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화 〉 203. 당대부인, 슬픔에 잠기다.
"흑흑흑"
당대부인의 울음소리가 방 안 가득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서럽던지 듣는 이의 심금을 짜르르 울릴 정도였다.
"저..저기 가려.. 진정하고.."
선우는 서글피 우는 당대부인을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는 지금 무척이나 곤란한 상황이었다.
북해행이 결정되고 기타잡무까지 마친 선우는 옥령을 먼저 보낸 뒤 당대부인의 거처를 찾았다.
그녀에게 북해로 떠나게 됐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사실을 전해들은 당대부인은 서럽다는 듯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고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울음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선우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예상하기는 했다.
북해로 떠난다고 했을 때 당대부인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는 사실은 말이다.
반년 만에 돌아온 정인이 다시금 떠난다는데 어찌 반발하지 않을 수 있으랴
"어떻게 진정을 해요.,흑,,흑.."
선우의 말에 당대부인은 눈물을 머금으며 그에게 말하였다.
그녀는 지금 심장이 옥죄어오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반년 만에 돌아온 정인이었다.
그런데 그가 만남의 해우도 풀기도 전에 북해로 떠나야 한단다.
심장이 옥죄어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 자꾸 제 곁을 떠나가려는 건가요? 흑...흑"
당대부인은 더욱 슬프게 울기 시작하였다.
"미안해..."
선우는 그저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사과따위는 필요 없어요... 그냥 떠나지 말아줘요."
당대부인은 애절한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미 남편과 아들들을 잃어버린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남은 것은 새로운 정인인 선우였다.
그런데 그런 선우가 자꾸 자신의 곁을 떠나가려고 하니 불안감이 들기 시작하였다.
선우도 언젠가 자신을 떠날 것이라는 불안감 말이다.
그런 불안감이 그녀를 더욱 구슬프게 만들었고 선우에게 가지 말라며 애원하게 만들었다.
`..큭`
그녀의 애절한 눈빛에 선우는 마음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심정을 모르는 바도 아니었다.
의도치 않게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를 홀로 내버려둔 선우였다.
그런데 또다시 먼길을 떠난다니 야속함과 속상함이 올라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려, 금방 돌아올게. 응? 약속할게."
선우는 당대부인을 살포시 안아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탁
그때 당대부인이 선우를 살짝 밀쳤다.
"지키지도 않을 약속 따위는 필요 없어요!"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는 눈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이번에도 두 달 만에 돌아온다고 해놓고 반년 만에 돌아오셨잖아요!"
"그..그건 사정이.."
"그동안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연락도 두절되고 돌아올 기미는 안 보이고!"
당대부인은 선우의 행태에 쌓인 것이 많았는지 언성을 높이며 선우에게 소리쳤다.
"왜!..왜!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은 이해해주지 않는 건가요! 왜!"
그녀는 물기 어린 목소리로 선우를 향해 소리쳤다.
"...........미안해."
선우는 그런 그녀의 외침에 그저 사과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대부인은 무척이나 자애롭고 배려심이 넘치는 여인이었다.
또한 기품과 품위가 넘치는 당가의 안주인답게 함부로 언성을 높이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화를 내고 있다.
언성을 높이면서 말이다.
얼마나 화가 쌓였는지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꼬옥
선우는 그녀에게 다시금 다가가 그녀를 품 안에 안았다.
"놔요! 이거 놔요!"
선우에게 안긴 당대부인은 다시금 선우를 밀쳐 선우의 품 안에서 벗어나려고 하였다.
하지만 선우는 그녀가 힘을 줄수록 더욱 꼬옥 껴안으며 그녀를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였다.
"미안해..정말..미안해 가려. 내가 당신을 너무 힘들게 한 것 같아."
토닥 토닥 토닥
"놔요....놓으라고요..."
당대부인은 선우의 가슴을 주먹으로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주먹에는 힘 따위는 실리지 않았다.
화를 내는 와중에도 선우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다는 그녀의 마음이 드러난 것이리라
"미안해 가려. 나는 당신에게 너무 이기적인 마음을 품은 것 같아."
선우는 품 안에 있는 당대부인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당신의 배려를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그저 이해해주기만을 바란 것 같아. 정말 미안해. 당신도 괴로웠을 텐데. 당신도 슬펐을 텐데. 난 그저 이해해주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당신을 대한 것 같아."
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깊이 사과하기 시작하였다.
"........."
"미안해. 당신의 착한 마음씨에 기대서. 미안해 더 잘해주지 못해서."
"흐극...흑...흑.흑."
선우의 사과에 당대부인은 다시금 울음을 터트려버렸다.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기 때문이다.
"금방.흐극..돌아.흑...온다고 약..속..흑..했..으면서..."
"미안해."
"외...롭..지...흐극...않게...흑...한다고...했.흑.으면서.."
"미안해."
"..나...빠요..흐극.정말 나쁘다고요!.흐아아앙"
말을 마친 당대부인은 선우의 품에 안겨 더욱더 서럽게 울음을 터트렸다.
선우는 그런 당대부인을 꼬옥 안아줄 뿐이었다.
.
.
.
.
.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당대부인은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것인지 방안 가득 울려퍼지던 울음소리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하였다.
"이제 좀 진정돼?"
선우는 품 안에 안긴 당대부인을 내려보며 말을 이었다.
끄덕 끄덕
선우의 물음에 당대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대신하였다.
쓰담 쓰담
선우는 그 모습이 퍽 귀여워 당대부인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당대부인은 그런 선우의 손길이 싫지 않은지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정말 떠나야 하나요?"
그리고 이내 당대부인이 선우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어.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해. 내가 가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말이야."
"저도 같이 갈 수는 없을까요?"
"명분이 없어. 당가의 안주인이 어찌 그런 곳까지 가겠어?"
`우우우"
선우의 단호한 대답에 당대부인은 울상이 되었다.
안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거절당하니 슬픈 감정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약속할게. 이번에는 꼭 넉 달만에 돌아오겠다고 말이야."
선우는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사실 당가에서 북해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면 넉 달이라는 시간은 너무도 촉박한 시간이었지만 선우는 일단 지르고 봤다.
슬퍼하는 그녀를 안심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거짓말."
당대부인은 그런 선우를 보며 짤막이 답하였다.
"이번에는 진짜라니까?"
"저번에도 두 달이면 온다면서 반년 만에 돌아오셨잖아요."
"그건 다 사정이...."
"이번에도 그 사정이 없다고 누가 장담을 하나요?"
그녀의 말에는 가시가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게다가 두 달 만에 돌아오겠다는 약조를 하고 반년 만에 돌아온 선우였다.
그런 선우가 이번에 북해로 떠나게 된다면 언제 돌아올지 가늠조차 안 되었다
그러니 자연히 말이 날카로울 수밖에 없었다.
"후우...사실대로 말할게. 예상 소요시간은 네 달 정도지만 사실 더 걸릴지도 몰라."
선우는 당대부인에게 이실직고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거리만 따지만 넉달이면 충분하겠지만, 북해에서 무슨 일이 있을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북해의 무인들은 물론 거센 추위와 눈보라가 몰아치는 북해의 날씨까지
변수가 너무 많은 것이다.
그런 상황이기에 넉 달이라는 시간조차 확실히 장담할 수 없으리라
"그럴 줄 알았어요."
당대부인은 토라진 듯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말하였다.
`에구`
선우는 그런 그녀를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간신히 달래기는 하였으나 그녀의 감정을 전부 해소하는 것은 무리인듯싶었기 때문이다.
선우는 고개를 푹 숙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기 때문이다.
차악
그때 뺨에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온기에 놀라 고개를 다시 들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슬픈 눈으로 선우를 바라보고 있는 당대부인의 얼굴이 보였다.
"고개 드세요. 자고로 남자는 함부로 고개를 숙이면 안 된답니다. "
당대부인은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가려"
"당신이 다시금 떠난다는 사실은 무척 슬픈 일이지만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그렇지만...나는.."
"괜찮아요. 남자가 큰일을 하는데 어찌 제 입장만 고집할 수 있겠어요?"
당대부인은 자애로운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죄송해요. 제 감정만 앞세워서 당신을 너무 타박했죠? 그래선 안 되었는데 자꾸 감정이 앞서서 당신에게 어리광을 부리게 되었어요."
"하지만.."
"정말 괜찮아요. 당신이 꼬옥 안아주셔서 전부 슬펐던 마음이 어느 정도 가셨답니다."
당대부인은 미소를 살짝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자애로운 미소는 선우의 심금을 울리기 시작하였다.
죄책감에 시달렸던 가슴 속이 다시금 따스해지는 것을 느꼈다.
"정말 괜찮겠어?"
"정말 괜찮아요. 영영 헤어지는 것도 아닐뿐더러 돌아오시면 더욱 사랑해주실 거잖아요."
그녀는 입가에는 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와락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선우는 참지 못하고 그녀를 그대로 껴안아버렸다.
몰캉 몰캉
당대부인을 껴안으니 그녀의 풍만한 가슴의 감촉이 그대로 전해졌다.
따뜻했다.
그리고 편안하였다.
쓰담 쓰담
"대신 부탁이 있어요."
당대부인은 그런 선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무슨 부탁?"
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저를 버리지 않겠다는 증거가 필요해요."
"증거?"
그녀의 말에 선우는 의아한 듯 그녀에게 물었다.
별안간 무슨 증거란 말인가?
"임신시켜주세요."
"뭐..뭐!?"
그녀의 말에 선우는 당황한 듯 되물었다.
그녀의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올 줄 상상도 못 하였기 때문이다.
"당신과 사랑의 결실을 맺고 싶어요."
"............"
그녀의 말에 선우는 깊은 고심에 잠겼다.
임신이라니
생각지도 못해본 것이었다.
현대의 사상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혼인조차 안 한 채 임신을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안될까요?"
당대부인은 애처로운 눈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니..그게..아직..임신이라는게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기도 하고..아직은..마음의 준비가 안 됐달까.."
"그.렇군요.."
선우의 말에 당대부인은 실망한듯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임신이라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의미가 아니었다.
임신은 누군가를 평생토록 책임지겠다는 증거가 된다.
아직 누군가를 책임져 본 적이 없는 선우의 입장에서는 심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죄송해요..제가 괜한 부탁을 한 것 같아요..저는 그저 선우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인데...그게 선우에게는 족쇄처럼 느껴진 것 같아요."
그녀는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
선우는 말없이 그런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선우는 속으로 깊은 고심을 하였다.
`난 평생 그녀를 책임지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생각해보면 선우는 그녀를 평생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굳게 맹세하였다.
그게 그녀에게 속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가 임신을 원한다고 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말이다.
그녀의 행복을 바라는 선우 입장에서는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증명하고 싶었다.
평생을 아껴주고 보듬어주며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의지를 말이다
"가려."
선우는 당대부인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하였다.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아비를 떳떳이 밝힐 수 없는 아이를 밸 각오가 되어있느냐는 의미였다.
"물론이에요."
선우의 물음에 당대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눈에는 결연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선우는 천천히 당대부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귓불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하였다.
간지럽히듯 살살 말이다.
"아..거기는.."
당대부인은 귀에서 느껴지는 간질이는 느낌이 싫지 않았는지 몸을 배배꼬기 시작하였다.
쪽
선우는 그런 당대부인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는지
귓불을 만지던 손을 그대로 뒤로 보낸 뒤 그녀의 뒷목을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자신의 얼굴 쪽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하였다.
츄왑
머지않아 그녀의 빨갛게 익어 있는 입술은 선우의 입술에 닿게 되었고 둘은 진한 입맞춤을 이어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선우는 천천히 당대부인의 입술에서 입을 떼었다.
그러자 두 사람의 입술 사이에는 투명한 타액이 길게 이어져 나왔다.
후릅
선우는 이어진 타액을 혀로 살짝 훑은 뒤를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대부인의 얼굴은 무척이나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새 흥분한 듯 보였다.
선우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짓고는 살짝 고개를 숙인 뒤 그녀의 목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할짝 할짝
그리고는 혀를 내밀어 그녀의 새하얀 목을 거침없이 핥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아"
선우의 타액이 당대부인의 목을 흠뻑 적시기 시작하였다.
당대부인은 목을 간질이는 감촉에 저도 모르게 얕은 신음성을 내뱉었다.
그 소리가 어찌나 야하게 들리던지 선우는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