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8화 〉 339.팔을 잃다.
촤아아아아아앙
이연이 냉기를 베어버리자 특유의 절삭음이 사방을 진동시켰다.
'베었다!'
이연은 생각하였다.
완벽히 베어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이내 북궁연에 대한 비웃음이 떠올랐다.
전혀 다를 것 없는 공격을 해놓고 뭐가 다르다는 말인가
쩌저저적
그떄 귓가에서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어는 소리?'
그렇다.
그것은 무언가 얼어붙는 소리였다.
이연은 소리를 따라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얼어붙고 있는 자신의 검을 말이다.
'아닛!?'
그 모습을 본 이연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병사의 혼뿐만 아니라 내력마저 가득 들어차 있는 검이었다.
그런데 어찌 잠깐 닿는 것만으로 검이 얼어붙는다는 말인가
우우우우웅
이연은 재빨리 내력을 불어넣었다.
후두두두둑
그러자 검이 맹렬히 떨리기 시작하더니 얼음들을 걷어내기 시작하였다.
솨아악
그리고 검을 휘두르자 엉겨붙어있던 얼음 알갱이들이 일시에 떨어져나갔다.
이연은 의아함이 들었다.
혼연은 이세상의 법칙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찌 한낱 빙공 따위에 얼어붙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연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시선을 위로 올렸다.
검을 얼어붙게 만든 장본인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어떻게 한거지?"
이연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아...하아...하아...통했나보네?"
그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죽을 듯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말을 이었다.
"물었을텐데?"
"하아...하아...하아.....이치에 벗어난 존재가 너만 있는 건 아니잖아?..하아..하아."
"...........놀랍군. 초입이라 제대로 된 깨달음을 구축하지 못한 줄 알았는데 말이야."
"하아...하아...하아...하아.....설마....무늬만 현경이겠어?"
"반성하지. 얕보았다."
이연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그 말 그대로 였다.
이연은 북궁연을 얕보았다.
현경에 올랐지만 무공에 마음을 담지 못하는 우둔한 자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보니 그것도 아닌듯 싶었다.
혼연마저 얼릴 정도의 냉기를 뿜어내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이연은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보아하니 한 번 사용하는데 몸에 상당한 무리가 가는듯 하군. "
"하아...하아..아직 익숙치 않아서 말이야."
북궁연은 인정한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 상태에서 나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후우...후우...후우..괜찮아...난 혼자가 아니니까."
북궁연은 옆쪽에 있는 능소화를 슬쩍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후우...후우...불덩이.."
"왜 그러느냐?"
"후우...보는 것처럼 저 괴물에게 한 방 먹일 기술이 있거든?"
북궁연은 거칠던 호흡을 진정시키며 말을 이었다.
"도와줄래?"
"물론이다."
그녀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런 기술이 있다면 처음부터 썼으면 좋았지 않았느냐?"
능소화는 핀잔하듯 말을 이었다.
"숨 몰아쉬는 것 못 봤어? 보기에는 가벼이 쓰는 것처럼 보여도 심력이랑 내력이 어마어마하게 드는 일이라고. 저런 괴물새끼만 아니면 나도 웬만해선 쓰고 싶지 않는 기술이야."
북궁연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기회를 한 번만 만들어줘. 그럼 그대로 뼛속까지 얼려버릴테니까."
"........본녀를 믿는 것인가?"
능소화는 자신없다는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믿어. 그러니까 실수하지마."
북궁연은 신뢰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능소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녀는 지금껏 살면서 눈앞에 있는 능소화만큼 강한 여인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강하였다.
콧대가 하늘에 치솟아있는 자신이 인정할만큼 말이다.
"걱정말거라! 몇 번이고 만들어주겠다!"
그녀의 신뢰가 기뻤던 것일까
능소화는 자신있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한 번이면 돼. 나도 단 한 번에 모든 기운을 내뿜을테니까."
북궁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알았다."
말을 마친 두사람은 각자 검과 도를 치켜들었다.
이연의 검을 견제하면서 결정타를 먹일 기회를 노릴 심산이었다.
그 모습을 본 이연은 검을 늘어뜨렸다.
그의 눈에는 전에 없던 긴장감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뼛속까지 얼려버리겠다는 북궁연의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두 여인과 한 남자는 그렇게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를 이어갔다.
빈틈을 보이길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팍
이연이 땅을 박차더니 그대로 북궁연에게 달려들었다.
쇄애애애액
그의 신형이 빛살처럼 쏘아져나가더니 이내 북궁연의 목을 찔러들어왔다.
챙
북궁연은 재빨리 빙검을 치켜들어 검면으로 이연의 검을 막아버렸다.
주르르륵
하지만 이내 이연의 검에 담긴 거력을 감당치 못하고 그대로 뒤로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이연은 내력을 집중하였고 혼을 더욱더 불어넣었다.
쩌저적
그러자 이연의 검끝에 맞닿았던 북궁연의 빙검이 조금씩이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위험해!'
그 소리를 들은 북궁연은 알 수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이연의 검이 자신의 목을 꿰뚫어버릴 것이라고 말이다.
챙
그때 이연의 검이 위쪽으로 튕겨나가기 시작하였다.
어느새 다가온 능소화가 도를 휘둘러 이연의 검을 위쪽으로 날려보냈기 때문이었다.
이연은 검이 튕겨나가는 동시에 몸을 오른쪽으로 튼 뒤 그대로 능소화에게 주먹을 날렸다.
쾅
"크윽!"
이마를 가격당한 능소화는 그대로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내력을 끌어올려 방비를 하고 있긴 하였지만 이연의 주먹에 담긴 충격량을 상쇄시키기엔 모자랐기 떄문이었다.
쇄애애애액
그때 북궁연이 손을 뻗어 새하얗게 물든 손바닥을 날렸다.
이연은 재빨리 오른발을 뒤로 보낸 뒤 축을 삼아 그대로 몸을 돌렸다.
북궁연의 빙장이 허공을 가르게 되었다.
부웅
퍽
그녀의 빙장이 허공을 가르는 동시에 이연은 팔꿈치를 들어올려 북궁연의 얼굴을 가격하였다.
"크윽"
옆면을 직격으로 맞은 북궁연은 비명성을 내질렀다.
팍
팍
팍
그 후에도 쉴새없이 많은 공방이 오갔다.
북궁연과 능소화는 합동을 하면서 필사적으로 이연에게 맞섰지만 갈수록 상처만 늘어날 뿐이었다.
필사적으로 검을 처낸 덕분에 베이지는 않을 수 있었지만 이연의 주먹질과 발길질에 온몸을 후두려맞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북궁연과 능소화는 굴하지 않고 계속하여 달려들었다.
한순간의 빈틈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온몸에 내력을 가득 두른 채로 말이다.
이연도 이연 나름대로 무척이나 신중하게 공방을 이어갔다.
현재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는 북궁연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를 죽이기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능소화가 끼어들어 검을 처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럴 때마다 주먹질과 발길질로 보답을 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달려들고 또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이연은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거슬렸다.
거슬려도 너무나 거슬렸다.
능소화라는 존재가 말이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진왕이 반란을 일으켰던 그 때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황제의 신임을 받게된 그녀가.
황실의 수호자로서 유일무이한 존재였던 자신을 유이한 존재로 만들어버린 그녀가
황족이면서 타고난 재능으로 이십대 후반에 반선의 경지에 오른 그녀가
자신을 뛰어넘을지도 모르는 그녀가
수십 년간 전쟁을 통해 쌓아온 자신의 명성을 고작 삼 년만에 빼앗아가는 그녀가
그리고 북궁연을 죽이려는 자신을 방해하는 그녀가 말이다
이연의 눈에 핏발이 서기 시작하였다.
분노와 열등감 그리고 열패감이 온몸을 휩싸였다.
죽이고 싶었다.
저 여자를 미치도록 죽이고 싶었다.
저 여자만 죽일 수 있다면 세상따윈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연은 내력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러자 검에 검명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혼을 불러들이기 시작하였다.
이미 전쟁에서 죽어버린 수천의 병사들의 혼을 말이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아
흐...흑흐..흐...흑흐..흐..흐..흑
하아..아...아.아.아....아..아.아
이내 그의 검에서 귀곡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기존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선명하고 처절한 귀곡성이었다.
이내 그의 검이 불결하기 짝이 없는 회색빛으로 물들어버렸다.
이연은 알 수 있었다.
이 검이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최악이자 최고의 검이라는 것을 말이다.
만약 이 검에 베이게 된다면 수천의 영혼들에게 그대로 잠식되어 끔찍한 고통과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무심한 표정을 짓던 그라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환한 웃음이었다.
그는 기뻤다.
이 검으로 능소화를 벤다는 생각에
능소화가 절망과 고통에 찬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는 생각에 말이다.
퍽
이연은 북궁연을 그대로 발로 차버렸다.
그러자 이내 북궁연이 멀지 않은 곳으로 날아가버렸다.
부웅
그리고 그대로 능소화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수천의 원혼이 담긴 연혼의 검을 말이다.
서걱
능소화가 재빨리 도를 들어 방어하긴 하였지만 소용없었다.
얼음으로 만든 도는 연혼검에 의해 너무나 쉽사리 잘려버렸다.
그리고 얼음으로 만든 도를 잘라버린 연혼검이 그대로 능소화를 베어들어갔다.
'끝이다!'
이연은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더욱더 진해졌다.
쩌저저저적
"아닛!?"
하지만 이연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수천의 원혼이 가득 담긴 혼연검이 그대로 멈춰섰기 때문이었다.
"흐읍!"
이연은 검을 움직이려고 하였지만 소용없었다.
검은 물론 팔목은 물론 전완까지 완전히 얼어붙은 탓이었다.
"북궁연!!!"
그 모습을 본 이연은 살기어린 눈빛으로 북궁연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능소화를 죽이려고 하니 이제는 북궁연마저 자신을 방해하였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털썩
북궁연은 대답할 여유조차 없는 것인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하아....하아.....하아...하아..."
그리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심력과 내력을 너무 사용한 까닭인듯 싶었다.
"저 개같은 년이!"
이연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가진 최고의 절기가 북방의 천한 계집에 의해 막혀버린 것이다.
어찌 분노를 삭힐 수 있겠는가
바로 코앞이었다.
능소화를 고통과 절망의 구렁텅이에 집어 넣을 수 있는 순간이 말이다.
아직도 자신에 검에서는 수천 명의 원혼이 귀곡성을 지르고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베어들어가면 되는데 어찌 그걸 허락지 않는다는 말인가
쩌저저저적
"끄아아아악!"
그때 전완까지 얼어붙었던 것이 점점 범위를 확장하기 시작하였다.
전완뿐 아니라 상완까지 말이다.
이연은 생각하였다.
이러다간 온몸이 얼어붙는다는것을 말이다.
내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손을 수도手刀 모양으로 만들었다.
서걱
그다음 그대로 베어버렸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다.
쿵
이내 혼연검을 쥐고 있던 이연의 오른팔이 그대로 떨어져나가버렸다.
완전히 말이다.
"끄아아아아악!"
이연은 팔이 떨어져나간 고통에 비명성을 내질렀다.
평생을 함께 했던 팔이었다.
그런데 그런 팔이 너무나도 쉽사리 없어져버렸다.
비록 자신의 선택이었다지만 그 박탈감과 절망감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잃어버린 것이다.
영원히 말이다.
"끄아아아아아악!"
그는 끝도없이 비명성을 질렀다.
평생을 같이한 팔에 대한 명복을 빌어주듯이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비명을 질렀을까?
이내 박탈감과 절망감은 분노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핏발이 잔뜩 선 눈으로 눈앞에 있는 능소화와 살짝 떨어져 있는 북궁연을 바라보며 다짐하였다.
결코 곱게 죽이진 않겠다고 말이다.
세상에 있는 모든 치욕이란 치욕은 전부 겪게 만들어준 뒤 절망 뒤에 죽이겠다고 말이다.
이연은 능소화를 향해 수도를 내리쳤다.
능소화는 재빨리 호신강기를 끌어올려 그의 공격을 막았다.
콰쾅
"크윽"
하지만 이내 그대로 뒤편으로 날아가버렸다.
혼연이 담겨있는 그의 공격을 감당치 못한 까닭이었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네년들을 전부 비참하게 죽이고 말 것이다. 팔다리를 전부 잘라내고 혀를 잘라낸 뒤 병사들의 공용창녀로서 평생을 보내게 만들 것이다!"
탁 탁 탁
이연은 상상만해도 끔찍한 말을 내뱉은 뒤 혈도를 점하여 오른팔을 대충 지혈하였다.
파삭
그리고는 얼어붙어있는 자신의 오른팔을 그대로 밟아버렸다.
콰직
그러자 얼음이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고 검 한자루만이 남게 되었다.
이연은 검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북궁연과 능소화가 있는 곳으로 성큼 성큼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광폭한 눈빛으로 그녀들을 노려보면서 말이다.
그 모습을 본 북궁연과 능소화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이연을 막아설 방법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들의 눈에 절망감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이거 봐라?"
그때 어디선가에서 들려온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이연의 귓가를 간질이기 시작하였다.
애써 무시하고 걸음을 옮길려는 찰나
"몸에 혼을 둘렀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말이 들려왔다.
"누구냐!"
이연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재빨리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