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6화 〉 187. 너한테는 훌륭한 무기가 있잖아?
'뭐야 시발`
선우는 당황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라는 말인가?
뜬금없이 옷은 왜 벗는단 말인가?
꿀꺽
주소양의 알몸을 본 선우는 침을 절로 삼켰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그녀의 뽀얀 속살이었다.
백옥보다 하얀 그녀의 속살이 선우의 눈을 어지럽힌 것이다.
하얀 속살 군대 군데에는 선우에게 맞아 생긴 붉은 자국들이 있었는데 그 모습이 그녀를 더욱 선정적이게 만들었다.
그다음 눈에 들어온 것은 그녀의 커다란 가슴이었다.
선우는 생각했다.
지금까지 봤던 가슴 중 가장 커다란 가슴이라고 말이다.
선우는 무림에 떨어진 후 지금껏 두 명의 여자와 잠자리를 가졌다.
한 명은 옥령이었고 다른 한 명은 당대부인 운가려였다.
두 사람 모두 육덕진 몸매의 소유자답게 커다란 가슴을 가지고 있었는데 확실히 아이를 낳은 경험이 있는 운가려 쪽이 가슴이 살짝 더 큰 경향이 있었다.
선우는 생각하였다.
운가려보다 가슴이 큰 여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 그 생각은 정반대로 바뀌어버렸다.
컸다.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말이다.
얼마나 큰지 손으로 가리려 해도 젖꼭지만 겨우 가려질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는 가슴이었다.
가슴에 파묻히는 것을 좋아하는 선우의 입장에서는 침이 절로 삼켜질 수밖에 없는 거대함이었다.
꿀꺽
선우는 다시금 침을 꼴깍 삼켰다.
새삼 다시 보니 침이 절로 고였기 때문이다.
그다음 눈에 가랑이 사이를 겨우 가리고 있는 작은 천 쪼가리였다.
육덕진 양 허벅지와 상대적으로 조그마한 가랑이를 겨우겨우 가리고 있는 그녀의 하얀색 고의는 선우의 심장을 절로 벌렁거리게 하였다.
선정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고 관능이라는 표현이 절로 나왔다.
혈액의 흐름이 아랫도리로 급속히 흘러가는 것이 느껴졌다.
`미친`
선우는 속으로 음양조화기를 운용하며 아랫도리에 혈액이 쏠리는 것을 간신히 되돌리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발기했다간 그녀에게 욕정한 것밖에 안되었기 때문이다.
이내 미칠 듯이 쏠리던 혈액들이 차츰 몸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다행히 고비는 넘긴 듯하였다.
"너무..빤히..보지마세요."
주소양은 잔뜩 붉어진 얼굴로 부끄럽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자지가 이상해.`
그 말을 듣는 순간 혈액은 더더욱 강대한 기세로 양물로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반칙이었다.
저 몸매에 저 나이에 저 얼굴에
저런 귀여움이라니
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가 미치도록 매혹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대로 넘어가서는 안 되었다.
본능에 몸을 맡긴다면 그게 짐승과 다를 게 무엇이 있겠는가?
"뭐 하는 거야! 당장 옷 입어!"
선우는 그녀를 보며 소리를 쳤다.
어디 유부녀가 외간 남자 앞에 저리 옷을 훌러덩 벗는단 말인가?
"제 몸을 바칠게요. 부디 딸 아이를 용서해주세요."
주소양은 선우에게 천천히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흐읍`
그녀가 다가오자 특유의 향긋한 체향이 선우의 코끝을 파고들었다.
매혹적인 것은 몸매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체향마저 야한 것이었다.
`망할`
선우는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올 수록 농염한 염기가 그를 덮쳤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이상한 기분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딸을 위해 몸을 바치는 엄마라니 상상만 해도 너무 선정적이지 않은가?
선우는 재빨리 손을 뻗어 그녀의 수혈을 짚어버렸다.
스르르륵
그러자 주소양의 몸이 앞으로 쏠리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손을 뻗어 앞으로 떨어지는 그녀를 붙잡았다.
`후우`
선우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몸에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염기가 어느 정도 줄어든 듯싶었기 때문이다.
선우는 그녀를 그대로 바닥에 눕혔다.
출렁
몸이 바닥에 닿자 그녀의 거대한 가슴이 다시금 출렁거렸다.
꿀꺽
그 모습에 선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렸다.
견물생심이라고 계속 쳐다봤다간 삿된 마음이 들까 경계한 것이다.
고개를 돌린 선우는 주위를 돌아보더니 이내 그녀가 벗어둔 옷을 집어 들었다.
선우는 집어 든 옷을 그대로 그녀의 몸 위에 덮어주었다.
아무래도 가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비꼴 의도로 몸을 바치라고 말했건만 설마 진짜로 육탄공세를 할 줄은 상상도 못 하였다.
그 자존심 높은 천검후가 옷고름을 풀고 달려들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예설에 대한 모성이 자존심보다 위에 있다는 증거이리라
선우는 고개를 돌려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이예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눈에서는 눈물이 좔좔 흘렀고 코에서는 콧물이 입에서는 침이 질질 흘러내렸다.
아마 표정관리조차 못 할 정도의 고통에 빠졌기 때문이리라
`더하면 정신이 나가겠군."
선우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가슴에 손을 얹고 독기를 빨아들였다.
이내 그녀의 몸에 있던 작열독이 선우의 손으로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몸을 파들파들 떨던 이예설의 몸부림이 잦아들기 시작하였다.
아마 작열독에 의한 고통이 서서히 사라지는 듯 보였다.
이내 파들파들 떨던 이예설의 몸이 축 늘어졌다.
독이 완전히 해소된 것이다.
쉬이이이이
그와 동시에 아랫도리에서 모락모락한 연기와 함께 누런 액체가 새어 나오기 시작하였다.
실금을 한 것이다.
"허"
선우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정도면 작열독이 아니라 실금독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았다.
어째 중독되는 이들이 하나같이 실금을 한단 말인가?
선우는 대충 그녀를 바닥에 눕힌 후 그대로 주소양에게 다가갔다.
아무래도 옷을 입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몸 위에 덮어놨던 옷을 걷어내었다.
출렁
옷이 쓸리며 그녀의 가슴이 출렁거렸다.
꿀꺽
침이 절로 삼켜졌지만 선우는 이내 신색을 바로 하였다.
자신이 색마도 아니고 잠들어 있는 여인에게 무슨 짓을 한단 말인가?
선우는 그녀의 오른 팔을 들어 팔 소매에 넣었다.
이제 반대쪽 팔을 넣을 차례였다.
선우는 그녀의 목덜미를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목을 들어 왼쪽 팔 소매를 등 뒤로 보내었다.
그때였다.
"야"
어디선가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흠칫
그 목소리에 선우는 순간적으로 몸을 흠칫 떨었다.
선우는 천천히 고개를 올렸다.
"뭔 짓거리 하고 있었냐."
그리고 고개를 드니 어느새 반쯤 몸을 일으킨 당서윤이 경멸에 찬 시선으로 선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뭐..뭣!"
순간 당황한 선우는 어버버하며 말을 잇지 못하였다.
상황에 대해 무언가 설명을 해야 하긴 했지만, 말문이 막혔기 때문이다.
거의 알몸이 되다시피 한 모습으로 기절해 있는 주소양.
그리고 그녀의 옷을 붙잡고 있는 선우.
누가 봐도 강간 현장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그..그게."
선우는 그녀의 갑작스러운 말을 더듬으며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나는 옷을 입혀주려고……."
"그걸 믿으라고?"
"진짜야!"
"옷은 누가 벗겼는데?"
"주소양이 스스로.."
선우는 뒷말을 흐리며 말을 이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변명처럼 들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선우는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지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가다간 당서윤이 자신을 혐오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발`
선우는 속으로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차라리 벗긴 채로 내버려둘 걸이라는 후회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분명 당서윤은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이미 당대부인이라는 선례가 있었기에 더더욱 말이다.
유부녀만 노리는 색마라 생각될지도 몰랐다.
"왜?"
그때 당서윤이 선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응?"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의아한 듯 되물었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 하지 말라며 잔뜩 성을 낼 줄 알았건만 이유를 물어오니 의아함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소양이 왜 스스로 옷을 벗었는데?"
"내..내 말 믿어주는거야?"
"믿으니까 물어보지."
선우의 물음에 당서윤은 담담하게 말을 받았다.
"네가 변태새끼인 건 알지만 적어도 책임지지 못 할 짓을 저지를 놈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아. 그리고 나도 상황만 보고 의심할 정도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야."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감격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성숙했다.
성숙해도 너무 성숙했다.
그녀의 대처에 선우는 속으로 감탄을 연발하였다.
과연 연상은 연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선우에 비해 고작 네 살 정도 위에 불과하였지만 그 어른스러움은 네 살 이상의 차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괜히 쫄았네.`
선우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녀의 말에 자신감을 얻은 선우는 천천히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이예설에 작열독을 주입한 것부터 시작해서 주소양이 옷을 벗게된 사연까지 전부 말이다.
**********
타탁
선우의 얘기를 전부 들은 당서윤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을 디뎠다.
"괜찮아?
선우는 걱정스럽다는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
내상이 없다지만 상당히 심각한 외상을 얻은 그녀가 아니었던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봤자, 어린애가 몇 번 갈긴 건데, 이 정도로 쓰러져있는 것도 우습지."
선우의 걱정에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을 받았다.
"거기다 겉으로는 심각해 보여도 급소는 전부 피해서 맞았어. 일어설만 해."
그녀는 팔을 붕붕 돌리며 멀쩡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사실 이예설은 그녀를 짓밟을 때 마구잡이로 밟아 댄 것이 아니었다.
급소와 같은 치명적인 부위는 전부 피해가며 밟은 것이다.
이예설 나름 최소한의 선을 지킨 셈이었다.
"후우 다행이네."
그녀의 말에 선우는 안도한다는 듯 말을 이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걱정했건만 다행히도 그리 심각한 상처는 아닌 듯 보였기 때문이다.
"일단 이 모녀부터 어떻게든 처리하자."
당서윤은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왜? 살인멸구하게?"
"미친놈아, 살인멸구는 무슨 살인멸구야! 멸문당하고 싶어?"
선우의 물음에 당서윤은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일단 씻기고 옷을 갈아입혀야 할 것 아니야? 이대로 내버려둘 생각이야?"
그녀는 기절해있는 이예설과 수혈을 짚인 주소양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선우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서윤의 말대로 이대로는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둘 다 실금을 해서인지 지린내가 잔뜩 올라오고 있었고 피와 땀은 물론 눈물에 콧물에 침까지 전부 씻겨야 할 판이었다.
"주소양은 내가 들 테니까, 너는 이예설을 들고 따라와."
말을 마친 당서윤은 만류귀원신공을 끌어올려 몸에 활력을 불어넣기 시작하였다.
이내 온몸에 힘이 넘치기 시작하자 당서윤은 주소양을 들고 그대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선우는 허겁지겁 이예설을 허리춤 쪽으로 들어 올렸다.
주르르르
그러자 하의에 고여있던 노란 액체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망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오줌이 몇 방울 용포에 튀었기 때문이다.
`미안하다. 흑룡아.`
선우는 속으로 흑룡포에게 몇 번이고 사과한 후 당서윤의 뒷모습을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당가로 돌아간다면 세탁이라도 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
"주소양은?"
선우가 당서윤을 바라보며 물었다.
"근처 아무 방에 있는 침대에 눕혀놨어. 이예설은?"
"지 방에 대충 던져놨어."
"거기 오줌 냄새가 좀 날 텐데. 괜찮겠어?"
선우의 대답에 당서윤이 얼굴을 찌푸렸다.
이예설의 방이라 하면 오줌을 잔뜩 지린 곳이 아닌가?
상상만 해도 불쾌감이 몰려들었다.
"알게 뭐야."
그녀의 대답에 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히 답하였다.
어차피 해줄 건 다해줬다.
목숨도 살려줘
몸도 씻겨줘
옷까지 갈아입혀 주고 침상에 눕혀주기까지 했다.
여기서 뭘 더 바란다면 도둑년이 분명하리라
"후우, 그래."
선우의 말에 당서윤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어쩔 속셈이야?"
"뭐가?"
선우는 모르겠다는 듯 되물었다.
"이대로 저 모녀를 내버려둘 건 아니지?"
당서윤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지금 상황은 생각한 것보다 심각하였다.
당서윤이 납치당했다고는 하나 선우는 주소양과 이예설에게 씻을 수 없는 수치를 안겼다.
이걸 그냥 넘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만약 이 사실이 무림에 알려지게 된다면 당가는 멸문이었다.
명분을 중요시 하는 만큼 체면 또한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 무림이었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면 이재원 뿐만 아니라 체면을 중시하는 천무맹의 무인들이 들고 일어설 게 분명하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타계할만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인멸구는 안 되겠지?"
그녀의 말에 선우가 답하였다.
"진지하게 말해! 너와 내가 천월궁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전무림이 아는데 살인멸구를 어떻게 해!"
당서윤은 드물게 성을 내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미 제자들을 통해 당서윤의 존재를 천무맹에 알린 그녀였다.
만약 주소양과 이예설이 종적을 감춘다면 가장 먼저 의심되는 것은 그녀와 선우라는 소리였다.
"주소양에게 나만 보면 덜덜 떨 정도로 공포를 심어줬는데 이걸로는 부족할까?"
"뭐라고?"
선우의 말에 당서윤은 관심이 간다는 듯 되물었다.
"자세히 말해봐."
"처음 싸울 때도 주소양을 굴복시키려고 작열독을 썼거든......."
선우는 주소양과 있었던 일화를 찬찬히 풀기 시작하였다.
주소양이 울면서 공손하게 잘못을 빈 사실과 실금을 한 사실 모두를 말이다.
"흐음"
선우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턱을 쓸어 만지며 고심에 빠지기 시작하였다.
주소양에게 극심한 수치를 주었다는 내용이었지만 뭔가 해결책이 있을 것도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방법이 있어."
이내 당서윤은 결심한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완벽하게 굴복시키자."
"뭐? 어떻게?"
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의아한 듯 되물었다.
그 자존심 높은 주소양을 어떻게 완벽히 굴복시킨다는 말인가?
지금이야 공포로 인해 일시적으로 자존심을 꺾긴 하였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금 세워질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녀를 굴복시킨단 말인가?
"너한테는 훌륭한 무기가 있잖아?"
선우의 물음에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네가 익힌 무공의 근원이 분명 색공이랬지?"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선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을 받은 선우의 안색이 파리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어림짐작 되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