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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39화 (340/1,419)

〈 339화 〉 340.그저 베고 싶어서 베었을 뿐이네.

"누구냐!"

이연은 잔뜩 정색한 표정을 지은 채 몸을 돌렸다.

그의 표정은 심각하기 그지 없게 바뀌어져 있었다.

처음 그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만 해도 별 신경쓰지 않던 그였다.

누가 되었든 자신을 막을 이는 여기에 없다는 자신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몸에 혼을 두르는 영갑을 알아봤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영갑은 능소화와 북궁연조차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 아니었던가

혼을 둘렀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는 것은 특수한 기공을 익혔거나 적어도 현경의 경지에 이른 무인이라는 증거이리라.

이연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두리번 거렸다.

목소리의 주인을 찾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내 찾을 수 있었다.

저 멀리서 설렁설렁 걸어오는 한량같은 남자를 말이다.

"네놈이 지껄인 것이렷다?"

이연은 핏발 선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맞네."

남자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영갑靈甲을 어떻게 알아봤지?"

이연은 침중한 목소리로 남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냥 보이는 대로 말했네만?"

"영혼에 관한 특수한 기공을 익힌 것인가?"

"그런 사술따윈 익히지 않았다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알아본 것이냐!"

이연은 발끈하듯 언성을 높였다.

"그냥 보이는 대로 말했다니까?"

"경지에 다다른 것이냐?"

이연은 의심에 찬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봐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남자의 모습에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경지란게 참 많지 않나? 무슨 경지 말하는 것인가? 정확한 명칭을 말해주게나 초절정? 화경? 현경?"

"위대한 경지 말이다!"

"아...현경?"

남자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떤 것 같은가?"

남자는 이연에게 역으로 질문하며 대화를 이었다.

"두 번 말하는 것은 싫어한다."

이연은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나랑 다르시구만? 나는 두 번 말하는 것도 싫어하진 않는다네."

남자는 낄낄대며 입을 열었다.

"나를 우롱하는 것이냐!"

"생각보다 재미없는 사람이구먼. 뭐 그리 예민하게 반응한단 말인가? 마치 월경 중인 계집처럼 말일세."

"노오옴!"

남자의 말을 들은 이연은 고함을 내지르며 검을 치켜들었다.

언성에는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

"정말 죽고 싶은 것이냐?"

"아니,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 살려고 발버둥치면서 사는 인생에서 말일세."

"아무리봐도 네놈은 죽으려고 환장한 인간처럼 보이는구나."

"그거 참 색다른 시각이구먼, 내게 그런 말을 하는 인간이 있을 줄이야."

남자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네놈 이름이 무엇이더냐?"

이연은 설풍보다 차가운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나 말인가?"

"그래 네놈 말이다."

"아쉽게도 내게는 이름 따위는 없다네."

"뭐라!?"

"그저 한 자루 검일 뿐이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더냐!"

이연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이 밉살맞은 남자가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보니 요즘은 별명이 생겼다네. 저 귀엽게 생긴 아이가 지어준 별명이지."

남자는 반짝이는 눈으로 이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검인劍人이라고 부르게나. 얼마나 많이 부를지는 모르겠지만 말일세."

남자, 검인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

"검인? 검인이라고?"

이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네."

"네놈은 내가 장난하는 것처럼 보이는가?"

이연은 얼굴을 잔뜩 붉히며 말을 이었다.

이연은 확신하였다.

저 남자가 자신을 희롱하고 있다고 말이다.

세상 천지에 저딴식으로 이름을 짓는 놈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분명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황궁제일검이자 대장군인 자신을 말이다.

"하하하 억울하구먼, 장난이 아닌데 말이야."

검인은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이연은 그 모습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마음 같아선 저 조잘대는 주둥이를 그대로 베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가득하였다.

하지만 자신과 동격일지도 모를 남자와 대치하려고하니 부담이 되었다.

자신은 현재 오른팔을 잃어버린 상태가 아니던가

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지만 굳이 위험을 부담하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좋다, 검인. 그렇게 부르도록 하지."

이연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검인, 네놈은 내 적인가?"

우우우우우우우우웅

아아..아....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우...우..우..우.우.....우....우...우

이연은 내력과 영혼을 폭출시키며 말을 이었다.

그러자 회색빛 기운이 일렁이더니 이내 귀곡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흐음"

그 말을 들은 검인은 고민하듯 턱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매만지며 고민하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적은 아닐껄?"

검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가?"

검인의 말을 들은 이연은 폭출시켰던 기운들을 순식간에 해소시키며 말을 이었다.

그는 다소 안심이 되는 것을 느꼈다.

다행히 검인과 대치하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을 듯 싶었다.

"적이라는 것은 적어도 동급은 되야 성립하는 것이 아닌가?

검인은 재밌다는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뭐라고?!"

그 말을 들은 이연은 발끈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 말은 내가 네놈보다 모자르다는 말인가!"

"맞네."

"오만하구나!"

"감당할 능력이 있다면 오만이 아닌 자신인 법이라네"

검인은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오냐! 네놈이 감당할 여력이 있는지 직접 확인해주겠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이연은 왼손을 치켜들고는 그대로 검인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의 목을 꿰뚫을 심산이었다.

쇄애애애애액

이연의 혼연검이 그대로 검인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의 검에는 수천명의 영혼이 그대로 잠식되어 있었다.

살짝 닿기만해도 검은 녹아버릴 것이고 온 몸은 썩어 문드러질 것이며 종국에는 절망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스르릉

이연이 달려오는 모습을 보던 검인은 옆구리에 대충 걸치고 있던 검을 뽑아들었다.

깔끔하게 제련 되어 있는 검 한 자루가 이내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연은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쇄애애애액

이내 이연의 혼연검이 검인의 목젖을 노리고 그대로 찔러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부웅

검인은 그런 이연의 혼연검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 모습을 본 이연은 코웃음을 쳤다.

자신의 혼연검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검인이 실수를 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지금 자신의 혼연검에는 수천 명의 영혼이 담겨있었다.

그렇기에 그만큼 무겁고 단단하며 날카로웠고 검따위는 단숨에 녹여버릴 정도로 지독하였다.

이런 검을 맞대응할 생각을 하다니 코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죽어라!'

이연은 생각하였다.

저 남자는 끝이라고 말이다.

서걱

그때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변이 일어났다.

검인의 검이 혼연검의 날에 파고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혼연검을 완전히 잘라버리고 만 것이다.

그것도 마치 허공을 가르듯 부드럽게 말이다.

아무런 장애물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이었다.

혼연검이 무엇이란 말인가

위대한 경지에 오르고 전쟁에서 죽었던 모든 이들의 혼이 담긴 깨달음의 집약체가 아니던가

그 영혼의 숫자만해도 수천 명이었다.

그런데 전쟁에서 억울하게 죽은 수천 명의 원혼이 단숨에 베어진 것이다.

그저 가벼운 휘두름으로 말이다.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어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아...아....."

이연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였다.

그저 말을 더듬으며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맹렬히 노력할 뿐이었다.

서걱

그때 다시금 귓가에 절삭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크아아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왼쪽 어깨어림에 어마어마한 고통이 찾아왔다.

그리고 이연은 알 수 있었다.

눈앞의 남자가 자신의 왼팔을 그대로 베어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세상 모든 이치를 무시할 수 있는 자신의 영갑靈甲을 뚫고 말이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이내 이연의 비명성이 온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이연은 비명성을 내지르며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양팔을 모두 잃어버린 비참함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복수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존재에게 말이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애초에 자네와 나는 적이 될 수 없다네."

검인의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수준 차이가 이렇게 나는데, 어찌 자네가 내 적이 될 수 있겠는가?"

검인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더욱더 진해졌다.

*********

"............."

"............"

북궁연과 능소화는 멍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일어난 비현실적인 상황을 말이다.

이연의 왼팔이 잘려버렸다.

그것도 단 일검에 말이다.

어찌 이런 상황을 쉽사리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연이 누구란 말인가

황실제일검이라고 불리우는 황실의 최강자이자 수십년 간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북방의 이민족들을 학살하여 북방의 사신이라고 불리우던 괴물이 아니던가

또한 그의 강함을 몸소 체험까지 했던 그녀들이었다.

그렇기에 믿기지가 않았다.

눈앞에 벌어진 상황이 말이다.

그저 가벼운 일검이었다.

이제 막 검을 처음 쥔 어린 아이가 휘두르는 것처럼 언뜻 보면 대충 휘두르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가벼운 일검이었다.

그런데 그런 가벼운 일검에 이연이 베어졌다.

그의 혼연을 뚫고 말이다.

두 여인을 입을 턱하고 벌렸다.

검인이 강하다는 것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던 그녀들이었다.

하지만 저렇게 압도적으로 강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그녀들이었다.

설마하니 혼연마저 베어버릴 줄이야.

그것도 기존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짙은 회색빛을 띠고 있던 혼연검을 말이다.

'.........나랑 싸울 때는 봐준거구나.'

검인과 한 차례 드잡이질을 했던 북궁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 앉는 것을 느꼈다.

만약 처음 대치했던 당시 그가 본연의 실력을 발휘했다면 자신은 진작에 죽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능소화 또한 눈을 파르르 떨었다.

통곡의 벽처럼 느껴졌던 이연이 양팔을 잃은 채 추하게 서있었다.

그 괴리감에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하였다.

검인은 이미 인간을 벗어난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

"질문....하나...해도 되는가?"

어느새 진정한 이연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말해보게나."

이연은 모르겠다는듯 그에게 되물었다.

"어떻게....혼연魂連을....영갑靈甲을...베어낸 것이지?"

"영갑이라면 몸뚱아리를 말하는 것일테고 혼연은 검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이연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저 베었네."

"...뭐라?"

이연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말을 내뱉었다.

"그저 베고 싶어서 베었을 뿐이네. 마음 가는대로 말일세."

"..............."

"자네가 마음대로 혼을 붙들어놓았던 것처럼 말일세."

".......그렇군."

이내 이연은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베어버린 것이 저자가 가진 마음의 검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영혼이 베여버린 것이다.

심검心劍에 의해서 말이다.

"나는 이제 죽게 되는가?"

이연은 담담한 시선으로 검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어떻게 될 것 같나?"

"죽을 것 같네."

"맞기는 한데 당장은 아닐세."

검인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이연은 의아한듯 그에게 되물었다.

죽이긴 죽이는데 당장은 죽이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자네가 죽을 장소는 이곳이 아니라는 말일세."

검인은 활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탁 탁 탁 탁

그리고 재빨리 손을 움직여 이연의 혈도를 점혈하였다.

그러자 이연의 몸이 뻣뻣해지더니 이내 앞으로 고꾸라지기 시작하였다.

"웃차"

검인은 그런 이연의 몸을 낚아챘다.

그리고는 그를 그대로 어깨에 들쳐메고는 앞쪽에 있는 능소화와 북궁연을 바라보았다.

"몸은 괜찮은가?"

검인은 그녀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괜찮다."

"하하하하 ,다행이구만."

검인은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검인이여, 아까 한 말은 무슨 뜻이더냐?"

능소화는 검인을 바라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듯이 입을 열었다.

죽을 곳이 이곳이 아니라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검인은 모르겠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이연이 죽을 곳이 이곳이 아니라니? 그럼 대체 어디서 그를 죽인단 말인가? 혹여 죄를 낱낱히 밝혀 형장의 이슬로 만들어버릴 심산인가?"

"하하하하, 아닐세. 이자는 내 개인적인 필요로 인해서 데리고 갈 심산이라네."

그녀의 말을 들은 검인은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안된다!"

그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언성을 높이며 소리쳤다.

"그는 황족을 능멸하였고 북방군을 이끌고 멋대로 국경선을 넘어 국방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였다. 그런 자를 어찌 멋대로 데리고 간다는 말인가?"

능소화는 잔뜩 성이 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이연은 대역 죄인이었다.

그것도 온갖 죄를 짓고 있는 대역죄인 말이다.

그런 자를 어디로 데리고 간다는 말인가

"허락을 받아야 하는겐가?"

"당연하다! 물론 허락을 안해주겠지만!"

"누구에게 말인가?"

"당연히 본녀이지 않는가?"

"모르겠구먼."

검인은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무엇을 모르겠다는 것인가?"

그의 반응을 본 능소화는 모르겠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어째서 내가 나보다 약한 이의 허락을 구해야 하는지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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