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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18화 (219/1,419)

〈 218화 〉 219. 전력을 확인하다-1

"커어어어억~휘유 커어어억 휘유"

마차에 드러누운 선우는 코를 골며 잠을 자고 있었다.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마차였지만 선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잠을 청하였고 깊은 잠에 빠질 수가 있었다.

일주일 간 옥령과 당대부인에게 밤새 시달렸던 선우였다.

자지가 착즙되는 느낌을 받으며 일주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혹독하게 자지를 휘두르던 그였다.

잠이 오지 않을 리 없었다.

"커어어어억!"

그의 코골이는 더욱 커지기 시작하였다.

`썩을``

한 편 그의 마차를 몰고 있는 당판은 인상을 찌푸렸다.

말이 달리는 소리보다 더욱 큰 코골이가 그의 귀를 강타하였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선 뒤를 돌아보고는 당장 일어나라며 큰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어찌 운전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잠을 청한다는 말인가?

잠깐 조는 것도 아니었다.

아예 대놓고 드러눕고 자는 모양새가 무척이나 마음에 안 들었다.

`참자...참자..참자!`

당판은 속으로 참고 또 참았다.

자신에게는 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자식들이 있었다.

여기서 그에게 소리라도 쳤다간 모두 길거리에 나앉게 되리라

처음보는 남자였지만 저 남자는 가주의 제자이자 독서시 당서윤의 정혼자였다.

그런 어마어마한 위치에 있는 남자에게 잘 보이지는 못할망정 밉보일 수는 없었다.

당판은 다음에 마을에 들린다면 꼭 귀마개를 구입하자고 굳게 다짐하며 길을 달렸다.

.

.

.

.

.

그렇게 얼마나 되었을까

갑자기 앞쪽에 있는 마차에서 하얀 백기를 들어 수신호를 보내었다.

그 신호를 본 당판은 재빨리 뒤편에 있는 깃 중 백기를 꺼낸 뒤 뒤편에 있는 마차를 향해 수신호를 보내었다.

그리고는 고삐를 틀어쥐고 천천히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하였다.

백기는 휴식을 뜻하는 깃이었다.

아마 밤도 늦었으니 야영을 하자는 뜻이리라

"워..워!"

당판은 날뛰는 말들을 천천히 진정시킨 후 이내 마차를 완전히 멈춰 세웠다.

"선우님."

마차를 멈춰 세운 당판은 고개를 뒤로 돌린 후 선우를 불렀다.

"커어어어어 휘유...커어어어어 휘유."

하지만 당판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선우는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선우님!"

당판은 다시금 선우를 향해 소리쳤다.

선우가 마차에서 떠나야 자신 또한 비로소 쉴 수가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불러도 선우가 깨어나지 않으니 답답함이 몰려들었다.

"흐으음...냠냠"

하지만 그의 물음에도 선우는 여전히 꿈속에서 헤매고 있을 뿐이었다.

`썩을`

당판은 속으로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뜻대로 되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어나십시오!"

당판은 다시금 선우를 불렀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멱살을 잡아 흔들어 깨우고 싶었지만, 명백히 상급자인 선우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일어나십시오 선우님."

그저 하염없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깨울 뿐이었다.

.

.

.

.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쾅 쾅 쾅

갑자기 마차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번쩍

그리고 그 소리에 놀란 선우는 눈을 번쩍 뜨였다.

"일어나십시오, 선우님"

그리고 바깥에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냐!?"

깜짝 놀란 선우는 마차 문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청성의 청수라 합니다. 지금 운적자 장로님께서 찾으십니다."

"운적자 장로가?"

"네,"

"알았네."

그의 말에 선우는 짤막이 답하고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끼이이익

자리에 일어난 그는 마차의 문을 열고 천천히 밖으로 향하였다.

`후우`

그가 완전히 마차 밖으로 나가자 당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좀 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오`

밖으로 나온 선우는 살짝 감탄하였다.

밖으로 나와보니 이미 여기저기에 모닥 불이 지펴져있었고 중앙쯤에는 커다란 천막 하나가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천막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때여 옆에 있던 청수가 선우에게 말을 하였다.

"고맙네."

선우는 그런 청수를 바라보고는 짤막이 답하였다.

그리고는 그대로 천막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청수는 그런 선우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다들 나와 자리를 펴고 준비할 때 저 혼자 쏙 빠져있던 선우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선우의 위치상 그런 잡일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지만 배분상 비슷한 또래인 청수의 입장에서는 아니꼬울 수밖에 없었다.

젊은 놈이 뭐 저리 안하무인이라는 말인가?

청수는 속으로 욕짓거리를 내뱉고는 자리를 옮겼다.

********

천막 안

운적자는 무척이나 심기가 불편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선우의 모습이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젊디젊은 놈이 먼저 와서 자리를 지키지는 못할망정 늑장이나 부리고 있으니 화가 난 것이리라

그의 옆쪽에 있던 불허사태와 불속사태 또한 그리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들은 독왕과 같은 배분을 가진 고수들이었다.

배분만 따지고 보자면 선우는 그들보다 아래인 삼대제자와 마찬가지라는 소리였다.

그런데 설설 기며 예의를 차려도 모자를 판에 시도 때도 없이 지각이니 짜증이 절로 올라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저벅 저벅

천막 입구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고 모든 이들이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늦었습니다."

발소리의 주인공은 선우였다.

선우는 천막에 들어가자마자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사과의 말을 전하였다.

천막에 들어와보니 자신을 제외하고 모두가 모인 듯 보였기 때문이다.

"크흠"

운적자는 크게 헛기침을 내었다.

심기가 무척이나 불편하다는 신호였다.

"소협은 늦는 게 취미신가 봐요?"

이내 그의 옆에 있던 불허 사태가 비꼬는듯한 말투로 선우에게 말하였다.

"하..하..하..하"

선우는 찔리는 게 있는지라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지금 웃음이 나오나요?"

하지만 그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불허 사태는 그를 타박하였다.

"출발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어쩜 그리 한결같이 늦으시나요?."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될 일인가요? 오늘은 원래 노숙이 아닌 객잔에서 묵을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소협의 지각 때문에 모든 일정이 어긋났다고요!"

"............"

그녀의 타박에 선우는 말없이 고개를 아래로 살짝 숙였다.

그녀의 말이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선우 또한 대략적인 일정에 대해 어느 정도 꿰고 있던 차였다.

그리고 오늘은 예정대로라면 노숙이 아닌 객잔에서 잠을 청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선우가 출발 전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예정이 모두 어긋나버렸다.

불허사태가 저리 화를 내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일이리라

"어떻게! 요즘 젊은 무인들은 그리도 게으르고 책임감이 없는 건가요? 저 때만 해도 약속을 잡으면 한 시진은 일찍 와서 선배들이 오기만을 기다렸어요.제가 그대에게 거기까지 바라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적어도 반시진 아니 일각 정도는 일찍 올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어쩜 그리....."

말문이 트인 불허 사태는 쉴 새 없이 잔소리를 하였고 선우는 귀가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라떼한 잔이었기 때문이다.

"불허, 그만해."

그때 옆에 있던 불속 사태가 그녀의 말을 중간에 끊어버렸다.

그녀의 꼰대스러움을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

만약 중간에 끊지 않는다면 밤새도록 잔소리를 이어갈 것이 뻔하였다.

"이대로 가다간 용건도 못 꺼내고 밤이 지나갈 거야."

"........."

불속사태의 단호한 말에 불허는 입을 꾹 다물었다.

마음 같아선 무어라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아미의 제자들만이 있는 자리가 아니었기에 그녀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장 소협도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세요. 수색 작업은 한시가 급한 일입니다. 그런데 장 소협처럼 개인주의적인 행동은 무척이나 곤란합니다."

"네에..."

선우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답을 하였다.

그녀가 말한 대로 수색 작업은 한시가 급한 일이었다.

짧은 찰나에도 생명이 오락가락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무사태평한 모습으로 늑장을 부리니 화가 날 만하였다.

"뭐, 타박은 이쯤 하기로 하겠습니다. "

불속은 분위기를 대충 환기 시켰다.

더 이상 감정적으로 들어가 봤자 쓸데없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본격적인 회의를 시작하기로 하겠습니다."

불속은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장 소협은 지금 저희가 왜 모인 것 같나요?"

그녀는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흐음...향후 일정에 대한 조율이 아니던가요?"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고민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북해로 가는 일정은 대략적으로 짜둔 상태였다.

하지만 그 세부적인 내용이 부족하였기에 그 내용을 채우려는 요량으로 보였다.

"맞아요, 하지만 그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선우의 말에 불속은 고개를 살짝 주억거리고는 말을 이었다.

"수색 작업에 들어가기 앞서서 전력을 확인할 생각입니다."

"전력 확인이라 하면?"

"지금 수색대에는 아미와 청성 그리고 당가의 인원들이 모여있습니다. 무려

총원 오십명이나 되는 이들이 말이죠. 하지만 그들이 정확히 어느 정도의 전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확실치가 않습니다. 각각 다른 집단에서 차출되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오늘 이 회의를 통해 정확한 전력을 확인할 요량입니다."

불속은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일단 아미가 수색대로 차출한 인원은 총 열 여덟입니다. 그중 두 명은 초절정 고수이고 한 명은 절정 상경에 해당하는 고수입니다. 셋은 일류급 고수이고 나머지 모두 이류급 고수들입니다."

"초절정의 고수가 두 명이란 말이오?"

그때 그녀의 말을 들은 운적자가 놀라 되물었다.

초절정 고수가 무엇이라는 말인가

장로급 해당하는 문파의 핵심 전력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초절정 고수가 두 명이나 왔다니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 명은 아시다시피 여기있는 불허 사태입니다. 창술로는 사천에서 상대가 없을 정도의 고수지요."

운적자의 말에 불속은 옆에 있는 불허에게 손짓하며 말을 이었다.

"그럼 다른 한명은 누구란 말이오? "

운적자는 의문이 담긴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한 명은 불허사태라고 하지만 다른 한명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혹시나 싶은 마음에 불속을 쳐다봤지만 느껴지는 기세가 초절정 고수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다른 한 명은 이쪽에 있는 설향 사매입니다."

운작자의 물음에 불속은 옆에 있던 설향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뭐라!?"

그녀의 말을 들은 운적자는 시선을 돌려 설향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아무리 봐도 이제 약관을 겨우 넘을 것 같은 여아가 아니던가

거기다 머리를 파르르 깎지 않은 것을 보면 환속조차 하지 않은 속가제자로 보였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초절정이라니?!

"말도 안 되오! 어찌 저리 어린 나이에 초절정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발돋움했다는 말이오!"

운적자는 맹렬하게 부정하기 시작하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초절정이라는 경지는 그렇게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초절정의 경지란 신체적인 개념의 심(心), 기(技), 체(體)와 정신적인 개념의 정(精),기(氣), 신(神) 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야 도달 할 수있는 지고의 경지였다.

그런데 어찌 저런 어리기 짝이 없는 여아가 그런 지고한 경지에 도달했다는 말인가?

"사실입니다."

그의 말에 불속은 그저 담담히 답할 뿐이었다.

그녀 또한 설향의 성취가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잘 알고 있던 터였다.

운적자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리라

"설향아."

그녀는 조용히 설향을 불렀다.

그녀의 부름에 설향은 방긋 웃더니 천천히 기운을 개방하였다.

그러자 그녀의 몸 주위에 황금빛을 띠고 있는 찬란한 기운들이 용솟음치기 시작하였다.

이내 황금빛의 기운들이 천막 내부를 온통 뒤덮어버렸다.

그 모습에 운적자는 입을 턱 하니 벌리더니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황금빛이 서려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무언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무상금광신공(無想金光神功)"

운적자의 입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오직 장문인만이 익힐 수 있다는 아미파 최강의 무공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어..찌...저 아이가 무상금광신공을!?"

운적자는 불속을 향해 의문이 담긴 물음을 건네었다.

무상금광신공이 무엇이란 말인가?

오직 장문인에게만 전수되어지는 아미파 사상 최강의 무공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환속도 하지 않은 아이가 그런 무공을 익히고 있단 말인가?

"여러가지 사정이 있답니다."

그녀는 운적자의 물음을 한 마디로 일축해버렸다.

설향의 존재는 아직은 극비 중의 극비였다.

아무리 청성과 당가가 같은 연맹원이라지만 속사정까지 함부로 털어놓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허어"

그녀의 대답에 운적자는 안타까운듯한 탄식을 내뱉었다.

설향에게 얽힌 속사정이 궁금한듯하였다.

"이제 확인이 되셨나요?"

"무상금광신공까지 본 마당에 내 어찌 저 아이의 성취를 부정할 수 있겠는가."

불속의 물음에 운적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설향이 보여준 무상금광신공은 어마머한 기세를 자랑하였다.

무상금광신공의 성취는 황금빛의 밝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녀가 내보인 황금빛은 찬란하기 그지없었다. 분명 초절의 경지에 오른 증거이리라

"자, 그럼 이제 청성의 전력을 말해주세요."

그의 대답에 불속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운적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불속의 말에 운적자는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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