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9화 〉 320.전쟁이 벌어지다-2
"북방군이?!"
"네! 북방군이 갑자기 나타나서.이연 장군이 비키리고..그....다들 막는다고해서....저에겐...아미의 제자들에게는 대피를 부탁하셨어요!"
운혜는 마음이 다급해서인지 무척이나 횡설수설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불속과 불허는 미간을 찌푸렸다.
너무 횡설수설하여 자세한 속사정이 유추가 안되었기 때문이었다.
"진정하고 차근차근 말하거라. 국경을 지키고 있는 북방군이 어찌 북해빙궁에 나타났다는 말이더냐!"
불허는 이해가 가지 않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이해갈 될 리 만무하였다.
북방군은 국경부근에 있는 북방의 경계선에서 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군대가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경계선 너머에 있는 북해빙궁에 발을 들인다는 말인가
게다가 이연 장군이라면 황궁제일검이라고 불리우는 절대고수이자 북방군의 총사령관이 아니던가
어찌 그런 이가 머나먼 북해빙궁까지 찾아왔다는 말인가
"잘..모르겠어요..갑자기 나타나서는 저희에게 북해빙궁을 지워버릴 예정이니 자리를 비워달라고 말했어요."
"뭐라?!"
그녀의 말을 들은 불허는 놀란듯 되물었다.
북방군이 나타난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놀랍건만 이어지는 운혜의 말은 그녀를 더욱더 경악하게 만들었다.
"어찌 북해빙궁을 침입한다는 말이더냐! 북해빙궁은 국경 너머에 있는 이국이란 말이다! "
불허는 말도 안된다는듯 언성을 높였다.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이유를 물었으나 알 필요 없다고 일갈했거든요..."
"그래서 어찌 대응하였느냐!"
"운적 도장께서 항전을 택하셨어요."
"뭐라고?!"
운혜의 말을 들은 불허는 다시금 경악성을 내뱉었다.
어찌 북방의 군대를 상대로 항전을 택한다는 말인가
반역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아니던가
"어찌 그런 선택을!"
"보은을 위해서라고 하셨어요."
"아무리 보은이라지만 우리는 엄연히 중원인이다. 어찌 황명을 거스른다는 말이더냐!"
"그게......황명은 아니라고 하셨어요."
"황명이 아니라고?!"
"운적 도장께서 재차 물으셨거든요. 정녕 황실에서 내려온 명이 맞는지 말이에요."
"뭐라고 그러더냐?"
"독단이라고 스스로 말씀하셨어요."
"............"
운혜의 말을 들은 불허는 입을 꾹 다물고 침묵하였다.
믿기지 않는 정보에 머리가 아파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차근 차근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북방군이 쳐들어온 상황부터 운혜가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는 상황까지 전부 말이다.
그리고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운적 도장이 대피를 부탁했다고?"
"네!"
"좋다! 일단 마을 사람들부터 먼저 대피시키자꾸나!"
불허는 결심한듯 고개를 주억거리고 입을 열었다.
"불허!"
그때 옆에 있던 불속이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왜 그러지?"
"지금 제정신이야?"
"뭐가?"
"북방군과 대치할 속셈이냐고!"
"그럼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려고?"
불허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분명 좀더 나은 방법이 있을거야!"
"어떤 방법?"
"대화라든지 타협이라든지!"
"불속."
불허는 담담한 어조로 불속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도 운적자와 생각이 다르지 않아."
"뭐라고!?"
불허의 말을 들은 불속은 놀라듯 되물었다.
대체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운적자와 다를바가 없다니!?
그 말인즉슨 북방군과 대치하겠다는 말이 아닌가
"제정신이야!"
"충분히 제정신이야."
"제정신인 사람이 어떻게 북방군과 대치할 생각을 해?"
불속은 언성을 높이며 입을 열었다.
"분명 아미에게 피해가 갈거야!"
"그렇다면 모른 척 해야 된다고 생각해?"
불허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불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건"
"불속, 분명 북방군과 대치하게되면 아미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미의 제자들이 다칠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을거야."
불허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만약 여기서 모른 척 넘어가게된다면 분명 아무 일도 없겠지. 아미파는 안전할 것이고 제자들이 다치거나 죽는 일이 없을거야."
불허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정도문파에게 협이 없다면 정녕 정도문파라고 할 수 있을까?"
"..........."
"무림인이라는 것들은 모두 무법자라고 생각해. 관과 불가침이라는 인식때문에 저 좋을 때로 살인을 하고 약탈을 하며 보호세마저 걷으며 살아도 법의 심판을 받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런 무법자임에도 우리가 명문대파라 불리우며 존경 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불허는 진지한 눈빛으로 불속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그 이유가 협俠이라고 생각해. 협俠을 숭상하고 협俠을 행하니까 말이야. 우리 같은 정도무문에서 협俠이 없다는 것은 사마외도와 수준이 똑같아지는 길로 걸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해."
".............."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우리가 이 상황을 모른 척을 하고 안전히 살아서 아미로 돌아가게 된다면 우리는 사조들에게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자랑스러운 아미의 제자들이 돌아왔다고 말이야. "
"..........."
"난 못해. 평생 마음에 짐을 지고 살게 될거야. 은인을 외면했다는 죄책감에 휩싸여서 말이야. 난 그러고 싶지 않아."
"......불허."
"가고싶으면 가도 좋아. 강요할 생각은 없다.."
말을 마친 불허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불속은 그런 불허의 뒷모습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생각없이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그녀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피처는 어디지?"
불속은 운혜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빙궁이에요!"
"좋아, 그럼 일단 걸음이 느린 어린 아이나 노인의 경우에는 제자들이 직접 업고 이동시키도록 하거라."
"넵!"
불속의 말을 들은 운혜는 힘차게 답을 하였다.
그리고 그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후우"
그 모습을 본 불속은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자신이 하는 일이 맞는지에 대한 확신이 안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 또한 걸음을 옮겼다.
어쩔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
부웅
쾅
"크윽!"
날아드는 거창을 간신히 튕겨낸 청송은 그대로 뒤편으로 날아가버렸다.
"흡!"
쾅
하지만 이내 천근추를 통해 체공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킨 뒤 그대로 착지를 하였다.
그러자 허공에 거창이 다시금 꿰뚫고 지나가기 시작하였다.
분명 공중에 떠있던 자신을 노린 것이리라
청송은 재빨리 몸을 돌린 후 창을 날렸던 기병에게 달려들었다.
거창은 파괴력이 큰 만큼 회수가 늦었다.
그러니 자연히 방어가 늦을 수밖에 없었다.
청송은 푸른 빛 검기가 발현되있는 검을 그대로 기병에게 휘둘렀다.
그러자 기병은 고삐를 거칠게 잡아당겨 말의 앞발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한혈마의 두터운 앞발이 청송의 검로를 막아서기 시작하였다.
기병은 진한 웃음을 흘렸다.
이렇게 된 이상 검을 회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상황은 기병의 생각과는 전혀 반대로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한혈마를 들어올려 청송의 검로를 방해했건만 그가 검을 회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청송은 더욱더 힘을 주어 검을 휘둘렀다.
말과 기병을 통째로 베어낼 심산으로 말이다.
서걱
그리고 이내 한혈마가 완전히 두동강이 나버렸고 기병은 바닥으로 낙마하게되었다.
쿠당
"으아악!"
그대로 바닥에 낙마한 기병은 비명성을 내질렀다.
상당한 충격이 온몸을 뒤덮었기 때문이었다.
청송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말을 통째로 베어내 검을 곧바로 곧추세워 그대로 기병의 목을 찔러들어갔다.
푹
"커억!"
이내 청송의 검에 의해 몸이 완전히 꿰뚫린 기병은 피 끓는 가래 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고개를 떨궈버렸다.
죽음을 맞이 한 것이다.
그의 죽음을 확인한 청송은 재빨리 검을 회수한 후 몸을 돌렸다.
부웅
부웅
그러자 등을 노리고 날아들던 거창 두 자루가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청송은 검을 다시금 고쳐쥐고 검을 휘둘렀다.
챙
이내 두 자루의 거창과 한 자루의 검이 맞부딪히더니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쾅
서광의 거창과 운적자의 검이 맞부딪히더니 귀가 따가울 정도의 굉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제법이네. 말코도사."
서광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건 이쪽에서 할 말일세. 설마 군문에 이런 실력자가 있을 줄이야."
운적자 또한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서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는 실로 서광의 어마어마한 실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보통 군문 무공의 경우 실전적이기는 하나 그 깊이가 얕다는 단점이 있었다.
깨달음보다는 실전성을 중요시하는 풍조가 만연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서광은 달랐다.
실전성 뿐만 아니라 깨달음마저 묻어나오는 그의 거창술은 화경에 다다른 운적자마저 난처하게 만들었고 어떨 때는 목숨마저 위협하였다.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군문 무공으로 자신과 대등한 경지에 오른 서광에게 말이다.
"군문을 너무 무시하는구나!"
창으로 검을 일순간 튕겨낸 그는 재빨리 운적자의 목을 향해 창을 찔러들어갔다.
챙
"무시가 아닐세! 사실이지!"
운적자는 목을 향해 찔러들어오는 창을 막아선 후 입을 열었다..
"우리는 네놈들처럼 심산유곡에서 좌선이나 하면서 정의나 부르짖는 놈들과 달리 북방 최전선에서 백성들의 안전을 지키는 용사들이다! 그런데 어찌 그런 무시를 한다는 말인가!"
서광은 화가난듯 인상을 와락 구기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창을 쥔 손에 힘을 더욱더 쥐어 운적자를 압박하였다.
부들 부들
"아니 그러면 지키던 최전선이나 지킬 것이지! 어찌 북해로 온다는 말인가!"
운적자는 창에서 느껴지는 거력을 간신히 버텨내며 입을 열었다.
"군인에게는 상명하복이 원칙이다! 우리는 그저 명을 따를 뿐!"
"그것이 잘못 된 명이라도 말인가!"
그의 말을 들은 운적자는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이견은 없다!"
서광은 우직한 얼굴로 언성을 높였다.
"그저 행할 뿐!"
"역시 군인하고는 안맞아."
서광의 말을 들은 운적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기본적으로 상명하복의 원칙은 문파에서도 통용되는 원칙이었지만 잘못된 일이라면 불복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자는 잘못됐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그대로 행하려고하고 있다.
어찌 이리도 고지식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나도 네놈같은 무인들과는 맞지가 않는군."
운적자의 말을 들은 서광 또한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상급자에게 불복할 수 있다는 듯이 말하는 운적자를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서론이 길었구만 안맞는 사람끼리 말일세."
챙
운적자는 서광의 창을 재빨리 튕기고는 말을 이었다.
"동감이다. 안맞는 이들끼리 말이 길어진듯하군."
서광은 창이 튕겨짐과 동시에 재빨리 운적자와 거리를 벌린 후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네놈에겐 북방군의 무서움을 제대로 새겨줘야할듯 싶구나."
말을 마친 서광은 거창에 내력을 불어넣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우우웅
그러자 척보기에도 흉포하기 짝이 없어보이는 기운들이 거창에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아비도 어미도 모른 체 전쟁터에서 태어나 병사로서 그리고 부장으로서 평생을 전쟁터에서 보낸 이 몸이다. 전쟁의 혹독함과 참혹함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서광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떨 때는 거대한 전마들이 들이닥쳐 병사들을 휘저을 때도 있었고 어떨 때는 어마어마한 병력에게 포위되어 목숨이 위태로웠던 적도 한 두번이 아니었다."
"거참, 대단하구만."
"대단하지, 더 대단한 것은 내가 그런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결국에는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어째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아는가?"
"글쎄? 뛰어난 무공 덕분이 아니겠는가?"
"크크큭, 틀렸다. 무공 같은 것에 기대어 살아갈 생각이었다면 두 달도 못 버텼을 것이다. "
"그럼 대체 무엇인가?"
운적자는 궁금하다는듯 말을 이었다.
"그것은 바로 생존의지였다. 살기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내 생존 의지가 나를 이 자리까지 도달하게 만든 것이다."
서광은 눈을 희번뜩 뜨며 입을 열었다.
"그 의지도 무공이 없다면 실현할 수 없지 않았겠는가?"
"아니, 무공이 없어도 나는 살아남았을 것이다. 내 의지는 무공따위는 아득히 뛰어넘으니 말이다."
"참으로 슬픈 일이구만 무공을 이리도 경시하는 이가 이런 지고한 경지에 올랐다니 말일세."
서광의 말을 들은 운적자는 안타까운듯 말을 이었다.
"흥, 심산유곡에서 검이나 깔짝 휘두르며 무공만이 전부인줄 알던 놈이 뭘 알겠느냐?"
서광은 그런 운적자의 말에 콧방귀를 뀌며 말을 이었다.
"지금 네놈에게 보여줄 거창술은 내 의지와 무공이 결합된 최고의 기술이다. 그러니 영광으로 알도록 하거라."
"무슨 영광 말인가?"
"나 서광이 최선의 수를 보았다는 영광을 말이다!"
말을 마친 서광은 거창에 더욱더 많은 내력을 불어넣었다.
휘이이이잉
그러자 거창에 돌풍이 일어나더니 그대로 거창을 휘감았다.
그리고 이내 불어든 돌풍은 서광의 거창을 완전히 에워싸기 시작하였다.
"막지는 못할 것이다. 전마든 성벽이든 성문이든 모두 부숴버렸던 놈이니 말이다!"
쇄애애애애액
서광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창이 그대로 운적자를 향해 날아들었다.
운적자의 눈빛이 심각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