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2화 〉 323. 북궁연, 나서다.
쇄애액
바람을 꿰뚫는 소리와 함께 수백 자루의 창들이 청성의 제자들을 향해 일제히 쏟아져내리기 시작하였다.
청성의 제자들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쏟아져내리는 창들을 바라보았다.
일일이 셀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창들이 하늘을 뒤덮으며 그대로 날아들고 있었다.
이내 그들의 눈빛에는 공포라는 감정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정신차려라!"
그때 앞쪽에서 운적자의 커다란 호통이 울려퍼졌다.
"여기서 넋을 놓았다간 죽고 말 것이다!"
운적자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고함을 내질렀다.
"모두 검을 잡아라. 그리고 내력을 불어넣어라! 분명 창에 실린 위력은 고만고만할 것이다!"
"옙!"
운적자의 호통에 정신을 차린 것일까
청성의 제자들은 일제히 대답한 후 검을 고쳐쥐었다.
그리고 내력을 운용한 뒤 그대로 검으로 흘려보냈다.
우우우우웅
그러자 제자들의 검들이 일제히 검명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충분한 내력이 전달되었다는 증거이리라
"모든 등을 맞대거라! 그리고 자신의 앞으로 날아드는 창에만 집중하도록 하라! "
""알겠습니다!""
타타타타탁
운적자의 말을 들은 제자들은 곧바로 등을 맞댄 채 검을 치켜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쇄애애애액
쇄애애애액
이내 수 백자루의 창들이 청성의 제자들을 향해 떨어져내렸다.
챙
청성의 제자들은 재빨리 검을 휘둘러 날아드는 창들을 일제히 처내기 시작하였다.
챙 챙 챙 챙
이내 셀수 없이 많은 금속음들이 울려퍼지며 장내를 소란스럽게 만들었다.
쾅
'젠장!'
이연이 직접 던진 창을 받아낸 운적자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창에 담겨있는 어마어마한 거력에 버티는 것만으로도 손이 절로 떨려왔기 때문이었다.
'강하다.'
운적자는 알 수 있었다.
그가 내던진 창이 상상이상의 거력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최고의 기술이자 최상의 경지라고 할 수 있는 청운적하검으로 대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떨처내는 것조차 힘들었으니 말이다.
부들 부들
손목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하였다.
욱신 욱신
손목에 전해지는 힘이 더욱더 강해지기 시작하였다.
'이대론 뚫려버린다.'
우우우우웅
운적자는 만상귀일신공을 운용하여 내력을 극성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자신이 뚫려버린다면 뒤편에 있는 제자들이 이 거력을 마주하게 된다.
화경의 고수인 자신조차 감당키 어려운 판국에 제자들이 이 거력을 받아낼 리 만무하였다.
사수하여야했다.
어떻게 해서든 말이다.
운적자는 내력을 극성으로 끌어모았다.
그리고 검을 쥔 손아귀에 힘을 더욱더 집중하였다 .
"크아아아압!"
쾅
이내 굉음이 터져나오더니 이연의 창이 그대로 튕겨나가버렸다.
"하아...하아...하아..하아.."
이연의 창을 간신히 튕겨낸 운적자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무리를 한 탓인지 상당한 심력이 소모되었기 때문이었다.
쇄애애액
하지만 그는 잠시도 안심할 틈이 없었다.
튕겨나간 이연의 창이 다시금 날아들었기 때문이었다.
운적자의 안색이 파랗게 질리기 시작하였다.
**********
"허억...허억...허억..허억.."
운적자는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어마어마한 피로감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그의 상태는 만신창이에 가까웠다.
온몸 곳곳이 창에 틀어박혀있었으며 자랑스러운 청성의 남청색 도복에는 핏물이 잔뜩 적셔져 있었다.
운적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뒤편을 바라보았다.
뒤를 보니 그와 마찬가지로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제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처럼 여기저기에 창이 틀어박힌 제자도 있었고 이미 의식을 잃은 것인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제자도 있었다.
"괜....괜찮더냐?"
지칠대로 지친 운적자는 최대한 쥐어짜듯이 목소리를 내어 입을 열었다.
"..............."
그의 물음에도 불구하고 제자들 중 그 누구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었다.
아마 대답할 여유조차 없는 것이리라
운적자는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이연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정도로 압도적인 차이가 날 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처음 그가 창을 쏘아낼 때만 하더라도 그저 허공섭물을 응용한 투창술 정도로 치부했던 그였다.
하지만 그가 선보인 기술은 그저 투창술이 아니었다.
창에는 의지가 있었다.
튕겨낸다해도 득달같이 달려들어 다시금 압박을 가하였다.
그런 것을 투창술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이기어창以氣馭槍
그것도 수백 자루로 펼치는 이기어창以氣馭槍인 것이다.
운적자의 눈에 불안감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발악하듯 쉴새 없이 검을 휘둘러 창들을 잠재우긴 했지만 그만큼 상당한 내력이 고갈되었다.
만약 이연이 다시금 아까와 같은 공격을 감행한다면 결코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두근 두근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뛰기 시작하였다.
오싹
그리고 공포가 온몸을 휘감기 시작하였다.
운적자는 빌고 또 빌었다.
부디 이번 공격이 그의 마지막 공격이길 말이다.
부우웅
하지만 아쉽게도 염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바닥에 떨어졌던 창들이 공중에 뜨더니 다시금 이연을 향해 날아들었기 때문이었다.
쇄애애액
쇄애애액
또다시 수백자루의 창들이 이연이 위치한 곳으로 날아들었다.
둥 둥
이내 날아든 창들은 이연의 위쪽에서 둥둥 떠다니기 시작하였다.
운적자의 눈에 절망감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이연에게는 수 백자루로 펼치는 이기어창以氣馭槍이 부담되는 기술이 아닌듯 싶었다.
"분전하였다. 청성의 제자여."
창을 모두 회수한 이연은 정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인듯 하구나."
이연은 담담한 얼굴로 그들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대들의 분투는 내 기억속에 새기도록 하겠다. 그러니.."
청성의 제자들을 바라보는 이연의 눈빛이 번쩍이기 시작하였다.
"죽어라."
쇄애애애애액
이연의 짤막한 말과 함께 수 백자루의 창들이 다시금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본 운적자는 검을 다시금 틀어쥐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지금으로선 저 창을 막아낼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력은 반절이상 고갈되어 버렸고 여기저기 박혀진 창들로 인해 온몸에 고통이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서 수백자루의 이기어창以氣馭槍을 막을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꽈악
그렇다고 손을 놓고 지켜만 볼 생각은 없었다.
자신은 검을 휘두를 것이다.
죽는 순간까지도 말이다.
"오라!"
운적자는 쏟아지는 거창들을 바라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의 눈빛에는 결연의 의지가 담겨있었다.
쇄애애애액
그렇게 수백 자루의 창들이 다시금 청성의 제자들에게 쏟아져내리기 시작하였다.
청성의 제자들의 눈빛에는 절망감이 떠올랐다.
휘이이이이이이잉
그때 갑자기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갑자기 거대한 설풍이 몰아치더니 그대로 이연이 쏘아보낸 창들의 진입을 막기 시작한 것이다.
우우우우우웅
진입이 막혀버린 창들은 창명을 울리며 거력을 발산하였다.
휘이이이이잉
그리고 창들을 막아선 설풍은 더욱더 거세게 불며 진입을 차단시켰다.
쾅
이내 거대한 굉음이 터져나오더니 두 힘간의 대치가 한번에 해소되었다.
푹 푹 푹 푹
그리고 힘을 잃어버린 창들이 땅에 박히기 시작하였다.
이내 모든 창들이 이연과 수색대 사이에 있는 땅에 꽂히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본 이연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효율이 몸에 박힌 그는 두번 일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이였다.
그렇기에 한 번 계획한 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단번에 끝내야만 직성이 풀렸다.
그는 이번 한 수로 모든 청성의 제자들을 쓸어버리려고 하였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설풍으로 인해 계획이 엉망이 되었는데 어찌 눈썹을 찌푸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연은 오연한 눈빛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자신의 계획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주범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이내 그는 볼 수 있었다.
빙궁 정문에서 사뿐히 걸어나오고 있는 절세미녀의 모습을 말이다.
"........북궁연."
그 모습을 본 이연은 짧게 읊조렸다.
그의 눈빛이 더할나위 없이 진지해지기 시작하였다.
사뿐 사뿐
정문 바깥으로 나온 북궁연은 맨발로 사뿐 사뿐 걸어나오기 시작하였다.
그 걸음걸이는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은 평보수준이었지만 그 분위기에 압도된 청성의 제자들에게는 무척이나 고고하고 도도한 걸음걸이처럼 느껴졌다.
사뿐 사뿐
그녀가 청성의 제자들을 스쳐지나갔다.
사뿐 사뿐
얼마 지나지 않아 선두에 있던 운적자마저 스쳐지나갔다.
사뿐 사뿐
뚝
이내 그녀의 걸음걸이는 이연과 정확히 십장 거리에서 멈춰서게 되었다.
"오랜만이네. 이연."
걸음을 멈춘 북궁연이 차가운 눈빛으로 이연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군."
이연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게 다야?"
"무슨 말이 더 필요하지?"
"서운하네. 난 너를 다시 만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말이야."
북궁연은 차가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뜻하지 않게 기다리게 만들어 미안함이 드는군."
"그렇지? 여인을 기다리게 하다니 남자로서 최악이야."
북궁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연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용서해줄게. 이렇게 만나게 됐으니까."
"그대의 자비에 감사를 표하지."
"그럼 이제 해우를 풀어볼까?"
휘이이이이잉
말을 마친 북궁연의 몸 주위에 어마어마한 설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해우가 다소 과격하군."
우우우우웅
이연은 손을 뻗은 뒤 허공섭물로 땅에 박힌 창 한자루를 끌어왔다.
착
우우우우우웅
끌어당겨진 창은 그의 손에 착 달라붙더니 이내 창명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하하호호하면서 해우를 나눌 사이는 아니잖아?"
북궁연은 시리디 시린 설풍을 쏘아보내며 입을 열었다.
휘이이이이잉
쇄애애애액
"그도 그렇군."
이연은 북궁연이 쏘아보낸 설풍을 갈라버리며 말을 이었다.
그 모습을 본 북궁연은 재빨리 손짓을 하였다.
쩌저저저적
쩌저저저적
그러자 공기 중에 떠다니고 있던 수분들이 급속 빙결이 되더니 이내 허공에 얼음 기둥 몇 개를 만들어내었다.
'가라'
북궁연은 만들어진 얼음기둥에 의지를 전달하였다.
쇄애애액
쇄애애액
그러자 얼음 기둥은 이연을 향해 곧바로 날아들었다.
얼음기둥이 날아드는 것을 본 이연은 주위에 있던 창 몇 개를 떠오르게 만든 후 그대로 얼음기둥을 향해 쏘아보냈다.
쾅
쾅
이내 창과 얼음 기둥은 서로 부딪혔고 상당한 굉음을 내더니 그대로 튕겨져나가버렸다.
"과연 현경에 도달한 것인가"
그 모습을 본 이연은 감탄하듯 내뱉었다.
사실 그간 긴가민가하던 사실이었다.
흉마에게 북해호가 얼었다는 사실을 듣고도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이기어창을 여유롭게 막아내는 것은 물론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얼음을 형성하는 것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가 자연마저 거스르는 초월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녀는 뛰어넘은 것이다.
인간의 한계를 말이다.
"기연이 있었거든."
그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담담히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말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무공 성취도 무공 성취였지만 만약 우연히 만년빙정을 발견해내지 못했다면 무공 경지는 지금까지도 제자리 걸음이었으리라
"물론 내 뛰어난 재능이 없었다면 도루묵이었겠지만 말이야."
북궁연은 차가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인정한다. 그대는 천재다. 그대와 같은 천재는 내 평생 단 한사람을 제외하고는 본 적이 없었다."
"그래?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조차 나를 뛰어넘지는 못할거야."
"오만하군."
"우월한 이의 확신은 자신이라고 하더군."
"궁금하구나. 그 자신이 언제까지 갈지 말이야."
"평생 궁금해야할 껄? 너는 여기서 죽을테니까."
쿠우우우웅
말을 마친 북궁연은 이번에는 위쪽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땅이 진동하기 시직하더니 그대로 얼음기둥이 치솟아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치솟은 얼음기둥은 그대로 이연을 덮쳐들기 시작하였다.
꽈악
이연은 창을 힘껏 쥐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덮쳐오는 얼음기둥을 바라보았다.
면적만 봐도 성문정도는 되어보이는 크기의 얼음 기둥이 다섯 개나 되었다.
이연은 생각하였다.
아무리 자신이라고 해도 저런 것들을 직격으로 맞는다면 상당한 타격이 갈 것이라고 말이다.
우우우우웅
이연은 내력을 집중하였다.
그러자 상당한 내력이 몸을 휘감더니 그대로 창에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천천히 오른 팔을 뒤로 젖혔다.
마치 투창을 하는 듯한 자세로 말이다.
쾅
그다음 왼발로 진각을 밟았다.
그러자 상당한 충격이 온몸에 전해졌다.
이연은 전해진 충격을 그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허리 어깨 손 끝까지 순식간에 전달하였다.
그다음 그대로 손에 쥐어진 창을 쏘아보냈다.
쇄애애애애애액
그리고 이연의 손에서 떠나간 창이 공기마저 찢어발기며 덮쳐드는 얼음기둥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콰콰콰쾅
그의 창과 얼음기둥이 맞부딪히며 어마어마한 굉음이 터져나왔고 천지가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초월의 경지에 다다른 이들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