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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17화 (318/1,419)

〈 317화 〉 318.단 한 발자국도 지나가지 못한다!

북해빙궁 대전 안

북궁연은 대전 가운데 있는 옥좌에 앉아있었다.

무슨 기분 좋은 일이 있는지

그녀의 얼굴에는 화색이 감돌고 있었다.

평소 싸늘한 얼굴로 다니던 때와는 전혀 상반되는 표정이었다.

북궁연은 지금 기분이 좋았다.

북해빙궁에 온 이후부터 꽤나 일이 잘 풀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북해빙궁을 탈환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하게 사천 연맹이라는 중원 단체에게 은혜를 입혔고 그에 걸맞는 지원을 약속받았다.

게다가 단순히 생각하고 있었던 북해빙궁의 재건 계획 또한 장선우라는 남자에 의해 제대로 된 뼈대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가장 기분 좋은 일은 빙정을 묘안석으로 세 알이나 받고 판 일이었다.

그녀가 비록 외진곳에서 무공만 익혔다고는 하나 묘안석의 가치에 대해 모르지는 않았다.

그녀는 확신하였다.

이 묘안석과 사천 연맹의 지원만 있다면 북해빙궁이 재건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라고 말이다.

재건될 북해빙궁을 생각하니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고 입가에는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언니! 언니!"

갑자기 대전 바깥쪽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컥

이내 문이 열리고 다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설향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설향을 본 북궁연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를 보았다.

밤새 대작을 통해 설향이 느긋하고 여유로운 성격인 것을 알게된 북궁연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다급한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을 찾으니 당혹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무슨 일이지?"

"큰.....큰일났어요!

북궁연의 물음에 설향은 숨을 한차례 고른 후 재빨리 언성을 높였다.

"무슨 일인데 그래?"

설향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이해가 안된다는듯이 그녀에게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리도 호들갑을 떤다는 말인가?

"지금 빙궁 바깥에 군대가 출연했어요!"

설향은 북궁연의 느긋한 태도가 답답한 듯 가슴을 두어번 두드리고는 입을 열었다.

"북방의 군대 말이에요!"

"북방의 군대!?"

설향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놀란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녀는 이해가 안 되었다.

북방의 군대는 보통 국경선 근처에 머무르며 방위를 책임지지 않던가?

그런데 어찌 북방의 군대가 방위마저 포기하고 북해 한 가운데 있는 북해빙궁까지 행차를 한다는 말인가

"잘못 본거 아니야?"

"진짜에요!"

북궁연의 의심에 설향은 억울하다는듯 소리쳤다.

"혹시 몰라 깃발 색깔부터 표식까지 전부 확인한 참이에요."

"그래?"

설향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은 북궁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예기치 못한 북방군의 등장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었다.

벌떡

이내 북궁연은 옥좌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가자."

말을 마친 북궁연은 재빨리 걸음을 옮겼고 설향은 그런 북궁연의 뒤를 그대로 따라갔다.

************

"재고할 생각은 없나?"

이연은 다시금 운적자에게 물었다.

"아쉽게도 없습니다. 저희 모두 협을 숭상하는 이들입니다. 손익을 따지고 살았다면 정파라 불리지도 않았겠지요."

"우습구나. 내 앞에서 협을 부르짖다니 말이다."

이연은 비웃음 섞인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나도 어쩔 수 없구나. 원망치는 말거라."

"협을 관철하는 일입니다. 어찌 후회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운적자는 올곧은 눈으로 이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의 눈빛에는 후회의 빛이 한점도 없었다.

"말은 번지르르 하구나."

"나이가 들수록 매끄러워져서 그런듯 싶습니다."

운적자는 가벼운 농을 건네며 입을 열었다.

"뭐 그래도 싫지는 않구나. 적어도 줏대는 있어보이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장군 눈에 들다니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운적자는 살포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생각은 짧기 그지없구나."

운적자의 말을 들은 이연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입을 열었다.

"수 많은 제자들을 독단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던져버렸으니 말이다."

"확실히 저도 너무 독단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연의 말을 들은 운적자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 한가지 청이 있습니다."

"청이라?"

"시간을 주십시오."

"무슨 시간을 말이더냐?"

이연은 궁금하다는듯 그에게 물었다.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말입니다."

"흐음, 선택이라..."

"지금 장군께 고한 말은 제 독단적인 생각입니다. 저로서는 보은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목숨까지 걸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이들은 뜻이 다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선택할 기회를 주고자합니다. 북방군을 막을 지 아니면 물러날 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운적자는 올곧은 눈빛으로 이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궁금한 것이 있다."

"하명하시지요."

"내가 어찌하여 그대의 청을 들어주어야하지?

운적자의 말을 들은 이연은 재밌다는듯이 입을 열었다.

"만약 제자들 중 물러나는 이가 있다면 장군의 입장에서도 오히려 호재가 아니겠습니까?"

"어째서지?"

"제자들이 비록 장군의 지고한 경지에 미치지 못한다지만 다들 엄연히 고수 소리를 듣는 이들 입니다. 만약 북방군과 충돌한다면 일당백은 어렵더라도 일당오륙십 정도는 거뜬 할 것입니다. 그런 이들이 약간의 시간만으로 빠져준다면 오히려 북방군의 호재가 아니겠습니까?"

운적자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이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그렇습니다. 또한 장군께서도 찝찝함을 덜 수 있지 않겠습니까?"

"흐음"

운적자의 말을 들은 이연은 고민하듯 턱을 쓰다듬었다.

확실히 그의 말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북방군이 강하기는 하나 저들과 정면충돌할 경우 상당한 피해를 각오해야할 것이다.

경지에 이른 무인의 경우 철갑마저 뚫어버리니 말이다.

"좋다."

이내 고민하던 이연의 입이 열렸다.

"일각의 시간을 주겠다. 물러날 이들은 옆으로 비켜서도록 하라. 내 특별히 그들은 건들지 않도록 하겠다."

"감사합니다. 장군."

운적자는 이연을 바라보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나름의 자비를 베풀어준 그에 대한 예의이리라

"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말을 마친 이연은 다시금 기마부대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정면을 바라보며 천천히 기다렸다.

일각이 지나기를 말이다.

********

"수색대의 영웅들이여 할 말이 있소."

이연으로부터 일각의 시간을 얻어낸 운적자는 정문에 모여있는 수색대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북방의 군대가 북해빙궁을 절멸시킨다고 하오. 한 명도 남김없이 깡그리 다 말이요. 그리고 우리에게 길을 비켜주길 권하고 있소. 만약 길을 비키지 않으면 우리의 안전 또한 보장 못한다고 하더이."

운적자는 침중한 표정으로 수색대원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본도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였소. 빙궁주에게 크나큰 은혜를 입은 입장에서 모른 척 하는 일은 본도가 추구하는 협俠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오. 하지만 이는 본도만의 생각이지 그대들에게까지 강요할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하오. 그렇기에 본도는 그대들이 선택해주길 바라는 바요."

운적자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본도는 끝까지 남아 북해빙궁의 정문을 사수할 요량이오. 적어도 빙궁 내에 사람들이 피신을 할 때까지만이라도 말이오. 하지만 이 생각을 그대들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소. 그러니 선택해주시면 되오. 끝까지 남아서 항전을 할 것인지 아니면 한발 물러날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오."

"............."

"............."

"............"

운적자의 말을 들은 수색대원들은 모두 입을 꾹 다물었다.

각자 깊은 생각에 잠긴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다.

목숨이 걸린 일이었다.

이런 일에 누가 쉽사리 결론을 낼 수 있겠는가

"전 하겠습니다."

그때 뒤편에 있던 청송이 손을 번쩍 들며 입을 열었다.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운적자는 안타까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협俠이라는 것은 사숙께서만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 또한 저만의 협俠을 품고 있지요."

청송은 진지한 눈빛으로 운적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은혜를 입고도 모로쇠 일관한 체 빙궁이 전멸하는 것을 지켜만 본다면 전 평생 후회하고 말 것입니다. 후회하고 싶지 않습니다."

청송은 결연의 의지가 담긴 눈빛으로 운적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도 하겠습니다."

청송의 말일 끝나기 무섭게 청길이 무거운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도 은혜를 모르는 짐승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뿐만 아니었다.

"저도 하겠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보은을 하고 싶습니다!"

"은혜를 갚고 싶습니다!"

청길의 말을 끝으로 모든 청성의 제자들이 너도나도 손을 번쩍 들며 지원의 의사를 피력하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운적자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말을 하긴 하였지만 운적자는 사실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으면 하였다.

모두가 실익만을 계산할 뿐

협俠같은 고루한 것 따위는 쳐다도 보지 않았으면 하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청성의 제자들에게 그런 바램이 전해지지 않은듯 하였다.

모두가 그저 도리를 행할 뿐이었다.

운적자는 그들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기뻤다.

적어도 청성의 가르침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멍청한 녀석들"

운적자는 눈시울을 살짝 적시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저도 남겠습니다."

그때 당가의 무인 하나가 손을 들더니 입을 열었다.

"당가에는 이런 말이 있죠. 은혜는 두 배로 원한은 열 배로 갚는다."

당가의 무인은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은혜를 갚을 때가 되었는데 어찌 도망을 칠 수 있겠습니까?"

"맞습니다!"

"저희도 남겠습니다!"

"은혜를 갚겠습니다!"

그의 말을 끝으로 모두가 고함을 내질렀다.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운적자는 그들에게 다시금 되물었다.

"만약 여기서 도망친다면 많은 이들이 당가를 비웃을 것입니다."

그의 말을 들은 당가의 무인이 차분히 답을 하였다.

"당가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자리를 비울 수는 없지요."

그의 눈에는 이내 결연의 의지가 담기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본 운적자는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단순히 군중심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동조하는게 아닌 진정으로 은혜를 갚기 희망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수색대에는 정말 멍청한 이들 투성인 것 같소. 이리도 어리석은 선택을 하니 말이오."

"그건 도장께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소만?"

'허허허허 그것도 그렇군."

운적자는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린 후 입을 열었다.

"운 소저."

웃음을 뚝 그친 운적자가 뒤편에 있는 운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말씀하세요."

운혜는 결연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에겐 마을 사람들을 대피할 사람이 필요하오. 그 역할을 아미쪽에서 해줄 수 있겠소?"

운적자는 그녀를 바라보며 부탁한다는듯 입을 열었다.

지금 아미의 제자들은 대부분이 철 파편을 운반하거나 대장간에서 잡일을 맡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들에게 참전을 바라는 것보단 마을 사람들의 대피를 부탁하는 것이 좀더 나으리라

"알겠습니다."

운적자의 말 들은 운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대장간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나가기 시작하였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란 것을 그녀도 인지한 탓이었다.

그 모습을 본 운적자는 만족스러운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려 정면을 바라보았다.

정면에는 수백의 기마대들이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분명 돌격하라는 이연의 명만을 기다리며 가만히 대기하고 있는 것이리라

"후우"

운적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스르릉

그리고 이내 운적자는 옆구리에 매어져 있는 검대에서 검 한 자루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새하얀 검신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검을 빼든 운적자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정문 한 가운데 서더니 그대로 앞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결코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였다.

그때 옆에서 또 다른 검이 기마대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운적자는 곁눈질로 검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검의 주인은 청송이었다.

청송은 비록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흔들림없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또 다시 다른 검이 기마대를 향해 겨누어졌다.

이번에는 청길이었다.

그는 담담한 눈빛으로 기마대를 바라보며 검을 겨눌 뿐이었다.

그리고 이내 수많은 제자들의 검이 기마대를 향해 겨누어졌고 운적자는 눈시울을 적시게 되었다.

그 눈물은 못난 자신의 고집에 따라준 그들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부릅

이내 운적자는 적셔졌던 눈물을 대충 흘려보낸 뒤 눈을 부릅뜨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력을 잔뜩 담은 뒤 기마대를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이곳은 단 한 발자국도 지나가지 못한다!"

그러자 그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단 한 발자국도 지나가지 못한다!""

곧이어 제자들 또한 기마대를 바라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괜한 시간을 준 것 같군,"

그들의 고함을 들은 이연은 차분히 읊조렸다.

그들은 단 한 명도 빠지지 않았다.

이연은 생각했다.

괜한 시간 낭비를 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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