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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66화 (267/1,419)

〈 266화 〉 267.빙마氷魔의 핏줄-2

추욱

얼음기둥에 관통당한 서필은 그대로 고개를 숙인 채 축 늘어졌다.

숨이 끊어진 것이리라

북궁연은 그런 서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터업

그리고는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쩌저저적

그녀가 머리 위에 손을 올리자 머지않아 서필의 머리가 얼기 시작하더니 이내 온몸이 얼어붙게되었다.

서필의 온몸이 얼어붙자 북궁연은 천천히 손을 떼었다.

그리고는 발을 들어올려 그대로 차버렸다.

쨍그랑

그러자 온몸이 얼어붙었던 서필의 몸이 산산이 부서지더니 이내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서필이 있었던 곳에는 얼음가루들이 흩날릴 뿐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북궁연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아직 죽일 놈들은 많았기 때문이었다.

********

마귀대의 마귀중 하나인 왕두는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북해빙궁에 침입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온 그였다.

처음에 그는 무척이나 화가 났었다.

오랜만에 취향인 계집을 발견하여 한창 운우지락을 나누고 있는 와중 빙궁에서 북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소집명이었다.

그 소리를 들은 왕두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제대로 해소하기도 전에 소집명이 떨어진 것이다.

모른 척 뭉개볼까도 생각해보긴 하였지만, 만약 이 사실이 대주나 부대주의 귀에 들어간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는 계집과 나누던 정사를 멈추고 그대로 검을 챙겨들 수밖에 없었다.

왕두는 다음을 기약하며 그녀의 보지둔덕을 몇 번 쓰다듬고는 그대로 자리를 떴고 별안간 왕두에 의해 순결을 잃어버린 처녀는 눈물을 흘렸다.

빠르게 이동하여 북해빙궁 안으로 들어온 왕두는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빙궁 전체가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빙궁은 본래 대리석으로 지어진 거대한 성이었다.

그런데 그 성이 말 그대로 빙궁氷宮이 되어버린 것이다.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질 수밖에 없었다.

`시발 뭐야.`

당황스러움을 느낀 왕두는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검을 빼 든 후 천천히 궁 내부로 진입하기 시작하였다.

위화감이 느껴지긴 하였지만 이대로 내빼기에는 위화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궁 내부로 진입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왕두는 의아함을 느꼈다.

궁내에 사람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보통 자신처럼 순찰조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마귀대의 마귀들은 대다수 궁에 상주하고 있었다.

흉마는 북해빙궁을 점령한 후 마귀대의 마귀들을 빙궁으로 격리시켰기 때문이었다.

마귀들을 민가에 풀어놨다간 하루도 안 되어 모든 이들이 죽어 나갈 것이 뻔하였다.

그리고 민가에 있는 이들이 모두 죽어버린다면 빙궁을 차지한 이유가 사라져버린다.

풍족하고 편한 삶을 지향하는 그가 아니던가

먹을 것을 요리해주고 입을 것을 만들어줄 노예가 필요하였다.

그렇기에 흉마는 마귀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빙궁 안에 격리시켜버렸다.

그들의 광기가 민가에 미치지 않게 말이다.

북해빙궁에 상주하게 된 그들은 사람 두개골을 차고 놀거나 골패나 만지작 거리며 시간을 때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마귀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의아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저벅 저벅

왕두는 걷고 또 걸었다.

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걸어도 얼음덩이들만 눈에 보일 뿐

사람의 신형은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다들 어디 간 거야?`

왕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왕두는 예상치 못한 조형물을 보게 되었다.

"오!"

그것은 하나의 얼음 동상이었다.

마치 사람을 얼려놓은 듯한 정교함이 살아있는 얼음 동상 말이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꽤나 솜씨가 좋은 조각가인듯싶었다.

왕두는 얼음 동상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내 얼음 동상이 누군가를 똑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겸을 닮았군."

바로 같은 마귀 중 하나인 구겸이었다.

왕두는 괜스레 샘이 나는 것을 느꼈다.

어째 자신의 동상이 아닌 구겸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는 말인가

왕두는 구겸의 동상을 그대로 발로 차 부숴버렸다.

가슴속에서 무언가 속 시원함이 느껴졌다.

속 시원함을 느낀 그는 그대로 다시금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전 안에 들어선 왕두는 경악하게 되었다.

수 많은 얼음 동상들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먼젓번에 봤던 구겸의 동상처럼 무척이나 정교하고 세밀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마치 사람이 얼어붙은 것과 같이 말이다.

오싹

순간 왕두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별안간 모습을 드러낸 수많은 얼음 동상들에 대한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꿀꺽

왕두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검을 들고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하였다.

무엇이 튀어나오든 언제든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쩌적

그때 어디서 이질적인 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의아함을 느낀 왕두는 재빨리 두리번거리며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찾기 시작하였다.

쩌저저적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그는 이내 소리가 자신의 발밑에서 들려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재빨리 고개를 내렸다.

그리고 그는 볼 수 있었다.

완전히 얼어붙어 있는 자신의 가죽 신을 말이다.

"으아아아아!"

그 모습을 본 왕두는 비명을 질렀다.

별안간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크읍! 크으읍!"

왕두는 가죽 신을 떼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어느새 가죽신뿐만 아니라 발목까지 얼어붙었기 때문이었다.

쩌저저저적

"크아아아악!"

왕두는 비명을 질렀다.

점점 얼려지는 범위가 확장되고 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발목을 지나 종아리

종아리를 지나 허벅지

허벅지를 지나 몸통

몸통을 지나 가슴

가슴을 지나 머리까지

쩌저저저적

이내 왕두는 완전히 얼려져 버렸다.

마치 유명한 조각가가 만든 섬세하기 짝이 없는 얼음 동상처럼 말이다.

왕두는 몰랐을 것이다.

자신이 북해빙궁에 남아있던 마귀들 중 유일한 생존자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몰랐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될 줄은 말이다.

북해빙궁을 지키던 마귀들은 그렇게 북궁연에 의해 모두 얼음 동상이 되어버렸다.

***********

"흐흐흑 흐흐흑"

아미의 삼대제자인 운선은 닭똥과도 같은 눈물을 흘렸다.

설움이 쏟아졌기 때문이었다.

이제 자신은 능욕당할 것이다.

그것도 무참하게 말이다.

평생 부처만을 섬기며 색계를 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건만 이제는 그 다짐이 지켜지지 않을 듯싶었다.

대체 어째서 자신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말인가?

운선은 그저 울었다.

사부님이 너무나 보고 싶었다.

"흑흑흐흑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뚜벅 뚜벅 뚜벅

석실 바깥에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운선은 몸을 흠칫 떨었다.

누군가 석실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였기 때문이었다.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는 갖은 상념들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당해야 하는 것인가

무언가 해야 하지 않겠는가

혀를 깨물고 죽어버릴까?

하지만 이내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불가의 제자가 자살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마 내세에 더욱더 고통받게 될 것이다.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그저 운명을 받아들일 셈이었다.

그런 상념을 하고 있는 사이 발자국 소리가 뚝 끊겼다.

꿀꺽

긴장되었는지 그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철컥 철컥

끼이이익

곧이어 석실의 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절망 어린 눈으로 열리는 문을 바라보았다.

"응?"

그리고 이내 의아함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생전 처음 보는 이였기 때문이었다.

석실로 들어온 이는 여자였다.

그것도 눈처럼 새하얀 머릿결을 나부끼고 있는 아리따운 여인 말이다.

운선은 그런 여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여인의 외견은 같은 여인인 운선마저 현혹시킬 정도로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누구지."

백설의 여인은 운선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저는."

순간 운선은 고민에 빠졌다.

여기서 정체도 알 수 없는 여인에게 신분을 밝혀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런 고민 자체가 우스웠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외관만 보더라도 중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건만 뭘 숨긴다는 말인가?

"아미파의 제자인 운선이라고 합니다."

운선은 여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쪽은 누군가요?"

운선은 의문이 담긴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아무리봐도 이 빙궁을 지배하고 있는 마귀대의 마귀로는 보이지 않는 외관이었다.

그리고 만약 마귀대 소속이라면 자신의 정체를 되물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이름은 북궁연이다."

운선의 물음에 여인은 답하였다.

"북해빙궁의 진정한 주인이지."

북궁연의 말을 들은 운선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시발 시발 시발"

흉마 주도산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걷고 또 걸었다.

그는 지금 무척이나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북궁연을 잡기위해 북해호가 있는 곳까지 갔다 오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빙궁에서 북해호까지는 대략 일주일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오가는 거리만 보름이 걸린다는 소리였다.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멀었냐!"

짜증이 난 주도산은 괜스레 앞에 있는 마귀에게 소리를 질렀다.

"거..거의 다왔습니다. 대주님."

주도산의 외침을 들은 마귀는 몸을 살짝 움츠린 채 답하였다.

그 특유의 잔학함과 비열함으로 중원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마귀였지만 마귀들의 대장인 주도산 앞에서는 한 마리 양처럼 순하기 그지없었다.

이 모든게 마귀들을 합한 것과같은 악독함과 무시무시한 무력을 가지 결과이리라

"아까도 그 말했잖아 개새끼!"

그의 대답이 마음에 안 든 것인지 주도산은 그대로 주먹을 들어 수하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쿠악"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맞은 마귀는 그대로 날아가 땅에 처박혀버렸다.

"개같네 진짜"

흉마는 마귀를 후려치고도 분이 안 풀렸는지 욕설을 내뱉었다.

"내가 그러니까 한혈마 처먹지 말라고 했지!"

그는 마귀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사실 빙궁에서 북해호까지 거리는 한혈마가 있다면 그리 먼거리는 아니었다.

사흘이면 닿을 거리인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흉마에게는 한혈마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의 도주를 막는다고 전부 먹어치웠기 때문이었다.

근데 그게 악수가 되어 돌아왔다.

흉마는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한혈마를 먹자고 했던 놈의 창자를 끄집어내 그대로 목을 졸라버리고 싶을 심정이었다.

"일어나 새끼야!"

흉마는 땅에 처박혀 있는 수하를 향해 소리쳤다.

벌떡

흉마의 말을 들은 수하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진짜 얼마나 남았냐고 화 안낼게."

"정말 코앞입니다. 믿어주십시오! 이제 북해호가 보여야합니다."

"근데 시발 왜 안보여!"

그의 말을 들은 흉마는 소리를 질렀다.

아무리 걸어도 북해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빙하지대만 눈에 들어올뿐

"그...그럴 리가 없는데.."

"쓸모없는 새끼."

흉마는 수하를 보며 혀를 한 번 찼다.

도무지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떄문이다.

그리고 그대로 내력을 담아 머리통을 후려쳤다.

그러자 머리가 터져나가더니 이내 뇌수가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흉마는 손에 묻은 뇌수를 대충 털어내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그래도 살인을 하니 기분이 어느 정도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흉마는 지평선 끝에서 무언가 찰랑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북해호였다.

흉마는 반색하였다.

드디어 북해호에 도달하였기 때문이었다.

흉마는 북해호가 보이자 수하들을 닥달하여 더욱 속도를 높였고 이내 북해호에 도달하게 되었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거대한 호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모습을 본 주도산은 만족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북궁연만 찾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막 걸음을 옮겨 수색할 찰나였다.

"응?"

주도산은 갑자기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온몸을 뒤덮는 것을 느꼈다.

`뭐지?`

위화감의 정체에 의문이 든 그는 눈을 부릅뜨고 찬찬히 북해호를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바다보다 더욱더 크고 깊은 호수

여기저기 떠다니는 빙산들

그리고 얼려져 있는 호수

"응?"

순간 흉마는 위화감의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다.

흉마는 재빨리 몸을 날렸다.

그리고 얼려져 있는 호수에 발을 내디뎠다.

상당한 두께로 얼려진 것인지

이백근 가까이되는 자신이 뛰어내려도 금하나 가지 않았다.

이내 흉마는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북해호는 얼지 않는다.

그것도 지금 같은 여름에는 더더욱 말이다.

그런데 그런 북해호가 얼어붙어있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누군가 인위적으로 호수를 얼렸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는가?

흉마의 표정이 눈에 띄게 나빠지기 시작하였다.

흉마는 알고 있었다.

북해호마저 얼릴 정도로 강력하기 그지없는 빙공을 말이다.

이십여년 전 항주 전역을 모두 얼려버렸다는 빙마氷魔의 성명절기.

오직 직계에게만 전해진다는 북해빙공에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적인 무공

천음빙백신공天陰氷白神功이었다.

흉마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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