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42화 (343/1,419)

〈 342화 〉 343.정리가 되다.

운혜는 경악어린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았다.

믿기지 않는 신위를 보인 선우에 대한 놀라움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체 기존의 상식과는 전혀 상반되는 저 잠영술은 무엇이란 말인가

혁명이었다.

"무형잠영술無形潛影術"

그때 뒤편에서 불속사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맞나요?"

"맞습니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놀랍군요. 설마하니 오십여년 전 무당의 장문인을 암살했던 무흔살無痕殺의 비전 기술을 제 눈으로 보게되다니 말이죠."

불속사태는 놀랍다는듯이 입을 열었다.

설마하니 오십여년 전 무흔살의 목숨과 함께 영영 잊혀진 줄 알았던 그의 비기가 장선우라는 걸출한 인물에 의해 다시금 세상에 나올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그저 기연이 닿았을 뿐입니다."

선우는 겸양을 떨며 말을 이었다.

"그 기연이 저희에게도 행운이 되었군요. 덕분에 모두 안전히 구해지게 되었으니까 말이죠."

불속사태는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협."

말을 마친 불속이 선우를 바라보며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협!""

이내 아미의 모든 제자들이 선우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마땅한 일을 한 것 뿐입니다."

선우는 손사래를 치며 입을 열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자신은 감사인사 받는 것이 너무 낯간지러웠다.

마땅히 감사 인사를 받아야 할 일을 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너무 호구처럼 살아서 그런가?'

선우는 그들의 인사를 받으며 볼을 긁적였다.

"마귀들은 여기있는 자들이 다입니까?"

선우는 주위를 둘러보며 그녀에게 물었다.

"정문 쪽을 경계하기 위해 나간 두 명을 제외하면 전부입니다."

선우의 말을 들은 불속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어디 있습니까?"

"아마 지하실에 감금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생산 인력이라고 함부로 손대지 말라는 흉마의 엄명이 있었거든요."

"그것 참 다행이군요."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안심된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행여 마을사람들이 해코지 당했을까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장내 정리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선우는 불속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디 가실 곳이라도 계신건가요?"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일이 있습니다. 끝마무리를 지어야할 듯 싶습니다."

선우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지금 바깥에는 이연과 두 여인이 박터지게 싸우고 있을 것이다.

당장에라도 달려가 그녀들을 도와야했다.

"알겠어요. 저희가 장내를 정리하도록 하지요. "

"감사합니다. 그리고 바깥에 설향이 대기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녀도 불러서 같이 정리하도록 하지요."

"배려에 감사합니다."

선우의 말을 들은 불속은 고개를 살짝 주억거렸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재빨리 몸을 돌렸다.

더 이상 지체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용천혈에 내력을 흘려보낸 뒤 그대로 터트렸다.

이내 그의 신형이 대전 밖으로 쏘아져나갔다.

*************

타타타타탁

선우는 풍진보를 극성으로 밟으며 이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그의 몸이 마치 빛살처럼 허공을 가르며 쏘아져가기 시작하였다.

아미의 제자들을 구한 선우는 그녀들에게 장내 정리를 부탁한 후 재빨리 성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체해서는 안된다.

이연은 너무나도 강대하고 거대한 자였다.

감히 올려다보는 것도 두려울 만큼 말이다

하지만 갈 수밖에 없었다.

비록 고양이 손일지라도

아니 토끼 앞발에 불과할지라도

그녀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쇄애애애애액

이내 선우의 신형이 더욱더 빠른 속도로 쏘아져나갔다.

마치 섬전처럼 말이다.

.

.

.

.

.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선우는 이내 저 멀리서 성문이 보이는 것을 느꼈다.

선우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쉴새 없이 달려온 덕분인지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성문에 닿았기 때문이었다.

'이연 기다려라!'

선우는 눈을 반짝였다.

이제 머지 않아 전쟁터로 복귀하게 될 것이다.

이연이 있는 전쟁터를 말이다.

두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두

그때 저 멀리서 수천의 기마병들이 성문 안쪽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찌 저들이 성문 안쪽으로 들어온다는 말인가

그리고 이내 당혹스러움은 분노로 바뀌고 말았다.

북궁연과 능소화가 이연에게 졌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젠장 젠장!'

선우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혹시나 했건만 역시나였다.

그녀들은 결국 이연을 감당치 못한 것이었다.

선우는 가슴속에 스멀스멀 불안감이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혹여 그녀들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안력을 돋구었다.

혹여 저들 사이에 능소화나 북궁연의 모습이 있을까 살펴볼 요량이었다.

그리고 이내 선우는 눈이 휘둥그래해지고 말았다.

능소화와 북궁연이 그들의 선두에 서서 천천히 걸어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부상을 입었던 수색대원들까지 천천히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순간 선우는 눈을 몇 번이고 비비게 되었다.

도저히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아까전까지만해도 박터지게 싸웠던 이들이 어찌 저렇게 사이좋게 걸어들어오고 있다는 말인가

선우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이란 말인가

선우는 눈을 끔뻑이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

"검인 선배가 말입니까?"

선우는 무척 놀란듯 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맞아, 일검에 이연의 왼팔을 잘라버렸어."

선우의 물음에 북궁연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하였다.

"허어"

그 말을 들은 선우는 허탈한 표정을 지은 채 헛웃음을 내뱉었다.

검인이 강하다는 사실은 여기 있는 그 누구보다 잘아는 선우였다.

그와 몇 번이고 비무를 하면서 수준 차이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설마하니 이연조차 단칼에 베어버릴 정도로 강할 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선우가 겪었던 이연은 강했다.

몇 번이고 달려들었지만 생채기 하나 못낼만큼 말이다.

그런데 그런 이연이 단칼에 팔이 달아났단다.

그것도 영갑이라는 기괴막측한 기술을 쓴 상태로 말이다.

허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체 무슨 인간이 그리도 강하다는 말인가

선우는 새삼 검인의 강함이 체감되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은 언제나 자신에게 맞춰 검을 휘둘렀던 탓에 검인이 얼마큼이나 강한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그였다.

그런데 이렇게 전적을 보니 쉽사리 이해가 되었다.

황궁제일검이라는 이연조차

위대한 경지라 불리우는 현경에 이른 이연조차

자신의 힘으로는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했던 이연조차

단번에 베어버릴 정도로 강한 것이다.

'잠깐.'

그때 선우는 무언가 번뜩이면서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검인조차 살아남은 것을 자랑이라고 여기게 만든 스승님은 얼마나 강한거지?'

바로 스승인 음양마가 가진 무력에 관한 의문이었다.

선우는 음양마의 모든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이재원하고 싸울 때조차 기세만 느꼈을 뿐 무슨 능력을 갖추고 있고 어떤 힘을 내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것이다.

그렇기에 막연히 강하다는 느낌만 알고 있었을 뿐 얼마나 강한지에 대해선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북궁연의 말을 듣고보니 그 어렴풋한 느낌마저 더더욱 멀리 날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 괴물같던 이연조차 단숨에 베어버린 검인마저 두려워할 강자라니

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말인가

'진짜 신선이 아닐까?'

혹여 신선이 아닐까라는 합리적인 의심마저 들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거야?"

그때 귓가에 북궁연의 말이 들려왔다.

"아, 아닙니다. 잠시 딴 생각을 하였습니다."

"무례하네. 숙녀를 앞에 두고 딴생각이라니 말이야."

그 말을 들은 북궁연은 언짢은 듯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빙궁주."

선우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입을 열었다.

"뭐, 귀여우니까 봐줄게."

그 모습을 보던 북궁연은 슬쩍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네!?"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어이없다는듯 그녀에게 반문하였다.

귀엽다니?

평생토록 유아기 때를 제외하고선 처음 들어본 소리였다.

그런 말을 들으니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대가 보는 눈이 있긴 하구나. 선우가 귀여운 것은 사실이다."

그때 옆에 있던 능소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어른들 말하고 있잖아? 끼어들지 말아줄래?"

북궁연은 그런 능소화를 바라보며 날카롭게 말을 이었다.

"본녀를 아이 취급하지 말거라! "

"애 맞잖아? 겁대가리 없는 애새끼."

그녀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뭐라!"

"너 검인한테 죽을 뻔 했던거 기억 안나?"

"그...그건.."

능소화는 더듬거리며 말끝을 흐렸다.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소화가 죽을 뻔 하다니요?"

선우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검인이 이연을 들처메고 떠나려고 했거든."

"검인 선배가 떠나요? 이연을 데리고?"

북궁연의 말을 들은 선우는 놀란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맞아, 그리고 그가 떠나려고 하니까 불덩이가 검인 보고 그러더라. 무엄하다! 당장 이연을 내놓지 않으면 널 죽이겠다! 이렇게."

북궁연은 짐짓 과장된 동작을 하며 말을 이었다.

"소화가요?"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의심스러운듯한 시선으로 능소화를 흘깃 쳐다보았다.

"본녀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과장하지 말도록 하라! 선우가 오해하지 않느냐!"

그런 선우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능소화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과장은 있었지만 틀린말도 아니었잖아?"

"..........."

그녀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입을 꾹 다물었다.

딱히 틀린 말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진짜 그랬어?"

선우는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아...아니다!...본녀는...그.러니까..."

선우의 물음에 능소화는 말을 더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는 억울했다.

물론 살짝 위압적이고 권위로 찍어누르려는 느낌이 들도록 말하긴 하였지만 결코 본심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협조를 구하려고 했는데 어찌 이리도 과장됐다는 말인가

"우...우.."

순식간에 능소화의 표정이 울상이 되었다.

평소라면 있던 일을 차분하게 또박 또박 말하겠지만 선우가 앞에 있으니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혹여 그가 자신을 권위주의적이라면 싫어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와.....우는거야? 그 나이 먹고?"

그때 옆에서 속을 바가지로 긁는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찌릿

능소화는 울먹이던 눈빛을 재빨리 돌려 북궁연을 노려보았다.

"모두 그대 때문이 아닌가!"

"말을 한 건 넌데? 왜 내 탓을 해? 인성에 문제 있어?"

북궁연은 장난기 어린 시선으로 능소화를 바라보며 골리듯 말을 이었다.

"이이익!"

그녀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잔뜩 화가 난듯 얼굴이 상기되었다.

북궁연과 능소화가 아웅다웅하며 말싸움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잠깐! 잠깐만요!""

선우는 그녀들의 싸움이 격해지기 전에 재빨리 언성을 높여 흐름을 끊어버렸다.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검인 선배가 떠난겁니까?"

"맞아."

"그렇다."

그의 물음에 북궁연과 능소화가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아무런 인사도 없이요?!"

"인사는 했다. 그대에게 다음에 만날 때는 마음의 검을 세우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의 물음에 능소화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게 끝입니까?"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달리 말은 없었다."

능소화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허어"

선우는 속으로 탄식을 내뱉었다.

설마하니 이런식으로 이별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잠깐 그럼 이연도 데리고 떠난 겁니까?"

"그렇다.."

선우의 물음에 능소화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막으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막으려고 했기는 무슨 쫄아서 입닫은 주제에."

그때 북궁연이 끼어들어 능소화를 타박하였다.

"그대는 어찌 말을 그렇게 밖에 못한다는 말인가! 정녕 본녀와 싸우자는 말인가?"

능소화는 잔뜩 성을 내며 북궁연에게 쏘아내듯 말하였다.

"못 싸울 것도 없지."

북궁연은 코웃음을 치며 답을 하였다.

두 여인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서로를 노려보며 말없이 대치를 하였다.

그 기세가 무척이나 뜨겁기 그지 없었다.

"............"

한편 두 여인의 말을 들은 선우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도무지 검인의 행보가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자신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별안간 떠났다는 말인가

게다가 이연은 뭣하러 데려갔다는 말인가

양팔이 잘려버려 검수로서 제 기능을 수행치 못하는 이연을 말이다.

'대체 무슨 생각인 겁니까....검인 선배.'

검인에 대한 선우의 생각이 깊어지기 시작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