 피로회복, 관절염, 자상, 화상 등 안좋은데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

"같이 가요...네? 저 언니랑 가고 싶어요."

설향은 애원하듯이 말하였다.

"노천 온천이라면 다른 이들도 올 것이 아니더냐..부...부끄럽다."

능소화는 얼굴을 붉히며 재차 거절하였다.

혹하긴 했지만 황족으로서 남에게 몸을 보인다는 사실이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걱정마세요. 제가 다 미리 섭외해놨답니다."

"섭외?"

"다른 분들께 양해를 구해놨어요. 오늘 밤엔 저랑 언니만 쓸수 있게요."

설향은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

그녀의 반짝이는 눈을 본 능소화는 고민에 빠졌다.

혹하기는 했지만 선우를 놔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끄덕

하지만 이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선우에게 피멍이든 알몸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와아, 너무 좋아요. 언니."

그녀가 수락을 하자 설향은 환하게 웃으며 그대로 능소화에게 안아들었다.

능소화는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작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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