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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86화 (287/1,419)

〈 286화 〉 287.당신을 납득 시키겠습니다.

선우는 지금 심기가 상당히 불편하였다.

능소화에게 수치를 주는 북궁연에 대한 적개심이 솟아났기 때문이었다.

북궁연은 능소화에게 예의를 갖추라하였다.

그녀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은듯하였다.

선우도 알고 있었다.

능소화의 말투가 듣는 이에 따라서는 건방져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녀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곧바로 하오체로 북궁연에게 다시금 말하였다.

평생을 군림하던 능소화에게는 그게 최선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북궁연은 그정도로는 만족치 못한듯 싶었다.

그녀는 능소화에 간곡히 애절하게 빌라고 말하였다.

악의적인 미소를 띄면서 말이다.

선우는 알 수 있었다.

그녀는 한눈에 봐도 우아하고 고귀해보이는 능소화를 몰아부치며 즐거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선우는 혀를 찼다.

이 얼마나 고약한 성미란 말인가

능소화는 수치심과 모멸감에 얼굴을 잔뜩 붉힌 채 천천히 말을 이었다.

평생 해본 적 없는 말투로 말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심기가 불편해졌다.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이 넘치던 여인이 능소화가 아니던가

그런 그녀가 저런 연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보고 싶지 않았다.

선우는 생각하였다.

악의적인 장난은 이쯤에서 끝내게 해야한다고 말이다.

선우는 망설임없이 그대로 발을 굴렀고 이내 바닥을 부숴버렸다.

콰쾅

이내 굉음이 울려퍼졌고 북궁연과 능소화의 시선이 일제히 몰렸다.

북궁연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능소화에게 모욕을 주며 한창 재미를 보던 그녀였다.

한눈에 봐도 고귀하게 자란 것이 눈에 보이는 능소화였다.

그런 능소화에게 수치와 모욕을 주는 것은 상당히 재미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재미를 갑자기 끼어들어 단숨에 끊어버린 것이다.

그런 그가 좋게 보일 리 만무하였다.

"지금 그게 뭐하는 짓이지?"

북궁연은 짜증섞인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았다.

"날파리가 있어서요."

선우는 짐짓 차가운 눈빛으로 북궁연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이상한 일이네. 북해에는 날파리가 살 수 없는데 말이야."

북궁연은 싸늘한 말투로 쏘아내듯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있더라고요. 신기하게도 말이죠."

선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빙궁의 바닥까지 부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배상하지요. 뭣하면 직접 고쳐드릴 수도 있습니다."

"흥, 둘다 받도록 하지. 정신적 피해보상금과 수리 전부 말이야."

"바닥이 부숴지면 대체 어떤 정신적 피해가 생기는 것입니까?"

"외관이 망가졌잖아? 그것도 보기 흉하게 말이야. 그게 내 눈에 피로를 일으켰어."

"둘다 해드리겠습니다."

선우는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대신 부탁이 있습니다."

"뭐지?"

"저희에게 제안을 할 기회를 주시지요."

"우습구나. 멋대로 기물을 부숴놓고 배상금을 빌미로 알현의 기회를 달라니 말이야. 넌 양심이라는 것이 있긴 한거야?"

선우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실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

"양심이 없다는 것은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아채지 않으셨습니까? 새삼스럽군요."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유들유들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인성에 문제있는 놈이네. 넌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거야? "

"북해의 지존이신 북해빙궁의 궁주가 아닙니까?"

"그걸 아는 놈이 왜 이렇게 모가지가 뻣뻣하지?"

북궁연은 싸늘한 시선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솨아아아아아아

순간 온몸이 으슬으슬해질 정도의 냉기가 대전 전체에 퍼지기 시작하였다.

"건방진 태도를 보니 기분이 상당히 좋지 않네?"

"건방지다뇨. 착각입니다."

"착각인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해. "

"사람이라는 존재는 불완전한 존재라 오판이라는 것을 하기도 하지요."

"나는 완전한 존재야."

"완전하셨다면 저 위에있는 선계로 등선을 하셨겠죠."

선우는 손가락을 곱게 뻗어 천장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지금 나랑 말장난하자는 거야?"

"말 장난이 아니라 제안을 할셈입니다."

"들어준다고 한 적 없는데?"

선우의 말에 북궁연은 콧방귀를 뀌며 말을 이었다.

"그럼 저도 바닥 수리만 해드리겠습니다."

"정신적 피해보상은?"

"제대로 알현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인색하게 구는 궁주님께 제가 뭣하러 그런 것까지 보상해주겠습니까?"

"........."

선우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할 말을 잃었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정신적 피해보상을 빌미로 알현 기회를 달라고 한단 말인가

"정신 나간 새끼"

한참을 말이 없던 북궁연이 별안간 선우를 바라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신이 나간 놈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아, 알현할 기회를 주지."

그리고 이내 그녀는 뒷말을 덧붙였다.

대체 무엇때문에 저렇게까지 하는지 호기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정신적 피해보상은 톡톡히 챙겨드리겠습니다."

선우는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선우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또라이같은 행동이 그녀의 흥미를 끄는데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시선을 능소화쪽으로 돌린 후 한쪽 눈을 깜빡였다.

그러자 능소화는 글성이는 눈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주억거렸다.

자신을 위해 나선 준 선우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그 모습을 본 선우를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눈물을 글성이는 능소화의 모습도 무척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기 떄문이었다.

'후우'

이내 선우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북궁연의 관심을 끄는데는 성공하긴 하였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북해빙궁의 보물을 내어달라는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해야하는 것이다.

선우는 긴장감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몇 번의 대화로 그녀의 성격이 무척이나 고약하다는 것을 인지한 그였다.

그런 그녀에게 빙정을 내어달라는 소리를 한다면 무슨 사단이 일어날지 예측조차 안되었다.

두근 두근

선우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킨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빙정이 필요합니다."

"각하"

그리고 선우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거절의 의사를 표하였다.

일고의 가치따위는 전혀 없다는듯이 곧바로 말이다.

"아직 제안은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녀의 거절을 들은 선우는 차분한 음색으로 입을 열었다.

"들어볼 가치조차 없는 제안이야. 빙정을 내어달라고? 북해의 보물을?"

선우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짐짓 흥분한듯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너희 중원인들이 빙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빙궁 입장에서 빙정은 더할 나위없이 소중한 물건이야. 북해빙궁을 보존하기 위해 고이 보존해야할 물건이란 말이야! 그런 걸 내어달라고? 미친거 아니야?"

북궁연은 화가 난듯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언성을 높였다.

그녀는 지금 무척이나 화가 나 있었다.

빙정이 무엇이란 말인가

극음의 기운을 품고 있어 음한지기를 다루는 이들에게 천고의 보물로 여겨지는 물건이 아니던가

빙정은 스스로 어마어마한 냉기를 뿜어내기 때문에 섭취를 하지않고 근처에서 수련을 하는 것만으로도 음한지기를 다루는 이들에게 어마어마한 성취를 가져다준다.

때문에 북해빙궁에서는 예로부터 빙정을 따로 모셔둔 방이 존재할 정도로 귀중하게 취급하였다.

그리고 공을 세우거나 재능이 뛰어난 제자들을 그 방에서 수련케하여 높은 성취를 일궈내었다.

그렇기에 북해빙궁에게 있어서 빙정은 핵심전력을 성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빙정을 내어달라니?

북궁연은 멸문해버린 북해빙궁의 재건을 꿈꾸는 여인이었다.

그리고 북해빙궁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빙정이 필요하였다.

그런 것을 수락 할 리 없었다.

"오늘 했던 개소리는 못 들은 걸로 해주지. 그러니 감사히 여기고 당장 꺼저."

북궁연은 한눈에 봐도 잔뜩 성이난듯한 얼굴을 하며 그들에게 외쳤다.

마음같아선 당장에라도 두 사람 모두 얼음 동상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간신히 참아내었다.

중원인인 저들이 빙정의 중요성을 알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생각하였다.

자신이 거룩하기 그지없는 자비를 베풀었다고 말이다.

그들의 말도 안되는 망언을 이렇게 쉽사리 넘어가주었으니 말이다.

그들은 자신의 자비로움에 감사해야할 것이다.

"그럴 순 없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들에게는 그런 자신에 대한 감사함이 털 끝만치도 없는듯 하였다.

"저희는 빙정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이 기껏 베푼 자비를 저렇게 똥통에 처박을 리 없지 않은가?

"분명 말했을텐데? 당장 꺼지라고 말이야. "

고오오오오오

선우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차갑기 그지없는 냉기를 피어롤리기 시작하였다.

위협이었다.

더 이상 선을 넘는다면 용서치 않겠다는 위협말이다.

"어째서입니까"

선우는 의문이 담긴 표정으로 북궁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뭐가?"

선우의 물음에 북궁연은 퉁명스럽게 답하였다.

"어째서 빙정을 내어주지 않겠다는 겁니까?"

"흥, 너희 중원인들이 북해빙궁에서 빙정이 어떠한 존재인지 알 리가 없지."

선우의 말에 북궁연은 코웃음을 치며 답하였다.

"북해빙궁에게 빙정이란 빙궁의 미래나 다름없는 물건이다. 온전한 빙정이 있어야지만 빙궁이 부흥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걸 내놓으라니 대체 무슨 망언인가!"

북궁연은 잔뜩 뿔이난 얼굴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어찌 빙정이 빙궁의 미래라는 말씀입니까."

선우는 모르겠다는듯이 그녀에게 물었다.

빙정은 그저 음한지기 계열의 무인들의 성취를 올려주는 영약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그런 영약이 빙궁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빙정은 스스로 극음의 기운을 뿜어내는 보물 중의 보물이다. 그리고 그 극음의 기운은 빙공을 익힌 빙궁의 무인들에게 성취를 높일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주지. 빙궁의 무인들을 더욱더 강하게 만들어준다는 소리다. 무인들의 강함은 곧 빙궁의 강함과 직결이 되지. 그런데 어찌 그런 빙정을 함부로 내어줄 수 있겠는가?"

북궁연은 선우에게 빙정의 효용을 상세히 설명하였다.

그녀는 바랬다.

선우가 얼마나 어리석은 발언을 한 것인지 깨닫기를 말이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빙정이 북해빙궁의 보물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저정도의 위상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문파의 전력을 키워주는 물건이라니

확실히 그런 것을 쉽게 넘겨줄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썩을'

선우는 욕지거리가 나왔다.

빙정을 얻기 위한 난이도가 말도 안될 정도로 상승했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머리가 쥐터질 정도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였다.

어떻게든 그녀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궁주님."

선우는 진지한 어조로 북궁연을 불렀다.

"왜."

북궁연은 선우의 물음에 무척이나 짤막이 답하였다.

"역시 빙정은 포기 못하겠습니다."

"네놈 의견 따위는 중요치 않아. 내가 넘겨주기 싫다는게 중요한거지."

"제안을 하겠습니다."

"제안 따위 들을 생각 없어. 무엇을 제안을 하든 빙정과는 바꾸지 않을 거니까."

북궁연은 단호한 표정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지금 빙궁을 재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돈이나 귀한 보물이 아니었다.

오직 제자들을 빠르게 육성할 수 있는 빙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 어떤 것을 내어준다고해도 바꾸지 않으리라

"돈을 드리겠습니다."

"돈 따위로 빙정을 살 수있다고 여기는가!"

"살 수 있습니다."

"뭐라?"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이면 가능합니다."

"헛소리를 하는구나. 돈따위로는 빙정을 살 수 없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빙궁의 제자들을 빠르게 육성시킬 수 있는 빙정이다! 돈 따위로 어찌할만한 물건이 아니란 말이다!"

북궁연은 비명지르듯 선우에게 소리를 질렀다.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우는 그런 그녀의 고함에도 불구하고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뭐라! 지금 나를 모욕하는 것인가!"

선우의 고집스러운 대답을 들은 북궁연은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녀는 지금 상당한 수치심에 휩싸였다.

어찌 빙궁의 미래를 한낱 돈따위로 살 수 있다는 말인가?

마치 자신을 돈에 환장한 장사치로 보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었다.

북궁연은 걷잡을 수 없는 수치심에 휩싸였고 이내 수치심은 분노로 치환되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대체 누구란 말인가

북해의 지배자이자 최고 존엄인 북해빙궁주가 아닌가?

그런데 어찌 그런 자신을 한낱 장사치나 다름없는 취급을 한단 말인가

화가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북궁연의 몸 주위에서 어마어마한 냉기가 발하기 시작하였다.

당장에라도 선우를 얼려버릴 심산이었다.

"궁주님."

그때 선우가 분노에 찬 북궁연을 바라보며 그녀를 불렀다.

"무엇이냐!"

"모욕이 아닙니다. 진실로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웃기지 마라! 어찌 북해빙궁의 미래를 돈으로 거래한다는 말인가!"

북궁연은 분기탱천한 모습으로 소리를 질렀다.

"북해빙궁의 미래도 돈으로 살 수 있습니다."

선우는 그런 북궁연을 바라보며 단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뭐라?!"

"저에게 일각만 주십시오. 당신을 납득 시키겠습니다."

선우는 자신에 찬 눈빛으로 북궁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북궁연은 분노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그런 선우를 노려보았다.

대전 안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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