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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55화 (256/1,419)

〈 255화 〉 256.북풍대의 습격-1

"괜찮으십니까!?"

그녀가 천장에 머리를 박은 것을 본 마부장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의 표정에는 걱정이 가득 차 있었다.

평생 모실 주군으로 선택한 능소화였다.

그런 그녀에게 상처가 났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괜찮다."

그녀는 살짝 글썽인 눈물을 슬며시 닦고는 그에게 답하였다.

특수한 방법으로 내력이 금제 당한 그녀는 일반적인 사람과 다름없는 몸이었다.

그렇기에 머리통에 몰려드는 고통이 상당하였지만, 군주로서 위엄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짐짓 정색을 하며 신색을 회복하였다.

너무 아픈 티를 내었나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오!"

그녀가 멀쩡하다는 사실에 안도한 마부장은 그대로 마부석 쪽을 바라보며 소리 질렀다.

마차를 멈출 것이면 서서히 멈추든가 해야지 그렇게 과속하는 상태에서 멈추면 어쩌자는 것인가?

자칫했다간 마차가 전복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죄..죄송합니다."

마부장의 고함을 들은 것인지 마부석 쪽에서 주눅이 잔뜩 든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마부장의 위엄 섞인 고함에 겁을 집어먹은 것이리라

"아니 죄송하다면 다오? 대체 운전을 어떻게 하는 것이오! 자칫 잘못하다 마차가 뒤집혀졌으면 어찌할 뻔 하였소! 대형사고가 날 뻔한 것이오!"

마부장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소리를 질렀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서..."

마부장의 성난 기세를 그대로 받은 마부는 말끝을 흐리며 변명을 하였다.

"대체 그게 무슨 사정이오!"

"지금 상단 행렬 앞쪽을 누군가 막아서고 있습니다."

마부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말하였다.

"뭐라!?`

그의 말을 들은 마부장은 놀라 그에게 되물었다.

뜬금없이 누가 상단행렬을 막아선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마적대인 것 같습니다."

마부는 걱정스럽다는 듯한 기색으로 그에게 말하였다.

그리고 마부의 말을 들은 마부장은 안색이 굳어졌다.

"마적이라니? 이렇게 춥디추운 북해에 마적이 있다는 말인가?"

마부장은 의문 담긴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그는 이해가 안 되었다.

일반적인 말들로는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 곳이 바로 북해가 아닌가?

더구나 약탈할 대상을 찾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광활하고 넓은 땅덩어리를 자랑하는 곳이 바로 북해였다.

그런데 어찌 그런 북해에 마적대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북해도 마적이 있습니다."

그의 물음을 들은 마부가 입을 열었다.

"어찌 이렇게 추운 날씨에 마적질을 하고 다닌다는 말인가?"

그의 말을 들은 마부장은 뜨악하며 그에게 물었다.

"북해의 마적대들은 모두 무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추위 정도는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지요."

그녀의 말을 들은 마부는 조곤조곤 그녀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게다가 하나같이 모두 한혈마를 타고 있기에 기동성 또한 뛰어납니다."

"한혈마를?!"

그의 말을 들은 마부장은 놀라 그에게 되물었다.

한혈마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할 정도로 희귀하여 웃돈을 주고 상단 표행에 합류하게 만든 장본인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한낱 마적따위가 그런 보물 중에 보물을 타고다닌다는 말인가

"그들이 주로 약탈하는 대상은 북해로 진입하는 상단들입니다. 그들을 약탈하여 한혈마를 확보한 것입니다."

"허어."

그의 말을 들은 마부장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 귀하디 귀한 한혈마를 그런 식으로 확보했다고 생각하니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이오?"

마부장은 마부에게 의문이 담긴 질문을 하였다.

능소화의 호위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그의 입장에서는 상단의 행보가 무척이나 중요하였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는 통행료만 받고 가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저희 정도 되는 상단이라면 마적대 입장에서도 상대하기 껄끄러워하기 때문이지요."

마부장의 말을 들은 마부가 차근차근 답을 하였다.

"후우"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마부장은 약간의 안도를 하였다.

마적대를 만났다고는 하나 최악의 상황까지는 아닌듯 싶었다.

통행료만 주고 넘어갈 수 있다면 그리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콰쾅

그때 앞쪽에서 커다란 굉음이 들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굉음에 놀란 마부장이 마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일이 잘 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부는 사색이 된 얼굴로 뒤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제기랄."

마부장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쉽게 가나 싶었더니 아무래도 그른듯싶었기 때문이다.

아아악

으아아악

이내 그의 귓가에 날카로운 금속음과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협상이 결렬되면서 전투가 벌어진 듯 싶었다.

"..일..단! 최후미로 대피를 하시지요."

마부는 능소화와 마부장을 바라보며 대피를 권하였다.

그들의 마차가 위치한 곳은 싸움이 벌어진 곳과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자칫하면 말려들 수도 있는 것이다.

"알겠네."

그의 말을 들은 마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하였다.

그 또한 마차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하책으로 여기던 참이었다.

일단 움직여야 했다.

능소화를 안전하게 모시기 위해서는 말이다.

"아가씨 일단 이동하시지요."

마부장은 능소화를 바라보며 정중히 말하였다.

끄덕 끄덕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내공이 금제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저 짐이 되지 않게 안전한 곳에서 대피하는 것이 가장 상책이리라

벌컥

그녀의 동의를 얻은 마부장은 그대로 마차 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먼저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아프도록 시린 설풍이 그를 반겨주었다.

마부장은 개의치 않고 주변을 둘러보며 경계를 이어갔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마적들과 표사들이 대치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다행히 이쪽까지 넘어온 마적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오시지요."

마부장은 마차 안에 있는 능소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차 밖으로 걸어 나왔다.

능소화가 마차 밖으로 나오자 마부장은 그녀의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후미 쪽으로 이동하시지요. 저도 뒤에서 엄호하겠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고개를 끄덕인 후 마부와 함께 후미로 이동을 하였다.

마부장 또한 그녀의 뒤편에서 엄호를 하며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들은 최후미에 있는 곳에 닿을 수 있었다.

그곳에는 그들 말고도 상당히 많은 인원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북문상단의 상인들이었다.

갑작스레 벌어진 전투의 여파를 피하기 위해 최후미로 대피해온 듯하였다.

"드디어 오셨군요."

그들이 도착하자 맨 앞에 있던 땀을 잔뜩 흘리고 있는 통통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이번 상단의 책임자인 상단 대행수 석규였다.

"혹여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하였습니다."

석규는 걱정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대행수께서는 상당히 빠르게 오셨군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상행이 아닙니까? 신속해야지요."

마부장의 말을 들은 석규는 연신 땀을 닦으며 말을 이었다.

그 모습을 본 마부장은 감탄하였다.

분명 대행수가 타고있는 마차는 자신들보다 한참이나 앞에 있었다.

그런데 자신들보다 최후미에 더욱 빠르게 도달한 것이다.

분명 마차가 멈추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간 것이리라

그의 생존 본능에 감탄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된 것입니까!"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때 원래 최후미에 상인들이 물음을 던져왔다.

갑작스레 마차가 멈추더니 앞쪽에 있는 상인들이 단체로 몰려들었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습격일세."

그들의 물음에 대행수 석규가 말을 받았다.

"습격이요!?"

"아니 습격이라니!?"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상인들은 놀라 반문을 하였다.

별안간 무슨 습격이라는 말인가?

"아무래도 마적들의 소행인 것 같네."

"그런..."

"마적이라니..."

석규의 말을 들은 상인들은 순식간에 안색을 굳혔다.

보통 북해에서 마적들이 들이닥칠 경우 통행료를 지급하고 지나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대행수인 석규마저 대피할 정도라면 협상이 결렬됐다고 봐야 했다.

분명 앞쪽에서는 칼부림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리라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지금 우리 상단을 지켜주는 것은 칠성표국이 아니던가!"

상인들이 불안한 표정을 짓자 석규는 그들을 안심시켜주기 위해 말을 이었다.

칠성 표국은 북경에서 가장 성세가 강성한 표국으로서 이번에 상행을 같이 온 표두들은 모두 일류의 경지에 다다른 고수들이었다.

더구나 그들을 총괄하는 칠성검 곽만의 경우 절정 상경에 육박하는 업계 최고의 고수가 아니던가

또한 표사들의 경우에도 모두 경험이 풍부한 이류 고수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쟁자수들의 경우에도 기골이 장대한 자들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고작 마적 따위에게 질 전력이 아닌 것이다.

"그...그렇겠지요?"

"맞습니다. 칠성표국이 북문 상단을 지켜주는데 뭐가 두렵겠습니까."

"마적따위에게 질 칠성표국이 아니지요. 아암"

대행수 석규의 말을 들은 상인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희망적인 말을 내뱉었다.

완전히 안심이 되는 것은 아니나 그래도 처음보다는 어느 정도 불안감이 가시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본 석규를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불안하긴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자신이 여기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다른 이들 모두 불안감에 온몸을 덜덜 떨 것이다.

상행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그 꼴은 볼 수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들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잡고 있게나."

석규는 안심하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상인들은 저마다 무기가 될만한 것을 집어 들기 시작하였다.

어떤 이는 품 안에 든 비수를 집어 든 이도 있었고 어떤 이는 지팡이 하나를 든 이도 있었으며 또 어떤 이는 돌멩이까지 집어 들었다.

언뜻 보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눈빛은 더없이 진지하였다.

스르릉

그 모습을 본 마부장도 옆구리에 찬 검대에서 검을 빼 들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

갑자기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깜짝 놀란 상인들은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찾기 위해 사방을 경계하였다.

그리고 이내 소리가 뒤편에서 들려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황한 상인들은 우왕좌왕하였고 마부장은 고요한 눈으로 뒤편을 바라보고 시작하였다.

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시간이 지날 수록 땅이 울리는 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리고 이내 그 소리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온몸에 붉은 빛을 띄고 있는 거대한 한혈마였다.

땀을 피처럼 흘린다하여 한혈마라고 하였던가

그런 의미로 본다면 눈앞에 있는 말은 누구보다 한혈汗血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말이리라

말을 물들고 있는 붉은 색은 그 어떤 한혈마보다 붉고 진하였다.

마치 인간의 핏물처럼 말이다.

또한, 거대한 위용이 절로 오금이 저리게 만들었다.

"다들 여기 모여있었군."

그때 말 위에서 무척이나 싸늘한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 음성이 어찌나 차가운지 온몸에 절로 오한이 들 정도였다.

말을 마친 남자는 그대로 한혈마에서 내려와 땅에 착지하였다.

땅에 그의 발이 닿자

상당히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박 사박

말에서 내려온 남자는 후미에 있는 상인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이내 그의 모습이 온전히 드러나게 되었다.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정갈하게 생긴 중년인이었다.

모르고봤더라면 정파의 협사라고 칭해도 믿을 만큼 말이다.

눈은 심유하기 그지 없었으며 머리를 단정히 곱게 비어져 있었다.

게다가 수염은 어찌나 관리를 잘하였는지 멋들어짐이 절로 드러날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모습을 본 상인들은 안심하지 못하였다.

정갈하게 생긴 인상과는 달리 끈적하기 그지없는 살기가 그들의 온몸을 옭아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당신은 누구시오!"

상인 중 하나가 용기를 내어 소리쳤다.

"말하라고 한 적 없었는데?"

상인의 말을 들은 남자는 환하게 웃더니 옆구리에 매고 있던 검을 그대로 휘둘렀다.

쇄애애액

그 발검술이 어찌나 빠른지 마부장은 한순간 그의 움직임을 놓쳐버렸다.

"쿨럭 쿨럭."

그때 옆에서 거친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마부장은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옆에는 소리를 쳤던 상인이 피를 잔뜩 흘린 채 기침을 하고 있었다.

"괜..괜찮으시오?"

마부장은 상인을 바라보며 떨리는 음색으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상인은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기침을 하던 상인의 목에 실선이 그어지더니 이내 옆으로 떨어지기 시작하였기 때문이었다.

촤아아아아아악

데구르르르르

잘린 목에서 피가 터져 나왔고 상인의 목은 춥디추운 북해의 땅을 굴렀다.

"묻는 것은 나다. 너희들은 대답만 하라."

남자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위험한 자다.`

그를 바라보는 마부장의 눈빛이 쉴 새 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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