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32화 (333/1,419)

〈 332화 〉 333. 흉마凶魔를 쫓다-1

"크아아아아악!"

선우는 비명성을 내질렀다.

갑자기 어마어마한 고통이 온몸을 휘감았기 때문이었다.

마치 온몸이 난도질을 당한듯한 고통이 말이다.

'뭔데!'

선우는 당황하였다.

검이 멈춰선 것은 그렇다쳐도 온몸을 휘감고 있는 이 고통이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연은 자신을 털끝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공격을 받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찌 자신이 되려 고통을 느낀다는 말인가

불가해였다.

이런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망할'

선우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커흑"

그때 갑자기 하복부에서 상당한 충격이 느껴졌다.

핏발 선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연의 오른 발이 자신의 하복부 위에 올려져 있었다.

주르르르

이내 선우의 몸이 쉴새없이 뒤로 밀리기 시작하였다.

쾅 쾅 쾅

밀리다못해 완전히 넘어져버린 선우는 그대로 몇 번이고 구르더니 이내 땅에 처박혀버렸다.

"............"

이연은 그런 선우를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내 시선을 돌려버렸다.

마치 상대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이 말이다.

"쿨럭"

땅에 처박힌 선우는 기침과 함께 피를 토해내었다.

입안에 가득 금속향이 퍼지더니 이내 핏물이 새어나오기 시작하였다.

'망할'

선우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그리고는 용미연검을 지지대 삼아 천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그다음 시선을 내려 몸을 살펴보았다.

빨갛게 부어오른 하복부를 제외하고는 어디에도 자상이 보이지 않았다.

선우는 의아함을 느꼈다.

몸에는 여전히 난도질당했던 감각이 생생히 남겨져 있건만 어디에도 상처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혼연!'

그리고 이내 선우는 알 수있었다.

자신이 혼연에 당한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대체 어떻게?'

선우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혼연의 고통은 분명 그의 창에 닿아야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목을 찔러들어간 자신이 그런 고통을 느낀단 말인가

알 수가 없었다.

"선우! 괜찮은가!"

그때 이연과 대치하고 있는 북궁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쿨럭..괜찮습니다."

선우는 핏물을 한 번 내뱉은 후 입을 열었다.

"저자에게 네 공격은 통하지 않아."

"네!?"

"저자는 지금 온몸에 혼을 두르고 있어! 닿는 것만으로도 혼에 타격을 입을거야!"

"그런 건 미리 알려주셨어야죠!"

"안물어봤잖아?"

"..............."

"당연히 아는 줄 알았지."

"......저는 혼을 못 봅니다."

선우는 뻘쭘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배려가 부족했네. 미안."

선우의 말을 들은 북궁연이 사과를 하였다.

"어쨌든 저자에게 네 공격은 통하지 않아. 접근하지 않는게 좋아."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민망함이 올라왔다.

균형을 기울이게 만드는 추의 역할을 하겠다며 호기롭게 나섰건만 추는 커녕 먼지만도 못한 존재감을 가지게 되었다.

'시발...그래도..화경 상경인데..'

선우는 스스로의 초라함에 대해 다시금 체감하게 되었다.

그렇게 선우가 자괴감에 빠져있을 때였다.

콰쾅!

갑자기 뒤편에서 상당한 굉음이 울려퍼졌다.

깜짝 놀란 선우는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피를 토하며 날아가는 운적자의 모습을 말이다.

'뭐야!?'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운적자가 누구란 말인가

청성제일검이라고 불리우며 절대지경이라고 불리우는 화경에 다다른 이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이가 어찌 저렇게 맥없이 나가떨어진다는 말인가

뿐만 아니었다.

그의 주위 여기저기에는 널부러져 있는 몇명의 수색대원들까지 눈에 들었다.

"운적자!"

선우는 운적자를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바닥에 쓰러진 운적자는 의식이 없는 것인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젠장.'

선우는 당장에라도 그에게 가기위해 걸음을 떼었다.

한달음에 달려갈 요량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북궁연과 능소화를 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한참 고민하던 그때였다.

"가봐."

귓가에 북궁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어차피 네가 있든 없든 그리 큰 영향은 없을 것 같거든."

선우의 되물음에 북궁연은 담담히 말을 이었다.

"............"

그녀의 신랄한 말을 들은 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맞는 말이긴 했지만 직접 들으니 살짝 상처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빙궁은 마귀대에게 점령당한 상태야.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인질로 잡혀있지."

북궁연은 분노에 서린 눈동자를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그 사람들을 구해줘."

북궁연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저자를 이긴다해도 마을사람들을 잃는다면 모든게 허사야."

말을 마친 북궁연은 차갑기 그지 없는 눈빛으로 이연을 노려보기 시작하였다.

"저자는 내가 막을테니까."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 말대로 자신이 여기 있어봤자 하등 도움이 안되었다.

공격따위는 전혀 통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했다.

선우는 발을 구른 뒤 그대로 땅을 박찼다.

그리고 운적자가 있는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신형은 빛살처럼 쏘아져나가기 시작하였다.

'후우'

그의 기척이 사라진 것을 느낀 북궁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나선준다고 하니 가슴속에 응어리졌던 것들이 일순간 해소되는 것을 느꼈다.

대치하는 순간에도 흉마와 마귀대가 마음에 걸렸던 그녀였다.

그런 상황에서 선우가 나서준다니 안도감이 들었다.

분명 그라면 마을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으리라

북궁연은 푸르디 푸른 청안을 반짝였다.

응어리 진 감정이 일순간 해소되면서 마음이 조금더 편안해졌다.

이제는 눈앞의 이연에게만 집중하면 되리라

솨아아아아아아아

이연의 혼연을 압박하는 북궁연의 얼음폭풍이 더욱더 거세지기 시작하였다.

**********

선우는 땅을 박차고 신형을 날려 순식간에 운적자에게 도달할 수 있었다.

"운적자!"

선우는 땅에 쓰려져있는 운적자를 불렀다.

"쿨럭..쿨럭..장 대협"

그러자 운적자가 핏물을 토해내며 말을 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겁니까?"

"흉...흉마가."

"흉마!?"

그의 말을 들은 선우는 놀란듯 되물었다.

능소화의 대화를 엿들은 덕에 창을 든 남자가 흉마가 아니란 사실을 어림짐작하고 있던 선우였다.

하지만 설마하니 진짜 흉마가 나타났을 줄은 예상치 못하였다.

"쿨럭...흉마가...설소저를 데려갔습니다."

운적자는 고통스러운듯 기침을 토해내며 입을 열었다.

"뭐라고요!?"

선우는 놀란듯 되물었다.

"장대협과 빙궁주께서 이연과 대치하는 사이 재빨리 성벽 아래로 내려와 설 소저를 데려가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으나 도저히 당해낼 수 가 없었습니다."

말을 내뱉으면서도 운적자는 분한듯 눈을 질끈 감으며 말을 이었다.

"어디로 갔습니까?"

선우는 차갑게 식은 얼굴을 한채 운적자에게 물었다.

"곧바로 성문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마 마을을 통해 빙궁으로 향할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알겠습니다."

운적자의 말을 들은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신형을 날렸다.

설향이 인질로 잡힌 상황에서 시간을 지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굉음이 울린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분명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선우의 신형이 빛살처럼 쏘아져나가기 시작하였다.

*********

팍 팍 팍 팍

설향을 어깨에 들쳐맨 흉마는 뛰고 또 뛰었다.

다리 근육이 뻐근해지고 내력이 차츰 닳아가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느낀 까닭이었다.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들쳐맨 계집이 북궁연에게 구해졌을 때부터였다.

설마하니 북궁연이 자신의 몸조차 돌보지 않고 이 계집을 위해 힘을 쓸지는 상상도 못하였다.

덕분에 어깨가 완전히 꿰뚫렸고 그때만 하더라도 흉마는 쾌재를 불렀다.

북궁연이 꼼짝없이 이연에게 죽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왠 천둥벌거숭이같은 놈이 오면서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이연이 북궁연을 끝장내려는 순간 갑자기 달려들어 북궁연을 구해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북궁연과 합공을 하여 이연에게 한방 먹이기까지 하였다.

그 모습을 본 흉마는 당황하였다.

이연이 누구란 말인가

북방 이민족들의 학살자이자 황궁제일검이라고 불리우던 괴물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그런 남자에게 공격을 가한다는 말인가

그 순간부터 흉마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심의 씨앗이 발아하기 시작하였다.

혹여 이연이 질지 모른다는 의심이 말이다.

그리고 그 의심은 또다른 여자가 합류하면서 의심은 더욱더 커지게 되었다.

수천 자루의 창들로 북궁연과 천둥벌거숭이 녀석을 압박하던 그에게 또 다른 적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붉은 적의를 입은 절세의 여인이 말이다.

평소같으면 침을 좔좔 흘리며 어떻게하면 저 여자를 따먹을까 고민하던 그였지만 그녀가 풍기는 거대한 불길에 압도된 그는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내뿜은 불길을 본 흉마는 생각하였다.

이연이 질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자연재해와 같은 힘을 다루는 여인이 두 명이나 있었다.

그런 그녀들을 상대로 고작 창 몇 자루 날려대는 이연이 이길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생각을 마친 흉마는 곧바로 도망칠 궁리를 하였다.

평생을 비겁하게 살아온 흉마였다.

그런 그에게 도박수에 목숨을 걸 깜냥따위가 있을 리 만무하였다.

흉마는 나름의 도주 경로를 머릿속으로 짰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려고 하였다.

도주는 빠르면 빠를 수록 좋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냥 가자니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기껏 아미파의 제자들을 잔뜩 인질로 잡았건만 제대로 된 처녀 하나 맛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 탓이었다.

그리고 그 아쉬운 마음은 흉마에게 해서는 안될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바로 북궁연에 의해 구조된 설향을 노리는 것이었다.

아쉬운 마음이 든 흉마는 슬쩍 시선을 내려 설향을 바라보았다.

어딜내놔도 빠지지 않는 외모에 아미의 제자답지 않게 흑단같이 고운 머리털마저 갖춘 여인이었다.

게다가 젖살마저 덜빠져 처녀티가 흘러넘치기까지 하였다.

만약 저런 여인을 따먹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정은 빨랐다.

저 여인 또한 데려가자고 말이다.

여차하면 인질로 써먹으면 된다는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말이다.

결정을 마친 흉마는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고 이내 그녀를 탈환하는데 성공을 하였다.

그 과정에서 왠 도사놈이 끈덕지게 붙긴 했지만 사뿐히 즈려밟아주고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탈출의 꿈을 품고서 말이다.

타타타탁

타타타탁

흉마의 발이 더욱더 빨라지기 시작하였다.

성문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흉마는 이내 마을 입구에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타타탁 타타타탁

마을 입구에 도착한 흉마는 그제야 걸음을 멈춰섰다.

흉마는 어깨에 들처맨 설향을 잠시 아래로 내려놨다.

"하아...하아...하아..하아."

그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내력을 극성으로 운용한 후 호흡조차 아낀 채 전속력을 달린 탓인지

호흡이 가빠졌기 때문이었다.

"하아..빌어먹을...하아하....하아..나이를..먹긴..먹었군.."

흉마는 흘러버린 세월을 탓하며 호흡을 고르기 시작하였다.

그는 생각하였다.

젊었을 때라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후우...후우...후우...."

거칠게 쉬어졌던 호흡이 천천히 안정화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시선을 천천히 내려 바닥에 누워있는 설향을 바라보았다.

"흐흐흐흐"

이내 흉마는 음흉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회춘이 필요하겠구만?"

설향을 바라보는 흉마의 눈빛이 끈적끈적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부웅 부웅

하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맹렬히 흔들었다.

한시라도 빨리 도망쳐야할 판국에 대체 무슨 생각을 한다는 말인가

만약 여기서 거사를 치를 경우 중간에 끊겨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중간에 끊기는 것만큼 개같은 상황이 어디있겠는가

그런 불상사는 사양이었다.

쓰담 쓰담

흉마는 천천히 손을 내려 설향의 말랑한 볼따구를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미안하구나. 본좌가 지금은 여유가 없어. 처녀 개통을 못할 것 같구나."

그의 눈에는 실로 안타까움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걱정말거라. 만약 제대로 탈출만 하게된다면 빙판길 위에서라도 맹렬히 박아주겠다."

흉마는 음욕이 가득한 눈으로 설향을 바라보며 각종 음담패설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덥석

말을 마친 흉마는 다시금 설향을 집어들었다.

쉴만큼 쉬었으니 이제 자리를 이동할 요량이었다.

번뜩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찌를듯한 살기가 몸통을 관통하기 시작하였다.

"크윽!"

놀란 흉마는 재빨리 고개를 두리번 거렸다.

그리고는 내력을 끌어올려 온몸에 두르기 시작하였다.

"어딜 그리 급하게 가는거지?"

그때 그의 귓가에 무척이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들은 흉마는 식은 땀을 주륵 흘리기 시작하였다.

만나고 싶지 않은 놈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흉마는 천천히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무척이나 바위같이 단단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암석같은 남자를 말이다.

".........강패."

흉마는 읊조리듯 말을 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