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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90화 (291/1,419)

〈 290화 〉 291. 개와 고양이의 싸움

"그런 뜻이 아니지 않느냐! 아녀자가 몸가짐을 단정히 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거늘 어찌 그렇게 개방적으로 행동한단 말인가!"

"몸가짐만 단정히 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떠나면? 그럼 그땐 어떻게 해야하지?"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던가!"

"미안하지만 나는 그렇게 수동적으로 살 생각 없어. 갖고 싶은 건 스스로 쟁취하는 편이거든."

북궁연은 뜨거운 눈빛으로 선우를 슬쩍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선우는 물건이 아니다!"

그런 북궁연의 시선을 알아챈 것일까

능소화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누가 물건 취급을 한데? 왜 그렇게 과민 반응을 하지? 그저 호감이 생긴 남자에게 호감을 표했을 뿐인데 말이야."

능소화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이해가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대의 불장난에 선우를 끼워넣지 말거라! 그대가 그렇게 가벼이 대할만한 이가 아니다!"

능소화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북궁연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녀에게 선우는 세상에서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존재였다.

그런 선우가 저런 여자에게 장난감 취급당하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가볍게 대하는게 아니야."

북궁연은 진지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능소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난 진심으로 그를 대하고 있다."

"거짓말 말거라! 어찌 그 짧은 새 호감이 생겼다는 말이냐! 너무 부자연스럽지 않느냐!"

"사람 감정이라는 것을 어찌 예측할 수 있겠어?"

"그래도 이상하다! 대체 어떤 부분에 반했다는 것이냐!"

"멋지잖아."

북궁연은 창백하기 짝이 없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입을 열었다.

".....뭐라?"

"지적인 면이 너무 멋지지 않아?"

"물론 그런 면모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니 충분히 멋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지 않는가!"

처음 선우가 북궁연을 도발할 때만 하더라도 능소화는 체념의 감정을 품고 있었다.

어화둥둥하며 기분을 맞춰주지는 못할 망정 온갖 막말로 북궁연을 비난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나름의 논리를 펼치고 북궁연을 진정시키는 모습을 본 이후에는 체념의 감정이 희망으로 바뀌었고 북궁연이 완전히 납득한 모습을 보았을 땐 희망이 경악으로 바뀌었다.

어찌 저 깐깐하고 예의범절 없는 여자를 언변만으로 휘어잡을 수 있다는 말인가

북궁연은 납득은 물론이고 선우에게 질타는 물론 위로까지 받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능소화는 생각하였다.

선우가 단순히 무공의 경지만 높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여타 무인들과는 달리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무인들 중 대부분은 이상주의자들이다

때문에 손익따위는 계산치도 않고 자신들 멋대로 행동하는 이들이 수두룩하였다.

불의를 보며 협을 부르짖으며 검을 빼든다거나 모욕을 당했다면 앞뒤 재보지도 않고 검을 빼드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선우는 달랐다.

그는 현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상을 펼치기보단 손익을 계산하고 가장 현실적인 답안을 도출해내었다.

그렇기에 이해가 되었다.

북궁연이 선우에게 호감을 가지는 것을 말이다.

자신조차 그에게 어마어마한 호감이 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설명이 부족하였다.

호감이 든 것과 반한 것은 다른 것이지 않는가

그리고 애초에 호감이 든 것이라면 천천히 그와 친해지는 과정을 거쳐야지

어찌 저렇게 노골적인 접촉을 통해 그를 유혹한다는 말인가

게다가 씨를 받고 싶다니?

어찌 그렇게 천박한 말을 내뱉는단 말인가

"대체 뭐가 문제인데!"

능소화의 말을 들은 북궁화가 짜증 섞인 말을 내뱉었다.

"그에게 충분히 호감을 가질만한 상황이라는 것은 동의한다. 하지만 그의 씨...씨..앗을 받고 싶다는 천박한 말을 내뱉는 증거가 되진 않는다!"

"어째서지?"

"뭐라?"

"능력있는 수컷에게 끌리는 것은 암컷의 당연한 본능이 아닌가?"

북궁연은 뭐 그리 당연한 것을 묻느냐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사람은 짐승이 아니다!"

"다르지 않아. 나는 그에게 끌렸고 그의 아이를 가지고 싶다. "

"뭐...뭐라!"

"지금 북해빙궁에 필요한게 뭔지 알아? 바로 사람이야. 나는 출산정책을 장려할 것이고 북해빙궁을 다스리는 궁주로서 모범을 보일 생각이야."

"그 모범을 어찌 선우와 함께 보인단 말이더냐!"

"내가 봐온 남자 중 가장 끌리는 남자니까."

능소화의 물음에 북궁연은 당당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지금 내 목적은 북해빙궁을 부흥시키는 거야. 그리고 그 목적에 부합하는 남자가 바로 선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어째서냐!"

"무공은 나보다 약할지 모르지만 화경 상경이라는 나름 걸출한 경지에 꽤나 나쁘지 않은 외견 게다가 고작 하루정도 있었을 뿐인데 빙궁의 속사정을 듣고 해결법까지 도출해낸 지적인 면모까지....어찌 부합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어?"

북궁연은 능소화에게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털어놓았다.

그녀는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였다.

자신의 피와 선우의 피가 섞인다면 분명 북해를 부흥시킬 인재가 태어날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니까 방해말고 꺼져, 이제부턴 어른의 시간이다."

"본녀는 아이가 아니다!"

능소화가 얼굴을 잔뜩 상기시킨 채 말을 이었다.

"풋, 연애도 한 번 안해본게 무슨 어른이야?"

그녀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한껏 비웃는듯한 얼굴로 능소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중원에서는 아녀자가 몸가짐을 단정히 하는 것은 결코 흉이 아니다! 오히려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인 것이다! 그대처럼 천박한 생각만 가득하지 않다는 것이다!"

"천박하다니! 내가 어딜 봐서 천박하다는 거지?"

"연애를 수도없이 많이 해본 것이 아니던가? 분명 그대의 정절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런 그대에게 선우는 어울리는 짝이 아니다!"

"무슨 소리야! 경지에 오를 때까지 평생을 수련만 했어.남자따위를 만나 봤을 리 없잖아!"

천박하다는 능소화의 말에 발끈한 북궁연은 성이 난듯 얼굴을 잔뜩 붉히며 입을 열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할 말을 잃었다.

그간 수도 없이 연애를 해본 것처럼 말하며 사람을 무시하더니 정작 본인 또한 마찬가지인 상황이 아닌가

대체 무슨 자신감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그대도 본녀와 마찬가지인 상황이 아닌가!"

이내 정신을 차린 능소화는 발끈하며 그녀에게 소리를 내질렀다.

"너와는 다르지. 나는 언제고 마음에 드는 남자의 씨를 받을 준비가 되어있으니까!"

"흥, 남자 한 번 만나본적 없는 주제에 말만 번지르르 하구나!"

"뭐라고!"

능소화의 노골적인 무시에 북궁연은 발끈하며 되물었다.

"본녀가 틀린 말을 했더냐? 말만 그럴싸하지만 실속이 없지 않느냐? 무엇 하나 경험해보지 않은 주제에 무엇을 안다고 그리 번지르르하게 말한단 말이더냐?"

"그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되겠네!"

북궁연은 더욱 강하게 선우의 팔을 잡아끌었다.

"본녀가 그런 것을 두고 볼 성 싶더냐!"

그녀가 팔을 잡아끄는 것을 느낀 능소화는 지지않겠다는듯이 선우의 반대쪽 팔을 잡아끌었다.

선우의 몸이 팽팽하게 당겨지기 시작하였다.

'이게 뭐야..'

선우는 난감함을 느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왜 저 둘이 갑자기 자신을 놓고 다투기 시작한단 말인가

선우는 돌풍불듯 일어난 급작스러운 전개에 전혀 따라가지 못하였다.

이해가 안되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에게 뜨금없이 동침을 제안한 북궁연과 그녀를 막아서 능소화 모두가 말이다.

선우는 생각하였다.

일단 중재를 해야겠다고 말이다.

"잠깐! 잠깐!"

양팔이 팽팽하게 잡아당겨지는 감촉에 선우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두 사람 다 진정하세요!"

하지만 선우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들 중 누구하나 팔을 놓는 이가 없었다.

"일단 팔부터 놔주십시오! 아픕니다!"

선우는 팔을 잡아당기고 있는 두 여인을 번갈아바라보며 외쳤다.

"저 여자가 먼저 놓으면 놓겠느니라!"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가 소리쳤다.

"저 여자부터 놓으라고해!"

북궁연도 지지않겠다는듯이 외쳤다.

'망할'

선우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둘중 누구 하나 놓을 기색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생각하였다.

일단 둘 중 한 명부터 놓게하자고 말이다.

"능소화 일단 너부터 놓자."

선우는 능소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북궁연보다는 그래도 친분이 깊은 능소화가 말이 통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찌 그대가 내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대를 붙잡고 있는지 모르는 것인가?"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상처받은듯한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얼굴에는 속상함이 잔뜩 묻어나와 있었다.

"봐봐! 선우는 네가 귀찮은거야! 그러니까 빨리 팔 놓고 꺼져!"

북궁연은 선우의 말에 자신이 붙었는지 능소화를 쏘아부치기 시작하였다.

"그럴 리 없다!"

북궁연의 말에 능소화는 도리질치며 말을 하였다.

꽈아악

선우의 팔을 잡은 능소화의 손아귀가 더욱 강해지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능소화는 팔을 놔줄 생각이 없는듯 싶었다.

"저 궁주님. 팔을 놔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선우님 이번에는 북궁연을 바라보며 정중히 부탁을 하였다.

"싫어. 저 여자가 놓지 않는 이상 절대 놓지 않을거야."

북궁연은 선우의 부탁을 단호히 거절하였다.

일고의 고민도 없이 말이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능소화와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애초에 북궁연이 내력을 써서 끌어당긴다면 자신은 그녀에게 끌려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마 북궁연은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선우가 능소화를 뿌리치고 자신을 선택하기를 말이다.

선우는 고민을 하기 시작하였다.

지금 어느 쪽 손도 뿌리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대로 북궁연의 손을 뿌리치게 된다면 빙정은 물론이고 언변으로 쌓은 호감마저 날아가버릴지도 몰랐다.

기껏 안돌아가는 머리를 쥐어짠 계획이 허사가 되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볼 땐 능소화의 손을 뿌리치는 것이 맞는 선택이리라

하지만 또 그렇다고 능소화의 손을 뿌리친다면 그녀가 서운해 할 것이 뻔하였다.

빙정을 위해 자존심마저 굽히던 여자가 자신이 희롱을 당하자 빙정마저 포기하였다.

그런 능소화의 손을 쉽사리 뿌리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선우는 골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하였다.

대체 이 상황에서 자신은 어떻게 해야한다는 말인가

꽈악

꽈악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을 잡아당기고 있는 그녀들의 힘이 갈수록 강해지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알 수 있었다.

그녀들이 지금 잔뜩 성이 나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둘다 놔버리자.'

선우는 팔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그녀들의 팔을 동시에 뿌리쳐버렸다.

"앗!"

"엇!"

갑작스러운 선우의 행동에 놀란 그녀들이 탄성을 내뱉었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선우는 잔뜩 성이난듯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를 내질렀다.

"저는 물건도 아니고 누구의 소유물도 아닙니다! 그런데 어찌 두분 다 절 강제하려고 하시는 것입니까?"

".............."

"............."

선우가 성을 내자 두 여인은 꿀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꾹 다물었다.

"궁주님. 궁주님의 제안은 무척이나 감사한 말씀이나 저는 당가에 매여있는 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해에 이주해 올 수 는 없을 것 같습니다. 또한 저는 사랑하는 이가 아니면 동침을 하지 않습니다. 동침을 원한다는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을 듯 싶습니다."

"............"

선우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정혼자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북해빙궁을 재건할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나요? 그런데 어찌 그런 상황에서 개인적인 감정을 내세운다는 말씀입니까?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화가 나더군요. 제가 얼마나 가볍게 보였으면 그리도 쉽사리 저에게 동침하자는 말을 한다는 말입니까?"

선우는 얼굴을 잔뜩 상기시킨 채 그녀에게 날카로운 말을 쏘아내었다.

물론 선우는 북궁연의 유혹이 무척이나 기분 좋았다.

선우도 한창 때의 남자인데 북궁연같은 절세의 미녀가 유혹을 하는데 어찌 싫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내어야 했다.

그래야만 잔뜩 흥분하여 주체를 못하는 북궁연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이 아니야....그냥...나는 네게 호감을 표하려고..."

북궁연은 기어가는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녀는 나름 억울하였다.

자신의 딴에는 호감표시를 농밀하게 한 것 뿐인데 이리도 예민하게 반응하니 억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보통 북해에서의 연애관은 중원과는 많은 부분 차이가 있었다.

중원의 여인들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기다린다.

좋아하는 이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때까지 말이다.

하지만 북해의 여인의 경우에는 달랐다.

북해의 여인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이도 좋아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쟁취를 택하는 것이다.

다른 여자에게 뺏기지 않도록 말이다.

그렇기에 북궁연은 선우에게 대담하게 들이댄 것이다.

물론 씨를 받고 싶다는 말은 북해의 여인으로서도 민망하기 그지없는 말이었지만 말이다.

한 편 그 모습을 본 능소화는 속으로 고소를 머금었다.

선우가 자신의 편을 들어줬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능소화. 너에게도 실망했다."

그때 갑자기 선우가 능소화를 불렀다.

순간 능소화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표적이 왜 자신으로 바뀌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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