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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51화 (252/1,419)

〈 251화 〉 252. 경화군주, 능소화가 되다.

"뭐라? 표행에 끼어가기로 하였다고?"

경화 군주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마부장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녀의 물음에 마부장이 죄송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답을 하였다.

"어째서냐?"

그의 대답을 들은 경화 군주는 이해가 안된다는듯 그에게 물었다.

자신이 북해로 떠나는 것은 관광이나 여행이 아니었다.

빙정이라는 북해의 보물중에 보물을 찾기위한 여정인 것이다.

그런데 어찌 알지도 못하는 표행에 끼어서 간다는 말인가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마부장은 송구스러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제일 먼저 한혈마의 부재때문이었습니다."

"한혈마?"

"그렇습니다. 군주님께서 명을 내리신 직후 곧바로 북경에 존재하는 모든 마시장을 돌아다니며 한혈마를 찾기위해 동분서주하였으나 어디에서도 한혈마를 구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죄송스럽다는듯이 눈을 내리깔며 말을 이었다.

"한혈마가 없으면 다른 준마들을 이끌고 가면 되는 것이 아니더냐?"

그의 말을 들은 경화 군주는 이해가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한혈마가 없으면 다른 말을 구하면 될 것이지 어찌 한혈마만을 고집한다는 말인가

"일반적인 준마들로는 북해를 횡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혈마가 아닌 다른 말들은 북해의 차가운 설풍을 맞을 경우 그대로 속도를 줄이고 바람이 멈출 때까지 기다립니다. 제대로 된 횡단을 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녀의 물음에 마부장은 한혈마가 필요한 이유를 설토하였다.

"정녕 구할 수 없던 것이냐?"

"웃돈을 얹어준다고해도 판다는 이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

그는 담담한 어조로 그녀에게 말하였다.

"흐음"

그의 말을 들은 경화 군주는 침음성을 내뱉으며 고민에 빠졌다.

아무래도 표국과 동행하는 것이 영 내키지가 않은듯 하였다.

빙정을 구하기 위해서는 단독 행동을 해야할 일이 생길 수 있었다.

그런데 표국에 얽매이게 된다면 상당한 행동의 제약이 생겼다.

제대로 된 수색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황궁에 있는 한혈마 몇 필을 데리고 올수는 없는 것이냐?"

고민 끝에 경화 군주는 마부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안됩니다."

"어찌하여?"

"만약 황궁에서 한혈마를 빼돌린다면 군주님의 행적이 의심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는 단호한 어조로 경화 군주에게 말하였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한혈마는 소문난 명마였다.

그런 한혈마를 한 필도 아니고 여러 필 빼돌린다면 그녀의 행적은 의심을 받게 될 것이고 거짓으로 폐관을 든다고 한 후 북해로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황궁에서 한혈마를 빼돌릴 수는 없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군주님."

그런 그녀의 걱정을 아는 것인지 마부장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표국과 동행하는 것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대체 무슨 이점이 있다는 것이냐?"

그녀는 모르겠다는듯 마부장에게 물었다.

행동에 크나큰 제약이 걸리건만 어찌 이점이 있다는 것인가

"일단 표국의 경우 전문적인 길잡이를 데리고 있습니다. 아마 누구보다 빠르게 북해로 진입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설풍이 불고 사방이 하얗기 그지없는 북해에서도 길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입니다."

마부장은 반짝이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보통 표국의 경우 전문 길잡이들을 고용해놓는다.

길잡이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표행의 안전성과 신속성의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었다.

특히 북해의 경우 워낙 날씨가 험하기도 하고 하얀 눈만이 펼쳐져 있었기에 길잡이의 역할이 무척이나 중요하였다.

그들이 군데군데 맡아두었던 은신처들이 모두 설풍을 피할 수 있는 좋은 보금자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얀 눈을 바라보다보면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길을 잃기가 십상인데 길잡이가 있다면 그런 걱정을 덜 수 있었다.

"그리고 웃돈을 얹어준다면 불피우거나 식사 준비와 같은 잡일들을 도맡아 해주니 얼마나 편하겠습니까?"

"흐음"

마부장의 말을 들은 경화 군주는 표행에 동행하는 것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길잡이가 있다면 더욱더 신속히 북해에 들어갈 것이고 잡일들을 도맡아 해준다면 자신과 마부장 모두 불편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모든 이점들을 상쇄시킬 정도의 단점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

경화군주는 마부장을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무슨 문제입니까?"

"우리가 북해를 가는 목적은 여행이나 관광이 아니다. 빙정을 찾아떠나는 여정이란 말이다. 분명 독단적인 행동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표행에 매여있다면 행동에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북해까지만 같이 진입하고 그 이후로는 따로 갈 요량이니까요."

그녀의 말에 마부장은 걱정말라는듯이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한혈마는?"

"표국 측에서 빌리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거면 처음부터 한혈마를 빌리면 되지 않은가?"

마부장의 말을 들은 경화 군주는 발끈하듯 소리쳤다.

그런식으로 할거면 애초부터 표국에서 빌리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뭣하러 굳이 표행을 동행한다는 말인가

"그게 안된다고 하더군요. 중원에서 실고가는 것들은 부피나 무게가 상당한 것들이 대부분인지라 한혈마를 함부로 빌려주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

그녀의 물음에 마부장은 난감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북해에서 중원으로 돌아올때는?"

"북해에서 매입해오는 물품들은 부피가 크거나 무게가 나가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서너 필정도는 여유롭게 빌려줄 수 있다하였습니다. 물론 웃돈을 얹어줘야한다고 하였지만 말이죠."

마부장은 총표두에게 들었던 내용을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보통 중원에서 북해로 가는 물품은 도자기나 병장기, 비단, 원목과 같은 부피나 무게가 상당히 나가는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한혈마를 빌려주기 힘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북해에서 매입하는 물품들은 희귀한 귀금속이나 술 혹은 공예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중원에서 가져오는 물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피가 작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웃돈만 쥐어준다면 한혈마를 흔쾌히 빌려주겠다고 말한 것이다.

물론 보증금 명목으로 한혈마를 살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을 쥐어줘야 하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흐음"

그의 말을 들은 경화 군주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입가에 만족스러운듯한 미소가 지어졌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아니 오히려 무척이나 좋은 조건이었다.

다른 이들과 간다는 약간의 불편함만 감수한다면 상당히 편안한 북해행이 보장되는 것이다.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은 조건인 것 같군."

그녀는 마부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고생하였다."

"아닙니다."

그녀의 치하에 마부장은 송구하다는듯 말을 이었다.

"그럼 따로 준비해야할 것이 있는가?"

그녀는 마부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기본적인 것들은 모두 상단에서 준비해줄 것입니다. 저희는 그저 대여형식으로 그것들은 모두 빌릴 것이고요. 그러니 군주님께서는 옷가지정도만 준비하면 충분할 것입니다."

"그렇군."

그의 말을 들은 경화 군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가명을 하나 지으셔야할 듯 싶습니다."

"가명?"

"밖에서는 군주님이라는 호칭을 할 수 없으니까요."

"..........."

그의 말을 들은 경화 군주는 고민에 빠졌다.

가명이라니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그대가 지어주게."

"제...제가 어찌!"

그녀의 말을 들은 마부장은 놀라 그녀에게 물었다.

"내 그런 가명을 짓는데는 영 서툴러서 말일세."

그런 마부장을 바라보며 경화 군주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흐으음"

그녀의 말을 들은 마부장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어떤 이름을 지어줄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경화 군주가 쓸 가명인데 어찌 대충 지을 수 있겠는가

마부장은 시선을 올려 경화 군주를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타는듯 한 적발과 적미 그리고 위엄이 서려있는 눈빛, 오똑하기 그지없는 코와 붉은 입술 그리고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고급스럽기 그지없는 황금빛 경장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가히 신화속에 나오는 여신처럼 말이다.

특히 붉디 붉은 모발과 금빛 경장이 찬란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아!'

그 모습을 본 마부장은 불현듯 무언가 생각나는듯 감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능소화 어떠십니까?

"능소화?"

"여름에 피는 붉은 꽃입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금등화金藤花라고도 불리우지요."

마부장은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녀를 보자 떠올린 것은 여름에 피는 능소화였다.

붉다기보단 주황빛을 가지고 있는 능소화였지만 붉은 머리와 금빛 경장이 어우러진 그녀를 보니 능소화의 아름다움이 절로 상기가 되었다.

"나쁘지 않구나."

마부장의 말을 들은 경화 군주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하였다.

그가 지은 가명이 썩 마음에 든 듯하였다.

"그럼 능소화로 하시겠습니까?"

마부장은 경화 군주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 하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표행 중에는 소화 아가씨라고 부르겠습니다. 부디 결례를 용서하소서."

마부장은 죄송스럽다는듯 고개를 숙이며 그녀에게 말하였다.

군주인 그녀를 어염집 처자처럼 부른다고 하니 왠지 모를 송구함이 들었기 때문이다.

"개의치 않는다."

그의 말을 들은 경화 군주는 담담히 말을 받았다.

북해로 떠나는 것을 완벽히 숨길 수만 있다면 그런 취급따윈 하등 상관없었다.

"감사합니다."

마부장은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였다.

분명 자존심이 상할 일일 수도 있으터인데 이렇게 관대하게 넘어가는 것이 감사했기 때문이다.

"출발은 언제인가?"

그녀는 마부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앞으로 사흘뒤입니다."

"촉박하군."

마부장의 대답을 들은 경화 군주는 안색을 살짝 찌푸렸다.

생각보다 촉박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폐관에 들어가겠다고 한 날짜는 아직 오일이나 남았다.

그런데 이틀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촉박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미리 폐관에 드셨다고 말하면 될 것입니다."

그런 경화 군주를 보며 마부장이 입을 열었다.

"아니 완전히 의심을 털어내려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들어가야한다."

그의 말에 경화군주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내일 사람들을 불러모으거라. 직접 폐관 수련관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줄터이니."

"여부가 있겠습니까."

마부장은 그녀의 명에 답한 후 그대로 물러나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내 방 안에는 경화 군주 혼자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능소화...능소화라.."

방 안에 남은 경화 군주는 능소화라는 이름에 상당한 여운을 느끼는지 몇 번이고 이름을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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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소협 , 이것 좀 드셔보시지요! 제가 직접 따온 것입니다."

청성의 무인 중 하나가 선우에게 산딸기 몇 개를 건네며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제것부터 잡수십시오! 제가 직접 잡아온 놈입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청성의 무인이 그에게 생선 머리 부분을 그에게 건네며 말하였다.

"아닙니다! 이것부터!"

"아닙니다 제것부터!"

그들뿐만 아니었다.

수많은 청성의 무인들이 선우를 둘러싸고 너도나도 먹을 것을 권유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예기치도 못한 상황에 선우는 난감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처음 시작은 청송이었다.

그는 근처에서 직접 캐온 나물을 무친거라며 선우에게 권하였다.

정성에 감동한 선우는 그가 가져온 나물을 냉큼 받아먹고는 그에게 고마움을 표하였다.

그게 발단이 되었다.

그후 바깥에서 식사를 해결할 때마다 청성 제자들의 열렬한 식고문이 시작 된 것이다.

그들은 마차가 멈추자마자 바깥으로 튀어나와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녔다.

어떤 이는 산나물을 캐오기도 하였고 어떤 이는 과일을 따서 오기도 하였다.

또 어떤 이는 토끼를 잡아왔고 심지어 어떤 이는 노루나 맷돼지를 잡기위해 산을 쏘다니기 시작하였다.

온전히 선우를 대접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들의 과한 친절에 선우는 당황하였고 난감한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또한 선우는 이해가 안되었다.

어찌 그들의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운적자를 그렇게 처참하게 만든 자신을 이렇듯 호의로 대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그들이 거짓 섞인 가식으로 호의를 베푼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먹을 것을 갖다주고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같은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 보았기 때문이다.

어찌 저런 강아지같은 눈빛으로 자신을 대하는 이들이 가식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가식이 없었기에 더욱더 곤란하였다.

"제것부터.....!"

"아니 제것부터...!'

"저리 비켜라!"

"너야 말로 비켜!"

호의를 베풀다못해 저들끼리 싸우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선우는 골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그만 두지 못할까!"

그때 쩌렁쩌렁한 호통소리가 청성의 제자들에게 들려왔다.

청성의 제자들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장 소협이 불편해 하지 않더냐!"

호통을 내지르는 자는 청성제일검 운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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