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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36화 (237/1,419)

〈 236화 〉 237. 저는 청성의 사과를 받아내야겠어요.

"거참, 이상하네."

청송은 턱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뭐가 말입니까? "

그의 말을 들은 청길이 청송에게 물었다.

별안간 뭐가 이상하다는 말인가?

"청수녀석이 보이지가 않아."

청송은 의문이 담긴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뒷간이라도 간 게 아니겠습니까?"

청송의 말에 청길은 대수롭지 않은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니,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그대로 사라졌다. 뒷간을 갔다면 진즉 돌아왔겠지."

"흐음"

청송의 말을 들은 청길은 턱을 매만졌다.

그의 말대로 뒷간을 갔다면 진즉 돌아오고 남을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돌아오긴커녕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수련이라도 하러 갔나?"

"청수의 성정은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럴 녀석이 아닙니다."

청송의 말에 청길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원체 게으른 녀석이었다.

굳이 남들 다 자는 밤에 짬을 내어 검을 들고 수련을 하러 갈 리가 없었다.

"그건 그렇지."

청길의 말을 들은 청송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대체 어디를 간 거지?"

"흐음"

"흐음"

청송과 청길 둘 다 고심에 빠졌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사제였기 때문이다.

"설마 사고 같은 걸 친 건 아니겠지?"

청송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청길에게 물었다.

원체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청수였기에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설마 그렇기야 하겠습니까, 그 녀석이 철이 없다고는 하나 본인 스스로가 청성의 어떤 위치인지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함부로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청송의 노파심에 청길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그 또한 청수의 급박한 성품이 걱정되기는 하나 그래도 청성의 본산제자로 발탁될 정도의 오성을 갖춘 이였다.

충분히 스스로의 위치를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겠지?"

"그럴겁니다."

"후우"

청길의 확답을 들은 청송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청길의 담담한 태도 덕분인지 불안감이 어느 정도 가셨기 때문이다.

`그래, 설마 이 짧은 새 사고를 치겠어?`

청송은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하였다.

아무리 사고뭉치 같은 청수라해도 이 짧은 새 사고를 치진 못할 것이다.

친다 쳐도 웃어넘길 정도의 소소한 사고이리라

청송은 그리 생각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그의 긍정적인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청송 사형! 큰일 났습니다!"

누군가 다급히 막사 안으로 들어와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다.

`망할`

청송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한 지 얼마나 됐다고 큰일이 난단 말인가?

청송은 막사 안으로 들어온 이를 유심히 보았다.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막사로 들어온 이는 청송의 동기이면서 속가제자인 이경선이었다.

"무슨 일이더냐."

청송은 이경선을 쳐다보며 담담한 말투로 그에게 물었다.

청송의 동기가 온 것을 보면 보나 마나 청송이 사고를 쳤을 것이다.

그저 겸허히 받아들이리라

"청수가! 청수가!..죽기 직전입니다!"

청송의 물음에 이경선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뭐라!?"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청송은 당황한 듯 그에게 되물었다.

별안간 청수가 죽긴 왜 죽는단 말인가

"청수는 어디있느냐!"

그는 다급히 청수의 행방을 물었다.

사건 전말을 듣고 싶은 생각은 굴뚝 같으나 일단 청수의 상태를 보는 것이 시급하였다.

"중앙 공터에 있습니다."

"알았다!"

말을 마친 청송은 그대로 신법을 발휘하여 뛰쳐나갔다.

청성의 비전 신법 중 하나인 빙허임풍(憑虛臨風)의 묘리가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청송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이경선은 그런 청송의 뒷모습을 가만히 볼뿐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

그때 뒤편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경선은 뒤를 돌아 그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뒤편에는 살기를 흩날리고 있는 청길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이경선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타타탁

타타탁

청송은 달리고 또 달렸다.

가지고 있는 모든 내력을 끌어모아 온전히 하체에 집중시켰다.

그리고 한순간에 터트려 속력을 더욱 높였다.

허벅지 근육이 비명을 질렀고 발목과 종아리가 고통을 호소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저 달려갈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막사들의 중심이 되는 공터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는 더욱더 속도 높였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채 땅에 엎어져 있는 사제의 모습을 말이다.

"청수야!!!!!"

청수를 발견한 청송은 다급히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빙허임풍(憑虛臨風)을 극성으로 발휘하여 속도를 더욱더 높였다.

이내 그의 신형은 중앙 공터에 있는 청수에게 다다를 수 있었다.

"괜찮은 것이냐!"

청송은 청수를 바라보며 다급히 말하였다.

하지만 그의 다급한 물음에도 불구하고 청수는 축 늘어진 채 그 어떠한 답도 하지 않았다.

마치 시체와도 같았다.

사색이 된 청송은 재빨리 청수의 맥을 짚었다.

혹여 그가 죽었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후우"

이내 청송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맥박은 제대로 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한 청송은 천천히 시선을 돌려 그의 몸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내 어마어마한 분노가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청수의 몸은 만신창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끔찍하기 그지없는 상태였다.

통통하게 살이 올라왔던 양 뺨은 살갗이 터져나갔는지 붉은 속살을 다 드러내고 있었고 양팔은 기형적인 방향으로 꺾여 있었다.

누가 봐도 팔을 부러뜨렸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말이다.

우우우우우우웅

그의 주위에 어마어마한 살기가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도대체 누가

도대체 어떤 이가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렀다는 말인가?

화가 났다.

그 화가 주체가 되지 않았다.

청송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분노가 서린 눈을 희번뜩 뜨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랑하는 사제를 이렇게 만든 범인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중앙공터에는 상당히 많은 이들이 모여있었는데 그들은 청송의 분노 어린 시선이 지나갈 때마다 눈을 피하기 바빴다.

절정 상경에 이른 고수의 살기는 그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기운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마나 주위를 둘러봤을까

청송은 자신의 눈을 피하지 않는 단 한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여인이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아름답기 그지없는 여인 말이다.

그녀는 청송과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미소를 본 청송은 확신할 수 있었다.

청수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 바로 저 여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우우우우우웅

그의 주위에 어마어마한 기운들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설 소저."

청송은 살기 어린 눈매로 앞을 바로 보며 그녀를 불렀다.

"왜 그러시죠?"

그의 부름에 설향은 방긋 웃으며 답하였다.

"이 아이를 이런 꼴로 만든 것이 그대오?"

청송은 살기를 뚝 뚝 흘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맞아요."

그의 물음에 설향은 맞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스르릉

그녀의 대답을 들은 청송은 옆구리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었다.

그리고 천천히 검을 들어 설향에게 겨누었다.

"타당한 이유를 대지 않는다면 아미는 청성의 분노를 감당해야 할 것이오."

그는 살기에 번들거리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스릉

스릉

그의 말이 끝나자 주위에 있던 청성의 제자들이 너도 나도 검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스릉

스릉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아미의 제자들 또한 너도 나도 검을 꺼내었다.

두 세력은 각각 설향과 청송의 뒤편으로 이동하여 서로에게 검을 겨누었다.

그들 사이에는 무겁기 짝이 없는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하였다.

"후후후훗"

그때 설향의 낭랑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가 웃기지?"

그녀의 웃음소리를 들은 청송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사제를 위하는 마음이 갸륵해서요."

그의 물음에 설향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갸..륵하다고?"

갸륵하다니 마치 위에서 재롱을 부리는 아이에게 건네는 언사가 아니던가

순간 청송은 더없이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이제 갓 약관이 되어 보이는 계집이 대체 누구를 내려다본다는 말인가?

까드득

그는 이를 갈았다.

"네, 무척 갸륵하네요. 사제와는 인성이 천지차이인듯 합니다"

"헛소리 말고, 이유나 말하시오! 지금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인지를 못 한 것이오? 당신의 말 한마디가 전쟁의 명분이 된다는 말이오."

청송은 그녀를 바라보며 분노에 찬 음성으로 소리쳤다.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데 저렇게 비꼬며 말을 잇는단 말인가?

"그렇게 원한다면 말씀해드려야죠."

설향은 그런 청송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자는 저는 물론이고 아미의 명예를 실추시켰습니다. 때문에 징벌을 가한 것이지요.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말이에요."

설향은 딱딱한 표정을 지은 채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찌 사람을 이런 꼴로 만든단 말이오!"

청송은 손으로 누워있는 청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제가 느꼈던 수치심과 모욕감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답니다."

청송의 말에 설향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길래 이렇게까지 한단 말이오!"

그녀의 말을 들은 청송은 되려 역정을 내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청수가 수치심을 줄 만한 말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반병신에 가깝게 만든 것은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청수는 양 뺨이 터져나갔고 양팔이 부러져버렸다.

고작 말 몇 마디에 말이다.

이 어찌 불합리한 일이 아니겠는가?

"제가 잤다고 하더군요."

그런 청송을 바라보며 설향은 고운 입을 열었다.

"뭐..뭐라?!"

"제가 장 소협과 잤다고 하더군요."

"............"

그녀의 말을 들은 청송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일을 저질렀을 것이라고는 예상을 하고 있기는 하였지만 설마 저런 미친 짓거리를 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하였기 때문이다.

설향이 대체 누구란 말인가?

아미파의 수장인 구월신니의 제자가 아니던가

배분으로만 따져도 그들보다 윗 배분에 속하는 여인이었다.

그런데 그런 여인을 건들다니?!`

그것도 여인에게는 더없이 치욕적인 추문으로 말이다.

청송은 순식간에 이해가 되었다.

그녀가 화난 이유를 말이다.

"어떤가요? 타당한 이유인가요?"

설향은 차가운 음색으로 청송에게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일이 있으면 존장에게 먼저 말을 하고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오? 독단적으로 그렇게 다른 문파의 제자를 건들다니!? 이 얼마나 실례되는 짓이오!"

그녀의 물음에 청송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반박을 하였다.

확실히 그녀가 충분히 화낼 만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혼인도 안한 아녀자의 염문설이라니

그것고 정혼자가 있는 유부남과 말이다.

분명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감정적인 처벌은 옳지 않았다.

그녀는 청성의 문하가 아닌 아미의 문하에 있는 제자가 아니던가

청성의 제자가 잘못을 하였다면 오직 청성만이 그 제자를 처벌할 권리가 있었다.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하더라도 그녀에게는 청수를 처벌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실례는 그쪽이 했죠"

"무도한 짓을 저질렀다고 어찌 똑같이 무도해질 수 있겠소!"

"저는 당한 만큼 갚아줘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서 말이에요. 그쪽이나 그렇게 사세요. 강요하지 말고."

청송의 외침에 설향은 유들유들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조롱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태도는 청송을 더욱더 화나게 만들었다.

"지금 전쟁이라도 하자는 말이오!!"

"못할 것 없죠!"

그녀도 지지 않고 소리쳤다.

애초에 전쟁을 각오하고 온 몸이었다.

거리낄게 없다는 말이다.

"..........."

"..........."

청송은 설향을 노려보며 가만히 대치를 하였다.

그는 지금 무척이나 분노하고 있었다.

지금 이 시국에 생각 없이 행동하는 설향에 대한 화가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다.

애초에 실종된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파견된 수색대였다.

그런데 어찌 전쟁을 하자는 말을 이리도 쉽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으드득

이가 갈려왔다.

역시 나이가 어린 만큼 생각조차 어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우`

청송은 속으로 몇 번이고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여기서 분을 못 이겨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된다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게 된다.

"후우.....일단 진정하시지요."

청송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먼저 흥분한 건 그쪽이에요."

그의 말을 들은 설향은 새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소저,....이만 하는게 어떻겠소."

청송은 그녀를 바라보며 부탁한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그건 힘들 것 같네요. 저는 청성의 사과를 받아내야겠어요."

청송의 대답에 설향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난 사태가 커지는 것을 원치 않소. 사제의 몸을 망가뜨린 것은 내가 그런 것으로 하겠소. 부디 조용히 넘어가주시오."

청송은 시무룩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흐음"

그의 말을 들은 설향은 턱을 매만지며 고민을 하였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었다.

"역시 안 되겠어요."

"어째서입니까."

"사과를 받지 않았으니까요."

그녀는 반짝이는 눈으로 청송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사제를 저렇게 만신창이로 만들어놓고 꼭 사과를 받아야겠다는 말이오!"

"네, 처음 저 개같은 소문을 들었을 때부터 결심한 일이랍니다."

청송의 타박에 설향은 방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

설향의 말을 들은 청송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굳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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