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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98화 (299/1,419)

〈 298화 〉 299. 날뛰는 극양염황마기極陽炎皇魔氣-1

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온 몸이 붉은 빛으로 도배 된 두 마리의 말이 맹렬한 속도로 달려나가기 시작하였다.

그 힘이 어찌나 좋은지 수북히 쌓인 눈길따위는 장애물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속도는 어찌나 빠른지 공기를 뚫어버리는 바람소리가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 울려퍼질 뿐이었다.

그들은 쉼없이 달려나갔다.

마치 세상에 모든 다급함을 가지고 있는 것 마냥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달려나갔을까

멀지 않은 곳에 빙하로 덮여있는 빙산 하나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커다랗기 그지 없는 빙산은 새하얗고 순백한 빛깔을 내보이며 상당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빙산이 보이기 시작하자 눈밭을 달리던 말들의 속도가 더욱더 빨라지기 시작하였다.

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

그리고 머지않아 동산 근처까지 순식간에 다다를 수 있게 되었다.

동산에 가까워지게 되자 앞편에 있던 말이 속도를 조금씩 줄이더니 이내 멈춰섰고 뒤편에 따라붙어 있던 말 또한 속도를 줄이더니 이내 멈춰서게 되었다.

"이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

말들이 완전히 멈춰서자 선두에서 달리던 말의 기수가 입을 열었다.

"부족하다 저 앞에 있는 빙산까지 올라가야할 듯 싶다. 빙산 위라면 불이 번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뒤편에 있던 말의 기수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소화야, 근데 산이 있으나 없으나 똑같은거 아니야?"

"다르다. 어차피 얼음으로 만들어진 빙산이 아니던가? 녹을지언정 불이 붙지는 않을 것이 아닌가? 선우는 그런 것도 모르는 것인가?"

"그냥 여기서도 불은 안 붙을 것 같은데?"

선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다.

땅조차 눈으로 뒤덮인 북해의 대지였다.

땅에 불이 붙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뭣하러 빙산까지 굳이 올라간다는 말인가

"북해가 비록 빙하지대기는 하나 식물이 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끼같은 녀석들은 눈이 잔뜩 쌓인 곳에서도 죽지 않고 자생하고 있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만약 이곳에서 금제를 푼다면 분명 큰 불이 일어날 것이다."

선우의 물음에 능소화는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본디 불이라는 것은 태울 것이 있을 때 더욱더 위험한 법. 본녀는 안전을 위해 태울 것조차 없는 빙산 위를 택할 것이다. 빙산 위라면 오히려 본녀의 불길을 잠재워줄 물까지 만들어주지 않겠는가?"

"오...대단한데?"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살짝 감탄성을 내뱉었다.

사실 성적 지식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알아챈 이후 그녀를 살짝 어리게만 봤던 선우였다.

그런데 나름의 지식을 뽐내니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이 정도로 놀라면 곤란하다. 이는 본녀가 가진 지식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능소화는 선우의 감탄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콧대를 살짝 세우며 말울 이었다.

선우는 그 모습이 왠지 귀여워 속으로 고소를 머금었다.

"어쨌든 그럼 빙산을 올라야한다는 거네?"

"그렇다. 눈덮인 대지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

"그럼 말을 여기에다 매어두고 올라가자."

선우는 옆에 있는 한혈마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어째서더냐?"

"만약 네가 폭주하면 말까지 지켜줄 여유는 없을 것 같거든."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솔직한 심정을 내뱉었다.

"재수없는 소리로다!"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발끈하며 소리질렀다.

안 그래도 떨리는데 어찌 저렇게 배려없는 말을 한단 말인가

"모든 대비해서 나쁠 건 없잖아?"

선우는 대충 답하고는 그대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 말을 매어둘 곳이 없나 찾는 중이었다.

하지만 온통 눈밭만 보일 뿐 마땅히 말들을 매어둘만한 곳은 보이지가 않았다.

"큰일 났네. 마땅한 곳이 없어."

선우는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빙산에 데리고 갈수도 있지만 만약 능소화가 폭주를 한다면 도저히 지켜줄 자신이 없었다.

제 한 몸 지키는 것도 장담 못하는 판국에 어찌 한혈마까지 데려간다는 말인가

한혈마는 북해빙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이동수단이었다.

푹 푹 빠지는 눈길은 무인들의 발걸음마저 정체시켰기 때문이었다.

만약 한혈마를 잃게 된다면 반나절이면 충분한 거리를 사흘이나 걸려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럴 수는 없었다.

반나절동안 자리를 비운 것도 불안해 죽겠는데 어찌 사흘이나 걸려 돌아간다는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무슨 일 있는가?"

선우가 고심에 빠져있자 옆에 있던 능소화가 물음을 던졌다.

"한혈마를 마땅히 매어둘 곳이 없었다."

선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말하였다.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한 번 돌려보았다.

주위에는 선우가 말한대로 한혈마를 마땅히 매어둘만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없다면 그대가 만들면 되지 않느냐?"

"만들다니?"

선우는 의아한듯 그녀에게 물었다.

"말을 매어둘 말뚝 말이다."

"나무는 커녕 돌뿌리 하나 없는 곳에서 말뚝을 어떻게 만들어?"

선우는 말도 안 된다는듯이 입을 열었다.

온통 눈밖에 없는 곳에서 무엇을 만든단 말인가

나무는 바라지도 않는다.

하다 못해 바위라도 있다면 검으로 대충 잘라 돌말뚝을 만들터인데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재료라면 그대 앞에 있지 않은가?"

선우의 물음에 능소화는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재료?"

그녀의 말에 의아함이 든 선우는 그녀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커다란 빙산을 말이다.

"얼음으로 만들면 되지 않더냐?"

"아!"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감탄하듯 탄식을 내뱉었다.

그렇다.

얼음이 있었던 것이다.

바위만큼이나 단단한 강도를 가진 얼음이 말이다.

'신박한데?'

선우는 감탄을 하였다.

설마 얼음을 쪼개서 말뚝을 만들자는 발상을 할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좋은 생각이야."

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스르르릉

선우는 곧바로 허리춤에서 검을 꺼내들었다.

부웅

그리고 그대로 빙산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스슥

그러자 빙산에 사람 크기만한 칼자국이 생기더니 이내 앞으로 쏠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얼음 덩어리가 땅에 떨어졌다.

슥슥슥

곧이어 선우는 땅에 떨어진 커다란 얼음 덩어리를 칼로 조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검기까지 뿜어내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상당히 조악한 느낌의 얼음 말뚝 하나가 완성되게 되었다.

"됐다!"

선우는 완성된 말뚝을 보며 기쁨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대충 슥슥 자르면 될 것을 쓸데없는 장인 정신이 발휘되어 일각이나 시간을 쏟았다.

하지만 시간에 비례한 노력 덕분일까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

"어때?"

선우는 싱글벙글한 얼굴로 능소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의 얼굴은 마치 칭찬을 바라는 아이마냥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조악하다."

물론 능소화는 칭찬을 해주지 않았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나름 공들여 만들었건만 반응이 시원치 않으니 실망감이 든 것이다.

"다...다시보니! 꽤나 심혈을 기울여 만든 티가 역력히 나는 것 같다. 게다가 실용적인 면이 부각되어 말을 매어둘 말뚝의 역할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선우가 노골적으로 실망한 표정을 짓자 당황한 능소화는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진짜?"

그녀가 칭찬을 덧붙이자 선우는 화색이 되어 되물었다.

"물론이고 말고다. 녹지만 않는다면 본녀 또한 몇개 구입하고 싶구나!"

"흐흐흐흐"

그녀의 칭찬에 선우는 부끄러운듯이 미소를 지었다.

칭찬은 고래마저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그녀의 칭찬은 선우를 헤벌쭉하게 만들었다.

"그럼 나중에 돌을 깎아서 몇 개 만들어줄게!"

그녀의 말에 선우는 신이 난듯 말하였다.

"그..그런건 석공들이 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에이, 그래도 정성이 다르지. 팔라고 하는 것과 정성이 담긴 것중 어떤게 좋겠어?"

물론 팔라고 만든 것이 더 좋았다.

하지만 선우를 실망시킬 수 없는 능소화는 하얀 거짓말을 하였다.

"물론 정성이 담긴 것이 좋지 않겠는가?"

"빙궁으로 돌아가면 곧바로 만들어줄게."

그녀의 반응에 선우는 만족스럽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능소화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런 면모가 있던가?'

선우에게 이렇게 순수한 면모가 있는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귀엽네.'

능소화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선우에게 의지만했던 그녀라 그런지 그의 새로운 일면에 색다르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때 갑작스러운 굉음이 그녀의 귓가를 자극하였다.

그녀는 놀란 토끼눈으로 굉음이 울린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조악하게 만들 말뚝을 땅에 처박아버린 선우의 모습이 보였다.

성인 남자 키만큼 컸던 말뚝이 절반 이상 땅에 처박혀 있었다.

땅에 말뚝은 처박은 선우는 그대로 한혈마들의 고삐를 끌어오더니 말뚝에 묶어버렸다.

쉽게 풀리지 않게 몇 번이고 말이다.

"이제 가자."

그리고 이내 고삐를 전부 묶은 그는 능소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끄덕

그 모습을 본 능소화는 선우를 바라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

"괜찮겠어?"

선우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닥에 누워있는 능소화를 바라보았다.

"이제 와서 겁먹은 것이더냐? 본녀는 이미 마음의 준비가 끝났다."

"겁먹기보단 처음이니까..."

선우는 자신없다는듯 말을 흐렸다.

"괜찮다. 처음에는 다 그런 법이다."

능소화는 그런 선우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떨지말거라..그대가 떠니 본녀도 떨리지 않는가?"

"알..알았어. 노력해볼게."

선우는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능소화의 매끄러운 살결에 접근하기 시작하였다.

찌릿

곧이어 능소화의 매끄러운 살결에 손가락 한 마디가 닿자 선우는 마치 감전된듯이 온몸에 찌릿함이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앗"

그리고 그와 함께 능소화의 얕은 신음성이 울려퍼졌다.

꿀꺽

능소화가 내뱉은 신음성을 들은 선우는 침을 꼴깍 삼켰다.

그녀의 얕은 신음성이 들리니 더욱 긴장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침은 왜 삼키는 것이더냐."

그때 능소화의 날카로운 음성이 선우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착각이겠지."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시치미를 떼었다.

"착각이 아니다. 본녀가 분명 들었도다. 어찌 입맛을 다신다는 말인가!"

"아니라니까?"

"거짓말, 그대 또 본녀를 잡아먹을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더냐? 말하지 않았느냐! 본녀는 맛이 없다!"

능소화는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진짜 아니라니까 그러네. 그것보다 조용히해봐. 집중이 안되잖아!"

"본녀가 지켜볼 것이다."

말을 마친 능소화는 다시금 들어올렸던 고개를 다시 땅에 안착시켰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귀는 밝아가지고.'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어찌 지나가는 말하나 허투루 듣지 않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런 진지한 면모가 귀엽기 짝이 없었지만 말이다.

붕 붕

이내 선우는 상념을 지우기 위해 머리를 좌우로 격하게 저었다.

지금은 능소화의 귀여움에 정신 팔릴 시간이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해야할 일이 있지 않은가?

선우는 다시금 그녀의 단전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읏"

선우의 손바닥이 매끈한 살결에 닿자 능소화는 부끄러운듯 신음성을 흘렸다.

하지만 선우는 개의치 않고 손끝을 세워 그녀의 살결에 더욱 파고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웅

그러자 선우의 단전 안에 있던 음양조화기가 세맥 전체로 퍼져나가더니 이내 손끝을 타고 능소화의 단전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액

능소화의 단전에 스며든 음양조화기는 그대로 그녀의 단전을 휘감았다.

이내 선우는 단전에 잠들어 있는 뜨겁기 짝이 없는 극양염황마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극양염황마기를 느낀 선우는 그녀의 단전에 잠들어있는 양기를 쉴새 없이 자극하였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극양염황마기가 요동치더니 능소화의 단전을 쉴새 없이 두드렸다.

'난폭한 녀석일세.'

선우는 요동치는 극양염황마기를 느끼며 속으로 짤막이 평을 하였다.

차분하고 우아한 능소화와는 다르게 난폭하고 폭발적인 성격을 지닌 녀석이었다.

과연 말을 안들을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공보다는 마공에 가깝구나.'

선우는 생각하였다.

그녀가 익힌 무공은 정공이라기보단 마공에 가깝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놀랐다.

이렇게 난폭한 기운을 가지고도 반선의 경지에 다다르게 된 그녀를 말이다.

우우우우우우웅

선우는 음양조화기를 움직여 양기를 그대로 감싸안았다.

극양염황마기는 거칠게 반항하긴 하였지만 이미 금제로 힘을 제대로 낼 수 없는 상태에서는 음양조화기의 상대가 안되었다.

결국 극양염황마기는 음양조화기를 따라 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되었다.

선우는 극양염황마기를 이끌며 능소화의 세맥과 혈맥을 구석구석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으윽"

세맥을 지날 때마다 능소화의 신음이 울렸다.

"하윽"

그리고 혈맥을 지날때도 그녀의 신음은 여전하였다.

그 소리가 너무 야하여 선우는 저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지만 선우는 최대한 부동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지금 자신은 극양염황마기를 이끌고 있는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자칫 잘못하다간 능소화를 주화입마에 걸리게 만들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신중하고 조심해야만 하였다.

선우의 표정이 침중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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