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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44화 (245/1,419)

〈 244화 〉 245. 청성제일검과 겨루다-2

콰콰쾅

중앙 공터 전체에 거대한 굉음과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크윽!`

운적자는 검을 통해서 전해지는 거대한 충격파에 저도 모르게 신음성을 뱉어내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단 한수를 교환했을 뿐인데 두 걸음이나 뒤로 물러났다.

이같은 결과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힘의 차이가 적어도 두 걸음 이상은 난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운적자는 얼굴을 붉혔다.

고작 저딴 핏덩이한테 힘에서 밀렸다는 사실이 수치스러웠기 때문이다.

청운적하검靑雲赤霞劒은 검환劍環의 묘리를 담고 있는 신묘하기 그지없는 검술이었다.

비록 운적자는 아직은 검환劍環을 만들어내는 단계에 접어들지는 못하였지만 적어도 다른 강기공에 비해 더욱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자부심이 지금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천재라고는 하나 어리디어린 남자로 인해서 말이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의 남색강기가 더더욱 진해지기 시작하였다.

`호오`

선우는 그 모습을 보며 감탄을 하였다.

검환劍環의 경지에 도달한 그였기에 알 수 있었다.

운적자의 검에 압축된 강기의 크기를 말이다.

비록 검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충분히 위협될만한 수준의 크기였다.

`불허 사태보다 강하겠는데?`

속으로 감탄한 선우는 나름의 평을 내렸다.

경지로만 따지면 불허사태보다는 운적자쪽이 화경의 경지에 더욱 근접해 보였다.

분명 약간의 깨달음만 얻게 된다면 그 위의 경지로 날개를 펼칠 수 있으리라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무공에 자부심을 가질만한 실력이었다.

선우는 장난기를 지운 채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제대로 상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경지의 차이가 난다지만 괜스레 방심하여 낭패를 당하는 것은 사양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운적자의 저 쇠고집을 꺾기 위해서는 처절한 힘의 차이를 느끼게 해줄 필요가 있었다.

선우는 음양조화기를 더더욱 끌어올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머지않아 녹빛 강기 또한 운적자의 남색 강기 못지않게 더욱더 진해졌다.

우우우우우웅

선우는 곧바로 운적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녹빛 강기를 운적자에게 그대로 휘둘렀다.

부우웅

바람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검강이 날아들었다.

운적자 또한 지지 않고 검을 마주하였다.

이내 두 사람의 강기가 맞부딪히기 시작하였다.

곧이어 선우의 녹빛 강기와 운적자의 남빛 강기가 쉴 새 없이 부딪히며 수많은 굉음들을 양산해내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이 시작된 것이다.

"그깟 명예가 그리도 중요하십니까!"

선우는 검을 휘두르며 고함을 질렀다.

이렇게 강하면서

이렇게 높은 깨달음을 가지고 있는 주제에

타협하지 않으려는 그가 이해가 안 되었다.

"평생의 짐을 안고 갈 생각은 없다!"

운적자는 선우의 검을 맞받아치며 외쳤다.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청성을 이끌어갈 후배들을 위한 배려였다.

앞날이 창창한 그들에게 평생의 짐을 짊어 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모두가 당신을 지탄할 것입니다!"

선우는 검을 대치하고 있는 상태에서 말을 이었다.

만약 이번일이 공론화된다면 무림의 모든 이들이 운적자를 욕할 것이다.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고자 무력을 앞세웠다고 말이다.

"상관없다! 나 혼자만의 불명예로 끝난다면 충분히 족하다!"

선우의 물음에 운적자는 상기된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그도 알고 있었다.

결국 이 사태의 결말이 그리 좋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럴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오직 불명예는 자신만 지게 될 터이니 말이다.

운적자는 검을 튕긴 후 빠르게 회수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선우의 목을 노려 찔러 들어갔다.

쇄애애애액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운적자의 검이 그에게 쇄도하였다.

선우는 그런 운적자의 검을 검 면으로 받아내었다.

`강해`

선우는 손에서 상당한 압력이 가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청성의 대한 자부심과 명예에 대한 갈망이 운적자를 더욱 높은 길로 인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선우는 그대로 발을 들어 올려 운적자를 걷어찼다.

"크윽!"

주르르륵

배를 걷어차인 운적자는 그대로 뒤로 밀려났다.

"오만하군요, 이 모든 사태가 고작 당신의 불명예만으로 끝난다고 생각하십니까?"

선우는 뒤로 밀려난 운적자를 바로 보며 일갈을 가하였다.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사태였다.

운적자 혼자 욕을 먹고 끝낼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아무리 청성제일검이라고 해도 말이다.

"상관없다! 그저 나는 증명해 보일 뿐이다. 이곳에는 수많은 청성의 제자들에게 청성의 검이 결코 약하지 않음을 말이다!"

선우의 일갈에 발끈한 운적자가 그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도 알고 있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그는 증명해야 했다.

청성을 이끌어갈 미래의 동량들에게 말이다.

결코, 청성이 약하지 않음을

결코, 청성이 아미에게 뒤지지 않음을 말이다.

저들 가슴속에 평생의 수치를 남길 수는 없었다.

언제나 열등감을 품고 살아가게 할 수는 없었다.

저들은 미래 청성을 이끌어갈 제자들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억지를 부렸다.

아미의 제자들에게 청성과 똑같은 방식의 사과를 요구하다니

기가 차지도 않는 요구였다.

말도 안 되는 억지이고 고집이며 아집이었다.

하지만 그도 어쩔 수 없었다.

청성을 누구보다 사랑하였기에

청성을 누구보다 명예롭게 생각하였기에

후인들도 자신과 같은 마음을 갖기를 바랬다.

그리고 그걸 실현하기 위해선 흠집 하나 없는 청성이 되어야 했다.

모두가 청성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오늘 있었던 치욕은 흠집이었다.

그것도 쉽게 메꿀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흠집 말이다.

그렇기에 검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 흠집을 없애기 위해서 말이다.

운적자는 검을 치켜들었다.

우우우우웅

그의 검 또한 그의 마음에 동조하듯 지금까지 하고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커다란 공명음을 내기 시작하였다.

"완전무결한 청성을 보여주마!"

그리고 그의 검을 남색강기가 수없이 둘러싸기 시작하더니 이내 어마어마한 크기의 강기를 만들어내었다.

"크아아아아악!"

너무 무리를 한탓인가

운적자는 단전이 뽑혀질 것같은 고통에 비명성을 내질렀지만, 결코 검을 놓지도 내력을 거두지도 않았다.

그저 오롯이 검을 치켜세울 뿐이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이내 커다란 크기의 강기들이 그 크기를 줄이며 운적자의 검에 뭉치기 시작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검 끝에는 뒤틀린 구체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검환劍環!"

"아니 어찌!"

"사숙!"

"검환이라니..."

그 모습을 본 무인들은 너무 놀라 탄식을 내뱉었다.

운적자의 검에서 모습을 드러낸 구체의 정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검환劍環

그렇다.

강기공의 끝이라고 불리우는 경지이자 그 초월적인 파괴력만큼은 그 어떤 기술로도 비교를 불허한다는 검환劍環인 것이다.

수많은 무인들은 저마다 다른 반응을 하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청성의 제자들은 온몸을 벌벌 떨며 격정 어린 감격에 휩싸였다.

검환이라니

이는 청성제일검이라고 불리우는 운적자가 청운적하검의 대성했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그 말인즉슨 운적자가 벽을 깨부수고 더 위로 올라갔다는 말과 일맥상통하였다.

감격이 서려 눈물이 주륵주륵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아미에게 머리를 박았던 치욕과 수모가 차츰차츰 가시는 것이 느껴졌다.

오직 선택받은 자들만이 내딜 수 있다는 경지를 운적자가 도달한 것이다.

어찌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있으랴

당가와 아미의 무인들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보았다.

검환을 피어올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절대지경이라고 불리우는 화경의 경지에 발을 내디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화경에 이른 운적자를 선우가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검환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같은 검환 뿐이었다.

강기공의 최종 단계라고 불리우는 검환을 검강만으로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들은 불안감이 가득한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보았다.

"장 소협"

검환을 만들어낸 운적자는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검을 거두시오."

그의 눈빛에는 무척이나 오만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내 힘은 나도 주체할 수 없을 것 같구려."

"오만하군요."

선우는 그런 운적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오만이 아니라 자신이지."

자신이 서려 있는 얼굴로 그에게 말하였다.

"지금 이건 그대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오.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기회를 말이오."

"그럼 저도 기회를 드리지요. 검을 거두시지요."

선우는 그런 운적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청성의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흙바닥에 처박히지 않을 좋은 기회입니다."

그는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자만과 자신은 다른 것이라네."

운적자는 그런 선우를 바라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지금은 자신이 맞을 것입니다."

"아니 자만일세. 여기까지 와서 꼬리를 마는 것이 부끄러울 수도 있다네. 하지만 물러설 줄 아는 것도 큰 용기이지."

운적자는 선우를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을 하였다.

그는 선우가 자존심을 세운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미 자신은 강기공의 끝자락이라고 불리우는 검환을 내보인 상태였다.

그런데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저렇게 뻗댄단 말인가?

"그걸 그리도 잘 아시는 분이 명예를 되찾겠다고 칼부림을 하신답니까?"

운적자의 말에 선우는 차가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물러설 줄 아는 용기를 가져야 하는 것은 당신입니다. 운적자."

선우는 차갑게 식은 눈동자로 운적자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제 문파의 명예만을 중히 여겨 허물 따위는 뒤로 한 채 아집을 부리는 당신의 태도에 신물이 나는군요."

선우는 말을 하면서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당신의 아집我執, 제가 베겠습니다."

순간 선우의 검에 폭발적인 기운들이 터져 나오며 검 주위를 감싸기 시작하였다.

"오만하구나!"

선우의 말을 들은 운적자는 고함을 지르며 그대로 검을 치켜들었다.

"그 말을 책임질 수 있는지 확인해봐야겠구나!"

운적자는 그대로 선우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선우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검 끝에 형성되어있는 검환이 그대로 선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선우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운적자를 바라보았다.

선우는 생각하였다.

저 끝도 없는 아집을 베어버려야겠다고 말이다.

잘못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명예를 되찾고자 되지도 않는 고집을 부리는 저 아집을 말이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일렁이는 강기들이 순식간에 검에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쉴 새 없이 커지는 강기를 압축하고 또 압축하였다.

`압축......압축......압축......압축`

그러자 얼마나 지나지 않아 모든 강기들이 하나로 뭉쳐지더니 이내 그의 검 끝에 서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선우의 검 끝에 동그란 구체가 형성되었다.

뒤틀려져 있는 운적자의 구체와는 다른 완벽하고도 아름다운 빛의 구체였다.

부우우우우웅

그때 때마침 운적자의 검환이 그대로 날아드는 것이 느껴졌다.

선우 또한 그대로 검환을 내질렀다.

이내 선우의 녹빛 검환과 운적자의 남빛 검환이 부딪혔다.

쿠콰콰콰콰쾅

그러자 두 검환이 부딪히며 마치 산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지진이 난듯한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충격파가 퍼져나가자 둘 사이를 어마어마한 흙먼지가 뒤덮어버렸다.

흙먼지에 뒤덮인 그들은 그대로 모습을 감추게 되었다.

"으윽!"

"크윽!"

"아악!"

그리고 중앙공터에 있던 무인들은 충격파에 휩쓸려 비명성을 내질렀다.

상당한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부가 저릴 정도의 충격파가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으으윽!"

그들과 가장 가까이 서 있었던 설향은 신음성을 내뱉었다.

검환과 검환이 만들어낸 충격파는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그녀마저도 절로 신음성을 내뱉을 정도로 어마어마하였다.

그녀는 천근추를 써서 다리를 고정하였다.

여파가 너무 강하여 자칫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내 쉴 새 없이 흔들리던 그녀의 몸이 고정이 되었다.

`후우`

설향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칫 잘못했다간 날아갈 뻔 했기 때문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설향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앞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안력을 집중한 채 흙먼지 속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 양이 얼마나 많은지

선우와 운적자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모든 흙먼지들이 걷히길 얌전히 기다렸다.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이번 한 수에 모든 것이 결정 난 듯 싶었다.

저 흙먼지들 속에 단 한 명의 승자가 서 있는 것이다.

그녀는 안력을 최대한 집중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흙먼지들이 차츰차츰 걷어지기 시작하였다.

장내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중앙공터 가운데에 향하였다.

이내 흙먼지가 걷히며 한 사람의 인형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꿀꺽

장내에 있는 이들은 모두 침을 꿀꺽 삼킨 채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