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4화 〉 335.흉마凶魔의 최후
움찔 움찔
머리통이 바닥에 처박혔던 강패의 몸이 움찔 움찔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푸스스
이내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운 강패의 몸에서 흙가루가 잔뜩 묻어나오기 시작하였다.
탁 탁 탁
강패는 몸에 묻은 흙먼지를 대충 털어낸 뒤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자신을 땅에 처박았던 이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쾅
그때 흉마가 처박혔던 민가에서 굉음이 터져나왔다.
"개 같은 새끼가!"
그와동시에 잔뜩 성이 난 흉마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밖으로 튀어나왔다.
밖으로 튀어나온 그는 재빨리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하였다.
자신을 민가에 처박아버린 장본인을 찾기위해서 말이다.
이내 그는 멀지 않은 곳에서 방패막이로 삼았던 계집을 안고 있는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상을 와락 구겨버렸다.
알고 있는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남자의 정체는 갑작스레 북궁연과 합류하여 이연을 몰아세웠던 천둥벌거숭이었다.
'시발'
흉마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연에게 한방을 먹인 남자의 실력을 기억하고 있던 탓이었다.
그는 생각하였다.
지금 상황이 무척 좋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자신을 쫒아온 강패만으로도 충분히 개같은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저 천둥벌거숭이까지 합류한다면 자신은 쉽사리 벗어나지 못할 것이 자명하였다.
욕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흉마는 슬쩍 눈을 흘기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강패를 바라보았다.
강패는 핏발 선 눈으로 천둥벌거숭이 놈을 응시하고 있었다.
무척이나 화가난듯이 말이다.
'튀자.'
그 모습을 본 흉마는 생각하였다.
그냥 튀어버리자고 말이다.
강패는 저자의 등장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저자 또한 안고있는 계집을 달래기 위해 시선을 내리고 있었다.
기회였다.
아무도 자신을 신경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슬글 슬금
흉마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며 뒤편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최대한 대치하는 척하며 거리를 벌려둘 심산이었다.
빠르게 도망갈 수 있도록 말이다.
"야."
그때 앞쪽에서 계집을 달래고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움찔
그 목소리를 들은 흉마는 몸을 움찔거리더니 그대로 몸을 멈춰세웠다.
"어디가냐?"
선우는 슬금 슬금 걸음을 옮기는 흉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선우의 말을 들은 흉마는 입을 다물었다.
도망치려는 사실을 꼼짝없이 들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갈 땐 가더라도 케케묵은 원한은 해소하고 가야하지 않겠어?"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난 네놈과 원한 관계를 진 적이 없다!"
흉마는 발끈하며 입을 열었다.
"이쪽은 많아.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야."
선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흉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말이지."
"오늘 처음 본 놈이 대체 내게 무슨 원한이 있다는 말이냐!"
"넌 사천 연맹의 무인들을 납치했다. 그리고 고문하고 능욕하였지. 또한 운적자와 수색대의 무인들에게 상처를 입혔지."
그의 물음에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설향을 울렸더군."
우우우우우웅
말을 마친 선우의 주위에 상당한 기운들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죽여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네놈이 대체 누구길래! 그들의 원한을 갚는다는 말이더냐!"
"내 이름은 장선우다. 네놈에게 상처입은 자들의 맹우지."
선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흉마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음양조화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웅
이내 그의 몸주위에 상당한 양의 음양조화기가 일렁이더니 그대로 흉마를 덮쳐들기 시작하였다.
"크윽!"
선우의 기운에 노출된 흉마는 비명성을 내질렀다.
갑자기 느껴지는 거력에 중압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우우우우웅
이내 흉마는 재빨리 내력을 끌어올려 그의 기운에 대항하기 시작하였다.
이내 몸 주위에 불결하기 짝이 없는 기운들이 휘몰아치더니 몸을 압박하던 선우의 기운을 일시에 해소시켜버렸다.
"후우"
온 몸을 압박하던 선우의 기운이 사라져버리자 흉마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생각하였다.
눈앞의 남자가 결코 자신의 아래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일 한 번 개같이 꼬였군!'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는 생각을 한 흉마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이연에게 한방 먹였을 때부터 범상치 않다는 것을 어느정도 예감하였던 그였다.
하지만 막상 기운에 노출되니 그 강함이 몸으로 체감되는 것을 느꼈다.
어찌 저리도 젊은 놈이 자신의 기운과 맞먹는다는 말인가
'방도를 찾아야한다.'
흉마는 생각하였다.
마땅한 방도를 찾아야한다고 말이다.
안전하게 저 놈을 배제할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이내 그의 시선이 멀지 않은 곳에 떨어져 있는 강패에게 닿았다.
"이봐, 강패."
흉마는 담담한 어조로 강패를 불렀다.
"뭐지?"
"합공을 하는게 어떤가?"
"합공?"
"그래, 합공. 네놈에게 저녀석은 존경하는 이연 장군에게 칼을 들이민 악도가 아닌가? 내가 너의 복수를 도와주도록 하겠다."
"내게는 장군의 명을 어기고 도주를 한 네놈도 똑같은 놈이다."
"뭐, 부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아무리 네놈이 무공에 자신이 있다하더라도 두 사람을 동시에 상대할 수는 없을텐데?"
"............"
흉마의 말을 들은 강패는 침묵을 하였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느낀 까닭이었다.
반응조차 못할 정도로 빠르게 자신의 팔을 꺾고 머리통을 땅에 처박아넣었던 자였다.
최소 자신과 동급의 고수이리라
그런 자와 흉마를 동시에 상대하려면 아무리 전장의 귀신이라고 불리던 자신도 부담이 올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일시적인 동맹을 맺자고 저 자식을 해치울 때까지만 말이야. 그후에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둘이 화끈하게 붙자고."
강패가 아무런 말도 없자 흉마는 몰아치듯 말을 이었다.
설득이 되고 있다고 느낀 까닭이었다.
"좋다."
그런 흉마의 노력이 통한 것일까
강패는 고개를 살짝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확실히 전력을 어느 정도 파악한 네놈보다는 저자가 더욱더 위험하겠지."
"내 말이 그 말이다!"
흉마는 기쁜듯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기억하거라. 흉마. 저 자 다음은 네놈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 그래, 죽이든 말든 마음대로 하거라."
흉마는 대충 끄덕여준 뒤 말을 이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선우를 바라보았다.
조력자도 얻었겠다.
두려울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놈이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다고 한들 화경 상경에 이른 고수 두 명을 상대로 이기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분명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리라
흉마는 천천히 내력을 끌어올렸다.
우우우우우우웅
이내 그의 몸 주위에 불결하기 짝이 없는 기운들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네놈은 상대를 잘못 만난 줄 알거라!"
흉마는 흉흉한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아이고, 무서워라."
선우는 비꼬듯 말을 이었다.
"노오옴! 내 암응조暗鷹爪를 직접 맛보고도 그리 비꼴 수 있나 두고보겠다!"
선우의 비꼼에 화가 난 것일까
흉마는 내력을 더더욱 끌어올리더니 그대로 내력을 손톱으로 흘리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웅
손톱으로 흘러간 내력들은 이내 흑빛의 강기를 형성시켰고 흉마는 맺어진 강기를 더욱더 키우기 시작하였다.
솨아아아아아아
얼마 지나지 않아 흉마의 손톱에 맺어진 강기가 웬만한 검 저리 가라할 정도로 길어지게 되었다.
흉마는 그 상태에서 강기를 응축하기 시작하였다.
스으으으으으으
그러자 길게 뻗었던 강기들이 손톱 끝에 모여들더니 이내 응축되기 시작하였다.
한번....두번...세번...네번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흉마의 손톱 끝에는 다섯 개의 동그란 구체가 형성되더니 맹렬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하였다.
'......강환罡環'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살짝 놀랐다.
설마하니 강환을 만들어낼줄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강기를 압축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높은 정신력과 내력에 대한 어마어마한 이해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화경에 이르러야지만 그나마 흉내를 내거나 형성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강환을 천박하기 짝이 없는 흉마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도 열 개씩이나 말이다.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썩어도 준치라 이건가?'
선우는 흉마를 얕봤던 자신을 슬쩍 반성하였다.
천박하고 흉악한 자였지만 그가 이룩한 경지만큼은 진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휘이이이이이잉
그때 어디선가 돌풍이 부는 소리가 옆쪽에서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슬쩍 시선을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주먹에 어마어마한 바람을 품고 있는 바위같은 남자의 모습을 말이다.
선우는 놀랐다.
그의 주먹에서 상상이상의 거력이 느껴졌기때문이었다.
'상경에 오르면 이래저래 괴물 밖에 없구만.'
선우는 그들을 바라보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인간의 한계라고 불려지는 경지가 바로 화경 상경의 경지였다.
그리고 그 한계점에 도달한 인간 두명이 자신을 노리고 있었다.
원래라면 무서워 오줌이라도 지려야할 상황일 것이다.
한없이 높고 높게 느껴졌던 경지였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두렵지가 않았다.
두려움은 커녕 웃음이 피식 피식 새어나왔고 여유마저 흐르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미친 것일까?
아니었다.
선우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저들의 최선의 수가 자신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선우는 음양조화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였다.
그리고 이내 건곤대나이 신공마저 동시에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우웅
선우는 감각이 더욱더 예리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잘벼려진 칼날처럼 말이다.
그리고 느낄 수 있었다.
저들의 흐름 전부를 말이다.
"다녀올게."
선우는 품안에 안겨있는 설향을 내려보며 입을 열었다.
".....안가시면 안되요?"
설향은 그런 선우를 올망졸망한 눈동자로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저대로 냅두라고?"
"빙궁주라던가...운적자님이라던가...다른 지원군을 불러오는게.."
설향은 걱정이 잔뜩 서려있는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안된다는 거 알잖아."
"......그치만....오라버니가 다칠까봐 걱정되요."
설향은 눈물을 그렁거리며 입을 열었다.
선우가 걱정되었다.
듣는 귀가 있고 보는 눈이 있기에 흉마와 강패가 화경 상경의 고수라는 것을 어림짐작한 설향이었다.
그렇기에 걱정이 되었다.
저 두 명의 절대고수와 홀로 맞서려는 선우가 말이다.
아무리 그가 강하다지만 화경 상경에 이른 고수 두 명을 상대로 어찌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렁 그렁
설향의 눈에 눈물이 더욱더 그렁그렁해지기 시작하였다.
쓰윽 쓰윽
"왜 이렇게 눈물이 많아."
선우는 그런 설향을 바라보며 피식 웃더니 이내 눈가를 손으로 닦아주었다.
"우우...그치만..."
"설향."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약속할게. 다치지 않겠다고."
"............"
"그러니까 믿고 기다려줄래?"
선우는 확신에 찬듯한 목소리로 설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약속....지키셔야해요.."
설향은 물기 가득한 눈빛으로 선우를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모습이 기특하기도하고 눈물 흘리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쓰윽 쓰윽
텁
선우는 그런 설향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고는 그대로 땅에 내려놓았다.
저벅 저벅
그리고 그대로 몸을 돌리고 앞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저벅 저벅
흉마와 강패는 그런 선우를 예의 주시하면서 조금씩 거리를 좁혔다.
그가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 즉시 일격을 내지를 심산이었다.
저벅 저벅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선우의 신형이 그들의 사정거리와 완벽히 일치하게 되었다.
쇄애애애애액!
휘이이이이잉!
이내 두 사람의 진산절기가 선우를 향해 내질러지기 시작하였다.
오른쪽에서는 흉마가 내지른 손톱이 선우를 향해 그대로 날아들었다.
그의 손톱에는 다섯 개의 강환이 형성되어 회전하고 있었는데 닿는 것만으로도 몸을 박살 낼 것 같은 착각이 일 정도의 기운을 풍겼다.
왼쪽에서는 강패가 내지른 주먹이 선우를 향해 그대로 날아들었다.
그의 주먹에는 거대한 돌풍들이 쉴새 없이 회전하고 있었는데 마치 온몸을 찢어발길 것 같은 기세를 내뿜으며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는 서서히 양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흉마의 손톱과 강패의 주먹이 그의 손바닥에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이내 선우는 느낄 수 있었다.
저 거대하기 짝이 없는 기운들의 흐름을 말이다.
선우는 건곤대나이 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였다.
"비틀어져라."
그리고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선우의 오른 손을 향하던 흉마의 손톱이 그대로 방향을 꺾이더니 왼편에 있는 강패에게 날아들었다.
그리고 선우의 왼손을 향하던 강패의 주먹 또한 마찬가지로 방향이 꺾이더니 이내 오른편에 있는 흉마에게 날아들었다.
'아닛!?'
'뭐야!?'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에 놀란 흉마와 강패는 재빨리 기운을 거둬들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자력으로 거둬들이기에는 너무나 가까이 붙었기 때문이었다.
콰직
이내 강패의 주먹이 흉마의 머리통에 날아들더니 그대로 두개골을 터트려버렸다.
푸슉
그리고 흉마의 손톱은 그대로 강패의 가슴팍에 날아들어더니 그의 심장을 꿰뚫어버렸다.
콰당
이내 두 절대고수는 약속이라도 한듯 몸을 땅에 처박아버렸다.
그리고는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완전히 사망을 한 것이다.
인간의 한계점이라고 일컬어지는 화경 상경에 이른 두 절대고수는 그렇게 한날 한시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장선우라는 신진고수의 손에 의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