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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50화 (251/1,419)

〈 250화 〉 251.경화군주-4

"폐관 수련을 할 것이다."

상석에 앉아 있던 경화 군주가 좌중을 둘러보며 선언하듯 입을 열었다.

"아니, 어찌.."

"군주님.."

넓은 탁자에 앉아 있는 수많은 이들 저마다 탄식을 내뱉었다.

"조용."

그녀는 언성에 내력을 담아 소란스러움을 일시에 잠재워버렸다.

"내가 말이 끝날 때까지 그 누구도 입을 열지말도록 하라."

그녀는 힘있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나는 지금 무공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몸에서 언제고 불길이 뿜어져 나올지 예측조차 못하는 상황이지."

그녀는 그들을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만약 이대로 놔두었다간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고 종국에는 끔찍하기 그지없는 참사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

그녀는 불안이 담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폐관수련을 하려고 한다. 애초에 경지가 오르면서 이 사달이 난 것이니, 만약 좀 더 위의 경지에 올라서게 된다면 이런 현상 또한 그저 지나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지."

그녀는 확신에 찬 눈으로 좌중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경지라는 것이 마음 먹은 것처럼 쉽사리 올라가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이대로 그저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보다는 폐관 수련을 들어 경지를 높이는 것이 좀더 생산적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경화 군주는 호흡을 한 차례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이미 폐관에 든다는 것은 확정이다. 어떤 말을 해도 무를 생각 없으니 그리 알도록 하라."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선언하듯 말하였다.

"질문 있는 자가 있는가?"

그녀는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물음에도 누구하나 질문을 하는 이가 없었다.

"아, 그리고 폐관에 들어가기에 앞서 몇몇 이들에게 장기 휴가를 줄 요량이다. 제대로 쉬지도 않고 오랫동안 내 곁을 지켜주기도 하였고 그리 많은 병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기에 내린 결론이니라, 아무도 토달지말도록."

그리고 갑자기 생각난듯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장기 휴가 인원은 부장인 마일권 , 천인장 백기, 백인장 곽규, 대범,장홈 등 이렇게 총 다섯 명이다. 모두 그간 단 한번의 휴가 없이 나를 보필한 이들이다. 이들에게는 일 년의 장기 휴가를 줄 것이며 일 년간의 봉급을 휴가비 명목으로 지급할 것이다. 이견은 받지 않겠다."

그녀는 단호한 음색으로 좌중에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질문 있나?"

그녀는 확인하듯 그들에게 물었다.

"저..."

그때 시종장인 관석이 손을 들어올렸다.

"말해보거라."

"얼마동안이나 폐관에 드시는지 여쭈어 볼 수 있겠습니까?"

그는 경화 군주의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레 그녀에게 질문을 하였다.

"알 수 없다. 다만 제대로 된 성취를 이루어내기 전까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몇 년이 되었든 간에 말이다."

경화 군주는 관석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하였다.

"알겠습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관석은 고개를 숙이며 답하였다.

"또 다른 이들은 물어볼 것이 없는가?"

"..........."

"..........."

".........."

관석의 물음이 끝나자 그 누구도 그녀의 물음에 답하는 이가 없었다.

사실 질문이 없을 만도 했다

애초에 몸에서 일어나는 불길 때문에 별궁으로 구금당한 것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아니던가

그런 그녀가 폐관을 든다고 하더라도 누구하나 곤란한 이가 없었다.

애초에 맡은 임무가 없었기에 인수인계를 할 건덕지조차 없었기 떄문이다.

"그럼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다."

아무도 말이 없자 경화 군주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대로 회의장을 빠져나가버렸다.

좌중에 앉아있는 이들은 그저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볼 뿐이었다.

뭔가 후다닥 지나간 것 같은데 그것이 너무 빨라 감이 잡히지 않은 듯하였다.

회의장에는 멍한 표정을 짓고있는 경화 군주의 측근들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

"죄송하지만 다른 곳을 알아봐야할듯 싶습니다."

"아니, 어째서 마시장에 말이 없다는 것이오!"

마부장은 상인을 노려보며 언성을 높였다.

어찌 마시장에 말이 없다는 말인가

이는 장사를 하기 싫다는 증거가 아니던가?

"일반적인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갑자기 한혈마汗血馬를 어디서 구한단 말입니까!"

마부장의 말을 들은 상인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마시장인 만큼 일반적인 수준의 준마라면 얼마든지 제공해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명마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의 비견되는 말 또한 구해다줄 수 있었다.

하지만 한혈마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피와 같은 색깔의 땀을 흘리는 명마.

그게 바로 한혈마이다.

하루에 천리를 간다고 전해지는 한혈마는 그 체력과 빠르기가 여타 다른 말들과 차별화된 명마였는데 그 수요에 비해 공급이 워낙 적은 탓에 마시장에 출품될 경우 너도나도 이 한혈마를 사기 위해 웃돈마저 얹을 정도였다.

그렇게 귀하디 귀한 말을 다짜고짜 내어놓으라고 하니 발끈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북경에서 제일 큰 마시장이건만 어찌 한혈마 한 마리를 구비해두지 않고 있다는 말이오!"

마부장은 되려 큰소리를 치며 말을 이었다.

그도 무장인 만큼 한혈마가 얼마나 귀한 말인지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준마와 비교해도 수십배는 비싼 것이 바로 한혈마였다.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돈이 있는데도 구하지 못한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마시장에서는 경매에 쓰기위해 한혈마를 한 두마리씩 꼬물쳐두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단 한마리로 없다니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한달 전쯤에 당가에서 대대적으로 한혈마를 매입하였습니다. 그리고 북경에 있는 대부분의 마시장에서 한혈마를 전부 내놓았지요."

그의 물음에 상인은 속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말대로 보통 마시장의 경우

마부장의 예상처럼 한혈마와 같은 귀한 명마를 한 두마리씩 꼬물쳐두었다.

경매의 상품으로 내걸어 홍보를 하기 위해서 일 수도 있고 마부장처럼 높으신 분과 연줄을 만들기 위해 바치기 위해서일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한혈마를 당가에서 모두 매입해버린 것이다.

남김없이 모두 말이다.

"정말 어떻게 안되는 것이오?"

그의 말을 들은 마부장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난감하였다.

그것도 상당히 말이다.

일반적인 준마로는 북해에서 차가운 설풍을 견딜 수 없었다.

차가운 설풍을 견디기위해서는 끊임없이 달려 체온을 항상 상온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준마의 경우 차갑고 시린 공기가 닿게되면 그대로 발을 멈추고 천천히 걷기 시작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혈마의 경우 그 행동부터가 남달랐다.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한혈마는 폭급한 성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차갑고 시린 공기가 닿게되며 더욱더 속도를 높여 달리기 시작한다.

그저 설풍이 잦아들기를 기다리기보단 몸의 체온을 높여 추위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쉼없이 달리다보면 추위따위는 저 멀리 날아가버린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한혈마는 마시장에서도 보물 중에 보물로 취급을 받는다.

북해를 가기 위해서는 한혈마의 존재가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마부장은 난감함에 빠졌다.

마차를 끌 한혈마를 구해야하건만 쉽사리 구해지지 않았기 떄문이었다.

이번 마시장을 끝으로 북경에 있는 모든 마시장들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한혈마를 구할 수는 없었다.

이미 한달 전에 모든 한혈마들을 전부 매입해간 당가 때문이었다.

그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어떻게하면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하면서 말이다.

"저도 어떻게든 구해다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별 도리가 없습니다. 이미 장성한 녀석들은 전부 당가로 향하였고 남아있는 녀석들이라고는 어린 망아지들밖에 없습니다."

마부장의 말을 들은 상인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그 또한 마부장에게 한혈마를 팔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시세를 배로 쳐주겠다는데 어찌 팔고싶지 않을 수 있으랴

하지만 정작 중요한 말이 없었다.

없는 것을 어찌 팔 수 있겠는가

"그럼 혹여 있을만한 곳이라도 추천해줄 수 있겠소?"

마부장은 침중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말하였다.

"지금은 인근에 있는 다른 마시장을 가셔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

그의 말을 들은 상인은 고개를 슬며시 도리질치며 말을 이었다.

지금 상황이라면 북경은 고사하고 다른 지역을 가도 한혈마를 구할 수 없을 것이다.

당가에서는 북경뿐만 아니라 전 지역서 한혈마를 매입하였으니 말이다.

"젠장할!"

그의 말을 들은 마부장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쓸데없이 뭣하러 그리 많은 한혈마를 매입했다는 말인가

북해를 갈 것이 아니라면 일반적인 준마 수십필을 매입하는 것이 더욱더 효율적일터인데 말이다.

"혹여 꼭 한혈마를 구해야되는 이유라도 있으신지요?"

상인은 마부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너무 필사적으로 보이니 괜스레 호기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갑작스레 북해로 가야할 일이 생겼소."

그의 물음에 마부장은 짤막히 답하였다.

"흐음"

그의 말을 들은 상인은 고민하듯 턱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이내 마부장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런 일이라면 제가 도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돕다니!?"

그의 말을 들은 마부장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그에게 되물었다.

"마침 제 사촌동생이 표두로 있는 칠성표국에서 이번에 북해행을 떠난다고 하더군요."

"북해행을!?"

그의 말을 들은 마부장은 놀란 눈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예에, 북해 특산품을 전문으로 매입하는 북문상단과 계약을 했다고 하더군요. "

마부장의 물음에 상인은 기억을 더듬으며 말을 이었다.

"언제 간다고 하던가!?"

그의 말을 들은 마부장은 반색하며 그에게 물었다.

이건 무척이나 좋은 기회였다.

상단은 기본적으로 준비를 무척이나 철저히 하는 편이었다.

식량이 되었든 말이 되었든 마차가 되었든 말이다.

분명 그들과 같이 가게 된다면 한없이 편할 것이 분명하였다.

마부장의 눈빛에 희망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사나흘 뒤쯤 출발한다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상인은 자신이 들었던 바를 기억나는대로 말하기 시작하였다.

"그럼 혹시 그곳에서 동행을 받는가?"

보통 장거리 표국의 경우 품삯을 받고 보부상과 여행객들과 동행해주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장거리 무역을 할 수록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동행을 통해 어느정도 비용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어차피 배정된 표두들과 표사들은 넘치다 못해 흘러내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 물어봐야알듯 싶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상인은 확실치 않다는듯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마부장은 안색을 굳혔다.

"내 이렇게 부탁함세. 어떻게든 그쪽과 잘만 이어주게나."

마부장은 고개를 숙이며 부탁을 하였다.

함부로 머리를 숙이는 성품은 아니였지만 지금은 자존심따위를 챙길 때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일을 성사시켜야만 했기 때문이다.

"아이고, 나리 머리를 드십시오. 어찌 저같은 일개 장사치에게 머리를 숙인단 말입니까."

마부장의 부탁에 상인은 당혹스럽다는듯이 그에게 말하였다.

"그럼 부탁을 들어주는 것인가?"

그의 말을 들은 마부장은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린 후 그에게 물었다.

"그...참...이렇게까지..부탁하시는데 제가 어찌 거절을 하겠습니다."

마부장의 말을 들은 상인은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고맙네! 고마워! 정말 고맙네!"

그의 말을 들은 마부장은 상인의 손을 쥔 채 몇 번이고 흔들었다.

고마움이 절로 치솟았기 떄문이었다.

"저...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그때 상인이 은근한 목소리로 마부장에게 말하였다.

"어떤 문제인가? 내 검을 들어서라도 해결해주겠네!"

그의 말을 들은 마부장은 부리부리한 눈으로 상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동행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성의 표시가 필요합니다. 총표두의 허락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상인은 마부장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 일반적으로 동행이라는 것은 표국입장에서는 환영할만 하나 의뢰를 넣은 상인들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껄끄러운 대상들이었다.

자신들이 거금을 들여 의뢰한 장거리 표행에 끼어가겠다는데 어찌 환영할 수 있겠는가

그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는어느정도 기름칠을 해둘 필요가 있었다.

"..........."

뇌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마부장은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의 돈은 아니었으나 괜스레 돈이 빠져나간다는 생각을 하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뇌물이라니

강직하기 그지없는 그의 성품상 그리 환영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마부장은 턱을 쓰다듬으며 고심에 빠졌다.

과연 이게 맞는 일일까라는 생각이 그의 머리속을 온통 맴돌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내 그는 결정한듯 상인을 바라보며 입을 천천히 열었다.

"얼마나 필요한지 말해보게나. 내 달라는 대로 주겠네."

그의 표정에는 비장함이 서려있었다.

그의 말을 들은 상인은 반색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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