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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21화 (322/1,419)

〈 321화 〉 322.이연, 신위를 보이다.

"말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나?"

"이해가 안되는군. 자네들을 헌신짝 처럼 내버린 장군일세. 어찌 그리도 끝까지 충성한다는 말인가

운적자는 이해가 안된다는듯 입을 열었다.

"군인이 장군의 명을 따르는 것이 무엇이 문제지?"

서광은 이해가 안된다는듯이 입을 열었다.

"이연 장군은 홀로 우리를 전부 상대할 만한 무공을 지닌 자다. 그런데 저 멀리서 병사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관망하고만 있지 않은가! 그런데 어찌 끝까지 충성을 바친다는 말인가! 저자는 괴물이다! 감정이 없는 괴물말이다!"

운적자는 손가락으로 저 멀리 있는 이연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역시 네놈은 어쩔 수없는 무인이구나."

서광은 비웃는듯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뭐라!?"

"군인에게는 감정 같은 게 필요없다. 가슴 속 깊은 곳에 상명하복의 원칙만을 고수하면 되는 것이다. 장군께서 무슨 생각으로 명을 내렸는지는 관심없다. 우리를 전부 죽이려고한다해도 상관없다. 명을 받은 우리는 그저 따를 뿐이다."

"멍청한 놈!"

운적자는 일갈을 토해내었다.

눈앞에 있는 너무나도 고지식한 군인에 대한 화가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서광은 말을 이으면서 창을 꽉 쥐었다.

"어서 죽이란 말이다!"

그리고는 그대로 창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창은 닿기도 전 움직임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움직임을 인지한 운적자에 의해 목이 꿰뚫렸기 떄문이었다.

"쿨럭"

목이 그대로 꿰뚫린 서광은 핏물을 토해내었다.

목쪽에 상당한 고통과 이물감이 느껴졌다.

서광은 핏발선 눈으로 운적자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만족스럽다는듯이 말이다.

"....어리석은 자여."

운적자는 그런 서광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죽는 순간조차 충성을 외치는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운적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광은 만족스러운듯한 미소를 지으며 죽음을 맞이하였다.

운적자는 검을 그대로 빼내었다.

그러자 서광의 거대한 몸이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져버렸다.

북방군의 부장이자 삼인자였던 서광은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

"흐음"

이연은 전황을 관망하였다.

'기병 백이십구 명, 전마 일흔 필'

언뜻 보면 대충 훑어보는 것 같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쓰러지는 병사와 말의 숫자까지 정확히 계산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이연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저벅 저벅

병력은 충분히 손실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직접 몸을 움직이는 것 뿐이었다.

"퇴각을 명하라. 내가 직접 나서겠다."

이연은 옆에 있는 부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충!"

이연의 명을 들은 부장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포권을 취한 채 그에게 답을 하였다.

그리고 재빨리 몸을 돌려 앞쪽을 바라보았다.

"퇴각하라!"

내력을 잔뜩 담은 부장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퇴각하라!"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다른 병사들 또한 그를 따라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목소리가 한참 항전 중인 기마대에게 닿기 시작하였다.

"퇴각하라!"

항전 중이던 기병들 또한 언성을 높여 고함을 내질렀다.

"퇴각하라!"

기병들은 고함을 내지른 뒤 말의 고삐를 틀어 뒤편으로 달려나갔다.

두두두두두두

예외는 없었다.

모두가 이동을 하였다.

방진을 짜며 대응하던 청성의 제자들을 압박하던 기병들은 그들을 냅둔 채 이동을 하였고 막 청길의 심장을 꿰뚫으려고 하던 기병 또한 이동을 하였다.

청송과 접전을 벌이며 명승부를 펼치던 부장 또한 이동을 하였고 운적자에게 온몸을 난도질을 당하던 이들도 말을 돌려 이동을 하였다.

두두두두두두

이내 수많은 기병들이 전선에서 이탈하기 시작하였다.

'뭐지?'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청성의 제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전선을 이탈하는 그들의 행태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전선 상황은 청성에게 불리한 상황이었다.

처음에야 압도적인 무공과 협공을 바탕으로 그들과 동수를 이룰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동성과 수적 열세에 밀려 불리해졌기 때문이었다.

아마 시간이 더욱 흘렀다면 하나둘씩 사망자가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별안간 퇴각을 한 것이다.

그들의 행태가 이해가 될 리 만무하였다.

'허어'

운적자는 속으로 탄식을 내뱉으며 퇴각하는 기병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갑작스러운 퇴각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운적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최대한 버티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적열세와 내력 고갈로 인해 한없이 불리한 전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퇴각을 명하니 이해가 될 리 없었다.

'대체 무슨 꿍꿍이오. 이연 장군.'

운적자는 불안한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저벅 저벅

그리고 이내 그는 볼 수 있었다.

퇴각하는 기병들 사이에서 걸어오고 있는 이연의 모습을 말이다.

그의 걸음걸이는 무척이나 단단하고 투박하였다.

저벅 저벅

마치 단단한 바윗덩어리가 걸어오듯 걸음 하나 하나에 어마어마한 무게감이 실려있었다.

꿀꺽

그 모습을 본 운적자는 침을 꿀꺽 삼켰다.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설마하니 걸음걸이만으로 자신을 압도할 정도의 무게감을 내보일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이자 장 대협보다 강하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그의 경지가 수색대에서 가장 강하다는 장선우보다 더욱더 높은 경지에 도달해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저벅 저벅

그렇게 얼마나 걸어왔을까

이내 이연의 걸음걸이가 완전히 멈춰서게 되었다.

그가 멈춰선 곳은 운적자와 대략 십장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강하구나. 청성의 제자들은"

걸음을 멈춘 이연은 담담한 목소리로 조용히 읊조렸다.

그저 읊조렸을 뿐인데도 그의 목소리는 십장이나 떨어져 있는 청성의 제자들에게 선명히 전해졌다.

섬뜩

머릿속에서 울리는 그의 목소리를 들은 청성의 제자들은 섬뜩함을 느꼈다,

보통 내력을 실어 고함을 내지른다면 멀리있는 상대에게도 소리를 전달할 수 있었다.

내력을 통해 목소리를 최대한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읊조렸을 뿐인데도 머릿속에서 그의 말이 선명히 들린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목소리를 전달한게 아닌 뜻이 전달된 것이다.

혜광심어(慧光心語)

말이 아닌 뜻을 전달한다는 전설적인 수법이 그의 입에서 발현된 것이다.

어찌 섬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그대들을 꽤나 우습게 본듯하다."

이연은 청성의 제자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설마하니 삼할이상의 병력이 죽어나갈 동안 사상자 하나 없다니 말이야."

이연은 감탄했다는듯이 입을 열었다.

"특히 운적자여."

이연은 운적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대의 검은 무척이나 아름답더군."

"......고맙습니다."

그의 칭찬에 운적자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답하였다.

평소라면 자신보다 아득히 높은 경지에 이른 그의 칭찬을 너스레떨며 영광스럽게 받아들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칭찬이 칭찬처럼 들리지 않았다.

"혹여 서광을 죽일 때 썼던 검의 이름을 알 수 있겠는가?"

"청운적하검靑雲赤河劍입니다."

"훌륭하다. 그말 그대로 푸른 하늘을 그대로 담아내었더군."

이연은 고고한 시선으로 운적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칭찬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아쉬움이 드는구나. 그 아름다운 검을 다시는 못 볼테니 말이다."

그런 운적자의 말을 들은 이연은 무심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오싹

이연의 말을 들은 운적자는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일순간 몸이 두동강나는듯한 환영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이었다.

"내 정말 안타까워서 다시금 그대에게 기회를 주고자 한다."

이연은 무심하기 짝이 없는 눈으로 운적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정녕 후회는 없는 것인가?"

"없습니다."

"나를 마주고하고도?"

"후회할 것이라면 애초에 남아있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운적자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대단하구나. 나를 앞에 두고 부동심을 유지하다니."

이연은 그런 운적자를 바라보며 감탄한듯 말을 이었다.

"청성의 제자들이여. 그대들의 뜻도 운적자와 같은가?"

""후회는 없습니다!""

이연의 말을 들은 청성의 제자들은 일제히 답하였다.

"훌륭하다. 남자가 대를 세웠으면 끝을 봐야지."

이연은 만족스럽다는듯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대들이 만약 내 밑으로 들어왔다면 훌륭한 군인이 되었을 것이다."

이연은 손을 옆으로 천천히 뻗으며 말을 이었다.

"만약 다음에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북방군으로 꼭 들어오도록 하라."

""다시 태어나도 저희는 청성의 제자일 것입니다!""

이연의 말에 청성의 제자들은 다시금 언성을 높이며 동시에 답을 하였다.

"굽히지 않는 점이 실로 마음에 드는구나."

손을 끝까지 뻗은 이연은 그대로 손바닥을 쫙 폈다.

쇄애애애액

그러자 바닥에 떨어져 있던 창 한 자루가 그대로 날아들더니 그의 손에 머물게 되었다.

'허공섭물虛空攝物!'

그 모습을 본 제자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연이 본격적으로 무공을 선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쇄애애애액

그때 또다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다시금 이연을 향해 창 한 자루가 날아들었다.

이내 이연에게 도달한 창은 그의 어깨 위에서 둥둥 떠다니기 시작하였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쇄애애애애액

쇄애애애애액

항전 중 사망한 이들의 창들이 일제히 공중에 떠오르더니 그대로 이연을 향해 날아들었고 이내 그의 주위에 온통 떠다니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애액

쇄애애애애액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바닥에 떨어져 있던 모든 창들이 이연에게 날아들었고 그는 날아든 창들을 일제히 공중에 둥 둥 뜨게 만들었다.

"다시 한 번 묻겠다."

수백 개의 창을 공중에 띄운 이연은 담담한 어조로 청성의 제자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정말 후회는 없는 것이냐."

그의 입가에는 차가운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청성의 제자들은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어찌 수 백개의 창들이 일제히 공중에 떠오를 수 있다는 말인가

대체 저런 것을 뭐라고 불러야한다는 말인가

허공섭물虛空攝物? 능공섭물凌空攝物? 이기어창以氣馭槍?

모르겠다.

아니 정의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허공섭물虛空攝物이나 능공섭물凌空攝物이라고 하기엔 그 움직임이 너무나 자유로웠다.

단순히 끌어들이고 마는 게 아닌 자유롭게 다루는 느낌이 강한 것이다.

그렇다면 저것은 이기어창以氣馭槍의 한 종류일까?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저 이기어창以氣馭槍의 한 종류라고 보기엔 그 규모가 너무나도 컸다.

한 자루도 아니고 수 백자루의 창들이 공중에 떠있는 채로 자신들을 겨누고 있었다.

어떤 이가 저런 것을 보고 이기어창以氣馭槍이라고 함부로 칭하겠는가

그보다 위였다.

저 기술은 이기어창以氣馭槍따위보다 더욱더 아득하게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기술이었다.

청성의 제자들의 얼굴에 하나둘씩 절망감이 어리기 시작하였다.

마치 항거할 수 없는 대자연과 마주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척 보기에도 한 자루 한 자루마다 어마어마한 기운이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창들이었다.

아마 한 자루만 날아든다해도 막아낼 수 있을지 장담조차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어마어마한 기운이 담긴 창 수백 자루가 자신들을 향해 겨누어져 있었다.

어찌 절망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탁 탁 탁 탁

이빨이 쉴새없이 부딪히며 소리를 내었다.

덜 덜 덜 덜

오한이 온 것처럼 온몸이 덜덜 떨렸다.

이내 그들의 마음 속에는 절망감과 공포감이 잠식되기 시작하였다.

"청성의 제자들이여!"

그때 운적자는 큰소리로 고함을 내질러 제자들을 불렀다.

"겁먹지 말지어다! 너희들에게는 내가 그리고 청성이 있다!"

고함을 내지른 운적자는 남청색 강기를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내게로 오라! 다같이 버텨내는 것이다!"

운적자는 결연한 눈빛으로 이연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사실 그도 두려웠다.

항거할 수 없는 자연 재해같은 공포를 발산하는 이연이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절망한 채 주저 앉을 수는 없었다.

자신이 여기서 절망하여 포기한다면 제자들 또한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옙!""

그런 운적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청성의 제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눈에는 여전히 공포감과 절망감이 서려있긴 했지만 그 색깔이 조금이나마 옅어진 기색이었다.

순식간에 운적자에게 모여든 제자들은 그를 중심으로 방진을 짜더니 이연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충분하다. 너희들의 대답은"

그 모습을 본 이연은 다시금 읊조렸다.

"이제 죽어라."

말을 마친 이연은 쥐고 있던 창을 그대로 투척하였다.

그리고 그 투척되어진 창과 함께 공중에 떠 있던 수백 자루의 창들이 그들을 향해 일제히 쏟아져내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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