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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93화 (294/1,419)

〈 293화 〉 294.그녀를 달래주다-2

"이제 진정이 됐어?"

선우는 눈가가 잔뜩 붉어져 있는 능소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능소화는 그런 선우의 물음이 부끄러웠는지 고개만 살짝 주억거리며 답을 할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피식 웃었다.

능소화의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누가 이런 그녀를 보고 중원에서 가장 고귀한 여자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그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장난기가 발동하기 시작하였다.

"설마 울음을 터트릴 줄은 상상도 못했어."

선우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만 언급하거라."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부끄러움이 올라왔는지 개미가 기어가는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화내서 그렇게 서운했어?"

"....그만 하거라.."

"설마 우리 군주님께서 이렇게 울보였을 줄이야,"

"........하지말거라...제발."

선우가 자꾸만 농을 걸자 능소화는 애원하듯 그에게 말하였다.

지금 능소화는 끝을 알 수 없는 부끄러움에 온몸을 몸서리치고 있었다.

울음을 터트렸다.

이십팔 년 동안 단 한 번도 터트린 적 없는 울음을 말이다.

그것도 외간 남자 앞에서 말이다.

어찌 부끄럽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부끄러웠다.

그것도 미치도록 말이다.

스물 여덟이나 먹은 다 큰 아녀자가 어찌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릴 수 있겠는가

아마 이 모습을 자신을 아는 이가 보았다면 경악을 금치 못했으리라

"알았어. 그만할게 울보 군주님."

"하지말라고 하지 않더냐!"

선우의 장난어린 놀림을 들은 능소화는 언성을 높였다.

부끄러움이 분노로 치환되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아녀자의 부끄러움을 이리도 몰라준다는 말이더냐!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기란 말이다! "

"아니 , 이미 운 사실을 어떻게 넘겨?"

"넘기라면 그냥 넘기거라! 안 그래도 그대에게 추한 꼴을 보인 것이 얼마나 수치스럽기 짝이 없거늘! 어쩜 이리도 짓궂게 놀려먹는단 말이더냐!"

능소화는 짐짓 화가난듯 언성을 높이며 소리쳤다.

사실 화낼 건덕지는 아니였지만 부끄러움을 모면하기 위해 일부러 언성을 높였다.

"안 추했어."

선우는 그런 그녀를 귀엽다는듯이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거짓말을 하는구나!"

"진짠데?"

"거짓말! 눈물, 콧물을 그렇게 추하게 질질 짰거늘 어찌 안 추할 수 있겠는가?"

선우의 대답에 능소화는 말도 안된다는듯이 반론을 하였다.

그녀는 생각하였다.

선우가 또 말도 안 되는 장난을 치고 있다고 말이다.

그녀는 울면서 눈물은 물론 콧물까지 나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슬픔의 감정이 앞서 미처 생각지는 못하였지만 진정하고 나니 부끄러움이 몰려들었다.

어찌 우는 모습이 추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다 큰 처자가 눈물과 콧물을 질질짜며 울음을 터트리는데 말이다.

"진짜야."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진지한 눈빛으로 능소화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하나도 안 추했어. 오히려 아름다웠어."

"거짓말!"

물론 그녀는 믿지 않았다.

"진심이야, 우는 모습조차 아름다워서 오히려 놀랐다고."

"..........짓궂다."

능소화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귀를 붉히며 퉁명스럽게 답하였다.

"울고있는 너의 눈빛은 별빛처럼 반짝였고 흐르는 눈물은 마치 은하수처럼 아름답기 그지없었어."

선우는 진지하기 짝이 없는 눈빛으로 능소화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부..끄럽다...그런..말..말아다오."

그리고 그런 선우의 진지하기 짝이 없는 말을 들은 능소화는 옥용을 잔뜩 붉히더니 이내 개미가 기어가는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진지한 눈빛으로 저런 말하니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혓바닥에 꿀을 바른 것도 아닐진대 어찌 저렇게 말을 달콤하게 한다는 말인가

"물론 흐르는 콧물은 살짝 웃기긴했지만."

곧이어 선우는 입가에 미소를 살짝 짓고는 말을 이었다.

"역시 놀리는 것이 아닌가!"

선우의 장난어린 말을 들은 능소화는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역시 장난을 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이리도 짓궂다는 말인가

"크크크크큭"

"흥, 되었다! 이제 그대의 말은 전혀 믿지 않을 것이다!"

능소화는 짐짓 토라진듯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다.

"미안해, 너무 낯간지러워하길래. 장난 좀 쳐봤어"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사과를 하였다.

"흥"

그런 선우의 사과에도 능소화는 화가 풀리지 않은 것인지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

그리고 선우는 그런 그녀를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미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딱딱함 따위는 저 멀리 던져버린지 오래였다.

고지식하고 고압적이고 위압적이며 딱딱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토라지고 성을 내는 일반적인 여인과 다름없는 모습을 가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반응 하나 하나에 득달같이 반응하는 모습 또한 귀엽기 짝이 없었다.

어찌 이런 여인을 두고 귀엽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쓰담쓰담

선우는 손을 올려 토라진 그녀의 머리 위를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화들짝 놀랐던 능소화는 이내 그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받아들일 뿐이었다.

사실 황족인 그녀에게 평민인 선우가 이렇듯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는 무례를 넘어서서 불경에 해당하는 행위였다.

누군가 이 모습을 보았다면 경을 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능소화는 그런 선우의 무례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듯 눈마저 감으며 안락함을 주는 그의 손길을 즐길 뿐이었다.

선우는 그렇게 한참을 그녀의 타는듯한 붉은 머릿결을 부드럽게 쓰다듬었고 능소화는 그 부드러운 감촉을 즐기며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선우의 손이 천천히 떼어지기 시작하였다.

"아"

능소화는 머리에서 선우의 손길이 떨어져나가자 아쉬운듯 탄식을 내뱉었다.

"아쉬워?"

그런 능소화의 반응이 재밌던 것일까?

선우는 만연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전혀 아니다!"

선우의 물음에 능소화는 옥용을 능금처럼 붉히며 소리질렀다.

"아님말고."

그녀의 과민한 반응에 선우는 덤덤히 반응을 하였다.

꼬집

그 모습이 얄미웠는지 능소화는 선우의 팔을 꼬집었다.

"아야야야!"

피부 거죽이 잡아당겨진 선우는 아픈듯 비명을 내질렀다.

"장난 좀 그만하거라! 본녀가 그대의 노리개이더냐!"

"무슨 말을 그렇게해? 이상한 의미로 들리잖아?"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당황한듯 소리를 내질렀다.

"남자가 저 심심할 때 가지고 노는 여자를 노리개라고 부른다고 들었다!"

"대체 그딴 말은 누구한테 들은거야!"

"설향이 말해주었다!"

"그거 나쁜 말이야, 쓰지마."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다른 좋은 말이 얼마나 많은데 무슨 노리개 같은 이상한 말을 가르친다는 말인가

설향과 놀면서 다채로운 감정을 발산하게 된 능소화였지만 그만큼 부작용 또한 가지고 있는듯 하였다.

"너 설향이랑 놀면 안되겠다."

선우는 능소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노는 것이 아니다. 본녀가 그녀를 상대해주는 것 뿐."

"그게 노는거지."

"다르다."

선우의 물음에 능소화는 확신에 찬듯 말을 이었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피식 웃었다.

맨날 놀림이나 받으면서 무슨 상대를 한다는 말인가

"지금 본녀를 비웃은 것인가?"

그런 선우의 실소가 거슬렸는지 능소화는 매서운 눈초리로 선우를 노려보았다.

"아니야, 그냥 웃긴일이 생각나서."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대충 얼버부리며 말을 이었다.

"의심스럽도다. 아무래도 무척이나 무례한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녀는 미심쩍다는듯한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촉 좋네.'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속으로 감탄을 하였다.

말싸움에 관해선 최약체나 다름없는 그녀였지만 촉은 남다른듯 싶었다.

"그나저나 빙정은 언제 섭취할 생각이야?"

그녀의 눈치를 보던 선우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괜히 트집잡혀 한 소리 듣고싶은 마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말이더냐?"

선우의 물음에 그녀는 품 안에서 작은 목함을 꺼내들었다.

바로 북궁연에게 받은 빙정이었다.

"대단하긴 하단 말이야."

그 목함을 보며 선우는 중얼거렸다.

"뭐가 말이더냐?"

"거래하기 전만 하더라도 그렇게 싸우더니 막상 가격조정은 한 번에 끝났잖아?"

선우는 감탄하듯이 말을 이었다.

사실 선우는 가격조정에도 시간이 상당수 걸릴 줄 알았다.

거래를 트는것만으로 상당한 감정소비와 언성이 오갔으니 말이다.

하지만 막상 가격 조정은 싱겁다는 느낌이 절로 들정도로 곧바로 끝나버렸다.

능소화가 품 안에서 주먹만한 묘안석 세 알을 꺼냈기 때문이었다.

묘안석은 그 특유의 빛깔 때문에 손톱만큼의 크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상당히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물품이었다.

그런 묘안석을 세 알이나 꺼내드니 어찌 북궁연이 거절할 수 있겠는가

처음에만 하더라도 반발심 가득한 얼굴로 능소화를 노려보던 그녀였다.

하지만 묘안석을 보자마자 냉큼 빙정을 넘겨주었다.

그만큼 말도 안 될정도로 어마어마한 금액인 것이다.

"묘안석 덕분이니라. 휴대하기도 쉽고 귀중하기 그지없으니 이렇듯 빠르게 거래가 마무리 된 것이 아니겠는가?"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밝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묘안석을 쓸 필요가 있었을까? 솔직히 두 알정도만 되도 감지덕지하면서 거래에 응할 것 같은데?"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아쉬운듯 말을 이었다.

빙정이 천금의 가치를 지닌 물건이긴 하지만 묘안석 세 알은 그 천금보다 더욱더 가치 있는 물건이었다.

그런 물건은 일고의 고민조차 없이 내놓으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한 두알 정도만 내놓아도 북궁연은 거절치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게는 빙정이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 묘안석은 귀중하긴 하지만 내겐 하등 필요없는 돌덩이일 뿐이다. 그리고 본녀의 별궁에는 그런 돌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별것 아니라는듯이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애초에 그녀에게 묘안석은 흔하디 흔한 돌에 불과하였다.

황제의 재력은 중원 오대 거부들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더욱더 거대하였다.

그리고 그런 황제가 총애하는 능소화의 거처에는 온갖 비싼 귀물들이 가득하였다.

그녀에게 묘안석은 그저 그 흔하디 흔한 귀물들 중 하나 일뿐

그 이상 그 이하의 가치도 없었다.

"허어"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새삼 어마어마한 빈부격차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묘안석은 네 알이면 사천제일세라는 당가 입장에서도 겨우겨우 감당할 만큼의 금액이었다.

그런 금액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그녀를 보니 새삼 황족은 황족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능소화."

선우는 능소화를 바라보더니 이내 그녀를 불렀다.

"너 완전 재수없어."

"흥,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하거라."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그간 재수없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은 그녀였다.

이제는 뻔뻔하게 받아칠 수 있는 여유마저 갖추고 있었다.

"너무 아득해서 부럽다는 생각도 안들어."

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부러움도 어느정도 급이 맞아야 부러운 법이었다.

능소화처럼 아득하기 그지없는 어마어마한 부자에게는 부러움보다는 경외감이 들었다.

"아무튼 본녀는 당장에라도 빙정을 섭취하고 싶다."

선우의 경탄어린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것인지

능소화는 재빨리 화제를 전환하였다.

"너무 이른 거 아니야?"

"쇳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지 않더냐? 이왕 이렇게 된 거 단박에 처리를 하고 싶다."

"어디서하려고?"

"사람이 없는 곳이 좋을 듯 싶다. 혹여 일이 잘못되어 극양염황마공極陽炎皇魔功이 폭주한다면 애꿎은 사람들이 휘말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능소화는 걱정된다는듯이 침중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잘 될거야."

선우는 신뢰가 가득한 눈빛으로 능소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니, 모든 일에는 경우의 수라는 것을 따져봐야한다.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서라도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한다."

선우의 물음에 능소화는 진지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불안하였다.

극양염황마공極陽炎皇魔功의 불길에 누군가 휘말릴까봐 말이다.

일이 잘못 될 수 도 있었다.

빙정이 극염염황마공의 화기를 가라앉히지 못한다거나 상극의 두 기운이 마주보게 될 경우에는 말이다.

이론적으로는 두 기운이 상쇄되어 조화로운 상태로 변하는 것이 맞겠지만 어찌 사람 일이 계획대로 되겠는가?

얼마든지 잘 못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능소화는 최대한 사람이 없는 곳에서 빙정을 흡수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디서 하게?"

선우는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일단 빙궁 바깥으로 나가야한다. 그리고 한 반시진은 떨어질 정도로 멀리 벗어나야 하느니라."

"그렇게 멀리?"

선우는 이해안된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지금 내 몸은 언제 터질지 모를 벽력탄이나 다름없는 상태이니라. 적어도 그정도는 벗어나야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없을 것이다."

선우의 물음에 능소화는 침중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음색은 더할 나위없이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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