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6화 〉 337.얼음과 불꽃-2
저벅 저벅
저 멀리서 검을 늘어뜨린 이연이 걸어오고 있었다.
야수와 같은 눈빛을 반짝이면서 말이다.
꿀꺽
그 모습을 본 북궁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왠지 모를 긴장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뭐지?'
그녀는 의아함이 들었다.
수천 자루의 창이 쏟아져내렸던 혼연을 마주하였을 때도 긴장은 커녕 코웃음을 치며 설풍을 쏘아보내던 그녀였다.
그런데 긴장이 되었다.
그것도 상당할 정도로 말이다.
고작 검 한 자루를 쥔 것 뿐인데 말이다.
저벅 저벅
발자국 소리가 울릴 때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고 간담이 서늘해졌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야, 불덩이."
이연을 지켜보던 북궁연은 별안간 능소화를 불렀다.
"......말하거라."
"저자가 원래 검을 썼어?"
"이연은 황궁제일검이라고 불리우는 자다. 당연히 검을 쓰지 않겠는가?"
"그런데 왜 지금까지 검을 안썼대?"
북궁연은 의아한듯한 얼굴로 능소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찌 검을 주력으로 익힌 자가 멀리서 투창만 쏟아붓는단 말인가
"모르겠다."
"그럼 저자, 검은 잘 써?"
"모르겠다."
"그걸 왜 몰라!"
북궁연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소리쳤다.
"본녀는 지금껏 이연이 검을 쓰는 것을 단 한번도 보지 못하였다."
"그래도 풍문으로나마 들었을 것 아니야?"
"산을 갈랐네. 바다를 갈랐네. 일검에 천명을 베었네 등 여러가지 풍문이 돌긴 했지만 그 모습을 직접 확인해본 자는 없었다."
북궁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니 그럼 어떻게 황궁제일검이라고 불린 거야!?"
"황제 폐하께서 하사하신 칭호이다."
"결국 그 누구도 검증하진 못했다는 거네?"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영광이네. 그런 자의 검을 뽑았으니 말이야."
북궁연은 고운 아미를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연을 향해 손을 뻗은 북궁연은 천음빙백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였다.
그러자 손바닥에 어마어마한 냉기와 한기가 서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바닥이 하얗게 물들어버렸다.
북궁연은 하얗게 물든 손바닥을 이연을 향해 겨누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차갑기 그지 없는 냉기를 그대로 쏘아보냈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백설과도 같은 새하얀 냉기가 이연을 향해 쏟아져내리기 시작하였다.
이연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얼음폭풍을 광포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그리고 기다렸다.
얼음폭풍이 자신의 범위안에 들어올 때까지 말이다.
솨아아아아아아아
이내 얼음폭풍은 그의 범위 안에 들어오게 되었고 이연은 늘어뜨렸던 검을 그대로 휘둘렀다.
촤아아아아아아
그러자 얼음폭풍이 갈라지더니 이내 그대로 흩어져버렸다.
마치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
그 모습을 본 북궁연은 벙찐 표정을 지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빙백신장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마치 벌레쫒듯 가벼이 휘두른 검에 의해서 말이다.
비록 간 볼 의도로 적당한 내력을 담은 탓에 전력은 아니었지만 빙백신장은 엄연히 북해빙궁의 절기였다.
그런 절기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어찌 벙찌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북궁연은 생각했다.
생각보다 힘든 싸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아무래도 영광이 아니라 절망이 될 것 같구나."
그때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능소화가 입을 열었다.
"동의해"
그녀의 말에 동의를 한 북궁연은 팔을 뻗은 후 손을 쫙 폈다.
솨아아아아아
그리고 이내 공기 중에 수분을 순식간에 동결시켜 빙검 한 자루를 만들었다.
"너 근접전 할 수 있어?"
빙검을 손에 쥔 북궁연이 능소화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걱정 말거라. 본녀는 도법의 달인이니라."
"여긴 도가 없잖아?"
"........그게 문제다."
북궁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가 사용하는 도刀는 마부장이 보관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도刀가 있을 리 없었다.
솨아아아아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북궁연은 다시금 공기중 수분을 동결시키더니 이내 멋들어진 도刀 한자루를 만들어내었다.
"자."
"본녀를 주는 것인가?"
"걸리적거리면 귀찮으니까."
북궁연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째 그대는 말을 곱게하는 법이 없느냐."
"받기 싫어?"
"그런 말을 하진 않았느니라!"
능소화는 혹여 북궁연이 도를 파기할까 두려워 재빨리 뺏어들었다.
터업
손에 도를 쥐니 차가운 한기가 느껴졌다.
"근데 이거 녹지 않겠느냐?"
능소화는 걱정된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얼음으로 만들긴 해도 어지간히 꽝꽝 얼려서 잘 녹지 않을거야."
"본녀는 화공을 쓰네만...."
"녹으면 또 만들어줄테니까. 그냥 써. 아니면 맨몸으로 싸울래?"
"그건 아니다."
북궁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고개를 도리질치며 말을 이었다.
"좋아. 그럼 그 잘난 도법 좀 보자고."
그 모습이 귀여웠던 것인지 북궁연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깜짝 놀랄 준비나 하거라."
부웅
말을 마친 능소화는 그대로 도를 휘둘러보았다.
"오!"
그리고 이내 감탄하듯 탄성을 내뱉었다.
급조됬음에도 불구하고 도의 무게 중심이 무척 잘 맞았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대단한 자구나.'
능소화는 생각했다.
비록 폭력적이고 야만적이고 제멋대로에다 고집불통인 여자였지만 의외로 다재다능한 여인일지 모른다고 말이다.
생각을 마친 능소화는 도를 늘어뜨린 후 이연을 바라보았다.
북궁연 또한 검을 치켜세운 후 이연에게 겨누었다.
저벅 저벅
얼마 지나지 않아 이연이 그녀들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
능소화와 북궁연은 망설이지 않았다.
능소화의 도가 그대로 이연의 오른팔을 베어들어갔다.
그리고 북궁연의 검이 이연의 왼쪽 심장을 찔러들어갔다
챙
이연은 재빠르게 검을 들어올려 북궁연의 검을 오른쪽으로 밀어내었다.
챙
그러자 심장을 노리고 찔러가던 북궁연의 검이 오른팔을 노리던 능소화의 도와 부딪히게 되었다.
자연히 능소화의 도 또한 궤도가 바뀌어버렸고 두 사람의 공격은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연은 그대로 검을 찔러들어갔다.
북궁연은 왼손을 뻗어 재빨리 빙백신장을 날렸다.
쾅
이연의 검과 북궁연의 장이 부딪히더니 이내 굉음이 울려퍼졌다.
"크윽!"
그리고 이내 검을 맨손으로 받아낸 북궁연은 신음성을 내뱉었다.
손바닥에 상당한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부웅
그때 북궁연의 검에 튕겨 날아갔던 능소화의 도가 이연의 오른팔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북궁연과 대치하고 있는 사이 그대로 잘라낼 심산인듯 하였다.
쾅
하지만 그녀의 계획은 이연의 주먹질에 의해 무산이 되었다.
이연이 왼쪽 주먹으로 도면을 그대로 후려쳤기 때문이었다.
궤도가 다시금 비틀린 능소화의 도는 그대로 허공을 내리 베었다.
퍽
그리고 이연은 허공을 베면서 균형이 무너진 능소화의 옆구리를 그대로 차버렸다.
"크윽!"
부웅
옆구리를 얻어맞은 능소화는 그대로 공중에 붕 뜨더니 뒤편으로 날아가버렸다.
쇄애애액
그때 북궁연의 검이 이연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능소화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목을 잘라버릴 심산이었다.
이내 북궁연의 검이 이연의 목에 닿기 시작하였다.
'됐어!'
북궁연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창
그때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
검이 그대로 튕겼기 떄문이었다
'뭐야!?'
순간 북궁연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분명 호신강기 따위가 아니었다.
강기 간의 부딪힘을 자신이 모를 리 만무하였으니까 말이다.
그냥 튕겨나갔다.
마치 상처를 입힐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퍽
그때 갑자기 하복부에서 상당한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커윽"
하복부에서 느껴지는 갑작스러운 고통에 북궁연은 비명성을 내질렀다.
부웅
그리고 이내 몸이 밀리는 느낌이 들었다.
몸이 충격을 버텨내지 못하고 그대로 밀려버린 것이다.
주르르륵
북궁연의 몸이 한없이 밀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능소화가 날아간 곳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쿨럭"
밀렸던 몸이 멈추자 북궁연은 핏물을 토해내었다.
발차기 한 방에 가벼운 내상을 입은 듯 하였다.
북궁연은 곁눈질로 옆을 슬쩍 보았다.
옆을 보니 마찬가지로 피를 토하고 있는 능소화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 또한 자신과 마찬가지로 가벼운 내상을 입은듯 하였다.
"쿨럭! 본녀가 목숨 걸고 기회를 만들어줬거늘! 어찌 살리지 못한 것이더냐!"
능소화는 탓하듯 북궁연에게 말하였다.
"기회를 만들긴 무슨! 그냥 처맞고 날아간 것 모를 줄 알아?"
북궁연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어쨌든 완벽한 기회를 못 살린 것은 사실이지 않느냐!"
능소화는 지지않겠다는듯이 입을 열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입을 꾹 다물었다.
능소화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방금 전 상황은 엄청난 기회였다.
한순간에 승부가 결정날 정도의 기회 말이다.
그런데 그런 기회가 그대로 날아가버렸다.
허무하게도 말이다.
".....어쩔 수 없었어."
북궁연은 변명하듯 말을 이었다.
"뭐가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냐!"
능소화는 발끈하듯 소리쳤다.
"목에 검이 안박혔다는 말이야!"
"호신강기를 두르기 전에 베었어야지!"
"호신강기가 아니였어."
"뭐라!?"
능소화는 당황하듯 말을 내뱉었다.
그녀는 이해가 안되었다.
호신강기를 두르지 않고 어떻게 검으로부터 목을 보호한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 아니던가
"혹여 금강불괴金剛不壞같은 것이더냐?"
능소화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전설의 경지를 입에 담았다.
"겪어본적은 없지만 그런게 아니였어. 뭔가 검이 거절당한 느낌이었어."
"거절?"
"검이 닿는 것 자체를 거부한 느낌이랄까?"
"그게 무슨 헛소리더냐?"
능소화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나도 모르겠어. 대충 그런줄 알아."
능소화의 계속되는 추궁에 북궁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 그런 느낌이었다.
거절당한 느낌말이다.
마치 침입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미지의 무언가에 의해서 말이다.
"혹여 창피하여 둘러대는 것이더냐?"
능소화는 살짝 비웃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니거든? 내가 너랑 같은 수준인줄 알아?"
북궁연은 고운 아미를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그대가 착각한 것이 분명하다. 어찌 공격이 거절을 당한다는 말이더냐? 본녀였다면 분명 거침없이 이연의 목을 베어냈을 것이다."
능소화는 장담하듯 말을 이었다.
"그래?"
그 자신만만한 모습이 마음에 안든 것인지
북궁연은 삐딱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럼 이번에는 내가 기회를 만들어줄테니까. 네가 베어봐."
"본녀가?"
"자신있다며, 설마 허언이었어?"
북궁연은 도발하듯 말을 이었다.
"그럴리가! 걱정말거라! 달인의 경지에 도달한 본녀의 도법을 보여주겠느니라."
능소화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리고 용천혈에 내력을 흘려보내기 시작하였다.
그대로 도약하여 달려들 심산이었다.
쾅
이내 능소화가 용천혈에 있는 내력을 터트리더니 그대로 이연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그녀의 몸에는 상당한 가속이 붙었다.
북궁연 또한 그녀의 움직에 맞춰 이연을 향해 몸을 날렸다.
쾅
얼마 지나지 않아 능소화의 도가 이연의 검과 맞부딪히며 굉음을 터트렸다.
쇄애애애액
그리고 뒤따라온 북궁연이 그대로 이연의 목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이연은 재빨리 능소화의 도를 튕겨내더니 이내 검면을 세워 북궁연의 찌르기에 대비를 하였다.
챙
이내 금속음이 울려퍼졌고 북궁연의 검은 그대로 이연에게 막히게 되었다.
북궁연은 재빨리 손을 뻗어 그에게 빙백신장을 날려버렸다.
한기와 냉기가 가득 담긴 얼음폭풍이 그대로 이연에게 작렬하였다.
이내 이연의 몸이 순식간에 얼어붙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능소화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화르륵
도에 불꽃을 두르고는 그대로 이연의 목을 베어들어갔다.
단번에 베어낼 심산으로 말이다.
쩌쩍
이내 도는 얼어버린 그의 목에 닿았고 능소화는 쾌재를 불렀다.
이대로 베어버리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창
그때 다시금 이변이 일어났다.
얼음을 파고들던 도가 일순간 멈춰버렸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말이다.
능소화는 당혹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잘 파고들던 녀석이 별안간 왜 멈춰선다는 말인가
능소화는 도를 쥔 손에 힘을 더욱더 주었다.
하지만 도는 여전히 멈춰서있을 뿐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쾅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가 완전히 튕겨나가버렸다.
마치 거절당한 것처럼 말이다.
능소화는 벙찐 표정이 들었다.
북궁연이 했던 말이 창피해서 둘러댄 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사실이었다.
이연의 몸은 거절 하였다.
자신에게 위해가 되는 모든 것들을 말이다.
부웅
그때 이연의 주먹이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리고 멍하니 있던 능소화는 미처 그 주먹에 대응하지 못하였다.
이내 그의 거력이 담긴 주먹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순간 정신이 든 능소화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