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0화 〉 321.청운적하검靑雲赤河劍
쇄애애애애액
서광의 거창이 바람을 꿰뚫는 소리를 내며 운적자에게 날아들었다.
오싹
그 모습을 본 운적자는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거창에 담긴 힘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운적자는 검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청성의 절기인 만상귀일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웅
그러자 푸른 빛의 기운들이 운적자의 검에 스며들더니 이내 환한 빛이 되어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푸른 빛의 기운들이 검에 응집하고 또 응집되더니 이내 눈부신 형상을 이루게 되었다.
쇄애액
순식간에 푸른 빛의 검강劍罡을 만들어낸 운적자는 그대로 거창을 향해 내리질렀다.
콰쾅
이내 서광의 거창과 운적자의 검강이 부딪히며 어마어마한 굉음이 터져나왔고 두 사람 주위에 충격파가 퍼지기 시작하였다.
"크윽!"
부들 부들
운적자는 팔을 부들 부들 떨기 시작하였다.
서광의 일격을 막아낸 것은 좋았으나 그 과정에서 손목에 상당한 무리가 왔기 때문이었다.
"대단하구나."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광은 히죽 웃었다.
"풍격창風擊槍을 막아낼 줄이야."
그리고 감탄한듯 소리를 높였다.
설마하니 자신의 절기를 이리도 쉽사리 받아낼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크윽...이..정도로..놀라면 곤란하다네.."
그의 말을 들은 운적자는 쥐어짠듯 말을 이었다.
사실 말을 한마디 한마디 내뱉는 것조차 버겁기는 하였지만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는 싫었다.
이것은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이었다.
"그런 것치고는 상당히 힘겨워 보이는데?"
서광은 그런 운적자를 보며 비웃듯이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아무리 봐도 힘겨워보이는 상태에서 저런 허세를 보이니 웃음이 절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착..각일세...이렇게..무식하게..힘만..강한 창을 받아내는 것이....어찌 힘겨울 수 있겠는가?"
그의 물음에 운적자는 한껏 여유를 부리며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럼 재밌는 것을 한 번 더 보여주지."
말을 마친 서광은 이내 기합소리를 내뱉었다.
"하아아아아아압!!"
그리고 기합소리와 함께 서광의 창끝에서 상당한 거력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휘이이이이이잉
이내 그의 창끝에서 어마어마한 돌풍이 뿜어져나오더니 그대로 운적자를 덮쳐들었다.
"크윽!"
부웅
갑자기 뿜어져나온 돌풍에 휩싸인 운적자는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뒤편으로 날아가버렸다.
콰쾅
그리고 이내 운적자는 땅바닥에 그대로 처박혀버렸다.
"풍격의 바람은 두번 분다네."
서광은 땅에 처박힌 운적자를 바라보며 재밌다는듯 읊조렸다.
푹
그때 땅에 처박현 운적자가 땅에 칼을 꽂았다.
"쿨럭"
그리고는 헛기침을 한 번한 후 칼을 지지대 삼아 천천히 몸을 일으켜세우기 시작하였다.
"젠장"
몸을 간신히 일으켜세운 운적자는 도사답지 않게 거친 말을 내뱉고는 서광을 노려보았다.
"내 풍격風擊은 어떠했는가?"
"아주 지랄 같았다네."
"그러게 방심하지 말았어야지."
"방심의 문제가 아닌 것 같네만? "
운적자는 어이가 없다는듯 그의 말을 받았다.
"하긴 풍격이 조금 예상밖이긴 했지?"
"대체 뭔가 그 바람이 뿜어져 나오는 창은?"
운적자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
"별거 아닐세. 그저 내력으로 인위적인 돌풍을 만들어 내뿜을 뿐이지."
서광은 별 대수롭지 않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내 평생 그런 무공은 들어본 적이 없네만?"
그의 말을 들은 운적자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당연히 그럴걸세. 내가 만든 무공이니 말일세."
"대종사에 경지까지 올랐을 줄은 몰랐네. 그려."
그의 말을 들은 운적자는 감탄한듯 입을 열었다.
무공을 창조한다는 것은 대종사의 경지에 올랐다는 말이 아니던가
이는 무공의 경지를 떠나서 마땅히 존경받아야할 일이었다.
"그런 거창한게 아니야. 그저 이것저것 짜집기 한 것 뿐이지."
운적자의 말을 들은 서광은 손사래치며 입을 열었다.
"세상에는 그마저도 못하는 이들이 수두룩하지."
운적자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눈앞에 있는 서광이라는 남자는 천재였다.
정석적인 무공 수련을 거친 것처럼 보이지 않건만 그저 실전만으로 자신과 비슷한 경지에 오르는 것은 물론 무공마저 창시를 하였다.
어찌 천재라고 칭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만약 이자가 제대로 된 정규 교육을 받았더라면 분명 무림 역사에 길이 남을 위인이 되었을지도 모를 것이다.
"금칠은 되었다. 어차피 죽일 사이에 뭘 그리 치켜세워준다는 말인가?"
"대단한 것은 대단한 것이라네. 만약 호신강기를 재빨리 두르지 않았더라면 나는 온몸이 갈기갈기 찢겼을 걸세."
"아쉽구만 이번 한 수로 온몸이 갈가리 찢겼어야됐는데."
운적자의 말을 들은 서광은 안타까운듯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잘 도전해보게나."
운적자는 다시금 검을 치켜세웠다.
"나도 최선을 다하도록 하지."
"바라던바다."
서광은 다시금 거창을 치켜들었다.
'이번에야 말로 몸통을 꿰뚫어주마!'
그리고 이내 다시금 내력을 집중시키기 시작하였다.
서광은 운적자의 예상대로 제대로 된 무공을 전수받은 적이 없는 자였다.
그저 기본적으로 병사들에게 지급되는 하급무공을 실전을 통해 고치고 또 고치고 짜깁기하고를 반복하며 완성에 다다른 이였다.
말하자면 오직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전쟁 무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무공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되었고 결국에는 풍격風擊이라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지닌 기술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풍격은 인위적인 돌풍을 만들어내어 창의 파괴력을 더욱더 극대화시키는 기술이었다.
파괴력이 극대화 된 그의 창은 뚫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그것이 성문이 되었건 성벽이 되었건 말이다.
그런 그의 창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운적자의 가슴을 노리고 말이다.
'이번에는 힘들 것이다.'
서광은 시뻘개진 눈으로 운적자를 노려보며 생각을 하였다.
이번에는 전처럼 막긴 힘들 것이라고 말이다.
바로 직전에 쏘아보낸 풍격風擊은 맛보기에 불과하였다.
운적자가 얼마나 대응할 수 있을지 시험하기 위한 맛보기말이다.
내력을 조절한 탓에 급히 두른 호신강기만으로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좀 다를 것이다.
전력을 다할 심산이기 때문이었다.
우우우우우웅
서광의 거창에 어마어마한 거력이 실리기 시작하였다.
기존의 두 배 아니 세 배이상의 기운들이 일렁이더니 이내 창끝에 돌풍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휘이이이이이이잉
거센 돌풍들이 창날 전체를 휘감더니 이내 완벽히 에워싸버렸다.
부들 부들
창에 전달된 힘이 어찌나 강한지 손목이 절로 떨려오기 시작하였다.
'죽인다!'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서광은 곧바로 창을 내리질렀다.
그리고 내리질러진 창은 그대로 운적자의 가슴팍을 향해 찔러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쐐애애애애애액
바람이 찢어발겨지는 소리와 함께 서광의 거창이 그대로 날아들었다.
운적자는 척보기에도 어마어마한 기운을 간직하고 있는 거창을 침중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위험하다.'
그리고 생각하였다.
저 거창을 일반적인 검강만으로 받아내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이다.
'피할까?'
아예 피해버릴까 생각도 해봤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었다.
거창은 자신이 움직이는 순간 날아들어 몸을 꿰뚫어버릴 것이다.
거리도 거리였지만 서광이라는 남자의 동체시력이 남다른 탓이 있었다.
분명 피하는 것은 무리이리라
'받아내야한다.'
운적자는 생각하였다.
저 거대한 기운을 품고 있는 창을 받아내야한다고 말이다.
그외에는 어떠한 방법도 없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받아야할까?'
어떻게 해야 저 어마어마한 괴물을 그대로 깨부술 수 있을까?
운적자의 머리가 빠르게 가속하기 시작하였다.
찾기위해서 말이다.
저 흉포한 일격을 부숴버릴 방법을 말이다.
'검강?'
무리였다.
저정도 기운이라면 검강 따위는 그대로 찢어발겨버릴 것이다.
'흘릴까?'
이또한 무리였다
무당파와는 달리 청성파에서는 유능제강柔能制剛의 묘리를 중점적으로 가르치진 않았다.
자연히 부드럽게 흘리는 방법에는 미숙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청성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이내 운적자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평생을 보내온 청성에서 무엇을 배웠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청성은 다른 문파와 달리 세속적인 경향이 강하였다.
속세의 때가 묻지 않은 상태에서 독야청청하는 것만으로는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속적이라고 하더라도 추구하는 바는 결국 티끝하나 없는 푸른 빛이었다.
세속의 때를 닦아내고 또 닦아내어 종국에는 티끝하나 없는 푸른빛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청靑이라..'
청성이 추구한 바를 떠올린 운적자는 이내 천천히 검을 치켜들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검에 푸른빛의 기운들이 응집하고 또 응집하였다.
이내 푸른빛의 강기가 그의 검에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푸른빛의 강기가 더욱더 짙어지기 시작하였다.
좀더 진하고 좀더 아름다운 남색빛으로 말이다.
위이이이이이잉
이내 그의 검에는 남빛의 강기가 공기를 진동시키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알것도 같구나.'
그 모습을 본 운적자는 씨익 웃으며 생각하였다.
이제는 알 것도 같다고 말이다.
청성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부웅
운적자는 남색빛의 강기를 고민없이 그대로 휘둘렀다.
쇄애애애애액
그리고 머지 않아 서광의 풍격과 정면으로 대치하게 되었다.
콰콰쾅
이내 풍격과 남빛의 강기가 부딪히더니 어마어마한 굉음을 토해내었다.
두 사람의 병장기가 대치를 하며 힘싸움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호기로운 표정을 지은 채 창을 내질맀던 서광의 안색이 창백하게 바뀌었다.
주르르륵
그리고 이내 뒤편으로 조금씩 미끄러지기 시작하였다.
힘에서 밀려버린 것이다.
"제...제기랄!"
힘에서 밀려버린 것이 짜증이 난 것일까
서광은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내력과 돌풍이 하나가 되어있는 자신의 창이 그대로 밀려버린 것이다.
어찌 짜증이 치밀어오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력과 돌풍뿐 아니었다.
병장기의 무게 또한 압도적인 차이를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밀려버린 것이다.
다섯근도 안되보이는 검에 오십 근이 넘는 자신의 창이 말이다.
"크아아아악!"
서광은 발악하듯 내력을 더욱더 불어넣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인정할 수 없었다.
평생을 실전에서 갈고 닦고 또 갈고 닦아 만들어낸 자신의 일격이 저딴 말코 도사의 낭창한 검질에 밀려버리다니 말이다.
끼이이이잉
서광의 창이 창명을 토해내더니 이내 운적자의 검을 압박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운적자는 짐짓 여유로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창을 받아낼 뿐이었다.
그 표정에 분이 오를대로 오른 서광은 고함을 내질렀다.
"풍격風擊의 바람은 두번 분다아아아!!!"
그 말을 끝으로 서광의 창날에서 돌풍이 치솟기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본 서광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곧 창날에서 치솟은 돌풍이 그대로 운적자를 덮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끝이다!'
서광은 생각하였다.
운적자는 이제 끝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생각은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썩둑
잘려버렸다.
돌풍이 치솟아야할 창날이
운적자의 남색빛의 강기에 의해서 말이다.
너무나도 손쉽게 말이다.
'아닛!?'
그 모습을 본 서광의 눈이 순식간에 휘둥그래해졌다.
그리고 이내 입을 턱하고 벌렸다.
믿기지가 않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었다.
무게만 따져도 오십 근은 넘는 창날이
웬만한 칼보다 두어배는 두터운 창날이
그것도 바람과 내력에 휩싸여 그 내구가 훨씬 올라간 창날이
베어진 것이다.
고작 다섯 근도 안되는 검에 의해서 말이다.
어찌 이런 상황을 쉽사리 믿을 수 있다는 말인가
"허어.."
서광은 헛웃음을 흘렸다.
한번 떨어져나간 정신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운적자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재빨리 그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어 그대로 그의 오른팔을 절단해버렸다.
툭
"크아아아악!"
멍하니 있던 서광은 오른팔이 절단당한 고통에 정신을 차린 것인지
비명성을 내질렀다.
"제기랄!"
오른 팔이 잘렸다는 것을 인지한 그는 재빨리 왼팔로 떨어진 창을 주워들었다.
어떻게든 저항을 할 심산인듯 하였다.
척
하지만 아쉽게도 행동은 운적자가 더욱더 빨랐다.
창을 집어들기 무섭게 이내 재빨리 검을 들어올려 그의 목에 겨누었기 때문이었다.
"..........왜 곧바로 안죽인 거지?"
영락없이 목숨을 저당잡힌 서광은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운적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몇 가지 물어볼게 있다네."
운적자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대답해 줄 것 같나?"
"고통스럽게 죽지 않으려면 그리 해야하지 않겠나?"
"크크큭, 도사님이 보기보단 독한 면모가 있구만."
운적자의 말을 들은 서광은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칭찬으로 알겠네."
운적자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받은 뒤 입을 열었다.
"어찌 국경선을 넘어 북해빙궁으로 온 것이지?"
운적자는 침중한 눈빛으로 서광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서광은 비웃음 섞인 눈빛으로 운적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