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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79화 (280/1,419)

〈 279화 〉 280.빙마氷魔의 핏줄을 만나다-3

"자네는 독왕의 제자가 아니었나?"

검인은 선우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마차에 동행하면서 선우에 대한 신상을 어느정도 알게된 그였다.

독왕의 제자이자 당가의 사위라는 것까지 전부 말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음양마를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고하니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쾌활한 평소와는 전혀 상반된 진지한 모습이었다.

"상황이 조금 복잡합니다."

검인의 물음에 선우는 대충 얼버무렸다.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였으니 말이다.

"선배님이야 말로 어찌 아시는 겁니까?"

"마귀들의 왕이 사용하던 무공이 아닌가? 내가 모를 리 없지."

검인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그거 말고요. 어찌 스승님을 언급하게 되신 것입니까?"

선우는 모르겠다는듯 그에게 물었다.

음양마가 건곤대나이를 훔쳐간 것은 비사 중에 비사였다.

그런데 어찌 그런 사실을 검인이 알고 있다는 말인가

"상황이 복잡하다고만 해두지."

검인은 말하기 곤란한 것인지 선우와 마찬가지로 대충 얼버부렸다.

"그나저나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구먼, 설마 자네가 음양마의 제자일 줄이야."

검인은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스승님을 아십니까?"

"알다마다, 목숨을 걸고 싸우기까지 했다네."

"네!?!"

검인의 말에 선우는 놀라되물었다.

검인이 심상치 않은 자라는 것은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 스승인 음양마와 싸워봤을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살려주더군."

선우의 물음에 검인은 당당히 말하였다.

그 표정에는 묘한 자부심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아니, 목숨을 구함받았는데 어찌 그리 당당하십니까?"

선우는 모르겠다는듯 물었다.

그가 아는 검인은 스스로의 무공에 대한 자부심과 호승심에 미친 인간이었다.

그런 인간이 분해하지 않으니 괴리감이 들었다.

"음양마와 싸워서 이렇게 멀쩡히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영광이 아닌가?"

선우의 물음에 검인은 당연한걸 묻느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

그의 말을 들은 선우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새삼 스승의 위상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강했으면 그 지고한 경지에 이른 검인조차 생존 자체를 영광이라 여기겠는가

"이제야 자네의 비정상적인 성취가 이해가 가는구만"

"비정상적이라뇨?"

"그럼 자네 나이대에 그 정도 성취가 정상이라고 여겨지는가?"

선우의 물음에 검인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바로 앞에 한 분 계시지 않습니까?"

선우는 앞에 멍한 표정을 짓고있는 백설의 여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모르지. 반로환동을 한 노파일지도 모르지 않나? 아니면 주안술을 익혔거나."

"난 스물 여덟이야."

검인의 말장난에 짜증이 난 것인지

백설의 여인은 퉁명스러운 얼굴로 답하였다.

"오호 이제 좀 진정이 된듯 하구먼?"

그녀의 대답을 들은 검인은 살짝 웃으며 답하였다.

"흥이 깨졌을 뿐이야."

검인의 능글맞은 대답에 백설의 여인은 불퉁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그보다 어찌 설풍을 되돌린거지?"

그녀는 의문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설풍은 자연 그자체였다.

내력이 어느정도 보조하고 있다고는 하나 본질은 자연인 것이다.

그런데 어찌 그런 설풍을 되돌릴 수 있다는 말인가

"흐름을 바꾸었습니다."

선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흐름을?"

그녀는 모르겠다는듯 되물었다.

"일단 상황부터 정리하는게 어떻겠습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얼마든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상당히 정중하게 말하였다.

애초에 무례에 도발까지 감행한 그들이었다.

이정도 정중함은 당연한 일이리라

"너희들한테 나중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당장 북해빙궁 밖으로 나가. 철문을 베어버린 것은 불문으로 부쳐주도록 하지."

선우의 정중한 태도를 본 백설의 여인은 무척이나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

어찌보면 기물 파손에 살인미수까지 감행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건만 모두 불문에 부치겠다는 것이다.

어찌 관대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하지만 그정도로는 부족하였다.

선우는 더한 관대함을 원하였다.

"철문에 대한 수리비는 직접 배상하겠습니다. 그리고 보상금까지 드리지요. 부디 북해빙궁을 떠나라는 말씀은 거둬주십시오."

선우는 정중함을 잃지 않은 자세로 다시금 그녀에게 간곡히 청하였다.

"너 말이야 양심이 있기는 해? 지금 이 사단을 내놓고 들여보내달라는 말이 나오냐고? 수 백년간 북해빙궁을 외세로 부터 지켜주던 철문을 그대로 부수고 무단침입에 살인미수까지 저지른 것이 바로 너희들이다. 그런 너희들을 내가 어째서 궁 안으로 들여야하지?"

백설의 여인은 차가운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염치가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궁 안으로 들어와야할 이유가 있습니다. 통행료는 몇 배로든 내겠습니다. 부디 선처 부탁드리겠습니다."

선우는 그녀의 신랄한 비판을 듣고는 다시금 간곡히 청하였다.

염치없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선처를 바랬다.

여기서 물러나게 된다면 말짱 도루묵이었으니까 말이다.

"이해가 안되네."

선우의 간곡한 청을 들은 백설의 여인은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지금 이해가 안되었다.

저 남자는 자신의 설풍조차 간단히 되돌릴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남자였다.

그런데 그 정도의 힘을 갖춘 남자가 저자세로 나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으름장을 놓아도 충분한 실력이지 않은가?

"대체 무슨 사정이 있길래, 너만한 남자가 이렇게까지 저 자세로 나오는거지?"

"저는 당가에서 온 장선우라고 합니다. 북해에서 실종된 세가의 무사들을 찾기위해 북해로 왔습니다."

"당...가?"

선우의 말을 들은 백설의 여인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생각보다 익숙한 이름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사천연맹?"

그때 백설의 여인이 뜻밖의 말을 입에서 내뱉었다.

"아시는 겁니까!?"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눈이 휘둥그래해졌다.

설마 그녀의 입에서 사천연맹이라는 단어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선우의 물음에 백설의 여인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후우"

백설의 여인은 고개를 살짝 내려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입장정리가 필요할 듯 싶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린 후 선우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서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 같네."

"무..슨?"

선우는 의문에 찬 시선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들이라면 지금 북해빙궁에 머무르고 있어."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선우는 놀란듯 되물었다.

분명 실종인줄 알고 있던 그들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들이 북해빙궁에 머무르고 있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입장 정리를 해야할 듯 싶어."

그녀는 침중한 표정을 지으며 선우를 바라보았다.

***********

백설의 여인은 선우와 검인을 바라보며 찬찬히 사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하 시발'

선우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그녀에게 자세한 속사정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연맹의 무사들을 납치한 것은 이십여년 전부터 북해빙궁을 점령하고 있었던 흉마와 그의 직속부대였던 마귀대라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납치당한 그들을 구해준 은인이라고 한다.

선우는 생각하였다.

상황이 생각보다 더욱더 귀찮게 꼬여버렸다고 말이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들은 연맹의 은인에게 칼을 들이민 꼴이 되어버린다.

선우는 쉴새없이 식은 땀을 흘렸다.

고맙다면 천금을 쥐여줘도 모자랄 판국에 외세로부터 북해빙궁을 지켜주던 철문을 잘라버린 것은 물론 무단침입에 목숨까지 위협하였다.

아무리 몰랐다고는 하나 상황만 들여다 본다면 쓰레기도 이런 쓰레기가 없는 것이다.

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어떤 말을 내뱉는다고해도 변명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호오... 그럼 자네가 북해빙궁주의 마지막 남은 혈족이란 소리인가?"

그때 검인은 감탄하듯 그녀에게 물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나를 제외한 혈족들은 모두 흉마의 손에 죽어버렸으니까 말이야"

검인의 물음에 그녀는 담담히 답하였다.

하지만 눈에는 상당한 분노가 서려있었다.

"그럼 흉마는 죽었나?"

검인은 눈을 반짝이며 그녀에게 물었다.

"아쉽게도...내가 빙궁으로 왔을 땐 이미 자리를 비웠더라고."

"그럼 언제든 되돌아올 수 있다는 거군."

"그러길 바래야지."

그녀는 살기 어린 눈매를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궁금증이 생기는군. 저들은 왜 죽이려고 든건가?"

검인은 칼로 금정상단의 상인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들은 흉마와 결탁한 인간들이거든. 북해인들의 고혈을 꽤나 빨아먹었을거야."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빛을 마주한 상인들은 온몸을 벌벌 떨었다.

처음 저들과 그녀가 격돌했을 때만해도 희망을 가지고 있던 그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소강된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니 불안감과 두려움이 물밀듯이 몰려들었다.

"장 대협!"

그떄 한 상인이 큰 소리로 선우를 불렀다.

"응?"

속으로 꼬일대로 꼬여버린 상황을 한탄하던 선우는 자신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당가과 금정상단의 연이 그리 옅지는 않지 않습니까? 살려주십시오! "

그는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선우에게 간절히 빌었다.

"너희들과 연이 있기는 하지만 이쪽은 은인이라서 말이야."

그의 부탁에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금정상단과는 안면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연맹의 은인에게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게다가 명분은 북궁연에게 있지 않은가?

굳이 끼어들어서 저들을 도와 줄 의무는 없었다.

"어찌! 위대한 중원인이! 북방의 오랑캐를 두둔한다는 말입니까!"

선우가 북궁연을 두둔하자 화가난 상인은 언성을 높였다.

'인성 터졌네.'

선우는 그런 상인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아무리 중화사상에 찌들어 있는 중원인이라지만 설마 저렇게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에서 저런 말을 지껄일 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시끄럽군."

상인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휘익

그리고는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휘이이잉

그러자 가벼운 설풍이 불더니 그대로 언성을 높인 상인을 휘감기 시작하였다.

쩌저저적

그의 온몸을 휘감은 설풍은 아직 얼지 않은 그의 상반신을 조금씩 얼리기 시작하였다.

"으아아아아악"

온 몸이 얼기 시작하자 상인은 비명성을 내질렀다.

쩌저저저적

상인의 몸은 급속도로 얼기 시작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온 몸이 얼어붙어버렸다.

".............."

그 모습을 지켜본 다른 상인들은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여기서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그대로 얼음 동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제야 조용한것 같군."

북궁연은 그들의 침묵이 마음에 든 것인지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하하하 보기완 달리 화통하구만"

그녀의 말을 들은 검인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그때 선우가 의문이 담긴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뭔데?"

그녀는 까칠하게 말을 이었다.

"분명 북해빙궁을 접수한지 사흘정도 흘렀다고 들었습니다."

"그리 말하였지."

선우의 말에 북궁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그런데 어찌 연맹의 무사들이 북해빙궁을 떠나지 않은 겁니까?"

"출입을 불허했으니까."

선우의 물음에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흉마와 결탁한 모든 이들을 죽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들에게는 미안하게 생각해."

"딱히 탓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저 궁금증이 들었을 뿐이지요."

"뭐 애초에 나가라해도 나가지 못할 상태기는 헀지만 말이야."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입니까?"

그녀의 뒷말에 선우는 놀란듯 되물었다.

"흉마에게 반년 가까이 감금당했던 그들이다. 멀쩡할 리가 없잖아?"

"심각한 것입니까?"

선우는 침중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녀의 말대로 흉마의 밑에서 반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핍박을 받은 그들이었다.

몸이 멀쩡할 리 만무하였다.

"흐음 일단 다들 온몸에 고문을 받은 흔적이 역력했어. 손가락이 몇 개 없는 이들은 부지기수고 팔다리가 없는 이들도 있었어. 그리고 여자들의 경우에는 육체적 상처보다는 정신적 상처가 더 큰 듯 보이더군."

".............."

그녀의 신랄한 말에 선우는 할말을 잃었다.

갖은 고초를 당했다고 대충 짐작을 하긴 하였지만 이렇게 상황을 세세하게 들으니 더욱더 와닿았다.

육체를 단련하고 병장기를 휘두르는 무인에게 있어 신체 결손이라는 것은 무척이나 치명적인 상처였다.

평생을 수련한 힘을 제대로 낼 수 없게 만드니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정신적인 충격이 어마어마 할 것이다.

게다가 여자들의 경우 어떤 정신적인 상처를 받았는지 짐작이 되었다.

순결을 중시하는 중원의 여인들에게 분명 죽고 싶은 생각만이 가득하리라

으득

선우는 절로 이가 갈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상황을 이렇게 만든 흉마에 대한 분노가 치솟아올랐다.

선우는 생각하였다.

결코 곱게 죽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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