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2화 〉 233. 염문설艶聞說-1
"도사님들, 아무래도 오늘은 이곳에서 노숙을 해야 할 듯싶습니다."
마부는 뒤에 앉아있는 청성의 도사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오늘은 객잔에서 잔다고 하지 않았소?"
마부의 말에 청송은 의아한듯 되물었다.
분명 일정상 오늘밤은 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보내기로 알던 그였다.
그런데 갑자기 노숙을 한다고 하니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해가 빨리 저물어서 그런듯싶습니다."
청송의 물음에 마부는 송구스럽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흐음, 그럼 또 어쩔 수 없구려. 야간 산행을 위험할 터이니."
마부의 말에 청송은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십여년간 청성산을 쏘다니던 청송이었다.
야간 산행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망할"
그때 그의 옆에 있던 청수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별안간 예정에도 없던 노숙을 하게 된 것이 마음에 안 들었던 탓이었다.
"일정대로 안될 거면 어찌 일정표를 나눠준 것이오?"
그는 마부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죄송합니다."
그의 말을 들은 마부는 급히 사과를 하였다.
"내가 원하는 것은 죄송하다는 말이 아니오!"
하지만 그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청수의 화는 좀처럼 가라앉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꼼짝없이 노숙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다.
"어허! 청수야 그게 무슨 말버릇이더냐!"
그때 옆에 있던 청송이 그의 거친 언행을 꾸짖기 시작하였다.
"어찌 대청성의 도사라는 자가 그리도 입이 거칠단 말이더냐. 그리고 노숙을 하게 된 것이 어찌 마부의 탓이더냐. 산중에 해가 빨리 진다는 것은 너도 잘 아는 사실이 아니더냐!"
청송은 더욱 언성을 높이며 청수를 꾸짖었다.
"그걸 전부 예상하고 일정을 말해줘야 할 것이 아닙니까? 어찌 운송으로 먹고사는 이들이 일정 계산도 제대로 못 한다는 말입니까?"
청송의 꾸짖음에 반발심이 생긴 청수는 화를 내며 반박하였다.
"어허! 네놈이 말을 정말 막 하는구나! 저분들이 지금은 비록 마차를 몰고 있는 마부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엄연히 당가 소속의 무인들이시다. 그런데 어찌 한낱 마부 취급을 한다는 말이더냐!"
그의 말을 들은 청송은 화가난듯 목소리를 높였다.
버릇이 없어도 어찌 저렇게 없을 수 있다는 말인가?
비록 마차를 몰고 있긴 하였지만, 마부들은 엄연히 당가에 소속되어 있는 무인들이었다.
위급 상황 시에는 언제든 전력이 될 수 있는 인재라는 소리였다.
그런데 어찌 그런 재원들을 한낱 마부들로 격하시킨다는 말인가?
지금 청성과 아미는 그들의 배려를 받고 있는 것이지 원래대로라면 마차를 번갈아가며 몰아야 하는 것이 맞았다.
그런데 그런 배려에 대한 고마움도 없이 그들을 타박하기 바쁜 사제의 철없음에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안하무인도 이런 안하무인이 없지 않겠는가?
"흥, 한낱 마부 따위가 당가의 무인이라니....당가의 수준도 알만한 것 같습니다."
청송의 꾸짖음에 청수는 비꼬듯 말을 이었다.
고작 이류정도 되보이는 자가 당가의 무인이라고 하니 우스웠기 때문이다.
"노오오옴! 내가 너를 그리 가르쳤더냐!"
청수의 버릇 없는 발언에 청송은 성을 내며 내력을 끌어올렸다.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당가의 무인을 모욕하는 것도 모자라서 당가 전체를 모욕하다니
만약 이 발언이 알려진다면 정치적인 문제로 번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짝
청송은 그대로 손을 휘둘러 청수의 뺨을 갈겨버렸다.
홱
뺨을 맞은 청수의 목이 옆으로 홱 돌아갔다.
"으윽"
청수는 뺨에서 느껴지는 따끔한 고통에 신음성을 내뱉었다.
으득
그리고 뺨을 어루만지며 이를 갈았다.
존경하는 사형에게 뺨을 맞았다는 사실이 분통하였기 때문이다.
"당장 사과하거라!"
청송은 그런 청수를 보며 소리쳤다.
"싫..싫습니다!"
청수는 그런 청송을 보며 소리쳤다.
청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사과를 하란 것인가?
잘못한 것은 전부 당가이건만 어찌 자신을 탓한단 말인가?
청수는 억울함이 잔뜩 담긴 시선으로 청송을 노려보았다.
"대체 제가 뭘 잘못했다고 때리시는 것입니까!"
그리고 억울한다는 듯한 말투로 청송에게 소리쳤다.
"네놈이 어찌 잘못이 없다는 말이더냐! 당가를 모욕하다니! "
"당가가 뭐그리 대단하다고 그러십니까!"
"뭐라?!"
"전력이라고는 가주인 독왕과 여자인 독서시 그리고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여자나 꼬시는 호색한 놈 외엔 없지 않습니까!"
"뭐..뭐라!"
청송은 청수의 갑작스러운 폭로에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지금은 그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앞에 턱 하니 당가의 무인이 앉아 있거늘
대체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그 주둥이 닥치지 못하겠느냐!"
청송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청수를 향해 소리쳤다.
"제가 어디 틀린 말을 했습니까! 당가 최고의 후기지수라는 작자가 세상 물정 모르는 아미의 제자를 꼬여내는 것을 사형이 직접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 작자가 이어받을 당가가 정상적일 리 없지 않습니까!"
청수는 마음속 깊이 품고 있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었다.
그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차오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형이 그런 쓰레기 같은 작자를 자꾸만 감싸고 도는 것을 보니 화가 치밀었기 때문이다.
"노오오옴! 그 주둥이 닥치지 못하겠느냐!"
청수의 말을 들은 청송은 역정을 내었다.
화가 난 것은 청송 또한 마찬가지였다.
발언 하나하나를 조심해야 할 위치에 있으면서 가벼이 입을 놀리는 사제에 대한 분노였다.
"분명 그 사안에 대해서는 장 소협이 직접 설명하지 않았더냐!"
"참으로 순진하십니다! 야밤에 청춘 남녀 둘이 자리를 비웠는데 그것을 어찌 믿는다는 말입니까!"
청수는 마치 들으라는 듯 더욱 크게 언성을 높였다.
"그렇다고해도 확실치 않은 억측을 내뱉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답답합니다. 정황상 모든 것이 확실하거늘, 뭘 그렇게 감싸고 도시는 것입니까? "
"이노오옴!"
청수의 말을 들은 청송은 그대로 손을 들어 올렸다.
폭력을 써서라도 그의 입을 다물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청송이 손을 들어 올리자 청수는 눈을 찔끔 감았다.
"그만하시지요."
그때였다.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청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지금 두 사람 다 너무 과열됐습니다. 조금 진정하시지요."
그는 담담한 어조로 모두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후우"
그의 말을 들은 청송은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
청길의 말대로 감정이 너무 과열된 듯싶었기 때문이다.
"청수"
청송이 손을 내리자 청길은 청수를 불렀다.
".......예."
"네가 예민하다는 것은 잘 안다. 그리고 화낼만한 상황이라는 것도 잘 알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어찌 사형제 간의 예우마저 잃어버린 것이더냐."
청길은 침중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말조심을 하라고 일렀거늘 그 버릇이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것 같구나. 당가를 모욕한다는 것은 자칫하면 정치적인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단 말이더냐. 너는 청성의 삼대제자다. 네놈의 위치를 망각하지 말거라."
청길은 조용히 그를 타박하며 말을 이었다.
"............."
청길의 말을 들은 청수는 그대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자신의 발언이 얼마나 철없는 발언이었는지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청송 사형"
고개를 숙이고 있던 청수는 청송에게 사과를 하였다.
"후우...아니다, 나도 손찌검을 해서 미안하구나."
청수의 사과를 들은 청송 또한 그를 바라보며 사과를 하였다.
아무리 화가 났다지만 사랑스러운 사제의 뺨을 갈긴 것이 미안했기 때문이다.
".............."
"............."
둘 사이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청수야."
청송은 차분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예, 사형."
"네가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잘 알고 있단다. 분명 객잔에서 있었던 일 때문일 테지."
청송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
청수는 대답 없이 고개를 푹 수그렸다.
"네가 날 생각하는 마음에 성을 내는 것은 잘 알고 있단다. 하지만 그 화풀이를 엄한 사람에게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
"죄송합니다."
"사과는 마차를 몰고 있는 분께 하거라. 너의 발언으로 많은 상심을 느꼈을 것이다."
청수의 사과에 청송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대협."
청수는 앞쪽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소리쳤다.
"아..아닙니다."
그리고 그의 사과를 받은 당가의 무인은 당혹스러운 듯 그의 사과를 받았다.
저들끼리 싸우다 화해하고 훈계하고 사과까지 가는 과정이 너무 순식간이라 갈피가 잡히지 않은 듯하였다.
"대협."
그때 청수의 옆에 있던 청길이 마부를 불렀다.
"말씀하시지요."
그의 물음에 마부는 말하였다.
"이번 일에 대해 정말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청길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을 이었다/
"아..아닙니다!"
그가 다시금 사과를 하자 마부는 손사래를 치며 입을 열었다.
방계혈족에 불과한 그에게 구파 중 하나인 청성의 삼대제자라는 신분은 더없이 높은 신분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가 이렇게 고개까지 숙이니 황송함마저 들었다.
"저희는 이번 일이 더이상 커지지 않고 저희 선에서 끝났으면 합니다."
청길은 그런 마부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마부에게 말하는 청길의 말에는 조용함을 넘어 싸늘함마저 느껴질 정도로 무미건조하였다.
꿀꺽
그의 말을 들은 마부는 침을 꼴깍 삼켰다.
입을 다물라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가능합니다! 가능하고 말고요!"
마부는 고민할 틈도 없이 곧바로 답하였다.
그 또한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그의 말을 들은 청길은 만족스러운듯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의 말을 믿을 수는 없었지만 이 정도로 겁을 주었으면 적어도 아무에게나 함부로 발설하진 않을 것이다.
`후우`
그의 감사를 들은 마부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어찌 잘 마무리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짤까?`
그리고 마음이 안심이 되자 갑자기 의문이 떠올랐다.
과연 저 청성의 도사가 한 말이 맞을까라는 생각이 말이다.
반응을 보면 거짓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의 표정이 한없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북해행에는 많은 일들이 벌어질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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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그 이야기 들었나?"
천막을 치고 있던 당간은 옆에서 끈을 붙잡고 있는 당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이야기?"
당간의 물음에 당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장소협에 관한 이야기 말일세"
그의 물음에 당간은 목소리를 한껏 낮추며 그에게 속삭였다.
"아, 이번에 당가에 사위로 들어온 분?"
"그래, 그 사람."
당진의 말에 당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자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처럼 보이든가?"
"글쎄? 흐음 일단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네. 아직 대단한 것은 모르겠지만 말일세."
당간의 물음에 당진은 속에 품고 있던 생각을 드러내었다.
갑자기 듣도 보도 못한 자가 상관이랍시고 등장하긴 하였지만, 그들은 불만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강자존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였고 애초에 신앙처럼 떠받들어지는 가주가 직접 선택한 남자였다. 불만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이런 자네는 모르고 있었구먼."
그의 말에 당간은 은근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하였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리도 뜸을 들인단 말인가."
자꾸만 뜸을 들이는 당간의 태도에 당진은 답답한 듯 가슴을 두드리며 말을 하였다.
"들어보게나. 자네 아미의 설 소저에 대해서 아는가?"
"알다마다. 그렇게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이를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당간의 물음에 당진은 꿈을 꾸듯 몽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이미 애가 셋이나 있는 그였지만 설향의 아름다움은 가히 당서윤과 비견될 정도의 아름다움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녀에 대해 모를 수가 있겠는가?
"이건 자네만 알고 있겠나. 그 설 소저와 장 소협이 눈이 맞았다더군."
"뭐,....뭐라!"
당간의 충격적인 발언에 놀란 당진은 저도 모르게 그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눈이 맞았다니
그말인즉슨 바람이 났다는 것이 아닌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쉬이이잇...쉬잇 목소리가 크다네! 자네만 알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의 반응에 당간은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목소리를 낮추라는듯한 행동을 취하였다.
"아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장소협은 아가씨의 정혼자가 아니던가!"
"그러니 내가 비밀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발설하면 안 된다네!"
"말도 안되는 소리! 어찌 사천제일미라고 불리우는 아가씨를 놔두고 바람을 피울 수 있다는 말인가!"
당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천제일미를 넘어 천하제일미라고까지 불리우는 당서윤이었다.
그런 당서윤을 두고 어찌 바람을 피운다는 말인가
"천하제일미도 곁에 없으면 의미 없는 법이 아니던가? 그리고 설소저 정도의 외견이라면 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네."
당간은 확신에 찬 표정을 지으며 당진을 바라보았다.
물론 당진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