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27화 (228/1,419)

〈 227화 〉 228. 주제 파악을 시키다-1

와르르르

"끄아아아악! 이 개 같은 자식이!"

벽에 처박혔던 불허 사태는 잔뜩 화를 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녀는 지금 무척이나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자신보다 아래라고 여기던 상대였다.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화경을 목전에 두고 있는 자신에게는 상대가 안 될 것이라고 여기던 상대였다.

그런데 그렇게 얕봤던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구타를 당하게 되었다.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네놈이 정녕 끝을 보자는 것이더냐!"

그녀는 분노하였다.

"끝까지 갈 것이 아니라면 검을 들지도 않았소."

선우는 그녀의 말에 담담한 시선을 보내며 말을 이었다.

으득

선우의 말을 들은 불허사태는 이를 갈았다.

저 오만하기 짝이 없는 낯짝을 뜯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시금 관음구음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이 수치를 만회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제어하고 있던 칠상창의 살기가 순식간에 풀리기 시작하였다.

"모두 네놈이 자초한 일이다! 나를 원망치 말거라!"

말을 마친 그녀의 주위에 어마어마한 살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저릿 저럿

몸이 살짝 저릿할 정도의 살기가 몰려들어왔다.

`어마어마한 살기군.`

선우는 그녀가 내뿜는 살기를 느끼며 생각에 잠겼다.

애초에 비무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전해지는 것이 바로 칠살창이었다.

불가의 무공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강한 살기를 지녔기 때문이다.

아마 불허 사태도 기선 제압만 할 요량이었기에 나름의 힘 조절을 하고 있었는듯 하였다.

하지만 계속되는 치욕에 참지 못하고 폭발한듯싶었다.

`잘됐네.`

선우는 속으로 잘됐다 여기며 검을 천천히 늘어뜨렸다.

이번 기회에 힘의 차이를 제대로 느끼게 해줄 심산이었다.

위력으로는 무림에서 일절로 쳐주는 것이 바로 칠살창이었다.

아마 불허 사태 또한 칠살창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칠살창을 정면을 부숴버린다면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겠는가?

그것도 호색한 이라면서 은근히 무시를 하던 선우에게 말이다.

우우우우웅

선우는 천천히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였다.

그러자 그의 주위에 음양조화기가 일렁이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선우는 일렁이는 음양조화기에 독기를 흘려보내었다.

그러자 무색의 음양조화기에 녹빛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독기가 차오른 검을 본 선우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짓고는 그대로 앞을 바라보았다.

앞을 보니 살기가 응축되고 또 응축되어 칠살창을 휘감기 시작하였다.

불허사태는 창을 쥔 손을 살짝 뒤로 뺐다.

누가 봐도 돌격을 준비하는 자세였다.

쾅!

그리고 머지않아 불허사태는 굉음을 내며 땅을 박찼다.

굉음 소리와 동시에 그녀의 신형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명왕부동신공이 극성으로 발휘된 것이다.

그리고 사라졌던 그녀가 어느새 선우의 코앞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불허사태는 그대로 살기가 가득 담긴 칠살창을 선우에게 내리꽂았다.

쏴아아아아아악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몸이 절로 떨려오는 어마어마한 살기가 선우를 덮쳐들었다.

선우는 기를 압축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압축된 기들이 엮어지더니 선명한 강기를 만들어내었다.

선우는 형성된 녹빛의 검강을 그녀를 향해 그대로 휘둘렀다.

콰쾅!

선우의 검과 불허의 창이 맞부딪히며 굉음과 함께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크윽!"

그리고 충격파를 정면으로 받아낸 불허사태는 저도 모르게 신음성을 내었다.

그녀는 지금 무척 당황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위력만 따지자면 그 어떤 무공과도 비견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칠살창이었다.

아미파 특유의 정순한 내기에 살기가 더해져 그 위력이 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칠살창이 막혀버렸다.

그것도 이 어리디어린 후기지수에게 말이다.

으드득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창을 쥔 손에 더욱 힘을 주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막혀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크아아아아악!"

하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그의 검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자신의 창이 점점 뒤로 밀려지기 시작하였다.

파들 파들

창을 쥔 손이 파들파들 떨려왔다.

꽈악

불허는 더는 못 버티겠는지 다른 손마저 창을 잡았다.

그리고 양손을 부들거리며 그저 버틸 뿐이었다.

부들 부들

선우는 그 모습을 보고 차가운 냉소를 지었다.

고작 이 정도 실력으로 제 세상인 냥 오만하기 짝이 없게 행동한 그녀에 대한 비웃음이었다.

`더 굴욕적이게 해주지.`

선우는 검을 쥔 손에 힘을 더 주기 시작하였다.

끼이이익

그러자 대치하고 있던 그녀의 창이 서서히 밀리기 시작하였다.

불허는 당황하였다.

상대는 고작 한 손일 뿐이건만 양손으로 창을 쥐고 있는 자신이 밀리고 있는 것이다.

뿌드득

그녀는 더욱 이를 악물고 버텨보려고 하였지만 소용없었다.

선우의 검에 밀린 그녀의 창은 어느새 허공을 향하게 되었고 창을 쥐고 있는 그녀의 양손 또한 옆을 향하게 되었다.

그리고 선우는 무방비 상태가 돼 있는 그녀에게 천천히 손바닥을 뻗었다.

선우의 손바닥에는 붉은빛의 기운들이 세밀하게 뭉쳐져 있었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다는 것을 느낄 정도로 강렬한 기세였다.

"조금 아플 것입니다."

선우는 차가운 어조로 말을 내뱉은 후 그대로 그녀의 단전을 후려쳤다.

"아아아악!"

그리고 선우가 단전을 후려지는 동시에 불허사태는 비명을 내질렀다.

선우의 손바닥이 몸에 닿자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다.

독기였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양의 독기 말이다.

그녀는 재빨리 관음구음신공을 운용하여 독기를 몰아내려고 하였다.

`끄아아아아악!`

하지만 혈도와 세맥 자체를 파고드는 어마어마한 독기에 집중력이 흩어져버렸다.

그리고 집중력이 흐트려지자 관음구음기가 독기에 밀리기 시작하였다.

이내 관음구음기를 운용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그녀의 온몸을 휘감기 시작하였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녀는 온몸을 휘감는 어마어마한 고통에 결국 비명을 지르게 되었다.

퍽 퍽 퍽

몸을 휘감은 고통에 그녀는 땅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온몸을 휘저으며 몸부림을 치기 시작하였다.

퍽 퍽 퍽

땅을 후려치고 허공을 후려치며 그녀는 더욱 발광을 하였다.

하지만 고통은 사라지긴커녕 더더욱 커져만 갔고 그에 따라 그녀의 비명 또한 커져갔다.

"아아아아아아악!!!!!"

불허 사태는 비명을 질렀다.

이렇게라도 비명을 지르지 않으면 미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만큼 어마어마한 고통이었다.

"아아아아아악!"

그녀는 다시금 비명을 질렀다.

`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어마어마한 고통이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그것도 펑펑 말이다.

철이 들고 단 한 번도 눈물을 보인 적이 없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고통에 굴복하여 울음을 흘린 것이다.

쩌적

강철과도 같던 그녀의 자존심이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쩌저저적

챙그랑

그리고 머지않아 그녀의 자존심이 아예 부서지게 되었다.

"흑흐..그흑...흑흐...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아아아아악!!!!!!!"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강철같이 두터운 자존심이 부서지니 그 안에 있던 연약한 속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녀는 빌고 또 빌었다.

살려달라고 제발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고통은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제발...죽여줘요!.....제발!!!!! 죽여줘!!!!!"

이내 살려달라는 애원은 차라리 죽여달라는 말로 바뀌게 되었다.

그녀는 죽고 싶었다.

이런 끔찍한 고통이 계속될 바엔 죽는 게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눈물은 물론 콧물에 침까지 모두 줄줄 흘리며 소리를 지르고 또 질렀다.

고통에 대한 해방을 애원하면서 말이다.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 오만하기 짝이 없던 불허사태가 저렇게 눈물을 흩뿌리며 애원하는 모습을 보니 통쾌함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통쾌했다.

그리고 유쾌했다.

그동안 저 망할 계집 때문에 얼마나 짜증이 치밀어올랐던가

고구마도 이런 고구마가 없었다.

그런데 작열독에 괴로워하며 발광을 하는 그녀를 보니 목구녕까지 차올랐던 고구마가 순식간에 해소가 되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아아아아아아아악!"

그때 불허사태가 더욱 크게 비명을 내질렀다.

자세히 보니 이제는 거품까지 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고심에 빠졌다.

마음 같아선 더 굴리고 싶었으나 이대로 냅뒀다간 미쳐버릴 듯하였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주입한 것은 먼젓번에 주소양에게 주입한 독과 마찬가지로 개량된 작열독이었다.

이예설에게 주입했던 것보다 수배는 더욱 독하다는 뜻이었다.

그런 독을 주입했으니 불허사태가 버틸 리 만무하였다.

절대지경이라고 불리우는 화경에 다다른 주소양조차 미치기 직전까지 가지 않았던가

고작 초절정 고수에 불과한 불허 사태라면 정말 미쳐버릴 수도 있었다.

선우는 그녀의 단전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흐읍"

그리고 그녀의 몸을 활개 치고 다니던 작열독을 다시금 거둬들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그녀의 몸 속에 퍼져있던 작열독들이 선우의 손을 타고 그대로 스며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아아아악!"

그 독들이 빠져나오는 과정조차 고통스러웠는지 불허사태는 다시금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선우는 알바가 아니었기에 그녀가 고통을 받든 말든 속행을 하였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녀의 몸속에 있던 모든 독들을 빼낼 수 있었다.

독을 모두 빼낸 선우는 시선을 내려 불허사태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눈물 콧물에 침까지 다양한 액체들이 그녀의 얼굴을 어지럽히고 있었고 독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것인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쯔쯧"

그 모습을 본 선우는 혀를 찼다.

꼭 겪어봐야 아는 새끼들이 있다.

불허 사태는 딱 그런 부류의 인간인듯싶었다.

쉬이이이이이이

그때였다.

갑자기 불허사태의 아랫도리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가사의를 흠뻑 적시기 시작하였다.

긴장이 풀리면서 방광까지 같이 풀린 것이다.

"으윽"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서둘러 코를 움켜잡았다.

혹시 모를 지린내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선우는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아무래도 작열독을 중독당한 후에는 오줌을 쌀 수밖에 없는듯하였다.

***********

그녀가 오줌을 싼 모습을 확인한 선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마음 같아선 그대로 냅두고 자러 가고 싶었지만 이런 추태를 보인 상태에서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대로 객잔으로 들어가버렸다.

객잔에 들어간 그는 양동이 하나를 빌린 후 그곳에 가득 찬물을 담았다.

그리고 그녀가 기절해있는 공터로 다시금 돌아왔다.

촤악

공터에 도착한 그는 양동이에 담긴 물을 그대로 불허 사태에게 들이부었다.

"꺄아아악!"

그러자 찬물을 뒤집어 쓴 불허사태가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정신이 드십니까?"

선우는 일어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몸을 반쯤 일으킨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이내 선우를 발견하였다.

그리고 선우와 눈이 마주치자 얼굴색이 급격히 창백해지기 시작하였다.

덜 덜 덜

뿐만 아니었다.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덜덜 떨기 시작하였다.

"뭘 그렇게 떠십니까? 천하의 불허 사태가 말입니다."

선우는 온몸을 파들파들거리며 떠는 그녀를 바라보며 비꼬듯 말하였다.

"............."

하지만 선우의 비꼬는듯한 말투에도 불구하고 불허사태는 여전히 몸을 떨 뿐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 공포가 본능적으로 각인된듯하였다.

"본인 스스로가 얼마나 우물 안의 개구리인지 인지하셨습니까?"

"..........."

"앞으로는 그런 알량한 무공을 믿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

선우가 어떤 말을 해도 그녀는 말없이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선우는 답답함이 느껴졌다.

"사람이 물어보면 대답을 하셔야죠. 지금 당가를 무시하는 것입니까?"

선우는 짐짓 화난듯한 어투로 그녀에게 들었던 말 그대로 내뱉었다.

절레 절레

그리고 그런 선우의 태도에 겁을 먹은 것인지 불허사태는 맹렬하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 시작하였다.

"대답하셔야죠. 말 모르세요?"

".......알..겠..습니다."

불허사태는 매우 공손한 어투로 선우에게 답하였다.

처음에 보여줬던 오만하기 짝이 없는 모습은 그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자, 그럼 이제 사과를 하시지요."

"....사..과요..?"

"네, 사과요. 제가 분명 말했을 텐데요? 사과를 받아낼 것이라고 말이에요"

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한 음색으로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선우의 말을 들은 불허사태는 간신히 쥐어짜듯 그에게 사과를 하였다.

"잘 안 들리는데요?"

선우는 그런 그녀의 사과에도 성이 차지 않는지 과장된 행동으로 귀를 만지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흐흑,...흑..죄...송합니다!"

선우의 되물음에 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자신의 처지에 대한 설움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죠."

그녀의 외침에 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정말 죄송하다면 좀 더 성의 있게 행동하셔야죠."

"성..의요?"

선우의 말에 불허는 의문이 담긴 물음을 건네었다.

대체 여기서 어떻게 더 성의를 보인단 말인가?

"무릎 정도는 꿇어줘야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겠습니까?"

선우는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불허사태의 안색이 거무죽죽하게 변하였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