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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06화 (307/1,419)

〈 306화 〉 307.빙정을 먹이다

할짝 할짝

"우읍! 읍읍!"

능소화는 입술 사이를 뚫고 입 안으로 파고든 혓바닥에 당혹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대체 이게 무슨 조화라는 말인가

어찌 죽은 이의 혓바닥이 멋대로 움직여 자신의 입 안으로 들어온다는 말인가

그가 살아난 것일까?

아니면 애초에 죽은 척을 한 것일까?

도저히 예측이 되지 않았다.

능소화는 당장에라도 입을 떼고 선우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으나 그렇게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혓바닥에서 느껴지는 야릇한 감촉이 그녀의 행동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무언가 이상했다.

당장에라도 떼고 싶은데 떼고 싶지 않았다.

이성과 감정 간의 모순이 일어난 것이다.

츄르릅 촤압 촤압

선우의 혓바닥이 자신의 혓바닥을 감싸더니 이내 몇 번이고 돌리기 시작하였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그리고 이내 역순으로 다시금 혀를 돌렸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쩌걱 쩌걱 쩌걱

이내 그의 타액과 자신의 타액이 얽히면서 무척이나 야릇한 소리를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능소화는 온몸에 저릿저릿한 감각이 퍼져나갔다.

마치 감전에 당한 것 처럼 말이다.

기분이 좋았다.

좋아도 너무 좋았다.

더욱더 기분 좋아지고 싶어졌다.

능소화는 혓바닥을 천천히 세우더니 이내 선우의 혓바닥과 마주하였다.

마주한 두사람의 혓바닥은 마치 뱀이 교미하듯이 끊임없이 겹쳐지며 교감을 나누기 시작하였다.

츄릅 츄릅 촵 촵

이내 야하기 짝이 없는 물소리가 두 사람의 귓속에 파고들었다.

온몸에 찌릿 찌릿하게 감각이 퍼져나갔고 눈이 몽롱하게 풀렸다.

쾌락에 완전히 젖어들어 정신이 반쯤 나간 것이었다.

츄릅 촤압 촤압

그럼에도 그녀의 혀는 멈출줄 몰랐다.

늦바람이 더욱더 무섭다고 하던가

이십 팔년만에 혀로 나누는 쾌감을 알게된 그녀가 쉽사리 혀를 거둬들일 리 없었다.

그녀는 더욱더 집요하고 더욱더 맹렬하게 선우의 혀를 핥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의 무릎 위에 누워있던 선우가 그녀의 뒷머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반대로 그녀를 눕히기 시작하였다.

능소화는 선우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랐으나 이내 그의 행동에 순응을 하였다.

반발하며 화를 내기엔 입맞춤이 주는 달콤함이 너무나도 진했기 때문이었다.

혀로 교미를 나누며 그녀는 생각하였다.

자신을 걱정하게 만든 죄는 입맞춤이 끝나면 물자고 말이다.

이내 자세가 완전히 뒤바뀐 두사람은 더욱더 맹렬한 입맞춤을 이어갔고 능소화는 아랫도리에서 생소한 감각이 드는 것을 느꼈다.

욱신 욱신

갑자기 아랫도리가 욱신거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능소화는 의아함이 들었다.

별안간 갑자기 아랫도리가 왜 욱신거린단 말인가

이상했다.

너무나 이상했다.

욱신 거리는 아랫도리도

그 욱신거림이 싫지 않은 자신도 말이다.

안 그래도 몽롱했던 눈이 더욱더 풀리기 시작하였다.

이러다간 상태가 더욱더 이상해질 것 같았다.

엉망진창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그때였다.

솨아아아아아아

갑자기 입안에서 어마어마한 한기가 순식간에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읍!?"

갑작스러운 한기에 당황한 능소화는 눈을 휘둥그래떴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능소화는 혀를 굴려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능소화는 선우의 혓바닥에 위에 냉기의 덩어리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능소화는 깨달았다.

선우가 입맞춤을 빌미로 자신에게 빙정을 먹이려고 하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화가 난 능소화는 입술을 떼기 위해 얼굴을 움직였다.

하지만 선우는 그런 그녀에게 더욱더 집요하게 입을 맞출 뿐 떨어질 생각을 안하였다.

꾸우욱

능소화는 재빨리 손을 들어올려 선우를 밀어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우의 몸은 일절 움직이지 않았다.

선우가 그녀의 뒷머리를 더욱더 강하게 움켜잡았기 때문이었다.

"읍읍! 읍읍!"

그녀는 더욱더 맹렬하게 반항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녀를 붙잡은 선우의 힘은 죽기직전에 다다른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강력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내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자신에게 빙정을 먹이려고 일부러 죽은 척을 한 것이다.

능소화는 분노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마어마한 배신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선우가 진심으로 죽은 줄 알았다.

그리고 세상이 무너지는듯한 절망감마저 느꼈다.

그런데 알고보니 전부 거짓이었다니!?

배신감이 느껴지지 않을 리 없었고 분노가 차오르지 않을 리 없었다.

'이런 나쁜!'

능소화는 속으로 알고 있는 최고의 욕을 내뱉은 뒤 극양염황마공極陽炎皇魔功을 끌어올리기 시작하였다.

몸에 불꽃을 피어올려 선우를 단번에 떼어낼 속셈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의 계획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컹

전혀 예상치 못한 이질적인 감촉이 그녀의 집중력을 단번에 흐트려놓았기 때문이었다.

능소화는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 선우의 손바닥을 말이다.

"으으읍!!!!!!"

그 모습에 너무 놀란 능소화는 입을 맞춘 채로 비명성을 질렀다.

그리고 선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혀에 올려두었던 빙정을 그대로 그녀의 목구멍 안쪽으로 흘려보낸 것이다.

능소화는 갑자기 목구멍을 타고 들어오는 차가운 기운에 당황하였다.

이내 그것이 빙정이라는 것을 눈치 챈 그녀는 그대로 내뱉으려고 하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목 중앙쪽에 완전히 걸렸기 때문이었다.

츄와아압

빙정이 완전히 넘어간 것을 확인한 선우는 능소화의 입에서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그러자 투명하고 하얀 실선이 길게 이어지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야릇하기 그지없는 광경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능소화에게는 그런 감상을 할 여유가 없었지만 말이다.

"컥 컥 컥"

이내 숨이 점점 막혀오기 시작하였다.

목에 걸린 빙정은 코와 입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공기들을 차단시켜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능소화에게 어마어마한 고통을 주었다.

능소화는 느낄 수 있었다.

이대로 삼키지 않고 뻐팅긴다면 그대로 질식사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능소화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지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죽기 싫었다.

자신은 아직 하고 싶은 것이 태산처럼 남아있지 않았던가

꿀꺽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일까

능소화는 목에 걸린 빙정을 필사적으로 삼키려고 하였고 이내 빙정을 완전히 삼킬 수 있었다.

"하아......하아...하아..하아..하아.."

빙정을 완전히 삼킨 능소화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빙정이 걸려 제대로 공기를 흡입 못했던 것을 보상하듯이 맹렬하게 말이다.

"어때? 맛있어?"

그때 위쪽에서 선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능소화는 시선을 위로 올려 선우를 바라보았다.

선우는 무척이나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얄미운지 당장에라도 뺨을 후려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대가...나를.어찌.그대가...나를.."

능소화는 어마어마한 배신감에 말까지 더듬기 시작하였다.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그가 말했던 모든 것이 말이다.

후회한다는 말도 거짓일 것일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도 거짓일 것일 것이다.

곧 죽을 것이란 말도 거짓일 것이다.

무엇 하나 거짓이 아닌 것이 없었다.

배신감이 들지 않을 리 없었다.

"미안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어찌하지 못할 정도로 네가 강했거든."

선우는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는 능소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선우의 말은 사실이었다.

애초에 화경인 선우가 현경에 다다른 그녀에게 빙정을 먹이기 위해서는 이렇게 거짓으로 속이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계획..된 것이더냐?"

능소화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아니, 사실 달려들 때만 해도 강제로라도 빙정을 먹여야 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몸에서 피어오르는 불 때문에 엄두가 안나더라고."

선우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무리 속도로 앞서도 제대로 된 유효타하나 먹일 수 없는 것 같아서 일찌감치 포기하고 다른 생각을 해봤지."

"그것이 본녀를 거짓연기로 속인 뒤 빙정을 먹이는 것이더냐!"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화가 잔뜩 난 기색으로 고함을 내질렀다.

"맞아, 아무리 마공에 인격이 잠식 당한 너라지만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면 슬퍼해주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거든."

선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지."

"그러다 본녀가 그냥 무시를 했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더냐!"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발끈하며 그에게 물었다.

"그럼 기침 몇번하고 극적으로 살아난 척하면서 기회를 노렸겠지."

"그대는 정말 나쁘다! 어쩜 이리 사람이 나쁠 수 있다는 말인가!"

능소화는 뿔이 난 것인지 잔뜩 상기된 얼굴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본녀는 그대가 정녕 죽은 줄 알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대를 애도하였지! 뿐만 아니라 그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입까지 맞추었다! 그대에게 순결을 바친 것이다!"

"순결을 바쳤다고 하니까 어감이 되게 이상하네. 뭔가 몹쓸 짓을 한 것 같아."

"몹쓸 짓을 했다! 그대는 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어찌 그렇게 이기적일 수 있다는 말인가! 어찌 사내가 그리도 비열하게 아녀자를 속일 생각을 한단 말인가!"

능소화는 선우를 향해 열변을 토해내었다.

그녀는 화가났다.

비열한 방식으로 자신을 속인 선우에 대해

자신의 마음을 가지고 논 선우에 대해서 말이다.

"현경에 고수를 이기기 위해 화경의 고수가 벌인 발악이지."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추하다! 너무나도 추하구나! 그대에게 실망이다! 언제나 진실된 이로만 알고 있었거늘!"

능소화는 실망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추하다고 해도 상관없어."

능소화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널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든지 추해질 수 있어."

선우는 올곧은 눈으로 능소화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본녀는 지금 그대로가 본녀라고 몇 번이고 말하지 않았더냐!"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분노를 토해내었다.

몇 번이고 그에게 말하였다.

지금 자신은 전과 다를 바가 없다고 그저 좀더 감정에 솔직해지고 강해진 것 뿐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어찌 자신이 전과는 달라졌다고 말한다는 말인가

분노가 치솟아올랐다.

자꾸만 자신을 부정하는 선우에 대한 분노가 말이다.

이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의 대한 분노와 그의 대한 배신감이 점차 융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융화된 감정의 덩어리에 극양염황마공極陽炎皇魔功이 반응을 하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웅

단전 안에 있던 극양염황마기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온몸에 분노가 가득 서려있는 불꽃을 피어올릴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전신 세맥과 혈도에 극양염황마기가 전부 퍼져나갔다.

능소화는 생각하였다.

이제 발화만 시키면 된다고 말이다.

능소화는 더욱더 정신을 집중시키기 시작하였다.

순식간에 전신에 퍼져있는 극양염황마기를 발화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응?"

하지만 그때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끊임없이 극양염황마기를 발화시켰지만 불이 전혀 피어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순간 능소화는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크으으윽!"

그리고 이내 그녀는 갑자기 온 세맥과 혈도에 퍼져가는 어마어마한 한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내 온몸에 퍼져나간 한기가 극양염황마기를 휘감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극양염황마기와 한기가 엎치락 뒤치락하며 싸우기 시작하였다.

"크아아아악!"

서로 전혀 다른 두 기운 간의 싸움에 휘말린 능소화는 비명을 내질렀다.

혈도가 갈갈리 찢길 것 같은 고통이 엄습하였기 때문이었다.

아팠다.

아파도 너무 아팠다.

너무나 극심한 고통에 능소화는 눈물을 찔끔 흘리고는 두 기운을 제어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두 기운들은 마치 생사대적을 만난 것마냥 쉴새없이 부딪히고 맞서면서 능소화의 혈도와 단전을 망가뜨리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애초에 음과 양의 기운을 동시에 품는다는 것은 시한폭탄을 몸에 두르는 것과 마찬가지인 행위였다.

두 기운은 서로 반발할 수 밖에 없었고 그 반발력은 종국에는 그릇을 파괴시켜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그저 단순한 음과 양의 기운도 이럴진데 극음과 극양의 기운을 품게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극음과 극양의 기운 간의 반발은 더욱더 클 것이고 혈도와 단전이 순식간에 파괴되고 말 것이다.

지금 능소화의 상태가 그러하였다.

혈도가 찢어지기 시작하였고 단전에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극음과 극양을 품는다는 것은 현경에 다다른 능소화라고 하더라도 욕심이고 오만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오만의 댓가를 치르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악!"

능소화가 다시금 비명성을 내질렀다.

쩌저적

단전에 금이 가면서 그녀에게 어마어마한 고통을 선사하였기 때문이었다.

"아아아아아아악!"

촤악 촤악

혈도가 찢어지면서 그녀에게 말로 표현 못할 정도의 고통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아팠다.

미치도록 아팠다.

벗어나고 싶었다.

이 미치도록 아픈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능소화는 울었다.

처음이었다.

고통에 굴복하여 눈물을 흘리는 것은 말이다.

그리고 능소화는 생각하였다.

오늘 첫경험이라는 첫경험은 다해보는 것 같다고 말이다.

"아아아아아악!"

능소화는 빌었다.

제발 누군가 자신을 이 끔찍한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모든 그 어떤 것이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이다.

그만큼 고통은 그녀를 괴롭게 하였고 그녀는 넋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능소화의 눈에 절망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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