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7화 〉 178. 주소양과 싸우다-1
쾅!
"아오!"
용미연검과 흑룡포가 이끄는대로 따라가던 선우는 비명을 질렀다.
머리통에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마도 무언가 단단한 것에 머리를 부딪친 듯싶었다.
쾅
쾅
혹여 고통마저 느끼게 하는 환영일까 싶어 놔둬 봤지만 그건 아닌 듯싶었다.
머리를 자극하는 고통이 갈수록 커졌기 때문이다.
선우는 용미연검과 흑룡포에 내력을 거둬들였다.
그러자 선우를 잡아끌던 힘이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가자미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앞에 보이는 것은 무언가 검은 물체였다.
좁은 시야로는 도저히 정체를 알아챌 수가 없었다.
쿵 쿵
선우는 손을 뻗어 그 물체를 두드려보았다.
무척 익숙한 감촉이 느껴졌다.
이건 철이었다.
선우는 이내 눈을 온전히 뜨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물체를 살펴보았다.
눈앞에 있는 것은 문이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크기의 철문 말이다.
"허어"
거대한 철문의 위용을 눈으로 확인한 선우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 거대함에 압도되었기 때문이다.
저벅 저벅
선우는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뒤로 이동했을까
전체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눈앞에 보인 것은 거대한 성벽이 쌓아져 있는 성문이었다.
높이가 얼마나 높은지 차마 뛰어넘지는 못할 수준인 듯 보였다.
그리고 좀 더 고개를 올려다보니 성문 중앙 쪽에 현판이 하나 보이기 시작하였다.
현판에는 천월궁(天月宮)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선우는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천월궁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선우의 눈가에 흥분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
선우는 눈을 감은 뒤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였다.
진입하기 앞서 고갈되었던 내력을 회복시켜야했다.
음양조화기가 세맥과 혈도를 돌더니 온 몸을 활성화시키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선우의 몸 주위에서 음양조화기가 일렁이더니 자연에 녹아들어 있던 기운들을 흡수하기 시작하였다.
운기조식이 시작된 것이다.
자연에 녹아든 기운들을 받아들인 선우는 이내 그 기운들을 음양조화기로 환원시키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웅
환원된 음양조화기가 단전에 차곡 차곡 쌓여갔다.
선우는 조금씩 내력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꼈다.
.
.
.
.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번쩍
선우는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눈에는 맑고 깊은 정광이 서려 있었다.
고갈되었던 모든 내력을 복구시킨 것이다.
선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이 너무나도 가벼워서 날아갈 듯싶었다.
이제 들어갈 일만 남은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선우는 고개를 올려 정면을 바라보았다.
정면에는 거대한 철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음`
선우는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들어갈까 고민에 빠진 것이다.
그냥 성문을 위로 넘어갈까 싶었지만 그냥 넘어가기에는 높이가 너무 높았다.
천상제나 허공답보를 익히지 않는 이상 수월하게 넘어가긴 힘들 것이다.
거기다 몸을 공중에 띄울 경우 요격당하기 쉬웠기에 넘어가는 선택지는 순식간에 기각되었다.
선우는 눈을 반짝였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성문을 부숴버리는 방법이었다.
선우는 땅에 내려둔 용미연검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음양조화기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흐느적거리던 용미연검을 빳빳하게 만들었다.
우우우우우웅
그리고 빳빳해진 용미연검에는 머지않아 푸른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이내 푸른 아지랑이가 용미연검의 주위를 천천히 감싸며 겹겹이 층을 만들었다.
한겹...두겹...세겹...네겹..다섯겹
수없이 층을 이루던 아지렁이는 이내 용미연검을 완전히 둘러싸더니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검강劍姜이었다.
쾅
선우는 검강이 형성 된 용미연검을 그대로 철문을 향해 내리쳤다.
그러자 철문이 진동을 하며 엄청난 굉음을 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소리만 거창하게 울릴 뿐 부서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쾅
쾅
쾅
선우는 굴하지 않고 몇 번이고 철문을 두드렸다.
진동을 타고 짜릿한 감각이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두드렸을까
쩌저적
철문에 미세한 금이 생겼다.
선우는 쾌재를 불렀다.
얼마나 두꺼운지 모를 이 철문에 충격이 전해진 것이다.
콰쾅!
선우는 금이 간 곳을 집중적으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쩌저저저적
미세했던 금은 점점 그 크기를 키워갔고 종국에는 문 전체에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지금이다!`
선우는 음양조화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였다.
우우우우웅
그러자 강대하기 짝이 없는 음양조화기가 선우의 손을 타고 용미연검에 전해지더니 이내 강기가 점점 커져갔다.
선우는 커져가는 강기를 검에 잡아두기 위해 응축시키기 시작하였다.
`응축....응축...응축....응축!`
그렇게 얼마나 응축을 시켰을까
응축된 강기는 이내 검끝에 동그란 모양의 구체를 형성하였다.
선우가 가진 기술 중 최고의 파괴력을 갖춘 기술.
검환(劍環)인 것이다.
선우는 팔을 뒤로 젖혔다.
그리고 있는 힘껏 철문이 있는 곳을 향해 내질렀다.
콰콰쾅!!
검환이 철문에 닿자
금이 가 있던 부분을 중심으로 철문이 부서지기 시작하였다.
쿵
쿵
거대한 철의 파편들이 선우의 주변에 떨어져 내렸다.
쿵
쿵
선우는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무척이나 무심한 얼굴로 말이다.
그리고 철문이 부서져 내리고 철의 파편들 사이로 한 여인의 모습이 비쳐졌다.
여인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는데 얼굴 뿐만 아니라 분위기마저 절로 품격이 느껴질 정도로 고급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녀를 본 선우는 알 수 있었다.
저 여인이 주소양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선우의 살기가 짙어지기 시작하였다.
**********
콰쾅!
주소양과 선우의 검이 맞부딪히며 거대한 굉음을 내었다.
거대한 충격파가 주위에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크윽"
이내 주소양이 신음성을 내뱉었다.
선우의 검에서 상상도 못할 거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쾅
쾅
선우는 그런 그녀를 보며 더욱 거세게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크으윽!"
주소양은 다시금 신음성을 내뱉었다.
선우의 검과 부딪힐 때마다 손에 저릿한 감각이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쾅
부웅
이내 선우는 검을 크게 휘둘렀고 그녀는 가까스로 선우의 검을 막았으나 그대로 공중에 뜨게 되어버렸다.
선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공중에 붕 뜬 그녀의 가슴을 발로 차버렸다.
퍽
"으윽"
가슴을 직격당한 그녀는 신음성을 내뱉으며 그대로 뒤로 날아가버렸다.
부웅
그녀가 날아가는 방향은 뒤편에 있는 전각이 있는 곳이었다.
콰콰쾅
그녀의 몸이 벽을 부수고 전각 내부에 그대로 처박혀버렸다.
"허어"
벽에 처박힌 주소양은 어이가 없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몸에 큰 충격이 온 것은 아니었다.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그녀는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누구란 말인가
천하제이인을 논하는 절대고수이자 여중제일인이라고 불리우는 강자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자신이 고작 이립도 안된 후기지수한테 밀리다니?
그것도 힘으로 말이다.
강검을 주력으로 익힌 그녀에게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녀는 이내 고개를 도리질 쳤다.
힘으로 밀리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분명 자신이 그를 얕보고 힘을 너무 뺸 것이 분명하였다.
그녀는 현재의 상황을 부정하였다.
투툭 투툭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이 빚을 갚아줄 심산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
몸을 일으킨 주소양은 뻥 뚫려버린 벽을 지나 바깥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자신을 날려버린 남자가 오만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주소양은 그 모습이 보기 싫어 인상을 찌푸렸다.
"이봐 주소양."
선우는 그런 주소양을 보며 입을 열었다.
"고작 이 정도가 다는 아니겠지?"
선우는 무척이나 실망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흥, 방심한 틈을 타 한 방 먹인 주제에 너무 오만하군."
선우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잔뜩 상기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지랄하네"
선우는 그녀의 변명을 한마디로 일축하였다.
생사가 오가는 전투에서 방심이 어디있다는 말인가
방심을 안하는 것도 곧 실력이었다.
"이 버릇없는 놈!"
그 말을 들은 주소양은 검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천월궁의 독문 무공인 천월명륜신공(天月明輪神功)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수백년을 내려온 천월명륜신공은 주로 강검을 사용하는 천월궁의 검수들에게 최적화돼있는 무공이었다.
내력의 효율을 극대화시켜 기존보다 더한 위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천월명륜신공을 운용하면 일시적으로 뼈와 힘줄 그리고 근육, 피부를 외공의 고수마냥 단단하고 강하게 만들어주었는데 단단해진 신체는 극대화된 내력을 감당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과거 천월명륜신공 창시자이자 천월궁의 초대궁주였던 검신(劍神) 주경찬은 이 무공으로 천하제일인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다.
가히 신공이라고 칭해도 부족하지 않을 무공인 것이다.
주소양은 천월명륜기를 세맥과 혈도에 퍼트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그녀의 몸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제일 먼저 변한 곳은 피부였다.
피부가 매끈해지더니 이내 단단해졌다.
그 다음은 힘줄이었다.
힘줄의 두께가 더욱 두꺼워지기 시작하였다.
그 다음은 근육이었다.
근육의 밀도가 더욱 촘촘해지기 시작하였다.
그 다음은 뼈였다.
뼈의 굵기가 굵어지더니 더욱더 단단하게 뭉치기 시작하였다.
주소양은 온 몸에 활력이 넘치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키와 골격이 더욱 커졌다.
"호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분명 축융공을 운용한 것도 아닐터인데
주소양의 키와 골격이 더욱 커졌다.
그것도 육안으로 확연히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애송이 자식! 까불었겠다!"
주소양이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강대한 내력이 담겨있었다.
선우는 검을 고쳐쥐었다.
아무래도 그녀가 방심했다는 그 말이 틀리지 않은 듯 했기 때문이다.
주소양은 검을 있는 힘껏 쥐었다.
그리고 땅을 박차고 선우에게 달려들었다.
쾅
그녀가 땅을 박차자 내디뎠던 바닥이 엉망이 되었다.
다리에 얼마나 강대한 힘이 실려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선우는 재빨리 검을 들어 그녀를 막아섰다.
쾅
"으그그그극!"
그녀와 검을 맞댄 선우는 검에서 어마어마한 거력이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녀는 신체뿐만 아니라 내력의 성질조차 변해있었다.
그전에는 좀 더 부드럽고 정순한 기운이었다면 지금은 강맹하고 거칠기 짝이 없는 기운이었다.
그 강맹한 기운은 선우의 검을 더욱 압박하기 시작하였다.
질 질 질
선우의 몸이 뒤로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그녀의 거력을 감당치 못 한듯 싶었다.
선우는 반 대손으로 검 면을 잡았다.
그리고 서서히 밀어내기 시작하였다.
"크윽!"
선우가 두 손으로 검을 밀자 주소양은 당황하였다.
다시금 자신이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주소양은 속으로 당황하였다.
강(强)의 묘리를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천월명륜신공(天月明輪神功)이 아니던가?
거기다 신체까지 강화된 자신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눈앞의 남자를 상대로 압도는커녕 밀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번에 자신은 천월명륜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였다.
방심했다는 핑계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웃기지마!"
퍽
자신의 검이 밀려나자 주소양은 발을 들어 그대로 선우를 걷어찼다.
주르르르륵
가슴을 정통으로 직격당한 선우는 그대로 뒤로 쭉 밀려났다.
"크윽"
갑작스러운 기습에 선우는 짧은 신음성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내 멀쩡한 듯 신색을 회복하였다.
흑룡포와 패왕귀면갑이 그 충격을 그대로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선우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걷어찬 주소양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선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괴물 같은 년`
그녀를 보며 선우는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주소양은 선우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강한 여자였다.
건곤대나이를 이용하여 가진 내력을 극대화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힘 싸움에서 제대로 우위를 점하지 못하였다.
그말인즉슨 저 여자 또한 건곤대나이 못지 않은 신공을 익히고 있다는 소리였다.
과연 화경의 끝자락에 다다른 고수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정하지."
그때였다.
주소양이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뭘 인정한다는 거지?"
"네 녀석이 만만치 않다는 걸 말이다."
그녀는 인정하기 싫다는 듯이 표정을 잔뜩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뭘 새삼스럽게."
"좋아하지말거라, 만만치 않다했지, 나보다 강하다고는 하진 않았다."
그녀는 다시금 천월명륜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아해야, 그거 아느냐? 내가 익힌 무공은 천월명륜신공이라는 무공이란다."
주소양은 선우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 무공의 진정한 효용은 명륜(明輪)이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 발휘된 단다."
주소양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내 그녀의 검에 순백의 기운들이 어마어마한 기세로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네놈은 감당해야할 것이다. 명륜(明輪)을 드러나게 한 것을!"
그녀의 말이 끝나자 그녀의 검 끝에 새하얀 바퀴 모양의 구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꿀꺽
그 기세가 어찌나 거대한지 선우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이내 선우는 검을 고쳐쥐었다.
그녀가 말하는 명륜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묘한 위화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선우는 음양조화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였다.
어떤 공격이 날아오든 대비하기 위해서 말이다.