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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40화 (341/1,419)

〈 340화 〉 341.대신 목숨은 걸어야할 걸세.

"어째서 내가 나보다 약한 이의 허락을 구해야 하는지 말일세."

"............"

검인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황당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게 대체 무슨 원시적인 소리란 말인가

"검인이여, 그대가 모를지 모르겠지만 본녀는 현 황제의 손녀이자 연왕의 딸이며 금오장군의 직위를 가지고 있는 황족이니라."

이내 능소화는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렇기에 북방군을 멋대로 운용한 것도 모자라 황족에게 반기를 든 황실의 반역자인 이연을 양도받을 권리를 가지는 것이니라."

능소화는 검인에게 무척이나 친절하고 세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어째서 이연을 양도받아야 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호오, 귀티가 나나했더니 황족이었구만."

"그렇다. 물론 말을 편히 해도된다. 본녀 또한 자유로운 무림인에게 예를 강요하고 싶지는 않구나."

"그것 참 영광이구만."

그녀의 말을 들은 검인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연을 양도해줄 수는 없다네."

".......내 말을 제대로 듣지 않은 것인가?"

"아니, 제대로 들었다네. 듣고 내린 결정이라네."

"본녀가 말하지 않았느냐! 이연은 황실의 대역죄인이다!"

"무슨 문제인지 모르겠구만.

검인은 모르겠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이자가 대역죄인이든 아니든 나와는 관계없다네. 그저 나는 생각한 대로 행할 뿐."

검인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대 또한 황실의 지배를 받는 백성이 아니던가!"

"틀렸네. 누누히 말하지 않았는가? 나는 그저 한 자루의 검일 뿐이라고. 황실의 지배를 받는 백성 따위가 아니란 말일세."

검인은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내게 명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검자루를 쥔 주인 뿐이라네. 그리고 애석하게도 황실은 그 주인이 아니라네."

"..........기어이 이연을 데려가겠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검인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거 아는가? 황실의 대역죄인을 숨길 경우 그대 또한 대역죄를 지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하하하, 상관없다네. 순리에 벗어난 존재가 순리에 순응하는 인간따위를 무서워할 리 없지 않은가?"

검인은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아니면 자네가 나를 막기라도 할 셈인가?"

검인은 담담한 눈빛으로 능소화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검인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이미 무력의 격차는 확연한 상황이었다.

북궁연과 합공을 해도 쓰러뜨릴 수 없었던 이연을 손쉽게 베어버린 검인이었다.

그런 검인을 막아선다는 것은 자살이나 다름없었다.

"말리지는 않겠네만 봐줄 것이라는 생각은 말게나."

검인은 능글능글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기본적으로 너그러운 편이긴 하지만 명을 수행할 때만큼은 어떤 때보다 냉혹해지니 말일세."

"..........대체 누구인가?"

능소화는 천천히 입을 떼며 그에게 물었다.

"무엇이 말인가?"

"그대와 같은 남자를 검처럼 휘두르는 이의 정체가 말이다."

"불가해不可解다."

"뭐라!?"

"뭐, 그 정도로만 말해주도록 하지."

그녀의 물음에 검인은 작게 웃으며 답하였다.

"선우에게 안부나 전해주게나. 즐거웠고 다음에 만났을 땐 꼭 마음의 검을 세우길 바란다고 말일세. 그리고 잘 선택한 걸세."

저벅 저벅 저벅

말을 마친 검인은 그대로 몸을 돌려 뒤편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

능소화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를 잡아둘만한 명분이나 무력 따위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으득

능소화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스스로가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연과 더불어 황궁을 지키는 방패라 불렸던 자신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누구보다 초라하였다.

이연에게는 무참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패하였고 검인에게는 자격이 되지도 않는다며 적수 취급도 받지 못하였다.

어찌 초라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벅 저벅 저벅

그렇게 검인이 이동을 하던 그때였다.

두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두

뒤편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천의 기마병들이 그에게 달려오더니 이내 진로를 막아버렸다.

"뭔가?"

검인은 귀찮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장군은 데려가지 못한다!"

그때 선두에 있던 기마병 하나가 거친 음색으로 말을 이었다.

"그대는 누군가?"

"북방군의 부장 단일방이다!"

"나를 막을 셈인가?"

"그렇다!"

"눈물 겨운 충심이구만."

휘익

그 말을 들은 검인은 대충 말을 내뱉은 뒤 가벼이 검을 휘둘렀다.

스윽

데구그르르르

이내 부장의 머리가 그대로 땅에 굴렀다.

"지옥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게나."

검인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

그 모습을 지켜본 기마병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저 가벼이 휘두른 검이었다.

마치 어린 아이가 처음 휘두른듯 너무나도 가볍고 어설픈 일검일 뿐이다.

부장이 죽어버렸다.

그런 어설픈 검에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뭐 막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네. 대신 목숨은 걸어야할 걸세."

검인은 잔뜩 겁을 집어먹은 기마병들을 바로보며 입을 열었다.

"잘들으시게. 내 제공권에 들어온다면 누구든 베도록 하겠네."

말을 마친 검인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내 목이 잘린 부장이 올라타 있는 한혈마에게 다가갔다.

"마침 말이 필요했는데 잘됬구만."

터업

검인은 부장의 시체를 팔로 밀어 바닥에 내동댕이 쳐버렸다.

그리고는 점혈당한 이연을 그 위에 올리고 자신 또한 올라타버렸다.

"특별히 천천히 지나갈테니까 잘 생각해보게나. 덤벼들것인지 아니면 꼬리를 말 것인지 말일세."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말을 마친 검인은 한혈마를 몰아 천천히 북방군 사이를 지나가기 시작하였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그는 무척이나 여유롭게 천천히 그들 사이로 지나갔다.

마치 산책을 하는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북방군은 누구하나 나서는 이 없이 얌전히 그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위대한 장군인 이연이 짐짝처럼 매달려가는 광경을 말이다.

다그닥 다그닥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검인은 마침내 수천의 북방군들을 그대로 가로질러버렸다.

그가 그들을 가로지르는 동안 누구하나 덤벼드는 이가 없었다.

"현명하구만. 그래, 산사람은 살아야지."

검인은 그 모습이 마음에 든 것인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두두두두두두

그리고는 말을 몰아 그대로 달려나갔다.

이제는 볼일이 없다는 듯이 말이다.

수천의 북방군은 그런 검인의 뒷모습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

능소화와 북궁연은 떠나가는 검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참으로 바람같은 사내였다.

멋대로 와서 한번 휘몰아치더니 아무일 없던 것 마냥 그대로 사라지니 말이다.

그렇게 둘은 검인의 신형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얌전히 지켜볼 뿐이었다.

그리고 검인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

북궁연이 입을 열었다.

"무슨 자신감이었어?"

"무엇이 말이더냐?"

"무슨 자신감으로 저자에게 항변을 한거야?"

북궁연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이미 그와 격차는 뼈저리게 느낀 그녀가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그렇게 아득아득 자존심을 세우며 그에게 고압적으로 대했다는 말인가

죽고 싶어 환장이라도 했다는 말인가

".....본녀의 신분을 밝히면 말을 들어줄줄 알았다."

"바보야? 저정도 무인이 권위따위에 짓눌릴리 없잖아."

북궁연은 코웃음 치며 입을 열었다.

"......권위로 짓누른 것이 아니다. 같이 지내온 동료로서 사정을 설명하고 부탁을 한 것이지."

"저쪽은 딱히 동료로 생각하는 것 같지 않던데?"

"............."

능소화의 말은 사실이었다.

검인에게 너무나도 매정히 거절당했기 때문이었다.

덤벼든다면 베어버릴 것이라는 협박과 함께 말이다.

"뭐 어찌되었든 나는 만족해."

그 모습을 본 북궁연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비록 양 어깨가 뚫려버리긴 했지만 살아날 수 있었고 이연 또한 비참한 몰골이 되었으니까."

북궁연은 후련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본녀는 불만이다. 대역죄인 이연에게 제대로 된 심판을 내리지 못하였다."

능소화는 불만에 찬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렇게 불만이면 지금이라도 따라가서 따지던가, 한혈마는 준비해줄게."

"............."

그녀의 말에 능소화는 침묵을 하였다.

불만은 가득하였지만 따질만한 용기가 없었던 탓이다.

북궁연은 그런 능소화의 반응이 재밌었는지 피식 웃었다.

처음에는 말만 섞어도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여자였지만 막상 몇 번 말을 섞다보니 생각보다 재밌었다.

아마 놀려먹는 반응이 재밌어서 그런 것이리라

"그나저나 저 새끼들을 정리해야하지 않을까?"

북궁연은 손가락 끝으로 앞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있는 북방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건 걱정 말거라. 본녀가 나서도록 하겠다."

능소화는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어쩌려고? 죽이게? 도와줄까?"

북궁연은 차가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대는 머릿속에 그런 잔인한 생각밖에 없는 것인가?"

그녀의 차가운 말에 능소화는 인상을 구기며 말을 이었다.

"이연과 합세해서 빙궁을 습격했던 이들이야. 그런 놈들을 냅두려고?"

"군에는 상명하복이라는 원칙이 작용되는 곳이다. 아마 저들 중 대다수는 어쩔 수 없이 이연의 명에 따른 이들일 것이다. 그러니 기회를 줄 심산이다."

"무슨 기회?"

"죄를 뉘우칠 수 있는 기회를 말이다."

능소화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넌 너무 물러터졌어."

북궁연은 불만이라는듯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녀는 이해가 안되었다.

어쩜 이렇게 물러터질 수 있다는 말인가

그들이 직접적으로 능소화에게 창을 겨눈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방관을 하였다.

장군인 이연이 황족인 능소화를 죽이려는 모습을 말이다.

어찌 그런 자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말인가

"군주라면 무릇 자비를 베풀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성군 납셨네."

북궁연은 비꼬듯이 말을 이었다.

"지켜보기나 하거라."

그녀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저벅 저벅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이내 능소화는 북방군과 불과 십여장 정도 떨어진 거리에 멈춰섰다.

"북방군은 들어라!"

그리고 그들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긴말하지 않겠다. 지금 당장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그렇다면 방위의 의무를 저버린 죄 그리고 이연이 황족인 본녀에게 반기를 든 현장을 방관한 죄까지 모두 묵과해주도록 하겠다!

그녀는 언성에 내력을 잔뜩 담아 더욱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만약 창을 버리고 투항하지 않는다면 본녀는 그대들을 전부 즉결심판 할 것이다! 선택하라! 역도가 될 것인지! 아니면 다시금 자랑스러운 북방군이 될 것인지!"

"............."

"............"

그녀의 말을 들은 병사들은 입을 꾹 다문채 서로 눈치를 보았다.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챙그랑

그때 한 기마병이 창을 내던졌다.

그리고 말에서 내린 후 땅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리고 외쳤다.

감격스럽다는듯이 말이다.

챙그랑

챙그랑

챙그랑

그 기마병을 시작으로 수많은 병사들이 창을 바닥에 내던지기 시작하였다.

쿵 쿵 쿵

그리고는 그대로 땅에 머리를 박으며 언성을 높였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내 모든 병사들이 능소화가 있는 방향으로 머리를 박았다.

복종하겠다는듯이 말이다.

*****************

두두두두두두

검인을 태운 한혈마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눈길을 질주하기 시작하였다.

두두두두두

발굽이 땅에 닿을 때마다 흙먼지가 피어올랐고 진동이 울려퍼졌다.

검인은 그런 한혈마를 더욱더 빠르게 몰았다.

마치 한계까지 몰아부치듯이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저 멀리서 일단의 무리들이 모여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검인은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는 더욱더 가열차게 채찍질을 하여 말을 가속시켰다.

이내 한혈마는 일단의 무리가 있는 곳까지 당도하게 되었고 검인은 한손으로 들어올린 뒤 곧바로 안장에서 내려왔다.

그와동시에 한혈마가 땅에 고꾸라졌다.

하악....하악...하악..하악

땅에 쓰러진 한혈마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너무 무리해서 달린 탓에 체력이 방전된듯 보였다.

"오셨습니까?"

그때 일단의 무리중 선두에 선 남자가 검인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

그의 물음에 검인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거나 받거라."

부웅

그리고는 이연을 남자에게 던져버렸다.

덥석

남자는 갑작스럽게 날아든 이연의 몸을 쉽사리 받아내었다.

"이자는 누구입니까?"

그리고 검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연이라고 하더군."

"이연!? 설마 황실제일검이라고 불리우는 이연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남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에게 물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그렇다고 하더군."

"어찌하여 이자를..."

남자는 말끝을 흐리며 말을 이었다.

이연은 황실을 수호하는 방패이자 황제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였다.

그런데 어찌 그런 이를 데리고 왔다는 말인가

"개중에 제일 낫더군."

검인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건 황실에 대한 도전입니다!"

"카하하하, 재밌구나. 우리가 언제 황실과 친했던 적이라도 있더냐?"

"..........."

"신경쓰지말거라. 어차피 그도 신경쓰지 않을테니까."

검인은 별것아니라는듯이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마차는 어디있나?"

"저 뒤편에 대기해두었습니다."

"좋군."

말을 마친 검인은 뒤편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대체 무슨 생각이신 겁니까? 검마劍魔여'

남자는 그런 검인의 뒷모습을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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