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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46화 (347/1,419)

〈 346화 〉 347. 기싸움을 벌이다-1

"묻잖아? 죽고 싶냐고?"

북궁연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능소화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세상에 죽고 싶은 이가 어디 있겠는가!"

살짝 압도되었던 능소화는 이내 신색을 회복하고는 언성을 높이며 답하였다.

"죽고 싶지 않다는 거네?"

"그렇다!"

"근데 왜 죽을 짓을 했을까?"

북궁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본녀가 대체 무슨 죽을 짓을 했다는 말이더냐!"

능소화는 발끈하며 언성을 높이었다.

그녀는 이해할수가 없었다.

자신이 뭘 했다고 저렇게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노려본다는 말인가

"선우랑 잤다며?"

"그렇다!"

"그게 죽을 짓이야."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란 말인가!"

"난 누가 내 것에 손대는 걸 극도로 싫어하거든."

"선우가 어째서 그대의 것이란 말인가!"

"내가 그렇게 정했으니까."

북궁연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납득할 수 없다!"

능소화는 고개를 거칠게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자신의 것이었다.

오직 자신만의 것이란 말이다.

"네 납득 따윈 필요없어. 난 그렇게 정했고 행할 뿐이니까."

북궁연은 담담하기 그지 없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저리 꺼져. 이 천박한 암퇘지년아."

북궁연은 북풍한설과 같은 눈빛으로 쏘아보내며 독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녀의 독설은 능소화의 가슴을 부글부글 끓게 만들었다.

"말 다했느냐!"

능소화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북궁연을 노려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녀는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평생동안 고운말 바른 말만 듣고 살아왔던 그녀였다.

장군직을 수행하면서 역적 모의를 하던 이를 추포하였을 때도 저렇게 추찹하고 천박한 말을 들어본적이 없던 그녀였다.

그런데 오늘 그 천박함의 끝자락에 달리는 말로 모욕을 당하였다.

어찌 수치심이 차오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 못했다면?"

북궁연은 싸늘한 표정을 지은 채 대꾸하였다.

"더 할 필요도 없다! 그대의 천박한 말 따위는 들을 가치도 없으니까!"

"천박한 건 너잖아? 이 암퇘지야."

"경고하겠다. 만약 또다시 본녀를 창부처럼 부른다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능소화는 차가운 음색으로 북궁연에게 경고를 하였다.

기존의 열화와 같은 분노와는 전혀 다른 차갑기 그지 없는 분노였다.

"가만두지 않을거면 어떻게 할건데? 창부같은 년아."

북궁연은 능소화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거친 말을 내뱉었다.

화르르르륵

그와 동시에 능소화의 몸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하였다.

"언제나 생각하였다. 그대는 참으로 예의가 없다고 말이다."

화르르르륵

능소화의 몸에서 치솟은 불길이 더욱더 거세지기 시작하였다.

"그동안은 본녀의 넓은 아량으로 어찌 어찌 넘길 수 있었다. 하루벌어 먹기도 힘든 곳에서 못 배워먹은 것을 어찌 흠 잡을 수 있겠는가? "

능소화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북궁연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본녀가 잘못 생각한듯 싶었다. 예의가 없다면 가르쳐주어야 하거늘. 무시로 일관하였으니 말이다."

"재밌는 말을 하네. 내가 못 배워먹었다고?"

"배움이 넘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능소화는 비웃듯이 말을 이었다.

"비꼬는 말도 할 줄 아네?"

"그대의 미천한 수준에 맞추는 것 뿐이다."

"재밌네."

북궁연은 차갑게 미소를 지었다.

휘이이이이잉

그와 동시에 그녀의 주위에 차갑기 그지 없는 설풍이 불어닥치기 시작하였다.

"다시 말해봐. 뭐라고?"

"미천하기 그지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미천한 건 네년 천박한 본성이지."

"본녀는 천박하지 않다. 그저 정인에게 사랑을 속삭였을 뿐이다. 하긴 그대처럼 정인따위는 없는 이가 뭘 알겠느냐?"

"그래서 둘이 혼인이라도 치뤘어?"

"............."

"혼인도 안 치른 처녀가 그렇게 천박할 말을 지껄이면서 그 커다란 궁둥짝을 흔든 거야? 황제가 알면 슬퍼하겠어."

북궁연은 조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황제 폐하는 관계없다!"

"왜 관계가 없겠어? 손녀가 이렇게 천박한 창부가 되었는데?"

"기어이 네년이 선을 넘는 구나!"

"애초에 선은 네가 넘었어. 이 천박한 계집아!"

"이 상종도 못할 계집이!"

화르르르륵

이내 능소화의 몸에 피어오른 불길이 그대로 북궁연에게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솨아아아아

"흥!"

그 모습을 본 북궁연은 코웃음을 치더니 그대로 냉기를 뿜어내며 맞대응을 하였다.

콰아앙

이내 굉음이 터져나오더니 기운들이 순식간에 상쇄가 되었다.

상극의 기운들이 부딪힌 탓에 그대로 소멸한듯 싶었다.

"오늘 네년에게 능멸이 얼마나 무서운 죄인지 알려줘야겠구나."

능소화는 뜨겁기 그지없는 시선으로 북궁연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해봐. 궁금하네. 어떻게 알려줄지 말이야?"

북궁연은 차갑기 그지없는 시선으로 능소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두 여인들 주위에 어마어마한 기운들이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그만!"

그때 선우가 재빨리 일어나 둘 사이를 가로 막았다.

"뭐하는 겁니까!"

선우는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별안간 이게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선우! 듣지 않았느냐! 저 여인이 본녀에게 창부라고 하였다!"

능소화는 억울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호소하였다.

"저 여자가 나한테 못 배워먹은 년이라고 했어!"

북궁연 또한 지지않겠다는듯이 언성을 높이며 말을 이었다.

"본녀는 사실을 말한 것 뿐이다! 그대가 제대로 배워먹었다면 그렇게 저급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을 리 없지 않은가!"

"나도 사실을 말한 것 뿐이야. 창부가 아니고서야 누가 혼인도 안한 남자를 그렇게 노골적으로 유혹하겠어?"

"사랑의 밀어를 속삭인 것이다!"

"네가 듣기엔 그렇겠지만 나한텐 영 아니던데?"

"그건 그대가 못 배워먹어서 그런 것이다!"

"봐봐, 누가 창부 아니랄까봐 인신공격까지 하네."

"이 상종도 못할 계집이!"

"상종하지마. 그럼!"

이내 능소화와 북궁연은 다시금 언쟁을 벌이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골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말린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싸움을 이어간다는 말인가

"둘다 그만!"

선우는 내력을 잔뜩 담은 후 그대로 언성을 높였다.

선우의 고함이 방안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

그리고 그 고함 소리를 들은 능소화와 북궁연은 침묵을 하였다.

선우의 갑작스러운 외침에 놀란 탓이었다.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당신들 눈에는 제가 보이지 않는 것입니까?"

선우는 잔뜩 화가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빙궁주!"

선우는 북궁연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잠긴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것은 무슨 경우란 말입니까! "

"........안에서 저 암퇘지년의 목소리가 들려오잖아."

북궁연은 쭈글거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식으로 대처하면 안되지요! 목소리가 다들리니 모른 척 하지말라고 권고를 해야지요! 그렇게 문을 부수고 들어오면 싸우자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선우는 진지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게다가 소화에게 암퇘지라니요! 어찌 그런 막말을 한다는 말입니까? 저는 소화와 사랑을 나눈 사이입니다. 그녀는 제 여자라는 말입니다. 어찌 사랑하는 정인에게 속삭이는 밀어를 그런식으로 저급하게 비하한다는 말입니까! 어불성설입니다. 무척이나 예의 없는 짓이란 말입니다."

선우는 잔뜩 화가난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북궁연은 조용히 침묵을 하였다.

좋아하는 남자에게 이렇듯 매정하게 대해지니 주눅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전 물건이 아닙니다. 자율 의지가 있는 인간이란 말입니다. 빙궁주께서 점찍어뒀다고 빙궁주의 소유물이 되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

선우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잘한다! 더하거라! 더 더 욕하거라!'

한 편 그 광경을 지켜보던 능소화는 흡족한 표정을 지은 채 속으로 선우를 응원하였다.

그녀는 지금 무척이나 흡족스러웠다.

저 살쾡이가 같은 여자가 주눅들어 고개를 푹 숙이는 모습을 보니 십년 묵은 체중이 쭈욱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시원하였다.

어찌나 시원한지 북궁연이 불러일으켰던 설풍따윈 산들바람처럼 느껴지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능소화!"

그때 그녀의 귓가로 선우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파고 들었다.

"너도 문제야!"

"본..본녀가 무슨 문제란 말이더냐!"

갑작스러운 선우의 부름에 놀란 능소화는 재빨리 언성을 높였다.

"아무리 화가나도 그렇지. 못 배운 년이라니?"

"저 여자가 먼저 본녀에게 천박하다고 하였다!"

"그게 네가 같이 욕할 이유는 되지 않아!"

"저 여자가 황제 폐하까지 들먹였다는 말이다!"

능소화는 억울한듯 소리쳤다.

아무리 천박해도 가족까지 들먹인 것은 선을 넘은 것이 아니던가

"그렇다고 맞대응하면 똑같은 인간밖에 안되는 거잖아?"

"..........."

능소화는 침묵을 하였다.

그의 말이 그리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억울함이 들었다.

선우는 자신의 것이 아니던가

자신의 정인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무조건 자신의 편을 들어줘야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어찌 저런 무식한 여자의 편을 든다는 말인가

그렁 그렁

능소화의 눈가에 서서히 습기가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서운하고 또 서운한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난 쉬고 싶지 네가 싸우는 걸 보고 싶은게 아니야. 계속 싸울거면 나가."

선우는 진지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더더욱 서운함이 든 능소화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주르륵

"어찌...그대가.훌쩍..본녀에게...훌쩍...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훌쩍"

능소화는 울음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무조건 본녀의 편을 들어줘야하는 것이 아니던가!"

능소화는 눈물을 흩뿌리며 말을 이었다.

서운함을 그대로 토로할 생각이었다.

"울보."

귓가에 거슬리는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않았더라면 말이다.

"얼음덩이, 죽고 싶은 것이냐?"

북궁연의 조롱을 들은 능소화는 날이 선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그럼 다르게 불러줄까? 어리광쟁이."

"본녀는 아이가 아니다!"

"내가 보기엔 세 살배기 아이 같은데?"

북궁연은 비꼬는듯이 말을 이었다.

"북궁연."

능소화는 한없이 차가운 음색으로 입을 열었다.

"마지막 경고다. 더이상 본녀를 자극치 말거라. 이이상 자극을 한다면 참지 못할 것 같구나."

"울면 전부 해결되는줄 아는 멍청한 계집."

콰쾅

능소화가 그대로 북궁연에게 달려들었다.

열기가 잔뜩 담겨있는 손바닥을 내지르면서 말이다.

극양염황마공의 장법인 초열극염장超熱極炎掌이었다.

그 모습을 본 북궁연 또한 냉기를 가득 끌어모은 손바닥을 내질렀다.

"북궁연!!!!!"

북해빙궁의 비전이자 한음빙백신공의 비기인 빙백신장氷白神掌이었다.

"능소화!!!"

콰콰쾅

두 사람의 손은 이내 마주하게 되었고 동시에 굉음이 울려퍼지게 되었다.

'하아 시발.'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한들 그녀들이 들어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털썩

'그래, 싸워라 싸워.'

선우는 자포자기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대로 앉아버렸다.

말리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집기구가 날아다녔고 어마어마한 기운들이 표출 되며 방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기 시작하였다.

"지금 뭣들하는거예요!"

그때 바깥쪽에서 상당히 날카로운 음성이 울려퍼졌다.

우뚝

그 음성을 들은 북궁연과 능소화는 순간적으로 내지르려던 손을 우뚝 멈춰세웠다.

그리고 천천히 바깥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잔뜩 성이 나있는 설향의 모습이 보였다.

"언니들! 지금 뭐하는거죠!"

"이 여자가 본녀를 능멸하였다!"

"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능소화와 북궁연은 서로를 가리키며 변명하듯 말을 이었다.

"언니들끼리 개인적인 감정 싸움은 관심없어요. 중요한 건 왜 여기서 싸우고 있는가에요."

설향은 똑부러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분명 제가 말하지 않았나요? 선우 오라버니는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까 배려를 부탁드린다고요. 이게 배려인가요?"

".............."

".............."

그녀의 말을 들은 능소화와 북궁연은 입을 꾹 다물었다.

딱히 할 말이 없었던 탓이었다.

"지금 난장판 된 걸 보세요. 이래서야 오라버니가 제대로 쉴 수 있겠어요?"

설향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능소화와 북궁연 또한 주위를 슬쩍 둘러보았다.

확실히 방안은 설향이 말한대로 엉망진창이었다.

바닥, 천장, 벽은 물론 온갖 집기구들이 불타거나 부숴져있는 모습이 역력하였다.

격한 싸움이 오갔다는 증거이리라

"................."

"................"

그 광경을 지켜본 두 여인은 고개를 푹 숙였다.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싸울거면 여기서 이러지 말고 저 밖에 공터에 가서 싸워요. 오라버니한테 피해주지 말고요."

설향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쪼는듯 말하였다.

그녀의 말을 들은 두 여인은 고개를 살짝 주억거리며 동의를 하였다.

그녀 말대로 선우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터벅 터벅

저벅 저벅

두 여인은 선우에게 살짝 목례를 한 후 바깥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이글거리는 눈으로 서로를 노려보며 말이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놀란듯 입을 벌렸다.

설마하니 저 앙칼진 여인들을 말로 저리 제압할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대뜸 설향이 대단해보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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