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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37화 (238/1,419)

〈 237화 〉 238. 사태가 심각해지다-1

청송은 깊게 생각하였다.

이 사태를 최대한 조용히 무마시킬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청수의 미친 짓거리로 인해 청성은 지금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아미파의 제자를, 그것도 현 아미의 장문인인 구월신니의 제자에 대한 추문을 퍼트린 것이다.

그것도 차마 말로 담지 못할 정도의 추문을 말이다.

만약 이번 일이 더욱 커지게 된다면 청성과 아미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며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전쟁이 날 것이다.

무림 문파에게 명예라는 것은 목숨조차 도외시하게 만들 정도의 가치를 지닌 것이다.

그런데 그런 명예가 실추되었으니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으랴

막아야 했다.

전쟁을

진정시켜야 했다.

이 모든 사태들을 말이다.

그는 고심하고 또 고심하였다.,

사숙이나 아미의 장로들이 오기 전에 이 모든 일을 무마시켜야만 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청송은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올곧은 눈으로 앞에 있는 설향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설소저,"

"말씀하세요."

"나 혼자만으로는 부족하겠소?"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설향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나 혼자 그대에게 용서를 구하는 걸로는 부족하냐는 말이오."

그는 더없이 진지한 어조로 설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죄송하지만 저는 청성의 공식적인 사과를 원해요."

청송의 제안에 설향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의 뜻을 밝혔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일을 공론화시키고 청성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는 일이었다.

고작 삼대제자 하나가 용서를 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란 소리였다.

"무릎을 꿇겠소"

"무릎을 꿇고 자시고 할 문제가......."

"땅에 머리를 박겠소"

청송은 그녀의 말을 채 듣지도 않은 채 말을 내뱉었다.

"..........."

그의 말을 들은 설향은 입을 다물었다.

너무도 단단한 의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가 비록 자신보다 배분도 낮고 무공도 약하다지만 엄연히 청성의 본산제자이다.

그 재능과 가능성만큼은 청성을 스쳐 지나간 수많은 이들 중에서도 손에 꼽힌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그런 그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겠다고 한다.

얼마나 자존심을 굽혔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대체 어째서 이렇게까지 한다는 말인가?

"어째서인가요."

그녀는 청송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무엇을 말이오."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는 거죠? 당신은 자존심도 없나요?"

설향은 이해가 안된다는 듯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내겐 자존심 보다 청성의 안위가 먼저라오. 나 하나 머리를 박고 끝낼 수 있다면 오히려 싼 값이 아니겠소?"

청송은 그녀에게 속내를 내비쳤다.

이제 사천연맹을 형성하여 날개를 펴고 있는 청성이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같은 사천 연맹의 소속인 아미파와 전쟁이 나게 된다면 지금까지 이룩한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몇 년 만에 웃음꽃이 피어나는 사부와 사숙 그리고 장문인까지

이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고 싶지 않았다.

"흐음"

청송의 굳은 결심을 들은 설향은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아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청성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낼 결심을 했던 그녀였다.

그런데 청송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결심이 살며시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세상에 전쟁을 좋아하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아미의 수많은 제자들이 희생되고 말 것이다.

명예로운 죽음이라는 탈을 쓴 채 말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고민하였다.

청송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그저 결심한 바를 이뤄낼지 말이다.

"후우"

이내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요."

그리고 이내 청송을 바라보며 말을 내뱉었다.

"그 제안 받아들이겠어요."

그녀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고맙소! 고맙소! 내 당장에라도 무릎을 꿇으리다!"

그녀의 말을 들은 청송은 감격하여 연신 고맙다는 말을 내뱉었다.

"대신"

그때 이어지는 설향의 목소리가 청송의 말을 끊어버렸다.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그녀의 말을 들은 청송은 의아한 듯 되물었다.

대체 무슨 조건이 있다는 말인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는 것은 지금 이곳에 있는 청성의 모든 제자들입니다."

그녀는 무척이나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내뱉었다.

"그..그게 무슨!"

그녀의 말을 들은 청송은 놀라 되물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란 소리인가?

분명 자신 하나로 끝내주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제가 당한 모욕이 고작 그대 하나의 사죄로 끝날 것 같나요?"

설향은 놀라 되묻는 청송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청성제일검의 사죄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대신 여기있는 모든 분들의 사죄를 받겠습니다."

그녀는 청성의 제자들을 향해 단호한 음색으로 말하였다.

"뭐라고!"

"지금 그게 무슨!"

"건방지구나!"

"날더러 무릎을 꿇으라고?"

그녀의 말을 들은 청성의 제자들은 너도나도 얼굴을 붉힌 채 반발을 하였다.

그들이 비록 속가제자이기는 하나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무림인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무릎을 꿇으라는 소리는 죽으라는 것과 다름없는 말이었다.

어찌 그런 무도한 짓을 시킨다는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오!"

"청성의 제자는 결코 무릎을 꿇지 않소!"

"지키지 못하면 청성이 아니오!"

여기저기서 반발의 목소리가 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만!"

그때 청송의 외침이 중앙 공터에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상당한 내력이 실려있던 탓인지

그의 외침은 공터에 있는 이들에게 천둥번개보다 더한 소리로 들렸다.

이내 중앙공터를 울리던 반발들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중앙 공터에는 오랫동안 침묵만이 감돌 뿐이었다.

"설 소저,"

그때 청송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말씀하세요."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소?"

청송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이렇게 해야 해요. 이 모든 것을 마무리 지으려면요."

그의 물음에 설향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설향도 알고 있다.

이 수많은 제자들의 무릎을 꿇리고 사죄를 시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말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그 정도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이미 대다수의 아미와 청성의 제자들이 자신과 장선우가 얽힌 추문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게다가 청수가 자신의 손에 의해서 만신창이가 됐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고작 삼대제자의 사과만으로 사태를 유야무야 넘길 경우

아미파의 위상이 땅에 떨어질 것이다.

어찌 그렇게 크나큰 모욕을 준 이들을 쉽게 용서할 수 있겠는가?

분명 아미가 겁을 집어먹어 청성을 용서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생길지도 몰랐다.

한마디로 만만히 보게 되는 것이다.

무림에서 만만하게 대해지는 것만큼 수치스러운 일도 없었다.

그렇기에 정식 사과는 아니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수치를 줘야 했다.

아미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증명으로 말이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청송은 말없이 깊은 고심에 잠겼다.

사실 그녀의 요구는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다.

청수가 퍼트린 추문에 비하면 오히려 고마울 정도의 배려였다.

하지만 문제는 청성의 제자들이었다.

평생 청성에서 무공을 익히고 그 자부심으로 살아가던 이들이었다.

자신이야 명예보다는 사문의 안위가 먼저였지만 일반적인 무인의 경우 명예가 우선이었다.

더구나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면 문파의 명예뿐만 아니라 가문의 명예까지 실추된다고 여기는 것이 무인들의 생각이었다.

그런 그들이 쉽사리 무릎을 내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후우`

청송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내 천천히 몸을 뒤로 돌렸다.

뒤편에는 남색의 바탕의 도복을 입고 있는 수많은 청성의 제자들이 보였다.

그들의 눈에는 짜증과 분노가 가득 담겨있었다.

그들의 눈에 담긴 감정들은 아마 사과를 부탁할 자신을 향한 감정일 것이다.

두려움이 들었다.

그들이 자신을 멸시하고 모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도망쳐 버린다면 많은 이들이 죽을 것이다.

또 많은 이들이 불행해질 것이다.

막고 싶었다.

무엇하나 해준 것 없는 자신에게 수많은 것들을 선사해준 청성을 위해서 말이다.

청송은 천천히 무릎을 굽히기 시작하였다.

털썩

그리고 이내 완전히 무릎을 땅에 내려놓았다.

"사..사형!"

"아니 어찌!! "

"일어나십시오!"

"일어서십시오! 이게 무슨 추태입니까!"

"사형은 청성의 미래입니다! 그런데 이 무슨!"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한 청성의 제자들은 너도나도 소리치기 시작하였다.

"일어나십시오!"

"사형은 이런 곳에서 무릎을 꿇을 사람이 아닙니다!"

"일어나시란 말입니다!"

그들은 청송에게 일어나라며 소리치기 시작하였다.

보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하늘같이 따르던 대사형이었다.

청성의 미래라 불리우는 대사형이었다.

타고난 재능으로 많은 이들이 뛰어넘어야 할 벽으로 여기던 대사형이었다.

그런 대사형이 자신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보기가 싫었다.

저 청성의 미래라 여겼던 사람이 초라하게 무릎을 꿇는 모습 따위는 보고 싶지 않았다.

"제발.....제발...일어나십시오."

"사형...이런데서...무릎을 꿇지 말라는 말입니다."

"사형...사형!"

아무리 소리를 쳐도 대답이 없자 청성의 제자들은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청성의 제자들이여."

그때 침묵으로 일관하던 청송이 입을 천천히 떼었다.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부끄럽고 치욕적인 부탁을 하나 할까 한다."

청송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부탁을 하기에 앞서 먼저 그대들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는 내가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이며 그대들에게 전하는 미안함이다."

"사형...어찌"

"그런...."

"사형...."

그의 말을 들은 청성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을 바라보던 청송은 천천히 몸을 숙였다.

이내 그의 이마가 땅에 닿게 되었다.

머리를 박은 것이다.

"부탁하겠다. 부디 무릎을 꿇어다오! 부디 전쟁을 막아다오! 모든 불명예는 내가 다 가져가겠다. 너희들은 그저 대사형인 내 명을 못이기고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러니 제발 부디 청성을 지켜다오!"

그는 물기 어린 목소리로 애절한 애원을 하였다.

절로 눈물이 차올랐다.

수치스럽고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하지만 이딴 수치따위

이딴 부끄러움 따위 전쟁만 막을 수 있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

"............."

"............"

"..........."

청송의 말을 들은 청성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차하게 잘못을 빌고 싶지 않았다.

계집 따위에게 무릎을 꿇는 불명예스러운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들의 불명예는 곧 사문과 가문의 불명예였다.

어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청성의 미래라 불리우며 수많은 청성의 제자들이 선망하던 대사형이 그들 앞에 무릎을 꿇고 울먹이며 애원을 하였다.

제발 무릎을 꿇어달라고

제발 전쟁을 막아달라고 말이다.

그들은 고민에 빠졌다.

신념마저 뒤흔들어 달라는 대사형의 부탁이 너무나도 난감하였다.

오직 침묵만이 중앙공터에 감돌기 시작하였다.

청송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청송은 절망하였다.

이렇게까지 부탁했건만 아무 소용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눈물이 쉴 새 없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이제 전쟁이 날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청성의 제자들이 죽어 나갈 것이다.

가슴이 미어질 듯한 아픔이 심장을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저벅 저벅

그때 청송의 귓가에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발자국이 들려오는 방향은 앞쪽이었다.

그리고 이내 발자국 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저벅 저벅

이내 걸음은 청송의 바로 옆에 멈춰 섰다.

털썩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땅을 울리는 진동과 소리가 청송에게 전해졌다.

진동과 소리를 느낀 청송은 알 수 있었다.

옆에 있는 자가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박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용서를 비오! 부디부디 청성을 용서해주시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 하나가 청송의 귓가를 간질였다.

울컥

그 목소리를 들은 청송은 울컥하고 눈물이 나기 시작하였다.

저 목소리는 잘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세상 누구보다 까칠하고 딱딱하기 그지없는 사제.

청길이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청길을 시작으로 수많은 진동과 소리가 청송에게 전해졌다.

""용서를 비오! 부디 청성을 용서해주시오!.""

그리고 그들이 한마음이 되어 내뱉는 목소리가 청송의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하였다.

결국, 모두가 자신의 무리한 부탁을 들어준 것이다.

청송은 벅차오르는 감정으로 인해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이로써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이다.

청성과 아미는 전쟁이 날 일이 없을 것이고 이대로 실종된 제자들을 구하러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 청성은 이로써 안전해...`

그의 눈물이 더욱더 진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때였다.

오돌 오돌 오돌 오돌

갑자기 온몸에 닭살이 돋아나기 시작하였다.

`뭐지?`

청송은 의아함을 느꼈다.

갑자기 왠 닭살이란 말인가

우우우우우우우우웅

이내 그의 온몸에 끈적하기 그지없는 어마어마한 살기가 엄습하였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어마어마한 살기에 노출된 청송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는 알 수 있었다.

갑자기 온몸에 닭살이 돋은 이유가 무엇이지 말이다.

덮쳐올 살기에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더냐!!!!!!!!!!!!!!!!!"

그리고 이내 쩌렁쩌렁한 호통이 중앙 공터에 울려 퍼져나갔다.

그 일갈에는 어마어마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청송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의 눈에 절망의 빛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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