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64화 (265/1,419)

〈 264화 〉 265.예뻐서 눈을 마주할 수 없었소.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석규는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며 운적자에게 물었다.

책임자가 장 대협이라니?!

아무리 무력이 뛰어나다고 한들 단체를 이끄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말 그대로라네. 장대협은 수색대의 명령권을 가지고 있다네."

운적자의 말을 들은 석규는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하였다.

이해가 전혀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청성제일검이 버젓이 있는데 어찌 저리도 어린 자가 수색대의 책임자가 됐다는 말인가

"그러니 동행에 관한 것은 장 대협과 직접 상의하게나."

운적자는 석규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하였다.

마음 같아선 흔쾌히 동행을 허락하고 싶었지만, 자신은 수색대의 책임자가 아니었다.

모든 권한은 선우에게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운적자의 말을 들은 석규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꼼짝없이 돈을 내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석규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선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상당히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선우를 말이다.

분명 운적자가 등장하자마자 자신은 뒷전으로 밀어두고 달려간 석규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리라

그의 표정을 본 석규는 사색이 되었다.

아무래도 값싸게 후려치려던 생각은 고이 접어둬야 할 듯 싶었다.

*********

덜커덩 덜커덩

마차가 격하게 흔들렸으며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요란하게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다소곳이 앉아있었다.

평소라면 드러누운 상태에서 뒹굴었을 그였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런 행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바로 눈앞에 있는 여인 때문이었다.

능소화

잔혈마검殘血魔劍 피상득을 죽인 정체불명의 여인.

그 여인이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일까

선우는 대행수 석규와의 협상을 통해 상당한 금액을 뜯어낼 수 있었다.

동행의 댓가로 말이다.

그리고 동행을 하게 된 그들은 수색대의 뒤를 졸졸 따라오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합의가 원만히 진행되어 자리를 뜨려는 찰나에

그녀가 말을 걸었다.

선우와 같이 마차에 타고 싶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찌 규중처자가 외간남자와 단둘이 마차를 탄다는 말인가?

아무리 정조 관념이 자유로운 북해라 해도 너무나 개방적인 사고였다.

선우는 고민에 빠졌다.

이걸 허락했다가는 또 이상한 소문에 휘말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선우가 거절하려는 찰나

그녀는 말하였다.

상단의 인물들은 믿을 수가 없으니 자신과 호위무사를 태워달라고 말이다.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이내 수긍을 하였다.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그녀를 팔아먹으려고 했던 상인들이었다.

어찌 그녀가 그들을 믿고 함께 갈 수 있겠는가

사정을 알게 된 선우는 흔쾌히 허락을 하였다.

어차피 기절한 호위무사도 같이 타고 갈 터이니 이상한 소문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선우는 그 선택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냥 설향이나 불허 사태의 마차에 태울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울 때만 하더라도 별생각이 없었으나 막상 마주 보며 앉으니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제일 큰 문제는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시선을 올리자니 너무나 신비롭고 매력적인 외모에 넋이 나가 무례하다 느낄 정도로 뚫어져라 쳐다보게 되었고 그렇다고 시선을 내리자니 굴곡진 몸매가 눈에 들어와 가슴이 떨려왔다.

결국, 옆이나 애꿎은 바닥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너무 불편하였다.

선우는 이런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자에게 충분히 익숙해질 대로 익숙한 자신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이 여자 앞에서는 풋사랑도 못 피운 애송이가 된다는 말인가?

"어째서 시선을 피하는 것이더냐."

그때 앞에서 능소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피했소."

선우는 짤막이 대답을 하였다.

"아니, 그대는 피하고 있다. 나를 바보로 아는가?"

"아니라니까.."

"거짓말."

능소화는 선우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난 그대가 시선을 돌린 그 순간부터 쭉 그대만을 바라봤다. 그런데 단 한 번도 나를 보지 않더군."

".........."

"내가 그리도 못났더냐?"

능소화는 짐짓 서운하다는듯 그에게 말하였다.

"아니...그런게 아니오!"

"그렇다면 시선을 피하지 말거라. 나는 사람 눈을 보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시선을 올리자 요요하기 그지없는 붉은 적안이 반짝거리며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야 마주하게 되는구나."

선우와 시선을 마주치자 능소화는 진하게 웃었다.

선우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덜컹

그때 돌부리에 걸린 것인지 마차가 한 번 덜컹거리며 흔들렸다.

그리고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능소화의 향이 느껴졌다.

달콤하고 매혹적이기까지 한 능소화의 향기

선우는 정신마저 혼미해졌다.

`안되겠다.`

선우는 재빨리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이러다간 정신줄을 놔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우우우웅

내력이 움직이며 선우의 흥분된 마음을 천천히 가라앉혔다.

그리고 이내 요동치던 마음이 고요해지기 시작하였다.

`후우`

어느정도 마음을 진정시킨 선우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화경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오른 자신이 흔들릴 정도의 외모를 마주할 줄은 상상도 못 하였다.

선우는 고요한 눈으로 능소화를 마주하였다.

"왜 그렇게 눈을 피하는 것이냐."

"예뻐서 눈을 마주할 수 없었소."

마음이 고요해진 선우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토로하였다.

"그것 참 기분 좋은 말이군."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것보다 괜찮겠소?"

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뭐가 말이냐?"

"피상득의 시체를 넘겨주는 일 말이오."

"무슨 문제가 있느냐?"

"피상득에게는 고액의 현상금이 걸려있소. 오대 거부 중 하나인 손무철의 재산 중 절반이나 말이오. 어찌 포기할 수 있겠소?"

선우는 궁금하다는듯이 그녀에게 물었다.

아무리 자신이 북풍대를 전멸시켰다고는 하지만 피상득의 시체에는 그보다 더한 가치가 있었다.

중원 오대 거부 중 하나인 손무철의 재산 중 절반인 것이다.

아무리 부자라해도 혹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걸 이리도 쉽게 넘겨준다는 말인가

"돈이 궁하게 살아본 적은 없다."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그리고 먼곳에 있는 돈보단 눈앞의 안전이 제일이지 않겠는가? 죽어서 돈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담백하구려."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감탄한 듯 말하였다.

기껏해야 이십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그녀였다.

그런데 세상사에 초탈한 모습은 오래토록 수양한 고승이나 도사를 연상케 하였다.

"혹여 연배가 있으시오?"

"올해 스물 여 덟이다."

선우의 물음에 그녀는 담담히 답하였다.

"나랑 같구려. 그럼 말 편히 하시겠소?"

"거절하겠다."

"화통한 성격이랑 달리 묘한 데서 쪼잔하구려."

"그저 예를 중요시 여길 뿐이다."

그녀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답하였다.

"그나저나 정체가 무엇이오?"

"이름을 말하지 않았던가?"

"이름말고 그대의 본래 신분 말이오."

선우는 궁금하다는 듯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척 보기에도 고귀하기 짝이 없는 느낌을 팍팍 풍기고 있었다.

게다가 입고 있는 옷도 감히 사천의 특산품인 촉금(蜀錦)과 비견할 정도의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 여자의 신분이 평범할 리 만무하였다.

"비밀이다."

선우의 물음에 그녀는 짤막이 답하였다.

"쩝, 단호하시구려."

그녀의 단호한 대답에 선우는 아쉬운듯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그럼 혹여 실례가 안 된다면 북해로 가려는 목적을 알 수 있겠소?"

"그것도 비밀이다."

"아니 무슨 비밀이 그리 많다는 말이오?"

"그대가 전부 곤란한 질문만 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다른 질문을 하거라."

"무공을 익혔소?"

"비밀이다."

"아니 뭘 물어봐도 비밀이라면 어쩌자는 것이오!"

"그대가 하는 질문이 전부 이상하다. 어찌 그리도 나를 곤란케 하는 질문만 한다는 말인가."

능소화는 나름 발끈하며 말을 이었다.

물어보는 질문마다 어째 답하기 곤란한 것들뿐이었다.

"그럼 대체 무엇을 말해줄 수 있다는 말이오!"

"좋아하는 음식정도는 말해줄 수 있다."

"그런 걸 알아서 뭐에 쓴단 말이오!"

"알아둬서 나쁠 것은 없지 않더냐!"

선우와 능소화는 아옹다옹 거리며 언성을 높였다.

"차라리 그대가 질문을 하시오. 내 대답해주리다."

"내 생각에도 그것이 나을 듯싶구나."

선우의 말에 능소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물었다.

"화경 중경에는 언제 도달했더냐?"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질문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별안간 자신의 경지는 어떻게 알아냈다는 말인가?

선우의 눈이 순간 복잡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능소화는 그런 선우를 요요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

북해빙궁 지하석실

쓱 쓱

"흐흐흐흐 아이고 귀여워라"

서필은 눈앞에 있는 비구니의 반질반질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읍...읍..읍!"

서필의 손길을 받은 비구니는 무어라 말하고 싶은지 격렬하게 몸을 흔들며 비명을 질렀다.

서필은 그런 비구니가 귀여웠는지

도화빛 가득한 뺨에 입을 맞추었다.

"읍.읍읍읍!"

그러자 비구니는 더욱더 몸을 격렬하게 흔들기 시작하였다.

"크흐흐흐 그렇게 좋더냐?"

그 모습을 본 서필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서필의 말을 들은 비구니는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수치스러움과 설움이 동시에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런 꼴을 당해야 한다는 말인가

"하아...하아...우는 모습도...충분히 꼴리는구나."

그리고 그녀가 눈물을 보이자 서필은 흥분한 듯 눈이 몽롱하게 풀렸다.

서필은 천천히 바지를 벗기 시작하였다.

스르륵

그리고 이내 바지가 내려가고 그의 우뚝 솟은 양물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읍!!"

그 모습을 본 비구니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더욱더 바둥거리기 시작하였다.

"내 너를 건들지 말라는 흉마님의 명을 듣기는 하였으나 도저히 참지 못할 것 같구나."

서필은 잔뜩 상기된 얼굴로 비구니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흉마는 북해호로 떠나가기 전 서필에게 단단히 일러두었다.

납치한 계집들은 모두 자신이 먼저 맛 볼터이니 그전까지 누구 하나 건들지 못하게 하라고 말이다.

그의 명에 수하들은 불만을 가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흉마의 처녀에 대한 집착은 상상을 초월하였으니 말이다.

분명 비구니 중 하나가 처녀가 아니란 걸 눈치챈다면 어떻게든 범인을 색출하여 그대로 죽여버릴 것이 뻔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서필은 그런 흉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참을 수가 없었다.

그냥 참기엔 비구니는 너무나도 꼴리는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 이건 다 네가 나쁜 거야. 네가 야하게 생긴 젖탱이랑 보지구녕을 가진 탓이라고!`

서필은 자기합리화를 하며 서서히 자지를 들이밀기 시작하였다.

흉마에게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고 보고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흉마가 오기 직전까지 그녀를 미친듯이 범하다 죽여버리면 되리라

서필의 흉측한 양물이 서서히 비구니의 옥문에 다가서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비구니는 절망섞인 눈빛으로 끊임없이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이내 그의 양물과 비구니의 옥문이 맞닿게 되었다.

서필은 쾌재를 불렀다.

이대로 허리를 움직여 그대로 쑤셔 넣기만 한다면 부처님도 울고 갈 쾌락을 맞을 수 있으리라

서필이 허리에 힘을 줄 찰나였다.

쾅 쾅 쾅

누군가 석실의 문을 거칠게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시발!"

자지를 박는 것을 방해받은 서필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 중요한 순간에 대체 누구란 말인가?

"뭔데 시발놈아!"

서필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서필님! 큰일 났습니다!"

남자는 다급히 문을 두드리며 말하였다.

"무슨 일인데!"

서필은 답답하다는듯이 되물었다.

"지금 빙궁이 습격을 받고 있습니다!"

"뭐라?!"

예상치도 못한 말에 서필은 놀라 되물었다.

뜬금없이 습격이라니!?"

"누군데! 몇명이야! "

"누군지는 알 수 없으나 인원은 한 명입니다."

"장난하냐 시발놈아, 한 명이면 그냥 대충 애들 몇 명 내려보내면 될 것 아니야?"

"그 한 명을 못 당해내고 있습니다!"

"뭐라!?"

그의 말에 놀란 서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록 주요 전력 대부분이 흉마를 따라 나갔다고는 하지만 현재 북해빙궁에는 중소문파 정도되는 전력들이 상주해있었다.

그런데 고작 한 명을 당해내지 못한다니?!

"젠장할, 한창 좋을 때, 다 망쳤군!"

서필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바지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바닥에 내려 놓았던 검을 집어들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나서야 할 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 새끼 어딨어?"

서필은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그에게 물었다.

그의 몸에서 흉흉하기 짝이 없는 불길한 기운들이 잔뜩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저...저를 따라오십시오."

서필의 흉한 기운에 겁을 집어먹은 것일까

수하는 말을 더듬으며 서필의 물음에 답하였다.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서필을 안내하였다.

서필은 눈빛에서 흉흉한 빛을 뿜어내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

석실 안에는 알몸의 비구니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