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8화 〉 229. 주제 파악을 시키다-2
부들 부들
선우의 말을 들은 불허사태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하라는 말이 그녀에게 어마어마한 수치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자신이 대체 누구던가?
화경을 목전에 두고 있는 초절정 상경의 고수이면서 구대문파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대아미파의 장로이자 최고의 고수가 아니던가
그런 자신에게 무릎을 꿇으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자신이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아미 전체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당가에게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소리였다.
꿇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꿇으시죠."
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다시금 말을 이었다.
"못..해요.."
선우의 말에 불허사태는 덜덜 떨리는 입으로 겨우겨우 말을 이었다.
"못한다고요?"
선우는 의외라는 듯 반문하였다.
작열독은 그 화경 상경에 이른 주소양마저 몸서리치며 두려워할 정도의 위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뻣뻣한 태도를 유지하다니
의외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역시 정신수양을 덕목으로 하는 불가의 제자라 이건가?`
과연 불가의 제자답게 좀 더 정신력이 탄탄한듯싶었다.
"제 무릎에는 저의 자존심뿐만 아니라 대아미파의 자존심이 달려있습니다. 결코, 꿇을 수가 없습니다."
그녀는 떨리는 입을 진정시킨 후 생각한 바를 그대로 말하였다.
"당신도 명예를 아는 무인이라면 이쯤에서 끝내세요. 저도 숙일 만큼 숙였다고 생각합니다."
말문이 한번 트이자 그녀는 유창하게 소신을 밝혔다.
물론 그 내용은 심히 마음에 드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허"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어이없음을 느끼며 헛웃음을 뱉어냈다.
당사자가 용서를 안 했거늘 뭘 마음대로 끝내라는 말인가?
선우는 깨달았다.
불허사태가 생각보다 고집불통이고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제가 용서를 안 했는데 뭘 마음대로 끝낸다는 말입니까? 제가 분명 말했을 텐데요? 사과를 받아내겠다고요."
"전 분명히 사과를 했어요."
그녀는 뻔뻔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요. 그 사과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제대로 사과를 하겠다면 무릎을 꿇으십시오."
선우는 고개를 저으며 그녀에게 말하였다.
"장 소협, 억지 부리지 마세요. 저는 이미 연배가 훨씬 높은 선배로서 충분한 반성을 하였습니다."
빠지직
선우는 이마에 다시금 핏줄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작열독의 고통이 어지간히 가셨는지 다시금 억지를 부리기 시작하였다.
`시발 더 조질걸.`
선우는 후회하였다.
혹여 미칠까 봐 주소양을 조질 때보다 시간을 줄였는데 그게 화근이 된 듯 싶었다.
아직까지 이렇게 개같이 구는 것을 보니 말이다.
"억지는 불허 사태가 부리고 있지 않습니까? 잘못은 당신이 했거늘 어찌 아미를 걸고넘어진다는 말씀입니까? 당가와 아미의 싸움이 아닙니다. 당신과 저와의 싸움입니다."
그녀의 개같은 소리에 선우는 선을 딱 긋고 말하였다.
지가 잘못한 걸 왜 문파까지 들먹여 지랄한다는 말인가?
애초에 당가까지 싸잡아서 욕하던 그녀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제와서 무슨 아미의 명예까지 챙겨달라는 소리를 한단 말인가?
`정신병자 같은 년.`
선우는 속으로 불허사태에 대한 평을 내렸다.
아미라는 거대 문파를 등에 업고 얼마나 제멋대로 살아왔는지 눈에 선하였다.
"아니요, 이건 아미파의 명예가 걸린 문제입니다. 어찌 아미의 장로가 후기지수 따위에게 무릎을 꿇을 수 있단 말입니까!"
"그래서 무릎을 못 꿇겠다고요?"
"못 꿇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죠."
그녀의 말에 선우는 담담한 목소리로 답하였다.
말을 마친 그의 몸 주위로 어마어마한 양의 음양조화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애액
그리고 그의 몸에서 뻗어나온 음양조화기들이 커다란 기막을 형성한 후 그들을 감쌌다.
저벅 저벅
선우는 천천히 그녀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잠..잠깐만요! 왜 가까이 오는 것입니까!"
선우가 다가오는 것을 느낀 불허 사태는 뒷걸음질을 치며 그에게 외쳤다.
"제가 분명 말했을 텐데요?"
선우는 그런 그녀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강제로 받아내겠다고요."
"비무는 이미 끝났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를 고문이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못할 것도 없지요."
"당신은 정파의 동량입니다! 그런데 어찌 그런 잔혹 무도한 일을 저지른다는 말입니까!"
선우의 말에 불허는 놀라 소리쳤다.
아미파의 장로인 자신을 고문한다니 정파의 후지기수로서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짓이었다.
어찌 간악한 마교종자들이나 할 법한 일을 저지른다는 말인가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당가를 모욕한 그 말을 책임질 수 있냐고 말이지요. 그리고 사태께서는 분명 책임을 진다 하셨습니다."
"그,.그건!"
"저는 책임을 물을 생각입니다. 부디 이해해주시길."
말을 마친 선우는 걸음걸이를 더욱더 빠르게 하기 시작하였다.
저벅 저벅 저벅
"잠..잠깐!"
불허사태는 다급히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어느새 선우가 코앞까지 다가왔기 때문이다.
"많이 아플 겁니다."
선우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내뱉었다.
선우는 빠르게 내력을 순환시켰다.
위이이이잉
그러자 머지않아 손바닥에 붉디붉은 기운들이 뭉쳐지기 시작하였다.
작열독기였다.
`좀 더 매콤하게 해주지.`
선우는 내부의 있는 독기들을 혼합하여 작열독기의 농도를 더욱 진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손바닥에 있던 붉은 기운들이 더욱 진해지기 시작하였다.
휘익
퍽
그리고는 그대로 독장을 내질러 그녀의 가슴팍을 가격하였다.
"아악!"
선우가 내지른 독장을 정통으로 맞은 불허 사태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가 내지른 독장을 타고 어마어마한 독기들이 스며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관음구음신공을 운용하려고 하였지만 소용없었다.
독기가 퍼지는 속도가 너무 빨랐기 때문이다.
선우의 손을 타고 들어온 독기는 그녀가 내력을 운용하기도 전에 온몸을 뒤덮어버렸다.
"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온몸에 독기가 뒤덮인 불허 사태는 다시금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말도 안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고통이 엄습하였다.
쿵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온몸을 비틀면서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하였다.
"하아아아아악!!!!! 하아아아아악!"
아팠다.
아파도 너무 아팠다.
온몸이 타는듯한 고통이 살갗을 지나 뼈를 지나 내장까지 닿는듯한 느낌이었다.
불구덩이 속에 뛰어든다면 이런 느낌일까?
저 커다란 화산에 있는 용암 속으로 뛰어든다면 이런 느낌일까?
작열하는 태양 속으로 뛰어든다면 이런 느낌일까?
알 수 없었다.
그 어떤 것도 경험해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느끼고 있는 고통이 저 모든 것들 합친 것보다 더한 고통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아아아아아아아악!!!!!"
그녀는 눈물을 철철 흘리기 시작하였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울고 또 울고 계속 울었다.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눈물샘마저 말라버릴 정도가 되었을 때쯤
그녀는 피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눈물샘이 찢어지면서 피눈물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아아아아악!!"
박 박 박 박
그녀는 바닥을 온통 긁기 시작하였다.
이렇게라도 고통을 분출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찌나 바닥을 긁었는지 그녀의 모든 손톱이 피투성이가 된 채 전부 뜯겨져나갔다.
그럼에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만약 이대로 멈추면 그대로 정신이 나갈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후회하였다.
선우에게 덤벼든 자신을
오만했던 자신을
그에게 무릎 꿇지 않았던 과거를
그에게 책임지겠다고 한 과거를
"꺄아아아아아아악!"
그런 후회를 하며 그녀는 더욱 크게 비명을 질렀다.
부디 이 고통이 끝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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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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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고통에 몸부림친 지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온몸을 뒤덮고 있던 독기들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감각을 느꼈다.
손끝부터 발끝까지 전부 퍼져 있던 독기들이 혈도를 타고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고통이 느껴지긴 하였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독을 빼내고 있는 과정이라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또다시 피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이런 쓰레기같은 자신을
오만하고 그릇된 자신을
용서해준 그에 대한 고마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하우...으으어..아...으"
성대에 무리가 갔는지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그녀는 선우에게 고마움을 표하였다.
독을 빼내 주어 고맙다고
용서를 해줘서 고맙다고 말이다.
이내 모든 독이 빠져나가자 그녀는 그대로 축 늘어져 버렸다.
기절조차 허용치 않았던 독이 빠지자 그대로 기절해버린 것이다.
그녀의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환하게 걸려있었다.
********
`또 기절했네.`
선우는 기절해버린 불허사태를 바라보고 혀를 찼다.
얼른 사과를 받아야 자러갈 수 있건만 계속 기절해버리니 짜증이 몰려들었다.
선우는 기절해 있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녀의 맥문을 잡은 뒤 내력을 흘려보냈다.
선우의 몸속에 있던 음양조화기가 맥문을 타고 천천히 이동하더니 이내 불허 사태의 온몸을 순환하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웅
그러자 작열독으로 인해 망가졌던 그녀의 혈도들이 천천히 복구가 되기 시작하였다.
갈기갈기 찢어졌던 혈도에 점차 아물었고 금이 갔던 단전이 다시금 붙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그녀의 호흡이 점차 안정화되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선우는 맥문에서 점차 손을 떼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깨어날 듯 싶었기 때문이다.
선우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 그녀가 깨어나길 그대로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으윽"
그녀가 신음성을 내며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깼습니까?"
선우는 눈을 뜬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히익!"
선우의 목소리가 들리자 불허사태는 깜짝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쿵 쿵 쿵
그리고는 납작 엎드린 후 바닥에 머리를 찧기 시작하였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안그럴게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아니 죽이셔도 돼요. 제발 다시는 그런 고통을 겪지 않게만 해주세요. 제발요"
쿵 쿵 쿵
땅에 머리를 박힌 그녀의 이마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왔다.
아마 딱딱하기 그지없는 바닥에 이마가 찢긴듯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저 선우에게 빌고 또 빌 뿐이었다.
`어라`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무척이나 당황하였다.
설마 이렇게 약발이 잘 먹힐 줄은 상상도 못 하였기 때문이다.
`뭐지?`
그저 주소양에게 썼던 작열독보다 농도를 좀 더 높였을 뿐인데 생각보다 과한 반응이 나왔다.
쿵 쿵 쿵 쿵 쿵
그때 불허 사태가 머리를 박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기 시작하였다.
선우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성의가 부족하다고 느낀 탓이었다.
피가 튀고 살갗이 벗겨지기 시작하였다.
조금만 더 박아댄다면 허연 두개골이 보일 것만 같았다.
"그..그만!"
선우는 그런 불허사태를 급히 말렸다.
선우가 원한 것은 오만한 그녀가 머리를 한 번 조아리는 것뿐이지 머리 박고 죽으라는 소리가 아니었다.
선우가 만류를 하자 그녀는 땅을 찧던 행위를 그대로 멈춰버렸다.
`후우`
선우는 그제야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더 이상 머리를 찧을 일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일어나세요."
벌떡
선우의 말을 들은 불허사태는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태도였다.
"사과는 받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불허사태는 선우의 용서에 허리를 몇 번이나 숙이며 감사하고 또 감사하였다.
선우는 그런 불허사태를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대체 작열독의 효과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 고집불통의 비구니마저 굴복시켰다는 말인가?
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래도 작열독을 사용을 자제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일은 불문으로 부치겠습니다. 서로 이런 일이 알려져 봐야 좋을 일은 없을 테니까요."
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입니다. 결코,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결연한 의지까지 내보이며 선우에게 다짐을 하였다.
그녀의 태도에 선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 짧은 시간에 인간이 이렇게까지 바뀔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개같이 고통스럽긴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일은 잘 풀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손을 봐줬으니 앞으로는 괜한 꼬투리를 잡으며 슬슬 긁는 일은 없으리라
"그럼 들어가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선우는 그대로 뒤를 돌았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별로 그녀와 오래 있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졸리기도 하였고 말이다.
불허사태는 그런 선우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선우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녀는 온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하였다.
꾹 참아뒀던 선우에 대한 공포가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하아...하아...하아..하아.."
그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을 바짝 조이는듯한 고통이 몰려드는 것 같았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박동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하였다.
무서웠다.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근원적인 공포에 그녀의 심장은 더욱더 빨리 뛰기 시작하였다.
자신은 어찌하여 저런 괴물 같은 자를 대적하였을까라는 후회가 몰려들었다.
그리고 저런 괴물 같은 자의 스승인 독왕은 얼마나 강할까라는 두려움이 몰려들었다.
그녀는 후회하였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당가를 적대했던 자신을 말이다.
그녀의 눈빛에는 후회라는 감정이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