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2화 〉 303.주화입마-3
선우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주위를 바라보았다.
해결책을 찾았으니 곧바로 실행을 할 심산이었다.
그리고 실행을 하기 위해서는 폭발로 날아간 빙정이 필요하였다.
'젠장'
이내 선우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온통 얼음들 투성이었다.
이런 곳에 빙정을 쉽사리 찾을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빙정이 귀하디 귀한 보물인 것은 확실하나 그 생김새는 일반적인 얼음덩어리와 별반 다를바가 없었다.
그런 것을 이렇게 얼음덩어리 투성이인 곳에서 쉽사리 찾을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욕이 안 나올수 가 없는 것이다.
선우는 골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할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주화입마를 고치기 위해서 그녀를 제압하여야 하고 그녀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빙정을 먹여야했다.
그리고 빙정을 먹이기 위해서는 빙정을 찾아야했다.
줄줄이 이어져있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일단 빙정부터 찾자.'
선우는 일단 선결과제부터 해결하고자 마음먹었다.
결국 관건은 빙정이었다.
빙정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인 것이다.
빙정부터 찾아야했다.
선우는 다시 사고를 가속시키기 시작하였다.
이 드넓은 빙산에서 빙정을 찾기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기 위해서 말이다.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는 차별화되는 특징을 먼저 찾아야했다.
그렇다면 빙정이 일반적인 얼음과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일까?
일단 외견적으로는 구분이 안되었다.
빙정 자체가 얼음덩어리에 극음의 기운이 서린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차별성을 찾아야했다.
빙정은 극음의 기운을 품고 있다.
다른 얼음 덩어리와는 다르게 말이다.
그렇다면 극음의 기운이 가진 특징은 무엇일까?
극음의 기운은 차가웠다.
그리고 냉기를 발산하여 주위를 얼려버렸다.
또한 태양빛에 노출되어도 쉽사리 녹지 않았다.
수십 년간 응축된 음기는 태양빛조차 쉽사리 녹이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아!'
이내 선우는 머릿속에서 무언가 번뜩이고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
녹지 않는 특징을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빙정은 수십 년간 끊임없이 한기와 냉기 그리고 음기에 노출되어 만들어진 결정체였다.
그렇기에 저 뜨거운 태양빛에 노출되어도 쉽사리 녹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선우는 생각하였다.
그 특징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선우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능소화를 바라보았다.
"이제 고민을 마친 것이냐?"
능소화는 그런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기다려준 거야?"
"당연하지 않느냐? 본녀는 그대를 좋아하니까. 잠깐의 기다림 정도는 허용해줄 수 있다."
"그거 영광이네."
"그래서, 무슨 고민을 한 것이냐? 드디어 본녀의 것이 될 결정을 한 것이더냐?"
"아니."
선우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쉽구나."
선우의 단호한 대답에 능소화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선우는 검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더할 심산이더냐?"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한다는 말도 못 들어봤어?"
"태어나 처음듣는 이야기로다."
"그럴만도 해, 고향에서 쓰던 말이거든."
그녀의 반응에 선우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고향 말이더냐?"
"그래, 고향."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하였다.
"생각해보면 본녀는 그대에 대해 아는바가 많지 않은 것 같구나."
"나중에 세세하게 말해줄게. 전부 다 말이야."
"나중에 언제 말이더냐?"
능소화는 궁금하다는듯 그에게 물었다.
"나한테 얻어맞고 기절하고 난 이후에!"
말을 마친 선우는 그대로 용미연검을 뻗었다.
쭈우우우우욱
그러자 용미연검이 사정없이 늘어나더니 이내 능소화를 찔러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쾅
이내 용미연검과 능소화의 염황마기가 그대로 충돌하더니 상당한 굉음을 터트렸다.
"약속한 것이다!"
용미연검을 막아선 염황마기가 그래도 용미연검을 타고 선우를 향해 흘러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부웅
선우는 재빨리 용미연검을 휘둘러 흘러들어오는 염황마기를 그대로 흐뜨려버렸다.
부웅
그리고 다시 능소화를 향해 검을 쇄도하였다.
"학습 능력이 없구나!"
쾅
다시금 능소화의 염황마기와 용미연검이 충돌하며 굉음을 내었다.
"말하지 않았더냐! 소용 없다고!"
말을 마친 능소화는 그대로 거대한 불길을 선우에게 뿜어내었다.
몸으로 쏘아져오는 화기를 느낀 선우는 재빨리 용천혈에 내력을 흘려보내었다.
쾅
그리고 그대로 터트려 뒤편으로 이동하였다.
이내 그녀의 뿜어낸 화염이 선우가 있던 자리를 그대로 불태워버리기 시작하였다.
"약삭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귀여운 다람쥐를 보는 듯하구나."
"칭찬 고맙네."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자존심이 팍 상하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아무리 발악을 해봤자 그녀는 그저 귀엽게만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호승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부웅부웅
하지만 이내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흔들었다.
지금은 호승심같은 여유로운 감정에 휘둘릴 때가 아니었다.
주화입마라는 것은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더 심각해지기 마련이었다.
여기서 만약 더욱더 심각해진다면 능소화의 본래 인격이 완전히 말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놔둘 순 없지.'
선우는 능소화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능소화."
"왜그러냐? 그보다 어째서 소화라고 다정히 불러주지 않는 것이냐!"
"너 생각보다 약하네."
선우는 되도 않는 도발을 하기 시작하였다.
"뭐라!?"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발끈하며 그에게 되물었다.
"불길이 너무 거세서 빙궁이 전부 불타버리고 말 것이라느니 사람들이 전부 휘말릴 것이라느니해서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위력이 휠씬 약해서 놀랐어."
선우는 실망했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내보인 화력만으로도 빙궁을 충분히 집어삼킬 수 있는 화마를 만들어내 수 있었다.
하지만 선우는 거짓말을 하였다.
그녀가 전력을 내뿜게 만들어 빙산을 전부 녹여버리게 위해서 말이다.
"이..이건! 그대가 휘말릴까봐 걱정이 돼서!"
"핑계 댈 필요 없어. 위대한 힘을 보여준다더니 생각보다 위대하진 않은 듯하네."
"뭐라!"
능소화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본녀가 제대로 힘을 쓴다면 이딴 빙산따위는 순식간에 녹여버릴 수 있다!"
"나는 본것만 믿어."
선우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능소화는 오기가 생기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대체 누구란 말인가
반선이라는 불리우는 위대한 경지에 다다른 초인인 아닌가
그런데 어찌 이런 수모를 당한단 말인가?
화가났다.
화가나도 너무 났다.
화르르륵
활 활
능소화는 온몸에 날뛰고 있던 극양염황마기를 극성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지금껏 봐왔던 불꽃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불꽃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 말 후회하지 말도록 해라!"
분노가 이성을 잡아먹어버렸다.
선우에게 은근 힘을 조절하던 배려마저 모두 사라져버렸다.
지금 능소화에게 남아있는 것은 그저 힘을 증명하고 말겠다는 마음 뿐이었다
이내 그녀의 주위에는 말도 안 될 정도의 크기를 가진 거대한 불꽃이 타올랐다.
이내 거대한 불꽃은 하나의 형상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커다란 입이 벌려졌다.
화르르르륵
삐죽삐죽한 이빨들이 돋아났다.
화르르르륵
길다란 몸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이내 그 무시무시한 형상이 만들어졌다.
세상을 뒤엎을 만큼 거대하고 흉포하기 짝이 없는 괴물.
화룡火龍이 말이다.
꿀꺽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감정이 극대화된 그녀를 도발하여 빙산을 녹일 계획을 세웠던 선우였다.
그렇기에 거짓으로 그녀를 도발하며 조롱했던 그였다.
그런데 지금 선우는 그런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었다.
자신의 도발이 무언가 거대한 것을 일깨웠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만들어낸 화룡火龍을 처음 본 감상은 경외였다.
너무나 위압적이고 거대하며 강력한 기운들이 똘똘 뭉쳐진 모습에 선우는 경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좆됐다.'
선우는 깨달았다.
자신이 깨워서는 안될 것을 깨웠다는 사실을 말이다.
능소화는 말하였다.
비록 깨달음이 부족하여 현경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본인이 가진 힘만큼은 현경에 이른 자들 못지 않다고 말이다.
그리고 지금 선우는 그녀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찌 저 화룡火龍을 보고 그녀가 가진 힘을 부정할 수 있겠는가
"죽어!"
그때 능소화의 날카로운 외침이 선우의 귓가에 들려왔다.
콰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그녀의 외침과 함께 화룡이 용음을 터트리더니 그대로 빙산에 내리꽂혔다.
화르르륵
활 활 활 활
어마어마한 열기가 빙산 전체를 휘감았고 빙산은 순식간에 녹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웅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재빨리 건곤대나이를 시전하였다.
스며드는 열기와 화기를 막기 위해서였다.
치이이이이이
이내 선우는 볼 수 있었다.
거대한 빙산이 순식간에 기체로 변하는 모습을 말이다.
솨아아아아아아
그리고 느낄 수 있었다.
점점 산의 높이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탁 탁
선우는 발바닥에 이질적인 감촉이 닿는 것을 느꼈다.
미끄럽지도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는 감촉.
바로 땅에 닿는 감촉을 말이다.
선우는 입을 턱하니 벌렸다.
빙산조차 지워버리는 거대한 힘을 두 눈으로 목도했기 때문이었다.
땡그랑
그렇게 멍때리고 있던 찰나
선우의 귓가에 무언가 청명한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청명한 소리가 퍼진 곳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선우는 확인할 수 있었다.
투명하기 그지 없는 작은 얼음조각을 말이다.
바로 빙정을 말이다.
선우는 빙정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재빨리 빙정을 주워들었다.
그 초월적인 존재가 내뿜었던 열기 속에서도 용케 녹지 않은듯 하였다.
빙정을 잡으니 한기가 몸에 스며드려고 하는 것이 느껴졌다.
'어딜!'
선우는 재빨리 음양조화기를 운용하여 빙정을 압박하였다.
그러자 뿜어져나오던 한기가 잠잠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아...하아..하아.."
그때 선우의 귓가에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선우는 숨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는 능소화의 모습을 말이다.
"보...았더냐?.....본녀의...위대한..힘을.."
능소화는 선우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호흡을 정돈하는 것도 잊은 채 입을 열었다.
"응, 확실히 봤어."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럼...되었다.."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만족스러운듯한 미소를 지었다.
"근데 소화야.."
선우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능소화를 빤히 보더니 이내 그녀를 불렀다.
"왜 그러느냐?"
"너 많이 약해진 것 같다?"
선우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뭐..뭣이?!"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당황스러운듯 되물었다.
쾅
그리고 선우는 그런 능소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풍진보를 극성으로 밟아 순식간에 능소화에게 다다른 선우는 용미연검을 치켜들어 그대로 휘둘렀다.
콰쾅
그 모습을 본 능소화는 재빨리 염황마기를 끌어올려 선우의 검에 대항하였다.
주르륵
"크윽!"
하지만 그녀는 선우가 휘두른 검압을 견디지 못하고 뒤편으로 살짝 밀려났다.
빙산을 단번에 녹여버릴 정도의 화룡火龍을 만들어낸 탓에 품고 있던 화기의 절반이상이 날아가버렸다.
그런 그녀가 선우의 검을 쉽사리 받아낼 리 만무하였다.
'기회!'
선우는 그녀가 검압에 밀려나자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행동이 더욱더 빨랐다.
선우는 검을 재빠르게 회수한 뒤 그녀의 머리통을 향해 다시금 휘둘렀다.
부웅
용미연검이 다시금 능소화에게 날아들었다.
능소화는 남아있는 염황마기를 극성으로 끌어올려 선우의 검에 대항하였다.
콰쾅
다시금 굉음이 울렸고 능소화는 또다시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콰쾅
쾅
쾅
그 후로 선우는 더욱더 빠르게 능소화에게 검을 휘둘렀고 능소화는 그 검을 받아치는 것만으로 벅참을 느꼈다.
선우의 검압을 받아치기에는 화기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능소화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선우가 어째서 자신을 도발하였는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쾅
"이런 목적이었던 것이냐!"
능소화는 선우의 검을 맞받아 치며 분노에 찬 음성을 터트렸다.
부웅
"뭐가?"
선우는 능소화를 향해 검을 휘두르며 말을 이었다.
쾅
"본녀의 내력을 전부 고갈시킬 속셈이었던 것이냐 물었다!"
능소화는 선우의 검을 다시금 튕겨내며 열변을 토해내었다.
"본녀는 그대에게 순수하게 위대한 힘을 감상하게 해줄 심산이었건만 어찌 은혜를 원수로 갚는단 말인가!"
능소화는 억울하다는듯한 표정으로 고함을 질렀다.
"원수랄 것도 없지않아?"
선우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능소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말했잖아. 나는 뜻한바를 행할 뿐이라고."
선우는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난 네게 빙정을 먹여야겠어."
선우의 검이 더욱더 빨라지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