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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14화 (215/1,419)

〈 214화 〉 215.흉마凶魔 주도산-1

"젠장 젠장 젠장"

주도산은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성벽 쪽으로 내달렸다.

갑자기 나타난 북방군에 대한 짜증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다.

이민족이나 잡아 죽이는 백정새끼들이 어째서 빙궁에 모습을 드러낸단 말인가

주도산은 짜증 섞인 표정을 짓고는 더욱 빠르게 내달렸다.

저들이 갑자기 나타난 이유를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다.

.

.

.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주도산은 이내 성벽 위에 도달 할 수 있었고 그대로 성벽 외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인상을 팍 찌푸렸다.

눈앞에 적어도 수 천은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병력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시발, 저게 다 몇 명이야."

병력을 확인한 주도산은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화경의 고수인 주도산조차 압도될 정도의 병력이 보였기 때문이다.

"기천은 될 것 같습니다."

그때 옆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마인 하나가 그에게 답하였다.

"나도 알아, 새끼야."

주도산은 심란한 마음에 괜스레 타박을 하고는 곧바로 굳은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북방군이 나타났다 해도 많아 봤자 수백 정도라는 생각을 하였다.

북방의 이민족을 상대하고 있을 북방군이 모든 전력을 이끌고 빙궁까지 방문할 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와서 확인을 해보니 수백이 아니라 수천은 될 것 같은 병력들이 집결해 있었다.

이 정도 병력이면 섬멸에 더 어울리는 병력이리라

그는 침중한 눈으로 정면을 쳐다보았다.

"나는 현 빙궁의 주인인 주도산이다! 어찌 빙궁을 방문하였는가!"

주도산은 목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도록 내력을 잔뜩 담아 힘껏 소리쳤다.

그러자 쩌렁쩌렁한 외침이 북방군에게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의 우렁찬 외침에도 불구하고 북방군은 누구 하나 동요하는 이가 없었다.

그만큼 잘 훈련된 병사라는 증거이리라

주도산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나름대로 기선제압할 요량으로 내지른 외침이 생각보다 효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우르르르르

중앙에 있던 병사들이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하였다.

이내 중앙에는 길다란 길이 이어지게 돼버렸다.

저벅 저벅

그리고 그 길 끝에서 누군가 걸어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저벅 저벅

꿀꺽

주도산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걸어들어오는 이의 존재감이 성벽 위에서조차 느껴질 정도로 어마어마하였기 때문이다.

`시발, 내가 긴장을 한다고?`

주도산은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북해에 눌러 산 이후 수련을 게을리하긴 하였지만, 그 또한 엄연히 화경의 고수였다.

절대지경이라고 까지 불리우는 화경의 고수말이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긴장을 하고 있다니!?

저벅 저벅

이내 길 끝에서 걸어들어오던 이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던 이는 중년의 남자였다.

팔 척은 되어 보이는 건장한 체구

단정하게 틀어올린 머리와 깔끔하게 정리돼 있는 수염.

그와 대비되는 살벌하기 그지없는 눈빛.

황금색 용이 그려져 있는 묵빛 갑옷.

그리고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농후하기 그지없는 기운.

이 모든 것이 하나가 된 남자는 서 있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시발`

그의 모습을 확인한 주도산은 속으로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주도산은 저 남자의 정체를 알고 있다.

벼슬길도 마다하고 평생을 북방의 이민족을 학살하며 셀 수도 없을 정도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명지휘관.

오직 황제의 명을 받드는 충신 중의 충신.

무림고수들조차 벌벌 떤다는 금의위나 동창조차 눈 아래로 보는 황궁 최고의 고수.

황궁제일검(皇宮第一劍)

이연 장군이었다.

`저 새끼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잔뜩 짜증이 난 주도산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황궁제일검인 이연은 흉마라 불리우며 전 무림을 공포로 떨게 하였던 주도산에게도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존재였다.

그가 비록 화경에 이른 강자이기는 하지만 황궁제일이라는 칭호는 그가 감당하기에는 버겁기 그지없는 칭호였기 때문이다.

`시발 시발 시발`

욕짓거리가 절로 나왔다.

"오랜만이군. 흉마."

그때 주도산의 귓가에 이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벽과 상당한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는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듯 귓가에 스며들었다.

오싹

그의 목소리를 들은 흉마는 절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어..어째서 이곳에 온 것이오!"

주도산은 이연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볼일이 생겼다."

그의 물음에 이연은 그저 짤막이 답할 뿐이었다.

"볼일이라는 게 무엇이오!"

"여기서 할 말은 아닌 것 같군."

그의 말을 들은 흉마는 똥 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따로 자리를 마련하라는 의도를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는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저자를 성 안으로 들여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성문을 열어라!"

하지만 이내는 그는 수하들에게 명을 내렸다.

어차피 저자가 마음만 먹으면 빙궁따위는 곧바로 무너뜨릴 것이다.

막는 의미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쿠구구구궁

이내 거대한 성문이 굉음을 내며 열리기 시작하였다.

"대기하라."

성문이 완전히 열리자 이연은 옆에 있던 부장에게 명을 내렸다.

"명을 받듭니다!"

그의 명을 들은 부장은 재빨리 한쪽 무릎을 꿇고 대답하였다.

""명을 받듭니다.""

그리고 이어서 그들 뒤에 있던 수천의 병사들 또한 한쪽 무릎을 꿇고 그에게 답하였다.

어마어마한 울림이 순식간에 울려 퍼졌다.

저벅 저벅

이연은 충성스러운 수하들의 대답을 뒤로하고 홀로 그 열린 문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수천의 눈빛이 그런 이연의 뒷모습만 바라볼 뿐이었다.

***********

"대체 무슨 볼일이오."

이연을 접견실로 안내한 흉마는 그가 자리에 앉자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 차 있었다.

"건방지구나."

그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든 것인지 이연은 무심한 듯 말을 내뱉었다.

쐐애애애액

그리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치 수백 수천 수만 개의 바늘이 동시에 찌르는 듯한 압박이 흉마의 온몸을 휘감기 시작하였다.

"크으으윽!"

흉마는 갑작스러운 압박에 저도 모르게 신음성을 내뱉었다.

`시이이이바알`

그리고 속으로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화경에 다다른 자신조차 저항하기 힘든 압박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제에에기이이길`

우우우우우우웅

흉마는 내력을 끌어올려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였다.

끈적 끈적한 마기가 흉마의 온몸을 덮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이내 이연의 내뿜는 압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허억..허억.."

흉마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압박에서 벗어나긴 하였지만, 몸을 짓누르던 느낌이 영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벽을....넘었소?"

흉마는 떨리는 음색으로 그에게 물었다.

수십 년전 봤던 이연은 황궁제일검이라는 호칭에 걸맞은 어마어마한 실력을 갖춘 강자이긴 하였지만 화경에 이른 자신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압박할 정도는 아니었다.

벽을 넘어서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한 발정도 걸쳤을 뿐이다."

흉마의 물음에 이연은 담담히 답하였다.

그리고 그의 대답을 들은 흉마는 온몸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안그래도 괴물같이 강하던 이연이 현경에 이르렀다는 말을 들으니 소름이 돋았기 때문이다.

"내가 잘못했소, 용서해주시오."

흉마는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곧바로 그에게 사과를 하였다.

이미 좁힐 수 없는 격차가 나 있는 상대였다.

그런 이연을 적대시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두 번은 없다."

그런 흉마의 처세에 이연은 냉막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기세를 풀어버렸다.

"후우"

이연이 기세를 풀자 흉마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온몸을 압박하던 기운이 일시에 해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연 장군께서는 어찌 빙궁을 찾으셨습니까?"

호흡을 가다듬은 흉마는 공손한 태도로 이연에게 물었다.

"네놈이 구해줘야 할 것이 있다."

"구해줘야 할 것이라면?"

흉마는 의문이 담긴 물음을 건네었다.

별안간 해야 할 일이 무엇이 있다는 말인가?

"빙정(氷情)이 필요하다."

이연은 담담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빙정(氷情)!?"

그리고 그의 말에 흉마는 놀라 되물었다.

빙정이 무엇이란 말인가?

춥디추운 북해의 냉기가 수백년 간 모이고 모여 만들어진 냉기의 결정체가 아니던가

반경 십 장내에 있는 것들은 모두 얼려버린다고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냉기를 품고 있어 음한지기를 기반으로 한 무공을 익힌 자들에게 천고의 영약이나 다를 바 없는 물건이었다.

게다가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조건이 무척이나 힘들었기에 발견하는 것조차 필생의 운을 끌어다 써야 한다고 할 정도로 귀하디귀한 것이 바로 빙정이었다.

그런데 그런 빙정을 갑자기 어디서 구한다는 말인가?

"그걸 어떻게 구하라는 말씀이오!"

이연의 말도 안 되는 요구에 흉마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빙정은 구하고 싶다고 구해지는 물건이 아니었다.

넓디넓은 북해를 전부 뒤져도 찾아내기 힘든 물건인 것이다.

"북해빙궁에서는 수백 년에 걸쳐 빙정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장소가 있다더군."

"그렇다면 사람을 잘못 찾아왔소! 나는 빙궁을 차지하고만 있을 뿐 북해빙궁의 무인이 아니오! 빙정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전혀 없단 말이오!"

흉마는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흉마는 북해빙궁의 무인들을 몰아내고 빙궁을 차지하고 있을 뿐 북해빙궁과는 일절 관계없었다.

그런데 어찌 북해빙궁에서 인공적으로 만든 빙정을 찾으라고 한단 말인가

"네놈이 모르겠다면 아는 자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겠느냐?"

흉마의 외침에 이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북해빙궁은 멸문하였소! 내 손으로 전부 죽였단 말이오!"

흉마는 이연에게 북해빙궁에서 있었던 비화를 가감없이 말하였다.

이십여 년 전 정마대전 당시 북해빙궁주였던 빙마(氷魔)는 이재원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끌고왔던 북해빙궁의 무인들 도한 정마대전의 영웅들에게 전멸을 당하였다.

그 결과 궁주와 주 전력을 모두 잃은 북해빙궁은 명맥만을 겨우겨우 유지하고 있었는데

흉마는 한 입에 집어삼켰다.

화경에 이른 흉마에게 대항할만한 고수가 없었던 빙궁은 반항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집어삼켜 져버렸고 흉마는 북해빙궁의 새로운 주인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십여 년 동안 수많은 북해빙궁의 무인들을 고문하고 범하며 무료한 삶을 달랬었고 작년을 끝으로 북해빙궁의 무인들 중 살아남은 이는 단 한 명도 없게 되었다.

그런데 어찌 빙정의 행방을 아는 자가 남아있다는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남아있다."

그때 이연이 흉마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북해빙궁의 생존자는 남아있다는 말이다."

그의 말을 들은 흉마는 눈이 휘둥그래해졌다.

남녀노소 빠짐없이 전부 죽여버린 그였다.

그런데 누가 살아남았다는 말인가

"아!"

그리고 이내 그의 머릿속에 무언가 스쳐지나갔다.

생각해보니 죽은 것을 직접 확인하지 못한 이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난 것이다.

"......북궁연"

"그래, 빙마(氷魔)의 핏줄이 살아있더군."

"어떻게 아신 것이오?"

"몇 년 전 그녀와 교전이 있었다."

그의 물음에 이연은 딱딱한 얼굴로 답하였다.

"몇 년전이라 하면....."

"정확히는 삼 년 전이었지"

이연은 흉마를 바라보면 말을 이었다.

"당시 북부 지역을 순찰하던 중대 하나가 이민족의 마을을 발견하였고 곧바로 약탈에 들어갔다."

이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약탈을 하러 들어갔던 중대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더군. 의아함을 느낀 나는 곧바로 마을로 들어갔고 상당히 놀랄 수밖에 없었지."

"어째서입니까?"

"마을에 들어서니 이민족들은 온데간데없어져 있었고 백인장을 비롯한 수백의 병사들만이 얼어붙은 채로 죽어있더군."

"설마?"

"그래, 빙백신공의 흔적이었지."

이연의 말에 흉마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연 밑에 있는 수하들은 일반적인 병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이들이었다.

기본적인 내공심법을 익힐뿐더러 수십 년 북방을 전전하면서 갈고 닦아진 노련함으로 철저히 무장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들로 구성대 중대가 북궁연 한 사람의 손에 의해 전멸해버린 것이다.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닌 것이다.

"그 후에도 몇 번이고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났고 나는 수백의 병력을 잃게 되었지."

이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나는 그녀와 마주쳤고 손속을 겨룰 수 있었지."

"어떻게 되셨소?"

"죽이진 못했다."

"........."

이연의 말에 흉마는 벌린 입을 다물지를 못하였다.

경악을 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이연이 누구란 말인가

황궁 최고의 고수이자 황궁제일검이라고 불리우는 절대강자가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이립도 안된 계집 따위가 이연과 맞닥뜨리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인가?

더구나 이연은 현경에 발을 내딛지 않았던가

그런 그를 상대로 살아남는 것은 뱃속에서부터 무공을 익혔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어째서입니까?"

"눈보라가 치더군. 결국, 그녀를 놓쳐버렸지."

이연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를 궁지에 몰아세웠건만 갑자기 불어닥친 눈보라에 의해서 그녀를 놓쳐버린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흉마는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 요행이 없고서야 어찌 이연에게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그녀는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서 있었소?"

흉마는 이연을 바라보며 궁금한 것을 물었다.

"화경"

그의 말을 들은 흉마의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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