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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29화 (230/1,419)

〈 229화 〉 230.부탁을 받다-1

"후아아아암"

선우는 크게 하품을 하였다.

그와동시에 눈이 감길 것 같은 졸음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어제 불허 사태와 서열 정리를 하느라 잠을 통 못 이뤘기 때문이다.

선우는 살짝 충혈된 눈을 하고는 천천히 객잔 일층으로 내려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아침을 들고 있는 수색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자신이 가장 늦은듯싶었다.

선우는 빈자리가 없을까 싶어 다시금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너무 늦게 온 것인지 모든 자리가 만석이었다.

선우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서서먹거나 기다려야 할 듯 싶었기 때문이다.

"소협! 장소협!"

그때였다.

객잔 한 구석퉁이에서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우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남색바탕의 도복을 입고 있는 젊은 도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청성의 도사들이었다.

"같이 먹읍시다! 장소협!"

그리고 그들 중 가운데 앉은 이가 손을 흔들며 선우에게 합석을 권하였다.

`응?`

그 모습을 본 선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아함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당가의 무인들이나 설향을 제외하고는 수색대원들과 친분을 쌓은 적이 없는 그였다.

그런데 별안간 알은 체를 하니 의아함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선우는 그들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계속 서 있기도 좀 그랬고 나름 호의를 베풀었는데 거절하기도 뭣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선우는 빈자리에 앉으며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였다.

"하하하하 이런 거로 감사라뇨."

선우의 감사에 자리를 권한 이는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저는 청송이라고 합니다."

남자는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쪽에 있는 꼬장꼬장하게 생긴 녀석은 제 사제인 청길이고 옆에 있는 녀석은 막내인 청수라고 합니다. 모두 청성 본산의 제자이지요."

청송은 자리에 앉아 있는 이들을 하나 둘씩 가르키며 소개를 하였다.

"반갑습니다. 청길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청수라고 합니다!"

그리고 청송의 소개를 받은 그들은 각각 선우를 바라보며 인사를 하였다.

"반갑습니다. 저는 당가의 장선우라고 합니다."

선우 또한 그들을 마주 보며 정중히 말을 이었다.

"그 유명한 장 소협을 이렇게 뵙다니 영광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자신을 청수라고 소개한 이가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유명하다뇨?"

선우는 그의 말에 모르겠다는 듯 되물었다.

"용봉들을 단숨....흡!"

그때 답하려는 청수의 입을 옆에 있던 청길이 그대로 틀어막아 버렸다.

"닥치거라."

그리고는 청수의 귓가에 대고 조용히 읊조렸다.

순간 창백해진 청수는 고개를 완강히 끄덕였다.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어디서 말할 일이 아니건만 사제가 말실수를 한듯싶습니다."

청수의 입을 틀어막은 청길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선우에게 사과하였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의 사과에 선우는 손을 휘저으며 괜찮다는 손짓을 하였다.

애초에 자신의 반문에 답하려던 것이 아니던가

더구나 선우는 구파에 있는 모든 이들이 용봉과 선우 사이에 있었던 일을 전부 아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저들의 반응을 보니 그 사실을 아는 것은 극소수의 본산 제자들인 것 같았다.

"하하하 사제 어찌 그리 입이 가볍단 말인가, 사내는 자고로 묵직함이 있어야지 안그런가?"

그때 청송이 가벼운 타박과 함께 분위기를 환기하였다.

"그나저나 장 소협, 어찌 이리 늦게 나오셨습니까? 혹여 숨겨둔 애인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리고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선우에게 농을 건네었다.

"하하하하 애인이라니요. 큰일 날 소리를 하십니다. 천하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정혼자로 두고 있건만 어찌 바람을 피운단 말씀입니까?"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청송의 의도를 알아챈 선우는 맞장구를 치며 농을 받아쳤다.

그 또한 불편한 분위기가 계속되길 원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야, 부럽습니다. 사천제일미라고 불리우는 당 여협과 정혼이라뇨."

청송은 감탄성을 내뱉으며 부럽다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사천제일미가 아니라 천하제일미입니다."

선우는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농짓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살짝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다시금 활기가 돌기 시작하였다.

분위가 풀어지자 청수의 입을 막고 있던 청길은 틀어막고 있던 손을 떼었다.

어느정도 타박을 하였으니 이제는 어느정도 말조심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내 청수가 대화에 합세하였고 뒤이어 청길 또한 몇 마디 거드는 형식이 되었다.

하하하하하하

그리고 머지 않아 왁자지껄한 웃음들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하하하하하하

그들과 합석한 선우는 기분이 고조되는 것을 느꼈다.

오랜만에 또래들과 대화를 섞어서인지는 몰라도 상당한 유쾌함이 들었기 때문이다.

청송과 청길, 청수의 조합은 상당히 재밌는 합을 자랑하였다.

청수의 눈치 없음을 청송이 희화하였고 도를 넘는 장난은 청길 선에서 정리가 되었다.

이 완벽한 균형이 그들만의 독특한 재미를 만들어내었고 선우는 쉴 새 없이 웃을 수가 있었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유쾌함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때 사제가 말하는게 아니겠소? 이럴줄 알았다면 청성말고 화산파로 갈걸하고 말이오."

청송은 만연한 미소를 지으며 과거의 이야기를 털어내었다.

"사형!"

순식간에 조롱거리가 된 청길이 얼굴을 붉히며 그를 타박하였지만, 그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상가의 도련님이 어디 고생이란 것을 해봤겠소? 하루하루 집에 가고 싶다면서 울고 보채는 것을 달래느라 진을 뺐다오."

"청길 도우께서는 그럴 성정으로는 보이지는 않는데요?"

그의 말에 선우는 말도 안 된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딱딱하기 그지없게 생긴 청길이 울고 보챘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생긴건 저리 생겨도 어찌나 여린지 아시오? 아직도 어릴 때 끌어안고 자던 침구가 아니면 잠을 못 잔다오."

"사형!"

청송의 끝없는 농지거리에 청길은 시뻘게진 얼굴로 소리를 쳤다.

처음 보는 이에게 무슨 말을 한다는 말인가?

"하하하하하"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웃음을 터트렸다.

유쾌함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장 소협, 내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겠소?"

"얼마든지 물어보십시오."

그의 물음에 선우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혹여 아미의 설 소저와 친하시오?"

"........"

순간 선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물음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선우는 일단 시치미를 떼었다.

"시치미 뗄 것 없소. 어젯밤도 같이 객잔 밖을 나서지 않았소?"

선우의 반응에 청송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그걸...어찌?"

선우는 당혹스러운 듯 그에게 되물었다.

어찌 그 사실을 알고 있냐는 물음이었다.

"어젯밤 뒷간에 가다 우연히 보게 되었소. 둘이 나란히 걸어가는 것을 말이오."

청송은 빙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의 말을 들은 선우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빼도 박도 못하게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선우는 맹렬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였다.

지금 상황을 타개할 만한 괜찮은 핑계를 말이다.

그리고 이내 그럴싸한 핑계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

"후우....조심한다고 했는데 결국 들켜버린 것 같군요."

선우는 한숨을 살짝 내쉰 후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사실 설 소저와 비무를 나누고 오던 길이었습니다."

"비무요?"

"그렇습니다. 서로 비슷한 경지에 다다라서인지 그녀를 보자마자 호승심이 일어나더군요."

"뭐라!? 그렇다면 그녀 또한 장 소협과 비슷한 경지에 다다랐다는 말이오!?"

선우의 말에 청송은 말도 안 된다는 듯 소리쳤다.

눈앞에 있는 장선우가 어떤 인간이란 말인가?

차세대 중원 무림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여겨지는 유망하기 그지없는 후기지수들을 홀로 제압해버린 괴물 같은 인간이 아니던가

그런데 고작 약관 정도 되어 보이는 여인이 그런 그와 비슷한 경지에 올랐다니?!

그들이 예상하는 선우의 경지는 초절정이었다.

그말인즉슨 설향 또한 초절정이라는 말이 아니던가?

청성의 도사들의 얼굴에는 경악이라는 감정이 서렸다.

초절정이 도대체 어떤 경지란 말인가?

신체적인 개념의 심(心), 기(技), 체(體)와 정신적인 개념의 정(精),기(氣), 신(神) 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야 도달 할 수 있는 지고의 경지가 아니던가

그런 어마어마하기 그지없는 경지를 고작 약관 정도 되어 보이는 나이에 도달하다니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허어...그게 정말 사실이오?"

청송은 헛웃음을 내뱉으며 선우에게 다시금 내뱉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입니다."

그의 물음에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

"..........."

"..........."

그의 말읃 들은 청성의 도사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그저 경외감밖에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 또한 기재로서 청성에서 이름을 날리던 이 들었다.

이립도 안된 나이로 절정의 경지에 오른 기재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항상 자신만만하였다.

비록 청성의 산문에 묶여있지만, 만약 무림에 출도하게 된다면 용봉 따위는 자신들의 상대가 안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 그들에게 약관도 안된 설향이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다는 말은 어마어마한 박탈감을 느끼게 하였다.

이십대라는 젊은 나이에 오른 절정의 경지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추욱

갑자기 청성의 제자들이 몸을 축 늘어뜨리기 시작하였다.

말 많던 청송마저 입을 꾹 다물었으며 안 그래도 딱딱하던 청길의 표정이 더욱 딱딱해졌고 청수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왁자지껄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 분위기를 만든 당사자인 선우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한 번에 해소가 되니 괴리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발`

선우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에 죄책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선우는 그들의 눈치를 보며 음식을 깨작거리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숨이 턱 막히는 분위기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정말...대단하오."

그때 가만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청송이 입을 열었다.

"어찌 그 나이에 그리 강할 수 있다는 말이오."

말을 잇는 그의 눈빛이 쉴 새 없이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만큼이나 아름다운 소저가 무공조차 그리도 강하다니........"

청송은 몽롱한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쿵쾅 쿵쾅 쿵쾅

청송의 심장이 쉴 새 없이 뛰기 시작하였다.

자신보다 강한 여자라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이란 말인가?

언제나 강한 여자를 동경해왔던 청송이었다.

그런 그에게 설향에 대한 이야기는 가슴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한 화젯거리였다.

"장 소협."

청송은 진지한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말..말씀하시지요."

선우는 갑작스러운 그의 태도 변화에 당황하면서도 그의 물음에 답하였다.

"혹여 나를 좀 도와줄 수 있겠소?"

"도와달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걸……."

선우는 의문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끝을 흐렸다.

"나는 설소저와 친해지고 싶소. 그리고 마음이 맞는다면 그 이상까지 바라오."

선우의 물음에 청송은 진지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으며 선우에게 말하였다.

"그러니 그녀와 친해질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시구려."

청송은 눈을 반짝거리며 그에게 말하였다.

"............."

그의 말을 들은 선우는 순간 말을 잃었다.

갑작스러운 급전개에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 설향의 경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거늘

어찌 그것이 남녀 간의 애정사로 탈바꿈을 한다는 말인가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장 소협, 나는 지금 무척이나 진지하오."

"그런 일은 당사자 간에 알아서 할 일이 아닙니까?"

그의 부탁에 선우는 거절의 빛을 내비쳤다.

남의 애정전선에 관여하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을뿐더러 굳이 그녀와 청송을 엮고 싶은 마음도 없었기 때문이다.

"허허...장소협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오. 그저 자리만 마련해준다면 내 알아서 하리라"

선우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그는 끊임없이 부탁을 하기 시작하였다.

지금 아미와 청성은 수색대의 주도권을 두고 경쟁을 하고 있는 사이였다.

그리고 청송 또한 그런 정치적인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청송이 설향에게 접근한다면 분명 운적자의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 자명하였다.

그렇기에 그는 선우에게 간곡히 부탁하였다.

그가 따로 불러 자리를 마련해준다면 운적자도 눈치를 채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

그의 부탁을 들은 선우는 말없이 고민에 빠졌다.

여기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감이 안 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간곡히 부탁하는데 모른 척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남의 애정전선에 껴서 월하노인이 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두 상반된 감정이 서로 충돌하며 선우의 머릿속을 잔뜩 어지럽히기 시작하였다

`흐으으음`

선우는 속으로 침중한 신음성을 흘리며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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