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5화 〉 296.아기 소화는 지켜줘야돼.
"어떤 큰일이 일어나는가?"
능소화는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선우에게 물었다.
그녀는 궁금하였다.
도대체 얼마나 큰일이 일어나길래 이렇게 겁을 준다는 말인가?
"그....그러니까.."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당황한듯 말을 더듬었다.
대충 말하면 넘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되물으니 당혹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이걸 대체 어떻게 설명을 해야한다는 말인가
"왜....말이 없는가? 본녀가 묻지 않았는가?"
선우가 말이 없자 능소화는 재차 물음을 던졌다.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깊은 고심에 잠겼다.
그녀가 진짜 몰라서 묻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서 떠보는 것인지 헷깔렸기 때문이었다.
'요망한 여우인건가? 아니면 아기 소화인건가? '
요망한 여우라면 더욱 민망하게 만들어 부끄럽게 만들면 될 일이었다.
'이미 나이가 꽉 찬 성인인데....역시 유혹하는 거겠지? 그런 거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노골적인 질문을 할 리 없잖아!'
선우는 머릿속으로 행복회로를 맹렬히 돌리기 시작하였다.
능소화는 인세에 다시 없을 정도의 절세의 미녀였다.
그런 그녀가 노골적인 유혹을 한다니 광대가 절로 승천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만약 아기 소화라면?'
하지만 이내 또 다른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번뜩이며 지나가기 시작하였다.
만약 유혹하는게 아니라 정말 성性에 대해 무지한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끈지끈
선우는 골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껴졌다.
"그....내가 말했잖아. 잡어먹어버린다고."
선우는 머릿속으로 애써 돌리고 돌린 내용을 입밖으로 내뱉었다.
잡아먹는다는 비유라면 그녀도 어느정도 알아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다. 그대가 인육을 탐하는 마도종자도 아닐진대...어찌 본녀를 잡아먹는다는 말인가?"
능소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선우에게 물었다.
그녀는 이해가 안되었다.
자신이 매력적인 것과 잡아먹는 것은 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번뜩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뜩이며 지나갔다.
그리고 이내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혹..혹여 본녀가 매력적이라는 것이 먹음직스럽게 생겼다는 것인가? 그래서 본녀를 잡아먹겠다고 말한 것인더냐? 본녀는 먹을 것이 아니다! 맛이 없다는 말이다!"
능소화는 당황한듯 언성을 높이며 크게 외쳤다.
그녀는 당황하였다.
선우가 설마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할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허어"
능소화의 말을 들은 선우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설마하니 잡아먹는다는 것을 인육을 탐한다고 받아들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무리 고귀하기 그지없는 황족이라지만 남녀 간의 애정사에 관해서 어찌 이리도 무지할 수 있다는 말인가
"능소화야."
곰곰이 생각을 하던 선우는 이내 차분한 음성으로 그녀를 불렀다.
"왜 그러는가?"
선우의 물음에 능소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혹시 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줄 알아?"
"갑...갑자기!..그게...무..무슨 말이더냐!"
선우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능소화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몹시 당혹스러웠는지 말까지 더듬으며 말이다.
"갑자기 궁금해서 그래."
"갑자기 그런게 왜 궁금하다는 말이더냐!"
능소화는 얼굴을 잔뜩 붉힌 채 소리를 질렀다.
"제대로 알고 있나 확인해보려고."
"그대는 본녀를 바보로 아는가! 비록 계집이라고는 하나 엄연히 제왕학을 비롯한 수많은 학문들을 두루 섭렵한 본녀다 그런 것도 모르겠는가!"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데?"
"...........순결을 잃으면 되지 않는가."
능소화는 옥용을 능금처럼 붉힌 채 개미가 기어가는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순결을 어떻게 하면 잃을 수 있는데?"
"그대 갑자기 이상하다! 왜 자꾸 그런 민망한 물음을 건넨다는 말인가 ? 민망하다!"
능소화는 거듭되는 선우의 민망한 질문에 부끄러운듯 언성을 높였다.
아무리 친구사이라지만 엄연히 남녀 간의 해도 될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거늘
어찌 이리도 선을 넘는다는 말인가?
"제대로 된 성 교육을 받았나 궁금해서 그래."
"그대도 빙궁주와 똑같다! 어찌 본녀를 남녀 간의 정도 모르는 바보로 아는가! "
선우의 말에 능소화는 발끈하며 소리쳤다.
자신이 남자와 만나본적 없다고 놀리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입맞춤이 아니던가! 사랑하는 남녀가 입을 맞대게 되면 순결을 잃고 임신을 하게 되지 않던가!"
능소화는 자존심이 상했다는 듯이 잔뜩 성을 내며 말을 이었다.
"입...맞춤?"
"그렇다! 입맞춤! 내가 그런 것도 모르는 바보인줄 아는가?"
"..........."
그녀의 말을 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대체 여기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장난인가? 몰카인건가? 중원에도 몰카같은게 있던가?'
순간 선우의 뇌는 정지가 온듯 온갖 상념들이 끊임없이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어이가 없었다.
뇌정지가 올 만큼 말이다.
"능소화야."
"왜 그러는가?"
"성 교육 언제 배웠어?"
"열살 때 배웠느니라."
"그 이후로는?"
"이미 통달한 것을 무에 더욱 배우겠는가? 그리고 그 이후로는 황궁비고에 들어가 폐관 수련을 하였다."
"각종 학문에 통달했다며?"
"당연히 십 세 이전에 전부 섭렵해두었다. 본녀는 재녀였으니 어려운 일이 아니였지."
능소화는 자랑스럽다는듯 안 그래도 풍만한 가슴을 한껏 부풀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무척 자랑스러운듯 하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안색이 거무죽죽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난 쓰레기야....순진한 애한테 무슨 생각을......'
자기혐오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요망한 여우가 아니었다.
아기 소화였다.
성 관념에 대해서는 어린 아이마냥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 소화말이다.
자신은 그런 능소화에게 음심을 품은 것이다.
요망한 여우가 유혹하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말이다.
어찌 혐오감이 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떤가? 이제 본녀가 가진 배움의 깊이에 대해 잘 알겠는가?"
"............."
"본녀가 비록 남자를 만나본 적이 있는 것은 아니나. 그런 애정사같은 것은 빠삭하다 못해 통달하였다고 자부한다. 그러니 더는 본녀를 무시하지 말도록 하라."
".....그래...알았어."
선우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능소화에게는 자신만의 세계가 확고한듯 하였다.
'......아기 소화는 지켜줘야돼.'
선우는 저 동심 어린 세계를 굳이 부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어찌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있겠는가
이미 능소화는 신화 속에서나 볼법할 아름다운 외모와 반선이라고 불리우는 현경 경지에 근접한 무공 게다가 천하에서 가장 돈이 많다고 일컬어지는 황제의 손녀였다.
그런 모든 것이 완벽한 능소화가 동심어린 세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리 큰 흠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더욱더 귀여워보이는 효과가 있지 않겠는가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능소화의 부군이 될 이는 분명 그녀의 귀여움에 빠져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선우가 상념에 빠져들고 있었을 때
"우우...대답이 시원치 않다."
능소화가 선우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볼을 부풀리며 뾰로퉁한 표정을 지었다.
피식
그리고 선우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음을 지었다.
대체 저런 귀여운 짓은 어디서 배웠단 말인가
폭
선우는 검지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의 부풀려진 볼을 폭 찔러버렸다.
뿌우
그러자 그녀의 입에서 바람소리가 새어나왔다.
"윽! 뭐하는 짓이더냐!"
선우의 갑작스러운 접촉에 놀란 것인지 능소화가 언성을 높였다.
"터질까봐."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말거라!"
"뭐 어쨌든 조심해. 진짜 잡아먹어버리기 전에."
"내 살결을 탐하는 것인가?"
능소화는 소스라친듯 양팔을 감싸안으며 말을 이었다.
"어찌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실망이다. 그대가 설마 마도종자였다니!"
"그것도 또 틀린 말은 아니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스승은 천하제일마라고 불리우는 음양마니까 말이다.
"앞으로 몸가짐을 조심해야겠구나. 언제 늑대와도 같은 그대가 본녀의 몸을 탐할지 모르니 말이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생각하였다.
사실 순진한 척하는게 아닐까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었다.
순진한 척을 할 정도로 여우같은 여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조심해라. 방심하지말고."
알았다. 꼭 꼭 조심하겠다."
"그럼 조심하는 김에 이제 빨리 네 방으로 돌아가는게 어때? 야심한 밤에 남자의 방에 찾아오다니 뭐하는 짓이야?"
"그대가 따라오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고 냉큼 따라오는 여자가 어디있어? 최대한 튕겼어야지"
"그대는 짓궂다!"
"이제 알았어?"
선우는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흥"
능소화는 토라진듯 콧방귀를 뀌었다.
"어쨌든 빙정 흡수는 내일 하는 걸로 하고 오늘은 이만 마무리하자."
그 모습을 보니 더 놀려먹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끝도 없을 것 같아 대충 마무리 지었다.
"본녀는 좀더 있어도 된다."
"잡아먹는다?"
선우는 양 손을 들어올린 후 손톱을 세우는듯한 과장된 동작을 하며 그녀에게 겁을 주었다.
"알았다. 가면 되지 않느냐."
자신을 보내려는 선우의 속내를 알아차린 것인지 능소화는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더 놀고 싶은데 자꾸 보내려는 그의 모습에 서운해하는듯 싶었다.
홱
능소화는 토라진듯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능소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선우가 능소화를 불렀다.
"왜 부르는 것이냐?"
그런 선우의 부름에 능소화는 반색하며 몸을 돌렸다.
혹여 자신을 붙잡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잘자."
"........."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선우는 그저 잘자라는 인삿말을 건낼 뿐이었다.
"흥, 그대는 못 자거라!"
능소화는 속이 상한 것인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성큼 성큼
그리고는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이내 문 밖으로 나가버렸다.
선우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피식
그리고 이내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갈수록 귀여움이 더해진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운적자는 눈을 휘둥그래 뜨며 그에게 되물었다.
"말한 그대로 입니다. 잠시 자리를 비워야할 것 같습니다."
운적자의 물음에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무슨 일이 있는겐가?"
운적자는 침중한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큰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자리를 비운다해도 반나절이면 돌아올 것 입니다."
"무슨 일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 때 옆 편에 있던 설향이 궁금하다는듯 선우에게 물었다.
"죄송하지만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서요."
선우는 미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능소화에 관한 사안은 극비였다.
다들 능소화를 부잣집 아가씨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을 뿐
군주라는 신분이라던가 현경에 근접한 무공 수위에 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와 단둘이 자리를 비운다는 말을 한다면 예상치 못한 오해를 사게 될 것이다.
설향과 염문설이 퍼졌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능소화에 관한 사실을 섣불리 흘릴 수는 없었다.
그녀가 신분을 밝히는 것을 허락한 이는 오직 자신뿐이었다.
다른 이들이 알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저도 따라가면 안되나요?"
"안됩니다."
설향의 물음에 선우는 단호히 답하였다.
그녀를 데려간다면 심심하지는 않겠지만 아쉽게도 이번 일은 위험을 동반한 일이었다.
다른 이를 함부로 데려갈 수 없는 것이다.
"우우우우우"
선우의 말을 들은 설향은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모습을 본 선우는 미안함 감정이 올라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능소화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런 그녀의 기폭제를 누르는 곳에 다른 이를 데려갈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그리고 제가 없는 동안은 운적자께서 수색대와 실종자들을 이끌어주셨으면 합니다."
"나 말인가?"
선우의 말에 운적자는 당황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책임자 자리를 자신에게 내어줄지는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반나절이긴 하나 혹여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를 곳입니다. 임시로나마 수색대와 실종자들을 이끌이가 필요하다고 사료됩니다."
"고작 반나절이지 않은가? 무슨 일이야 생기겠는가?"
"그래도 모를 일입니다. 모든 대비를 해둬서 나쁠 일은 없지 않겠습니까?"
"흐음..그런데 왜 하필 나인가?"
운적자는 궁금하다는듯 그에게 물었다.
"운적자라면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선우는 신뢰가 가득한 눈빛으로 운적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운적자께서는 저를 제외하고 수색대에서 가장 강하신 분이 아닙니까? 운적자라면 모두를 안전히 지켜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참, 너무 부담을 주는구먼."
"진심입니다."
선우는 올곧은 눈빛으로 운적자를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선우는 진심이었다.
반나절이라고 말을 하긴 하였지만 상황에 따라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이들을 맡길 이는 운적자 밖에 없었다.
실없는 아저씨같기는 하나 그는 엄연히 화경에 다다른 고수였으니 말이다.
"그리 믿어주는데 어찌 거절할 수 있겠소. 알겠네. 내 자네가 없는 동안 수색대를 이끌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운적자가 수락을 하자 선우는 그에게 감사를 표하였다.
그리고 이내 안심을 하였다.
운적자라면 분명 만일의 상황이 벌어진다해도 현명히 대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