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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96화 (297/1,419)

〈 296화 〉 297. 준비를 하다

"아니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마부장은 능소화를 바라보며 언성을 높이며 소리 쳤다.

그는 지금 무척 흥분된 상태였다.

그의 하나 뿐인 군주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기 때문이었다.

"말한 그대로다. 빙정을 얻었고 섭취를 할 것이다."

"아니, 그거 말고 말입니다. 누구랑 어딜 간다고요?"

"선우와 갈 것이다. 빙궁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으로 말이다."

능소화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안됩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마부장은 군주의 앞이라는 것도 잊고 그대로 언성을 높여버렸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능소화가 비록 지금 신분을 숨기고 있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황족이었고 군주였다.

그런데 어찌 그런 능소화가 남자와 단 둘이 으쓱한 곳으로 간단 말인가?

절대 안 된다.

만약 이 사실이 황제의 귀에 들어가게 된다면 자신의 목이 날아가게 될 것이다.

군주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죄로 말이다.

"어찌 반대하는 것이냐?"

마부장의 격한 반대에 능소화는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그에게 되물었다.

어찌 이리도 맹렬히 반대를 한다는 말인가

빙정을 얻은 것을 축하해줄줄 알았건만 말이다.

"어찌 남자와 같이 으쓱한 곳으로 단 둘이 떠나간다는 말입니까!"

마부장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언성을 높였다.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거라! 나쁜 짓이라도 하러 가는 것 같지 않느냐!"

"충분히 나쁜 짓입니다. 다 큰 성인 남녀가 어찌 그런 망측한 짓을..."

"망측한 짓이라니! 그저 빙정을 섭취하기 전에 금제를 풀 요량이다!"

능소화는 마부장의 말에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그저 빙정을 흡수하러 가는 것에 불과한데 어찌 말을 저리도 이상하게 한다는 말인가

마치 나쁜일이라도 저지를 것처럼 말하지 않는가?

"금제는 제가 풀어드리면 됩니다. 그리고 굳이 빙궁을 왜 벗어난다는 말씀입니까? 군주님 혼인도 하기전에 그런 일탈은 안됩니다!"

마부장은 질책하듯 능소화에게 말을 이었다.

그는 지금 무척이나 열이 오른 상태였다.

능소화는 마부장에게 하나 뿐인 군주이자 존귀하기 짝이 없는 존재였지만 내심 그녀를 여동생처럼 여기던 그였다.

황족답지 않게 속이 깊고 배려심 넘치며 엄청난 무공을 소유한 주제에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그녀의 성품은 마부장으로 하여금 귀여운 막내 여동생과도 같이 여기게 만들었다.

물론 다른 이들이 그의 속내를 알게된다면 불경하다며 그의 목을 치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능소화를 여동생처럼 여기는 마부장 입장에서는 선우와 단둘이 사라지겠다는 그녀의 말은 어마어마한 일탈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그 생각은 이내 선우에 대한 분노로 바뀌기에 충분하였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순전한 군주님을 꼬여냈다는 말인가

화가 절로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대는 안된다."

마부장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왜 안된다는 말입니까!"

"내 몸에 기운들을 억누르고 있는 금제가 풀린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아니, 금제가 풀린다고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말씀입니까?"

마부장은 이해가 안된다는듯이 그녀에게 물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애초에 시도때도 없이 들끓었던 것이 바로 화기였다. 그런 화기를 아예 발화 되지 못하게 꾹 꾹 누르고 있는데 어찌 안전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능소화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마부장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대가 금제를 풀어버린다면 화기가 그대로 그대를 덮쳐버리고 말 것이다. 그대가 다치고 만다. 그리고 심하면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상관없습니다!"

"내가 상관있다! 그대는 부양해야할 가족이 있지 않은가? 게다가 이제 막 혼례를 치른 신혼이지가 않은가? 새신부를 과부로 만들 심산이더냐?"

마부장의 고집에 능소화는 답답하다는듯 언성을 높이며 소리를 질렀다.

부양해야할 가족까지 있는 자가 어찌 저리도 목숨을 함부로 취급한다는 말인가

"그건 전부 추측이지 않습니까?"

"아니, 나는 알 수 있다. 내 몸속에 들 끓고 있는 어마어마한 화기들을 말이다. 금제가 풀려나는 즉시 몸속에 화기들이 미쳐 날뛰게 될 것이다."

능소화는 침중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마부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만약 그대가 내 금제를 풀게 된다면 죽을 것이다. 아니 죽지 않더라도 심각한 화상을 입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대는 새 부인에게 화상에 뒤덮인 얼굴을 내보이고 싶은가?"

"................."

능소화의 말에 마부장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고 싶을 리 없었다.

달콤한 신혼의 생활을 만끽하기도 전에 북해로 넘어오게 된 그였다.

이제 막 혼례를 치른 신부는 자신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화상으로 뒤덮여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어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는가

북해로 가야된다는 자신을 아무말 없이 배웅하던 착하디 착한 그녀에게 말이다.

"그대가 나를 걱정하는 마음은 익히 알고 있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본녀는 그대 같은 수하를 밑에 두어 실로 기쁘기 그지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대는 같이 갈 수 없는 것이다. 그대가 다치거나 죽는 것은 원치 않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장 대협은 멀쩡할 수 있는 것입니까?"

"다행히 그는 특수한 기공을 익혔다. 화기정도는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무엇입니까?"

"자세히는 말할 수 없다. 다른 이의 무공을 어찌 사사로이 공유한다는 말인가?"

마부장의 물음에 능소화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북해빙궁을 벗어난다는 소리도 피해를 주기 싫어서 입니까?"

"맞다. 만약 극양염황마공極陽炎皇魔功이 폭주할 경우 그 범위는 북해빙궁을 뒤덮을 정도로 광활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죄없는 이들을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다."

능소화는 굳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한 마부장은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미 결심을 단단히 굳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군주님, 정말 다시 한 번 재고할 생각은 없으십니까? 일단 황궁으로 돌아가서 이연 장군이라던가 다른 무림 고수를 초빙하는게 어떠십니까? "

마부장은 능소화를 바라보며 재차 권유를 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선우와 단 둘이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화기가 온 몸을 뒤엎게 된다면 분명 그녀의 옷들은 전부 불태워지고 알몸이 될 것이다.

어찌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군주의 알몸을 외간 남자에게 내보일 수 있겠는가

"그가 아니면 안된다. 내 화기는 이연마저 상처를 입게 할 것이다. 오직 선우여야한다."

능소화는 결연한 의지가 담긴 눈빛으로 마부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후우...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더 이상 말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능소화의 결연한 의지를 확인한 마부장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수긍을 하였다.

이렇게까지 완고히 고집하는데 어찌 말릴 수가 있겠는가

"고맙구나. 수긍해줘서."

"대신 이번 일은 무조건 비밀로 부치셔야합니다. 제 목이 달아날 겁니다."

"걱정말거라. 나 또한 무덤까지 가져갈 생각이니라."

마부장의 부탁에 능소화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언제쯤 출발 하실 심산입니까?"

"아마 오늘밤에 곧바로 나갈 생각이다."

"그렇게나 빨리 말입니까?"

"쇳뿔도 단숨에 뽑으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결심을 미루다보면 흐지부지되기 마련이다."

"그치만..."

마부장은 걱정이 되었는지 말끝을 흐렸다.

"걱정말거라. 본녀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반선半仙에 도달하기 직전까지 다다른 무인이다. 쉽사리 죽지 않을테니 안심하라."

"알겠습니다. 부디 무사만 해주십시오."

능소화의 자신 넘치는 말에 마부장은 안심을 한 것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아, 그리고 북문상단에서 한혈마 한 필을 데려오너라."

"한혈마를 말입니까?"

"가는 길이 꽤나 멀다. 말이 없이 어찌 이동할 수 있겠느냐?"

"북문상단에서 내어주겠습니까?"

"그들도 찔리는 것이 있을 것이다. 만일 내어주지 않으면 고객을 마적단에 팔아넘기려고 하였다고 소문을 낸다고 하거라. 그럼 쉬이 내어줄 것이다."

능소화는 악동과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마부장은 고개를 숙여 답하였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하라."

능소화의 명이 떨어지자 마부장은 그대로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

그리고 능소화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짐을 펴고 옷가지들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제일 못난 옷을 찾기 시작하였다.

분명 금제가 풀리면 옷이 불탈 것이 뻔하였다.

이왕 불타버릴 옷이라면 제일 못난 옷으로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그렇게 한참을 뒤적거리던 그녀는 이내 약간 촌스러운 옷을 찾을 수 있었다.

이걸 입으면 될 것이다.

"흐음"

하지만 이내 그녀는 다시금 고민에 빠졌다.

선우에게 이런 촌스러운 옷을 입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다시 옷을 뒤적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고운 옷 한 벌을 고를 수 있었다.

붉디 붉은 빛깔을 띤 아름다운 비단옷이었다.

"으으으으"

하지만 그녀는 그 비단옷을 입을 수 없었다.

이대로 불태우기에는 너무나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다시금 옷가지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하였다.

선우에게 보여줘도 될정도로 곱고 태워버려도 아쉬울게 없는 옷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능소화의 방 안에는 수십 벌의 옷들이 널부러지게 되었다.

**********

"저......대주...아무래도 길을 잘못.."

이내 말을 하던 사내의 머리가 그대로 터져나갔다.

흉마의 주먹이 그대로 작렬하였기 때문이었다.

"뒈져, 그냥"

수하의 머릿통을 고민하는 기색 없이 그대로 터트려버린 흉마는 짤막이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돌려 뒤편에 있는 마귀들을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길잡이를 시킬 놈을 찾을 요량이었다.

흉마의 시선을 마주 본 마귀대의 마귀들은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그의 시선을 피하기 급급할 뿐이었다.

"다음은 누가 길을 찾아볼테냐?"

흉마는 흉흉한 눈으로 마귀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하지만 마귀들은 묵묵부답을 할 뿐 누구하나 답하는 이가 없었다.

벌써 길잡이로 뽑혀 죽은 놈만 두 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길잡이를 자청할 미친 놈이 있을 리 만무하였다.

흉마는 그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셋 셀 동안 나오지 않으면 내가 임의로 고르겠다. 하나....둘......세.."

"내가 하겠소."

그때 제일 뒤편에서 차가운 음색이 흉마의 귓가에 들려왔다.

흉마는 시선을 올려 더욱 뒤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강철처럼 단단하기 그지없는 인상을 가진 무장이 서있었다.

바로 이연의 부장인 강패였다.

강패를 본 흉마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흉마는 강패가 불편하였다.

그는 본신의 무력 또한 자신에 못지 않은 주제에 뒷배로 반선의 경지에 오른 황궁제일검 이연을 뒷배로 두고 있었다.

어찌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도 다행인 것은 강패가 말없이 과묵하여 굳이 마찰이 일어날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조용 조용지내는지 이제껏 그의 존재감마저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 이제와서 앞으로 나선다는 말인가

"어찌 네놈이 나선다는 말이냐?"

"길잡이를 찾는 것이 아니었소? 내가 길잡이가 되어주리라."

"길을 못 찾으면 머리가 터져나가도 상관없다는 것이냐?"

"걱정마시오. 길을 못 찾을 일은 없을터이니. 그리고 재밌는 말을 하는군. 그대가 내 머리통을 깨부술 수 있을 것 같소?"

"호오 장담할 수 있겠느냐?"

"장담 못할 것이 무에 있겠소?"

흉마의 살벌한 협박에도 불구하고 강패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건방진 새끼.'

그 모습을 본 흉마는 안 그래도 찌푸렸던 이마를 더욱더 찌푸렸다.

이연의 뒷배를 믿고 건방지게 구는 강패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고작 오랑캐나 잡아족치는 부장주제에 만마의 지배자 천마의 직속수하였던 자신에게 어찌 이렇게 건방지기 짝이 없게 군다는 말인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게다가 강패가 길을 못 찾는다해도 자신은 그를 죽일 수 없었다.

그의 본신의 무력은 자신에게 뒤지지 않았을 뿐더러 이연의 경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이연은 흉마에게 말하였다.

강패는 아끼는 수하라고 말이다.

별것아닌 칭찬같지만 그 속에 담긴 협박을 잘 인지한 흉마였다.

아끼는 수하이니 만약 그의 몸이 조금이라도 상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말이다.

아마 저자도 그런 이연의 말을 들었기에 알고 저렇게 건방지게 구는 것일 것이다.

짜증이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천하의 흉마가 저딴 핏덩이에게 무시당하였으니 말이다.

'싸가지 없는 새끼.'

흉마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휘익

그리고 강패에게 지도를 그대로 던졌다.

길잡이를 맡긴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강패는 그가 던전 지도를 여유롭게 받아들었다.

"따라오시오."

지도를 받아든 강패는 그대로 앞장서서 걷기 시작하였다.

흉마는 그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그를 따라 걸을 뿐이었다.

물론 뒤통수를 볼 때마다 그대로 깨부숴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참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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