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화 〉 181. 제압하다-1
쾅
굉음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선우는 비로소 마지막 남은 명륜을 소멸시킬 수 있었다.
"하아...하아..하아."
선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대단하군. 설마 차륜(車輪)을 견뎌낼 줄이야."
그 모습을 본 주소양은 감탄한 듯 말하였다.
차륜(車輪)은 하나 하나의 위력이 강기를 초월한 명륜을 여러 개 형성시킨 후 순차적으로 공격하는 기술이었다.
과거 그녀는 단 네 개의 명륜만으로 수백의 마인들은 쓸어버린 전력이 있었다.
그만큼 차륜의 위력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그런데 눈앞의 남자는 그런 차륜을 전부 소멸시켜버렸다.
그것도 여섯 개의 명륜을 일일이 깎아가면서 말이다.
말도 안 될 정도의 동체시력과 체력이었다.
사방팔방으로 조여드는 명륜을 오로지 동체시력만으로 감지한 후 전부 쳐내었다.
물론 용미연검의 도움이 없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그 활용능력은 가히 화경에 다다른 고수라 할만했던 것이다.
거기다 체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명륜을 하나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내력과 심력을 요하였다.
동급의 기운이 소모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 남자는 그런 명륜을 여 섯개나 소멸시킨 것이다.
가히 괴물이라 할만한 자인 것이다.
`미래가 두려운 자다.`
그리고 이내 그녀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남자가 있는 한 자신의 딸인 이예설이 무림의 패권을 거머쥘 일은 없다는 것을 말이다.
고작 이립도 안된 나이에 자신과 동급의 경지에 이른 자이다.
이 상태에서 이십 년 아니 십 년의 세월이 흐른다면 얼마나 강해질 것인가?
남편인 이재원을 생각하게 만드는 비상식적인 강함이었다.
`여기서 죽여야돼!`
그녀의 눈에 결연의 의지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죽여야 했다.
훗날 무림의 지배자로 성장할 딸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그녀는 다시금 천월명륜신공(天月明輪神功)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차륜(車輪)을 전부 소멸시켰다고는 하나 어차피 이제 한계일 것이다.
다시금 여섯 개의 명륜이 덮쳐든다면 꼼짝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리라
그녀의 검에 명륜이 하나 둘 씩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눈에는 필살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하아..하아..:"
선우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모든 무공의 기본은 호흡이었다.
호흡이 안정되지 않으면 무공의 위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후우...후우.."
이내 선우는 거친 호흡을 원래대로 안정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소양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느새 검에 명륜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또 다시 차륜전을 펼칠 심산인듯 했다.
`시발`
선우는 속으로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그 짓거리를 또 해야 된다는 생각에 욕짓거리가 절로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선우는 몸을 천천히 점검해봤다.
다행히 체력이 떨어진 것 외에는 크게 부상을 입은 것은 없는듯했다.
흑룡포와 패왕귀면신갑의 덕분이었다.
이 귀물들이 없었다면 처음 명륜의 폭발에 휘말렸을 때 상당한 중태에 빠졌으리라
그다음 선우는 내력을 점검해보았다.
다행히 걱정될 정도로 고갈되어있지는 않았다.
천월궁에 오기 전 당가에서 영약을 모조리 흡수했던 것이 도움이 된듯싶었다.
선우는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명륜을 형성시키고 있는 주소양을 바라보았다.
짜증날 정도로 강한 여자였다.
만약 건곤대나이라는 희대의 신공을 익히지 않았더라면 꼼짝없이 몸이 터져나갔을 것이다.
그만큼 그녀가 날려보내는 명륜은 강하였다.
그녀가 어째서 정마대전의 영웅이라고 불리우는지 그리고 어째서 독왕을 적으로 돌리고도 자신만만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원거리에서 명륜을 날려대는 그녀라면 독공을 주력으로 삼는 독왕에게 상성상 유리했었다.
만약 진짜 독왕이 쳐들어왔다 해도 웃으면서 검을 들었으리라
선우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녀에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현 상황에서 가장 거슬리는 것은 명륜의 존재였다.
물론 건곤대나이가 있는 한 큰 상처를 입지는 않겠지만 이대로 가다간 결국 내력 싸움이 되어버린다.
승기의 방향이 누구의 내력이 먼저 고갈되느냐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수많은 영약을 흡수한 선우였지만 주소양이 얼만큼에 내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런 도박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선우는 도박이 아닌 제대로 된 승리를 원하였다.
그러기위해서는 명륜을 배제시켜야한다.
명륜을 배제시키기 위해서는 그녀에게 틈을 주어서는 안 된다.
명륜은 강기의 집약체인 만큼 상당한 준비시간이 든다.
그 시간조차 주지 않고 그녀를 몰아세운다면 명륜을 형성할 수 없을 것이다.
`용미연검을 날려?`
이내 선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그녀는 다섯 개나 되는 명륜을 형성한 상태였다.
용미연검을 날렸다가는 대처하기 어려워진다.
`건곤대나이로 버틸 수 있지 않을까?`
또 다시 다른 가설이 머릿속을 강타하였다.
하지만 이내 다시금 머리를 가로저었다.
강기공과 건곤대나이를 병행하기에는 심력이 안 따라준다.
짧은 시간이면 모를까
건곤대나이를 유지하면서 강기공을 길게 유지할만한 여력이 있을 리 없었다.
생각이 길어졌다.
결국 그녀에게 명륜을 배제시킬 방법은 그녀와 딱 붙어 근접전을 펼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멀리서 명륜을 날리며 거리를 벌려가며 싸우는 그녀에게 접근하는 것은 요원하기만 하였다.
그때였다.
번뜩
선우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번뜩이기 시작하였다.
마땅한 방법이 떠오른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부숴버린다.`
선우는 차가운 눈으로 주소양이 형성한 명륜을 바라보았다.
명륜이 강기의 위력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하긴 하지만 자신에게는 명륜 보다 강한 기술이 있지 않은가?
선우는 음양조화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이내 음양조화기가 일렁이더니 그대로 검에 스며들었다.
우우우웅
검에 푸른 강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우웅
선우는 내력을 집중하여 검에 흘려보내었다.
그러자 강기가 선우의 키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커지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거대해진 강기를 쉼 없이 응축하기 시작하였다.
`응축......응축........응축......응축!`
그렇게 얼마나 많은 응축을 하였을까
이내 선우의 검 끝에는 동그란 모양의 구체가 형성되었다.
우우우우웅
그 구체에는 얼마나 강대한 힘이 응축되었는지 주변 공기들이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자 오거라.`
선우는 그녀의 명륜이 오기를 대비하였다.
이제 언제고 명륜을 날린다 하더라도 대비할 수 있으리라
그때였다.
부웅
주소양이 선우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한 개의 명륜이 회전하며 선우에게 날아들었다.
선우는 그대로 손을 뻗어 검환을 내질렀다.
주소양의 명륜과 선우의 검환이 격돌을 하였다.
콰콰쾅!
그러자 굉음이 울려퍼짐과 동시에 충격파가 퍼져 나갔다.
"크윽!"
선우는 온몸에 절로 느껴지는 충격에 신음성을 내뱉었다.
검환과 건곤대나이를 병행이 안되어 충격파를 온전히 몸으로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기 때문이다
저벅
하지만 이내 선우는 앞으로 발을 내딛더니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온몸에 저릿한 느낌이 퍼져나갔지만 아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였다.
다시금 명륜이 날아왔다.
콰쾅!
하지만 명륜은 다시금 휘둘러진 선우의 검환에 의해 그대로 터져버리고 말았다.
"으으윽!"
이번에도 마찬가지의 충격파가 선우의 몸을 덮쳐들었다.
선우는 비명을 내질렀다.
아까 버텨낸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충격이 전해지니 고통이 절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저벅
하지만 선우는 포기치 않고 다시금 발을 내딛었다.
쇄애애애애액!
콰쾅!
검환이 다시금 명륜을 터트려버렸다.
찌르르르
검을 쥔 손에 마비가 올듯한 저릿한 충격이 그대로 전해졌다.
저벅
하지만 선우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빠른 걸음으로 주소양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콰쾅
콰쾅
콰쾅
그렇게 얼마나 많은 명륜을 부숴버렸을까?
이내 선우는 주소양과 대략 삼 장 정도 거리를 남겨 두고 있었다.
"쿨럭"
선우는 기침을 하며 피를 토해내었다.
아무래도 다섯번의 충격파를 그대로 받아낸 탓에 내장이 꼬인 듯싶었기 때문이다.
주소양은 그런 선우를 향해 남아 있는 마지막 명륜을 쏘아 보내었다.
자신의 최대 내력을 담아서 말이다.
챠르르르르르르르
쇄애애애애애애액
주소양이 쏘아보낸 거대한 명륜이 맹렬히 회전하면서 선우에게 날아들었다.
선우는 날아드는 거대한 명륜을 향해 그대로 검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이내 검환과 명륜이 맞부딪히며 어마어마한 굉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 충격파가 온전히 선우에게 덮쳐들기 시작하였다.
"크아아아악!"
온 몸에 덮쳐드는 고통에 선우는 비명을 내질렀다.
패왕귀면갑과 흑룡포가 온몸을 막아주긴 했지만 전부 막아주기엔 덮쳐오는 충격파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털썩
선우는 그대로 무릎을 꿇어버렸다.
다리에 힘이 절로 풀렸기 때문이었다.
"우웨에에에엑!"
선우는 입을 벌린 뒤 바닥에 죽은 피를 한 움큼 내며 토해내었다.
입안 가득 혈향이 느껴졌다.
"하아..하아..하아.."
선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저벅 저벅
그때였다.
"노력은 가상하였지만 결국 거기까지가 한계란다, 아해야."
주소양이 선우를 향해 걸어오며 입을 열었다.
저벅 저벅
"그래도 영광으로 생각해도 된단다. 이 천검후의 검에 죽음을 맞이했으니까 말이야."
저벅 저벅
뚝
어느새 선우의 코앞까지 도달한 주소양은 걸음 멈춰 세웠다.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한없이 약해빠진 너로 인해 일어난 사건이란 것을 말이다."
걸음을 멈춰선 주소양은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잘가거라."
주소양은 검을 쥔 손을 그대로 뒤로 젖혔다.
단번에 목을 베어버릴 심산이었기 때문이다.
"강하면 뭐든 해도 되는 건가?"
그때였다.
선우가 그녀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당연하단다."
그녀는 선우의 물음에 방긋 웃으며 답하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검을 휘두르려 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곧이어 휘두르려던 검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푹
갑자기 아래쪽에서 무언가 이질적인 감촉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발등을 말이다.
"끄아아아악!"
뒤늦게 찾아온 그녀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드디어 잡았네, 이 시발년아"
선우는 그녀의 발등을 바라보며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어느새 단도만큼 짧아진 용미연검을 쥐어들고 말이다.
푹 푹 푹 푹
그다음 선우는 그녀의 발등을 용미연검으로 쉴새없이 내리찍기 시작하였다.
"개자식!"
주소양은 발등에서 몰려드는 고통을 참으며 선우의 목을 향해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한 번에 잘라버릴 심산이었다.
"쿨럭"
하지만 그녀의 의도는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선우의 목을 내려치는 순간 검에 스며들어있던 내력들이 그대로 자신에게 쏟아졌기 때문이다.
"우웨에에엑!"
그녀는 내상을 입은 것인지 그대로 고개를 숙인 뒤 바닥에 피를 토하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내장이 꼬인 듯했다.
"하아..하아..하아.."
그렇게 몇 번을 토해내었을까?
그녀는 간신히 속을 진정시키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높이에는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는 선우의 모습이 보였다.
"하던 거 마저 해야지?"
빡!
선우는 그대로 그녀의 머리에 박치기를 갈겼다.
"크윽"
머리를 강타하는 극도의 충격에 그녀는 신음성을 내뱉었다.
너무나도 극심한 격통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내력을 잔뜩 담은 듯싶었다.
천월명륜신공으로 강화 될 대로 강화된 그녀의 몸이었다.
일반적인 박치기로 고통을 호소할 리 없는 것이다.
그녀는 재빨리 하체에 힘을 주기 시작하였다.
선우와 거리를 벌릴 심산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생각은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체에 힘을 주는 순간
무언가 그녀의 다리를 휘감았기 때문이다.
"어디가려고?"
선우였다.
무릎을 꿇고 있던 선우가 어느새 그녀의 다리를 휘감고 있던 것이었다.
"흡!"
선우는 그대로 힘을 주어 그녀를 넘어뜨리려고 하였다.
그녀는 버텨보려고 다리에 내력을 활성화하였으나 이미 중심이 무너져버린 뒤였다.
쿵
이내 그녀는 바닥에 그대로 넘어져 버렸다.
선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녀 배 위에 올라타 버렸다.
"놓아라! 놓으래도!"
선우가 그녀 위에 올라타자 주소양은 수치심으로 얼굴을 붉혔다.
자신 몸에 올라탈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하는 남편 뿐이었다.
그런데 이 무도한 자가 자신 위에 올라탄 것이다.
수치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주소양은 자신 위에 올라탄 선우를 향해 전력으로 검을 휘둘렀다.
비록 누워있는 상태로 제대로 된 힘을 낼 순 없었지만, 이 무도한 남자를 충분히 쫓아낼 터였다.
물론 건곤대나이를 극성으로 운용하고 있는 선우에게는 그저 어린 애 장난일 뿐이었다.
선우는 검으로 인해 발생한 충격의 방향을 그대로 그녀에게 되돌려버렸다.
"크악!"
충격을 그대로 되돌려 받은 주소양은 비명을 내지르며 검을 놓치고 말았다.
감당치 못할 거력이 고스란히 덮쳐왔기 때문이다.
선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그녀 배 위에 제대로 안착을 하였다.
"이자까지 톡톡히 갚아줄테니까, 각오해"
선우는 아래에 있는 주소양을 내려다보며 살벌한 협박을 내뱉었다.
주소양의 안색이 파리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그 모습을 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복수의 시간이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