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3화 〉 344. 후계 선발
"상공 제 말을 들어보세요!"
"아니! 제 말부터 들어야해요!"
"다들 나가요! 제가 먼저왔잖아요!"
"당신이나 나가세요!"
"다들 시끄러워!"
"네가 더 시끄러워!"
한 남자를 앞에 두고 여섯명의 여인들이 고성을 오가며 다투기 시작하였다.
그녀들은 하나같이 절세의 미녀들이었는데 연배가 조금 있는 것인지 무척이나 성숙하고 농염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아 시발'
이재원은 그런 여인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외유를 나갔다 오랜만에 맹에 복귀했건만 오자마자 이렇게 난감한 꼴이 될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시발년들이 할짓없나?'
이재원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마누라들의 한가함을 욕하면서 말이다.
"상공! 황보 부인께서 맹의 공금을 몰래 외가쪽에 지원한거 알고 계신가요?"
당진설은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아니예요! 그건 제 개인적인 자금을 융퉁한거 뿐이예요 믿어주세요!"
그녀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애원하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이상하네요? 당신한테 돈이 어디있죠?"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이지적으로 생긴 귀부인, 제갈주경이 비웃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여러가지 패물을 팔았어요!"
"어머나 그럼 상공이 주신 애정의 증표를 전부 판 건가요?"
"이이이익! 그러는 제갈 부인도 상공이 자리를 비운 사이 공식 절차도 없이 지모각에 제갈가의 혈족을 들여보내지 않았나요?"
황보유연은 발끈하듯 소리쳤다.
"흥, 중원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일족이 제갈가의 혈족일진대 뭣하러 공식절차를 밟는단 말입니까? 시간 낭비라고 여긴 것 뿐이에요."
제갈주경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엄연히 부정이죠."
그때 집법당의 당주인 팽가련이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마치 건수를 잡았다는듯이 말이다.
"뭐라고요!? 나만 이렇게 했나요? 당신들도 그렇게 했잖아요!"
제갈주경은 화가난듯 눈을 부라리며 말을 이었다.
"모용 부인!"
제갈주경은 손가락으로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모용란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당신도 현무대에 모용가의 멍청이를 넣지 않았나요?"
"멍청이라뇨! 계아는 그런 애가 아니예요!"
그녀의 말을 들은 모용란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남의 집 귀한 조카를 어찌 멍청이 취급을 한다는 말인가
"흥, 모용계가 멍청하다는 사실을 중원에서 모르는 이가 있던가요?"
제갈주경은 한층 더 비꼬며 모용란를 자극하였다.
"지금 말 다했나요?"
"못했다면요?"
으득
모용란은 이를 갈며 제갈주경을 노려보았다.
말본새 하나하나가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흥, 결국 둘다 떳떳치 못한건 매한가지 아닌가요?"
그때 뒤편에서 얌전히 사태를 관망하던 언소소가 한심하다는듯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표정에는 경멸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표정은 제갈주경과 모용란을 자극하였다.
"그러는 언 부인이야 말로 뭐가 그리 떳떳하다는 말씀이시죠?"
"어머, 저는 그래도 인사이동으로 장난질을 치진 않았답니다."
"그렇게 깨끗하신 분이 납품업체 선정 때 그렇게 장난질을 치셨나요?"
모용란은 언소소를 바라보며 비꼬듯이 말하였다.
"그게 무슨 유언비어인가요!"
"숨길 필요 없어요. 저번 경합 때 참가자들 전원에게 뒷돈 받아먹은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없답니다. "
"증거 있나요! 증거 있냐고요!
언소소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랍니다."
"그게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리예요!"
"이미 증언이 나왔다고요!
"그걸 어떻게 믿어요!"
모용란과 언소소가 고성을 오가며 다투기 시작하였다.
뿐만 아니었다.
당진설과 황보유연 또한 고함을 지르며 서로 치부를 들추어내었고 팽가련과 제갈주경은 날카로운 독설을 내뱉으며 기싸움을 이어갔다.
'정신 나갈 것 같아!정신 나갈 것 같아!정신 나갈 것 같아!정신 나갈 것 같아!정신 나갈 것 같아!정신 나갈 것 같아!정신 나갈 것 같아!정신 나갈 것 같아!정신 나갈 것 같아!정신 나갈 것 같아!정신 나갈 것 같아!정신 나갈 것 같아!'
한편 그 싸움을 지켜보던 이재원은 터질 것 같은 골머리를 붙잡고 소리없는 비명성을 내질렀다.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쉬고 싶었다.
오랜만에 젋고 이쁘고 좁고 작은 처녀 보지를 마음껏 따먹은 후 기분 좋게 외유를 마무리했던 자신이었다.
그런데 그 기분 좋음이 이 쓸데없이 커다란 가슴과 둔부를 가지고 있는 늙어빠진 년들때문에 전부 망쳐지고 있었다.
'시발년들이 진짜.'
이재원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살다간 스트레스로 죽어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현대인의 가장 큰 위험은 스트레스라고 하지 않던가?
자신은 현대인이니 이런 스트레스에 취약하였다.
'시발 진짜 왜 나이는 처먹어가지고....미리 화경에 올라서 환골탈태하면 좀 좋아?'
이재원은 속으로 그녀들의 하찮은 무공 수준을 탓하기 시작하였다.
만약 그녀들이 화경의 경지에 오르기만 했다면 저 쓸데없이 커다랗고 육덕진 가슴과 젖탱이가 어느정도 멈춰서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젊었을 때야 캣파이트라고 생각하며 사이좋게 좆을 물려줘서 강제로 화해시키기도 하였지만 이제 나이를 먹으니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좆을 세운다면야 얼마든지 세울 수 있겠지만 굳이 저년들에게 박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의 자지는 오직 이십대 초반의 처녀 보지만을 위한 무기가 아니던가
애까지 낳은 유부녀를 뭣하러 거들떠 본다는 말인가
'아니, 주소양은 어디있는거야!'
이재원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만약 여기에 주소양이라도 있다면 본부인으로서 저년들의 개지랄을 중재하였을 것이다.
명문세가에 보지달고 태어난 저년들과는 다르게 정마대전의 영웅이라는 타이틀과 화경 상경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지에 올라선 년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보이지가 않았다.
'시발, 하윤이라도 남겨놓을걸.'
이재원은 후회하였다.
봉황대를 파견임무를 보낸 과거의 자신에 대해서 말이다.
원래라면 항상 봉황대를 천무맹에 내부에 주둔시켜놓던 이재원이었다.
언제고 따먹을 년들을 물색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항상 주둔만 시켜놓을 경우 편애다. 뭐다 말이 나올까봐
외유하는 시기에 맞춰 봉황대에게 파견임무를 보내었다.
외유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서 오게끔 말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임무가 길어졌고 자연히 봉황대의 복귀는 늦어지게 되었다.
근데 그게 독으로 작용하였다.
하다못해 이부인이자 군기반장인 강하윤이라도 남겨뒀더라면 이렇게까지 대가릴 들이밀고 지랄하진 않을텐데 말이다.
'방법을 찾아야한다.'
이재원은 생각하였다.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말이다.
이대로 가다간 천무맹의 내정은 물론이고 자신의 정신적 건강마저 악화되고 말 것이다.
이재원은 곰곰이 생각하였다.
저년들이 왜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났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내 사랑을 차지 하기 위해서?'
이건 아닐 것이다.
저년들 모두 잠자리를 안한 지 십여년이 넘은 년들이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뭣하러 지랄같은 캣파이트를 한단 말인가
하나도 안귀여운 년들이 말이다.
이재원은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저년들의 지랄적인 이유를 말이다.
"그런다고 이주창이 후계위를 양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나요!"
"뭐라고요! 그러는 이가인은 어떻고! 계집 따위에게 후계위가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계집? 지금 제 딸에게 계집이라고 한건가요!?"
그때 귓가에 당진설과 황보유연의 거친 언성이 귀를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아!'
그리고 깨달았다.
저 육덕진 암퇘지년들이 자신만 보면 개지랄을 떨면서 서로를 깎아내리려는 이유를 말이다.
'시발, 후계위가 목적이라 그거지?'
그간 워낙 관심이 없던터라 그냥 흘려들었던 말이었다.
그런데 고심하던 중 들으니 머릿속에 퍼즐이 딱 딱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저 년들의 목적은 제놈 자식들이 천무맹의 후계위에 오르는 것이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서로를 까내리며 하루가 멀다하고 다투었던 것이었다.
'시발년들이 내가 죽지도 않았는데?'
이재원은 순간 머릿속에 화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자신은 이제 고작 마흔이 아니던가
한창 일할 나이란 소리이다.
그런데 어찌 벌써부터 후계위를 논한다는 말인가
'누가 준대? 시발년들아! 나는 천년만년 해먹을거야!'
게다가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이재원은 천무맹주의 자리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재원은 반선半仙의 경지이자 자연조차 거스를 수 있다는 현경에 도달한 초월자였다.
그런 이재원에게 노화와 죽음은 먼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그 말 그대로 맹주직을 천년만년 해먹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그런 자신의 자리를 탐낼 수 있다는 말인가
'확 이혼해버릴까?'
화가 치밀어 오른 이재원은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하였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은 전 무림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는 위대한 무인이었다.
그런 자신에게는 티끌에 흠도 없어야한다.
한 명도 아니고 모든 부인과 이혼이라니?
스스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인하는 꼴이 되지 않겠는가
'취소다! 이혼은 안돼!'
이내 그는 더더욱 고민을 하기 시작하였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한다.
'잠깐!'
그때 순간 그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뜩이고 지나가기 시작하였다.
꽤나 괜찮은 방법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쾅
이재원은 재빨리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귀를 울리는 굉음이 집무실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지금 뭣들하는 것이오!"
이재원은 위력을 충만하게 채운 뒤 고함을 내질렀다.
"이곳은 맹주직을 수행하는 엄연한 일터요! 그런데 어찌 일터에서 사사로운 감정싸움을 이어간다는 말이오!"
"......하오나."
"......그치만."
몇 몇 부인들이 억울하다는 듯 말을 이어가려고 하였다.
"듣기 싫소!"
이재원은 엄하기 그지 없는 눈빛으로 그녀들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내 말이 끝나기 전까지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마시오! 입을 여는 순간 내 그대로 쫓아내버릴 것이오!"
이재원은 진중한 표정을 지은 채 엄포를 놓았다.
"..............."
"..............."
"..............."
그러자 여섯 명의 부인들이 일제히 입을 꾹 다물었다.
남편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어찌 그대들은 매번 그렇게 서로 헐뜯고 싸우고 비방하며 깎아내리지 못해 안달났다는 말이오? 모두가 나라는 지아비를 둔 공동체일텐데 어찌 그런 남보다 못한 사이처럼 군다는 말이오! 실망했소! 그대들의 행태에! 내가 몇 달만에 맹으로 복귀했는지 아시오? 무려 석달만이오! 그런데 오자마자 반겨주지는 못할 망정 고자질이나 하고 있으니 내 속은 어떻겠소?"
이재원은 슬며시 감정을 섞어가며 말을 이었다.
외유라고 해봐야 쓸만한 처녀보지나 찾으러다녔던 여행이었지만 맹을 석달이나 비웠던 탓에 나름 반김을 원했던 그였다.
하지만 오자마나 서로 헐뜯으며 고자질이나 하는 꼴을 보니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권력욕에 미친년들'
이재원은 인상을 더욱더 와락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어찌 그렇게 맹의 내정에 그리도 간섭을 한다는 말이오! 그대들은 내 부인이오! 무림에서 가장 위대한 무인의 부인이라는 말이오! 그렇다면 그에 걸맞는 품격을 보여하는 것이 아닌오? 어찌 이리 온갖 비리를 저지르면서 내 얼굴에 먹칠을 한다는 말이오! "
"...................."
"..................."
".................."
이재원의 말을 들은 여섯 명의 부인들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딱히 잘한 게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탓이었다.
"이러다간 맹의 내정은 엉망이 될 것이고 자연히 천무맹에 대한 신망 또한 땅에 떨어지게 될 것이오. 어찌 그리도 생각이 없다는 말이오!"
이재원은 잔뜩 화가 난 표정을 지은 채 고함을 내질렀다.
"....잘못했습니다."
그때 제갈주경이 이재원에게 사과를 하였다.
"..잘못했어요."
"...다신 안그럴게요."
"...그러지 않겠어요."
".....죄송해요."
"....생각이 짧았어요."
그러자 뒤이어 남은 다섯 명의 부인들도 너도나도 사과를 하기 시작하였다.
"듣기 싫소! 그대들이 반성 따위를 하지 않는 것은 누구보다 잘알고 있소!"
그녀들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이재원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어차피 지금 내앞에서 사과해도 나중에는 또다시 헐뜯고 비방하고 싸우겠지! 이 짓거리를 몇 년이나 반복한지 아시오? 나는 지긋지긋하오! 그러니 이 악순환을 끊어버릴 것이오!"
이재원은 선언하듯 그녀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후계자를 선출할 것이오."
"네!?"
"뭐라고요!?"
"그..무슨!?"
이재원의 폭탄 발언에 여섯 명의 부인들은 너도나도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후계 선발이라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대들이 싸우는 이유는 내 익히 알고 있소. 본인도 귀가 있고 눈이 있으니 말이오. 결국 천무맹의 후계위를 노리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오?"
이재원은 진중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러니 내 후계자를 선출하여 그대들의 싸움을 완전히 끝낼 심산이오."
이재원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여섯 명의 부인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좆되봐라 시발년들아.'
그리고 생각하였다.
좆빠지게 고생좀 해보라고 말이다.
물론 계집이라 좆은 없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